■ 완벽한 해피 엔딩?
더킹 투하츠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혹시나 - 라며 우려했던 것은 모두 날려 버리고 이재하 ( 이승기 ) 와 김항아 ( 하지원 ) 은 행복하게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결혼을 한 것이다. 가장 극적인 순간에 극적인 방법으로 -. 게다가 그 결혼은 그 순간 정점에 달해 있던 전쟁의 위험을 이 땅에서 종식시키는 역할도 했다. 둘의 결혼은 남과 북의 화합 이라는 상징적인 역할 뿐만 아니라 전쟁 종식이라는 실제적인 역할도 해 내었다.
둘은 귀여운 아기도 낳았다. 그리고 재하는 더욱 국민의 곁으로 다가 가는 멋진 왕이 되어 갔다.
완벽한 해피 엔딩이다.
완벽한 해피 엔딩이 맞다고 모든 기사들에서 칭찬들이 쏟아져 나오고 리뷰들도 마찬가지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비극으로 마칠까 걱정했었던 내게도 이건 얼핏 완벽하고 절묘한 해피 엔딩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음 한 켠 뭔가 해소되지 못한 듯한 찜찜함이 남아 있는 이유는 뭘까?
은시경 ( 조정석 ) 이 살아 돌아 오지 못한 때문이 아니다. 그런 희망을 적은 글을 적기도 했지만 그것이 무리라는 것은 나도 알고 있었다. 극 전체 구조상 은시경이 사망하리라는 것도 이미 이해하고 예상했었다. ( 관련글 : 시청자에게 한 판 게임을 신청 해 오다)
이건 갈라진 붕괴의 틈을 시멘트로 살짝 발라 균열을 눈가림해 버린 느낌이다. 전체적으로 균형이 안 맞아 무너짐의 징조가 보이는 건물이 겉만 말끔하게 마무리되었다. 극 중 꼼수 대마왕이던 재하 킹은 정공법으로 가는 것이 자신의 성장이라 믿었던 것 같은데 정작 이 드라마 자체는 꼼수로 마지막을 엔딩했다.
더킹 측은 이것이 당의정이었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쓴 약을 넘기기 쉽게 초콜릿으로 코팅해 놓은 것 말이다. "지금의 우리 나라가 처해 있는 정치 현실과 전쟁의 위험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가 전하고 싶은 쓴 메세지이고 그것을 재하, 항아의 사랑이 먹기 좋게 감싸고 있다라고. 게다가 그 사랑 자체가 해결의 포인트이니 이건 절묘하지 않나? 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엔딩 자체가 아니다. 엔딩으로 가는 갈등 해소의 방법을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갈등 해결의 끝이 향하고 있는 그 타겟을 말하는 것이다.
■ 더킹 투하츠가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
▶ 모든 해결의 주체는 재하와 항아여야 한다 -
당연하다. 그들은 주인공이니까.
이것때문에 시경이 19화, 그것도 초반에 사라졌던 듯도 하다. 재하를 위해 목숨을 버릴 각오도 되어 있는 시경이 살아 있게 될 경우 마지막 순간까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극 전체를 흐트러 놓았을 것이다. 재하 주변 캐릭터들을 정리를 해야 재하 자신이 더 주체적으로 진행시킬 수가 있게 된다. 벌여 놓은 일들이 많고 해결의 방법이 단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2화 분량의 시간이 필요했다.
▶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정공법이라야 한다 -
여기서 정공법이라 함은 법적, 정치적 해결을 말하는 것이다. 극 중 재하는 전화기 너머의 봉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널 정당하게 법대로 죄값받게 한 것 뿐이야 " 재하가 바라는 건 저런 것이다. 더킹이 생각하는 재하의 성장이란 꼼수에서 정공법으로 가는 것도 포함하나 보다. 저 대사가 나올 때 해결 방법이 꼼수는 아니겠다라는 걸 알아 챘다. 그리고, 한 나라의 국왕으로서 꼼수를 쓰다니 어울리지 않는다. 재하의 품격이 우리나라의 국격이기도 하다. 점차 왕다운 왕으로 성장해가는 걸 말하려면 꼼수따위는 버려야 한다.
▶ 재하 항아의 사랑이 모든 갈등 해소의 중심이라야 한다.
이 드라마의 시작이 그러했으니 끝도 둘의 사랑이어야 했다. 정확하게 수미상관법 ( 首 尾 相 關 法 ) 에 의해. 그렇게까지 모든 난관을 헤치고 둘이 만나고 결합해야만 했던 이유를 설명해 줘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모든 갈등들을 해소시키는 장대한 엔딩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이 드라마 주제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선택한 갈등 해소는 다음과 같다
■ 20화 -줄거리 스캔을 해 보자.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날짜까지 확정했다. 남과 북 사이의 뿌리깊은 불신을 깨뜨리고 대화를 열기 위해 재하와 항아가 직접 나서게 된다. 항아가 직접 나서게 된 배경은 재하가 보내준 미국의 전쟁 승인서 덕분이다. 거기 적힌 공격 날짜를 알려면 자신을 협상 테이블에 세워 달라고 항아가 우긴 때문이다.
둘은 미국이 전쟁을 발발시키기로 한 바로 그 날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다. 국왕이 결혼하기로 한 날 공격을 하게 되면 미국은 국제적으로 도덕적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믿은 것이다. 마침내 둘은 의미깊은 결혼식을 올린다.
김봉구는 미국의 공격이 취소되었음에 화가 나 막무가내로 미국 쪽 관계자와 전화로 다툰다. 이에 심기를 상했던지 ICC는 보석 결정을 번복? 봉구를 정식 재판에 회부하고 종신형에 처해지는 봉구.
이후 국왕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재하는 더욱 정진하고 항아는 북의 아버지와도 행복한 연락을 주고 받으며 그렇게 - 알콩 달콩 ~~
( 드라마에서 긴박감을 구체화하기위해서는 정확한 데드라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정확한 손에 잡히는, 형상화 된 물건이 필요하다. 추상을 구상으로 만드는. 문서같은 것.. 뿌나의 밀본지서도 마찬가지. 더킹에서는 전쟁 승인서가 이에 해당된다 )
■ 드라마의 서사 구조
반드시 집어 넣어야만 했던 위 세 가지 패때문에 갈등 해소의 방법은 그만큼 제약이 생겨 버렸다. 무리수가 생겨 버린 것이다. 장대하게 펼쳐 놓고 충격적인 비극들로 시선을 끌었으나 막상 해결을 해야 될 시점에 이르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엉클어진 퍼즐들을 창조자 자신도 정리하기 난감해 진 모습이다. 결국 몇 가지 조각들은 치워 버린다. 중심 부위의 가장 크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시선을 빼앗았지만 그 옆의 뻥 뚫린 빈 칸으로 시선이 가는 나같은 사람도 있다.
바로 봉구의 퍼즐 조각들이다.
■ 갈등 해소의 타겟과 방법
결론적으로 재하가 꺼내 든 카드는 결혼이었다. 무엇을 위한 결혼이었나? 전쟁을 막기 위한 결혼이었다. 이건 당장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조치일 뿐이었다.
물론 그 순간 재하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장차 앞을 멀리 두고 볼 때에도 둘의 결혼이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킬 것이다. 이것은 전쟁 확률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갈등 해소의 방법이 지극히 수동적이다. 이것이 과연 근본적인 해결이며 영구하게 효과가 지속되어 질 지 확신이 안 간다. 드라마에서 뭘 그리 많은 걸 바라느냐고? 현실 문제 제기는 그만큼이나 사실적으로 해 놓더니 결국 마지막 해결 방법은 판타지이다. 시청자의 이해를 담보해야만 진정한 완결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해결이다.
무엇보다 그 지난하고도 엄청났던 갈등의 스트레스들을 떠 올려 보자. 극 중 재하가 그랬던 만큼이나 시청자들도 갈등의 스트레스가 엄청났었다. 그것을 견디고 보아왔던 것은 '극의 이론'에 있다 시피 종결의 카타르시스를 선물받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나는 극이 끝났음에도 카타르시스를 선물받지 못했다. 극의 엄청난 비극에 몰입했던 때문인지 온 기 (氣 ) 를 다 빨린 느낌인데 보상받아야 할 건 받지 못한 기분이다.
이건 다 내 마음 속에 차지한 봉구의 크기때문이다. 드라마 구조 상 갈등의 중심 인물은 김봉구이다. 우리 편의 정 반대 축에 위치한 악은 '김봉구' 라는 말이다. 미국이나 전 세계가 아니라. 그런데 재하왕의 결혼은 누구를 타겟으로 한 건가?
꼭 복수를 해야 이기는 거냐고? 용서의 미덕을 시청자에게 바란다면 그건 그렇지 않아도 드라마가 아니라 '선도의 메세지'가 강한 이 드라마를 아예 교과서로 만들어 버리는 짓이다. 봉구를 그만큼이나 악한 인물로 만들어 놓고, 봉구를 증오하게 해 놓고서는 봉구 아니고 다른 걸 해결하면 만사 오케이라고?
난 다큐를 말하는 게 아니고 '드라마의 서사 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다 해결이 됐잖아요 - 라는 답변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다. 갈등을 줬으면 바로 그 부분의 갈등 해소를 해야 드라마가 완결이 되는 것이다. 김봉구라는 캐릭터는 대체 왜 나왔단 말일까?
사실 봉구가 감옥에 갇힌 건 우리 편이 잘해서가 아니다. 만약 봉구가 조금만 더 젠틀한 매너를 갖췄더라면 다음의 기회를 내심 기약하며 미국 쪽 대변인을 잘 구워 삶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봉구, 감옥에 가지 않았다. 운좋게도 봉구가 그 순간 제 성질을 참지 못하고 욱 해 주시는 바람에 감옥에 가게 되었다. 우리가 잘 해서 봉구를 '타파' 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어디로 튈 지 모르고 말실수를 잘하는 캐릭터 설명을 해 온게 바로 이 부분의 개연성을 위해 미리 깔아 놓은 거였다고 답한다면 난감할 뿐이다.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캐릭터를 이런 중요한 순간에 써 먹는다는 건 만행이다. 쓸모가 없어진 배우를 TV 코메디 프로를 보다가 너무 웃어 죽게 만드는 것처럼 필요한 순간에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캐릭터라니. 기본적으로라도 서사 구조 상 납득을 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전지전능 드라마 창조자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모든 사건 마무리를 짓는다는 건 블랙홀을 갖고 게임에 임하는 것이다. 이건 공정하지 않다. 또한 열심히 게임에 임해 온 시청자들을 우롱하는 일이다.
김봉구가 실수를 하지 않으면 우린 김봉구를 처치할 수 없는 건가? 김연아가 실수하지 않으면 누구도 그녀를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모든 비극의 원천지인 김봉구를 그냥 놔 두고 전쟁의 위험을 일단 막기 위해 결혼을 했는데 이에 길길이 날 뛰다 봉구는 감옥에 가고. 우리의 주인공들은 어부지리로 적을 물리쳤다. 이 드라마의 적이 미국이 아니라 봉구가 맞다면 말이다.
드라마 내의 적이 봉구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우리 나라의 평화를 위협하는 세계 정세가 적이었다고? 지켜 내야 할 것이 우리 나라의 평화였고 그것을 제대로 완수해 낸 것이 이 드라마의 결론이라면 - 난 다시 확인할 수 밖에 없다. 너무 수동적인 해결이라고.
봉구는 자신에게 검은 돈을 받아 먹은 사람들을 폭로하겠다며 여태 미국 정치계를 압박해 왔다. 그 협박은 처음부터 써 먹지도 못할 협박이었나? 순식간에 해제되는 봉구의 봉인이 어이없기까지 하다.
다시 말하지만, 이 모든 얘기는 드라마 내부의 서사 구조만 두고 얘기하는 것이다.
■ 구조적 모순
재하가 봉구를 만나 나누는 대화로 카타르시스를 주려 했던 걸까?
공포 영화의 엔딩이 그러하듯 이 위험이 아직도 지속되리라는 걸 암시하며 마무리가 된다. 내가 없어져도 클럽엠은 다른 후계자를 내세워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클럽 엠은 하나가 아니고 제 2의 , 제 3의, 비슷한 것들도 많겠지. 현실이 그러하듯.
더킹은 여기서 메세지를 주고 싶어했다. 이 드라마가 여태 무엇을 위해 달려 왔는지를 말하고 있다. 전쟁의 위험도 막아 낸 우리는 자신감을 얻었고 그것이 수확이다. 라고.
가만 생각 해 보면 그건 드라마 속 한국 국민들의 수확이다. 실제의 시청자 우리들은? 드라마 속의 위험과 부조리들은 실제에도 여전한데 그들만 수확을 얻었고 우린 그대로 모든 걸 안고 있다. 우린 전쟁을 막아 낸 적이 없으니 자신감도 얻은 게 없다.
게다가, 우린 극 중 인물들의 비극에 스트레스 받았는데, 또 그걸 아직 다 풀 지도 못했는데 그들은 이미 깨끗하게 다 잊고 완전한 카타르시스를 얻었단다. 완벽하게 행복해 보인다. 한 점 티끌도 없이.
뭔가 손해보는 느낌이다. 왜 우리들만 아무 것도 해결 된 게 없고 지난 슬픔들이 남아 있는 걸까?
우리 감정은 우리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이런 무책임한 사람들같으니라고. 결자해지라고. 갈등을 제공한 쪽이 풀어 줘야지.
■ 반갑긴 했지만 -
반가웠긴 한데 - 우는 입에 사탕 물려 주는 것 같긴 했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카타르시스가 아니었다. 그 동안 더킹보며 흘린 눈물이 얼마인데. 재신 공주 사고 당했을 때나 선왕이 착하게 세상을 떠났을 때나 항아가 중국 감옥에서 총을 맞아 애처롭게 쓰러졌을 때나, 은시경이 혹독한 고문을 당할 때도 - 이 정도 단 맛으로 잊기에는 좀 많이 썼단 말이다. 오히려 나와는 달리 너무나도 상큼하게 과거를 잊은 그들에게 약간의 배신감마저.
■ 그렇더라도 더킹에게 감사하며
마지막이 아쉬웠다고는 하더라도 지난 두 달 반 남짓한 동안 더킹이 우리에게 주었던 것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사랑과 용기에 감동받았던 시간들. 그리고 잠시라도 우리의 현실을 돌아 보며 생각케 했던 시간들. 감사한다.
전지 전능한 신도 천지창조를 6일 아닌 사흘 동안 다 하라 했다면 완벽한 세상이 만들어 지지 못했을 것이다. 재미와 메세지, 배우들 캐릭터도 살리고 모든 것을 고려해서 전개한다는 것이 천지창조만큼이나 어렵다는 건 나도 알고 있다. 촉박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의 완성도라는 것은 놀라운 것이다. 어떤 누가 흠집을 찾아 내려 노력한다손 치더라도 더킹 투하츠가 근래 보기 드물게 퀄리티가 높았던 드라마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 감사하고 싶은 건 뛰어난 연출의 이재규 감독. 후반 부 파업으로 인해 장비와 인원이 빠져 나감으로 해서 처음과 같은 화면을 보여 주지 못했다며 아쉬워 했다고 하던데, 대단하다 싶다. 그리고, 다음이 기대된다. 이 정도로도 대단한데 원하는 무기들을 마음껏 쓸 때는 어떤 결과물이 나올 지.
대본에 어디까지 적혀 있었는지는 모르나 내 생각엔 연출의 영역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면 일촉 즉발의 긴장 상황일 때 그것을 가장 긴박감있으면서도 세련되게 연출을 하는 것. 그건 연출의 영역이다. 화면의 구도, 전환 속도, 대사를 주고 받는 속도, BGM을 적재 적소에 꽂는다든지 하는 솜씨들이 모두 잘 어우러져서 시청자들을 화면에 몰입하게 한다. 실제로 이런 솜씨들 덕분에 빤한 대사와 장면도 진부하지 않게 전달이 되기도 했다.
또한 열 번을 칭송해도 모자라지 않은 배우들의 열연들.
"믿고 보는 하지원" 이라는 칭송을 더욱 굳건히 했던 하지원. 그녀의 얼굴 안에 드라마가 있다 - 라는 말은 내가 했던 말이다. ( 관련글 : 우린 로맨스가 그리웠나보다 ,시크릿 가든 ) 다음 번엔 그녀에게 좀 더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원톱 드라마에서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승기 - 주목할 만한 행보의 배우. 이전에 보여 줬던 역할들은 원래의 그가 가지고 있던 이미지들을 활용한 것들이었다. 젊고 발랄하고 건강한 에너지가 매력인 청년의 역할들 말이다. 이제 조금 더 원숙한 정극 배우로서의 영역으로 발돋움했다. 그 자신이 가졌던 이미지들 중 '진중함'과 '영민함'을 더 밖으로 끄집어 내었다.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 지는 것이 보인다. 다음 번엔 또 어떤 성장을 보여 줄까? 사극은? 요즘 너무 트렌드라서 별로일까?
이윤지 - 이 여배우는 CF 스타로 한정되지는 않을 것이 확실하다. 물론 아름답고 매력있으니 CF 모델 섭외가 안 들어 올 리 없을 것이다. 그녀를 사랑하는 팬들은 그 또한 반가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한정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는 배우라는, 불같은 도장을 내 뇌리에 남겼다. 새로운 도전을 즐겨 하는 배우는 기대와 즐거움을 주는 법. 사랑을 주어도 배신하지 않을 배우가 될 것이다.
조정석 - 새로운 재목 발견. 은근 우리 나라 남자 배우들 층이 그렇게 넓지는 않은 편이다. 조정석이 지상파에 진출해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에 감사해하는 것은 그의 팬만은 아닐 것이다. 이 배우의 연기 스타일은 매우 독특하다. 캐릭터의 디테일을 만들어 냄에 있어서 매우 창조적이다. 이전의 어떤 배우도 한 적이 없는 그만의 스타일이 있다. 어떤 배역 하나를 맡겼을 때 조정석이 맡게 되면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깜짝 놀랄 만한 것이 나올 것만 같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윤제문 - 이 악역의 존재감을 능가할 배우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초반 지나치게 판타지 적인 인물로 묘사되어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내 생각엔 드라마 전체에 깔린 사실적인 비극성이 우리를 질식시키지 않게 약간의 허구성을 부여하며 숨구멍을 뚫어 놓으려 의도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비현실적인 캐릭터 묘사에도 불구하고 그의 감출 수 없는 존재감때문에 오히려 더 공포스럽게 만들어 버린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중반 즈음 난 그런 생각을 해 봤다. 윤제문의 친근하면서도 지극히 생활인스러운 외모가 캐릭터와 맞지 않는 건 아닐까 하는. 찰리와 초콜렛 공장의 조니 뎁같이 매끈하면서도 세련된 외모의 배우가 했더라면? 그런 인물과 봉구라는 토속적 이름의 대비가 더 극적일 수도 있고.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것이 안 되는 게 그런 외모에 윤제문의 카리스마와 똘끼를 가진 배우가 우리나라엔 없다. 그건 캐릭터를 조합해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 내는 게임 속에서나 가능한 것일 뿐. 윤제문의 능력에 다른 외모를 가진 이를 조합한 배우란 없다고. 윤제문 밖에 없었고 그가 최선이었다.그래서 윤제문에게 감사하다. 악역 쪽 무게 중심을 제대로 잡아 줘서.
윤여정, 이순재 - 역시 연륜이 헛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 두 배우. 이 드라마 전체의 미묘한 분위기를 잡아 주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윤여정이 맡은 왕대비는 "가족' 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 했고, 왕가 가족이 실재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줬다. 이순재가 맡은 역할도 미묘하기는 매 한가지. 충성스런 신하, 실수하나 이를 덮으려는 인간의 모습, 아들의 아버지로서의 모습. 다양한 면면들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왼쪽부터 정만식, 권현상, 최권, 이도경
리강석 ( 정만식 ) 과 염동하 ( 권현상) , 권영배 ( 최권 ) 의 캐릭터가 매우 강렬했다. 리강석은 우직하며 배신을 모르는 이미지를 구체화시켜 주었다. 또한, 초반 소녀 시대로 반전을 주었던 것이 우리의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염동하는 리강석과 매우 대조적이다. 매끈하고 계산빠르고 약간은 철없어 보이는 이미지를 그려 냈다. 은시경이 적진에 무사히 잠입했다며 무전을 칠 때 염동하의 눈에 고인 눈물이 인상적이었다. 권영배라는 배우는 원래 어떤 이미지일 지 무척 궁금하다. 한 순간 진지한 눈빛을 할 때는 마른 얼굴때문인지 매우 날카롭게도 보이는데 헐랭할 때는 원래 저 배우가 저런 모습일까 참 궁금해진다. 기본적으로 순박한 이미지가 권영배의 기본 캐릭터였다.
더킹 투하츠를 떠나 보내며 이들도 같이 떠나 보내야 한다. 친한 친구들과 이별하는 듯 참 아쉽다.
그리고, 김항아의 아버지 김남일 ( 이도경 ). 이 배우 역시 연기인지 실제인지 헷갈리게 한다. 최고위원에게 반박할 때도 강하게 하지는 못하고 넌지시, 그러나 뼈있게 눈치보며 말하는 것이 매우 사실적이었다. 너무 연극적인 오버 액션이 없는 것이 인상적. 그런데 이 분, 연극하시던 분이라고 - ;; (항아 아버지에 바치는 글 : 더킹투하츠의 가슴 찡한 부성애)
■ 송별사
아쉬움이 있었지만 연출과 배우들의 열연에 감사하며 마지막 인사를 띄우겠다.
더킹 투하츠 팀도 그랬겠지만 드라마를 쫓아 가는 나와 시청자들도 지난 두달 반동안 함께 치열했다. 같이 울고 같이 웃고, 같이 아파하며, 함께 고민했다. 드라마 속 그들에게 진정한 행복과 평화가 찾아 온 것이 실제의 우리에게도 그대로 이어지길 소망한다.
그 동안 제가 쓴 리뷰에 공감하며, 혹은 반론으로 화답해 주었던 많은 분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
우린 더킹 투하츠를 시청했던 시청자라는 공통점이 있었던 사람들이었죠.
* 다들 같이 행복해지자구요~ 항아와 재하처럼 -
사용된 사진들은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인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국의 것입니다.
'드라마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의, 수첩의 발견은 은수의 각성임과 동시에 드라마의 각성이다 - (20) | 2012.09.12 |
---|---|
사건 부재, 신사의 품격 vs 사건 과다, 닥터 진 (25) | 2012.06.05 |
더킹 투하츠, 멘붕 가져온 은시경의 죽음 뒤에는 의문이 ? (113) | 2012.05.24 |
시청자에게 한 판 게임을 신청 해 오다 - 더킹 투하츠 18화 (28) | 2012.05.20 |
너무 리얼해서 슬픈 더킹 투하츠, 재하의 희망이 우리의 미래이다. (31) | 2012.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