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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항아 아버지가 바라는 단 한가지는? 더킹투하츠의 가슴 찡한 부성애


김항아의 아버지가 등장하는 씬에서는 묘한 가슴울림이 느껴진다.

이전 화에서도 항아 아버지가 등장할 때마다 뭔가 짠한 게 있었다. 항아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과 애정. 걱정, 애틋함. 어머니의 사랑과는 다른 부성애의 결 굵음이 또 다른 파동으로 내 가슴에 울려 왔다.


재하와 항아가 키스하는 걸 목격한 항아의 아버지는 처음에 재하를 닥달했었다. 닭잡는 개처럼.

말씀해 보시디요. 내 딸을 좋아한깁니까, 농락한 깁니까?


이 때만 해도 재하가 항아 아버지의 바지 가랑이를 잡고 매달렸었다.

하지만, 약혼이 기정 사실화 되자 항아 아버지는 걱정하게 된다. 딸이 진정으로 행복해지려면 재하의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 딸을 남측에 홀로 놔 두고 북한으로 떠나갈 때 항아 아버지는 무릎을 꿇고 항아를 부탁한다.

내 딸, 알고보면 불쌍한 아입입니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어 따신 정도 못 받고 자랐습니다.
조막만한 손으로 밥도 차리고 청소도 하고 틈만 나면 아버디,아버디-  애교도 부리면서
딸노릇 했다가 아들 노릇도 했다가
나한텐 전부나 마찬가지인 아입니다.
그 아이 사상같은 거 없습니다.
가르치면 가르치는 대로 잘 따라 올 겁니다.

항아가 얼마나 소중한 딸인지 말해주고 있다. 사랑받을만큼 착하고 기특한 아이라는 얘기다. 이 말의 뒷켠에는 항아를 사랑해 달라는 부탁이 숨어 있다. 사상같은 거 없다는 말에도 가슴이 찡했다. 잘 보듬어 달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내 것'이었던 딸을 완전히 '그 쪽으로 보내겠다'는 의미도 들어 있으니까.

결혼할 때 신부의 아버지가 사돈에게 하는 말들의 전형이기도 하다. 부족한 딸입니다. 많이 가르치지 못했으니 부족한 점 너그럽게 안아 주시고 잘 가르쳐 주십시오...

김항아의 아버지도 세상의 모든 아버지와 마찬가지이다. 김항아의 아버지를 보면 우리들의 아버지가 떠오른다. 아마도 그래서 무릎꿇고 조아리며 딸 항아를 잘 부탁한다는 모습 속에 우리들 아버지가 오버랩되어 가슴이 울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나의 아버지는 내가 결혼한 뒤 날 시댁에 떨구어 놓고 혼자 차를 몰고 국도를 운전해 돌아 오던 중 두 세번 가량 갓길에 차를 세워 두어야만 했다. 나중에 어머니께 들은 얘기다. 나를 두고 돌아 오는 길, 눈물이 앞을 가려 운전하는 전방이 잘 보이지 않으셨다고 한다.

나이가 들고 보니 연인들간의 사랑도 아름답게 보이지만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에도 감동을 깊이 받게 된다. 몇 년전 오페라 '리골레토'를 보며 주책맞게 훌쩍거리며 울었던 적도 있다.

귀족들의 어릿광대로 살아가는 리골렛토에게는 숨겨둔 아리따운 딸이 있다. 귀족들의 추잡한 세상을 잘 아는 리골렛토는 사랑하는 딸을 세상으로부터 고이고이 숨겨 둔다. 하지만, 딸은 호색한 공작에게 납치되고 그와 사랑에 빠진다.  리골렛토는 딸을 찾으러 공작의 집으로 찾아 가고. 공작의 집에는 귀족들이 가득 있다. 이 때 아리아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분노였으나 점점 딸을 돌려 달라는 슬픔과 애원조로 노래는 변해간다. - 이 아리아가 압권이다. - 이어서 그 노래를 듣던 딸이 눈물을 흘리며 그의 앞에 나타나는데 잠옷을 입은 모습이다. 이 장면은 이 오페라 안에서 가장 비참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딸 앞에서는 한번도 보이지 않았던 광대복을 입은 모습으로 딸 앞에 리골레토가 나타난 순간이며 딸은 공작에게 능욕당한 잠옷 차림으로 그의 앞에 서는 순간이다. 서로가 비참한 모습으로 마주 서게 되고. 둘이서 아리아를 부르는데 -

내 나이 스무살 때 이 오페라를 보았더라면 아마 울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김항아의 아버지는 1화에서부터 주욱 돌이켜 훑어 보면 말과 행동이 자주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바뀌는 그 이유를 살펴 보면 한결같다. 모든 것의 이유랄까, 목적은 오로지 딸 항아의 행복 이다.
 
1화에서 이재강 국왕과 접견할 때 딸 항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갑자기 목소리 톤이 높아진다. 전형적인 팔불출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체격술도 캬~~ 최곱네다.

딸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가득 가지고 있던 항아의 아버지가 3화에서 인기 많으리라 생각했던 딸의 실상을 알고는 충격을 받는다. 남한 국왕과 있으면서도 대령이 전해 준 얘기에 충격받아 하는 말들이 하나도 귀에 들리지 않는 아버지이다. 그리고는 넌지시 묻는다.

색시감은 찾으셨습니까?

딸의 결혼이 걱정되던 아버지는 남한 왕자와의 결혼도 꽤 괜찮은 카드로 생각된다. 딸을 설득하기 시작하는 아버지.

생각만 해 보라는 거디. 왕자가 남편감으로 어떻냐고 -

5화에서는 항아를 격려한다.

넌 남조선 최고 왕실에서도 이념을 뛰어 넘어 선택할 정도로 고운 아이야. 자신감을 가지라우

그러나, 남한에서 전화가 오길 왕자의 빈으로서 김항아가 배제되었다고 한다.

노랑내 풍기는 에미나이들이 낫겠디요. 그 결혼 잘하시기 바랍네다.

화가 나서 호기롭게 말하고는 전화를 끊었으나 오이 팩중인 딸을 보고는 말을 꺼내기 힘들어 한다. 그에게는 딸의 상처가 더 걱정이 되었으므로


남조선 왕실이 뭘 몰라서 그런기야. 너처럼 결바르고 얼굴 곱고 어른 공경하는 처녀가 어디 있간.
이재하. 택도 없시야. 나 사실 그 우둔 도깨비, 진짜 맘에 안 들었어. 차라리 잘 됐지, 안 기래?


이재하와 약혼 소식이 방송으로 나오자, 항아를 다독이며 하는 말은 그의 일관성을 보여준다.

남조선 일이니 우리랑은 상관없어. 흔들리지 말라.

사실 여부, 사실 확인 등에는 전혀 관심없다. 그가 걱정하고 보호해야 것은 오로지 딸 항아 뿐이다.

그러나, 재하의 사랑고백을 무한 리플레이해서 보는 딸 항아의 모습을 우연히 훔쳐 보게 된다. 그리고, 항아가 설레어 하는 것을 아버지는 알아 챈다. 이어지는 아버지의 걱정. 그 끝은 오로지 딸 항아의 상심이다. 


남자는 말이디, 참 문제야.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어째 그리 잘 해 대는지.

결국 항아가 상처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버지는 재하도 못 믿을 남자들 중 하나라고 애써 폄하하며 항아의 눈치를 살핀다. 그러나, 항아의 대답은? 직접 만나서 밟아주겠다는 말에 당황하는 아버지. 항아의 속마음을 아는 아버지로서는 항아가 걱정될 뿐이다. 그래서, 남북 경계선을 건널 때도 항아에게 재차 다짐을 받았었다.

예의상 만나주는 것 뿐이지 네 대답은 정해져 있는 거야. 거절이디.

어떤 상황의 변화에도 오로지 딸 항아를 보호하는 데에만 집중했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마침내 모든 것이 결정되었음을 느끼고는  남한 왕자, 재하 앞에 엎드렸다.

아버지, 잘 하겠시요

뒤돌아 보고 또 돌아 보고


가다가 몇 번을 돌아 서서 들어 가라는 손짓을 해 보이는 항아 아버지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항아를 남한의 궁에 놔 두고 가는 그의 걱정은 단순히 시댁에 딸을 떨궈 두고 가는 것을 넘어 선 것이다. 언어, 사고, 모든 것이 다른 이국의 땅에 떨궈 놓고 가는 것이다. 그것도 적국.

그래서, 항아가 남과 북의 차이로 인해 힘들어 하고 왕대비의 꾸지람을 받아 속상해 할 때 나도 속상했다. 저렇게 항아가 걱정되어 돌아보고 또 돌아 보았던 항아 아버지의 모습이 오버랩되어서.

힘들어도 차마 아버지에게 울며 전화하지 못해 없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 하소연하는 항아의 모습이 더 슬펐다. 걱정하시는 아버지께 더 걱정을 얹어 드릴 순 없으니까. 아버지께도 힘들다 말하지 못하는 항아의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 그 슬픔과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다음 주엔 항아 아버지의 걱정이 더 커지게 생겼다. 적국의 땅에서 스파이 같은 것으로 의심받아 홀로 맞서야 하는 딸의 모습을 보아야 하니까. 착하고 사랑받아 마땅한 우리 딸 항아가 혼자서 어찌 저 상황을 감당해 내려나? 아버지의 마음은 애가 끓을 것이다.

가뜩이나 홀로 시련을 맞서야 하는 항아가 가련하게 느껴지는데 저 항아 아버지의 돌아 보던 모습을 떠올리면 더 애처로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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