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빠른 전개, 탄탄한 캐릭터들간의 얼개, 화려한 액션들. 어느 하나 빠지는 데 없이 눈길을 잡아 두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우선 시원함을 선사했던 것은 주인공 시티헌터, 이윤성 (이민호)의 액션이었다.
1. 볼펜으로 난간타기
TV에서 이런 참신한 액션을 보게 될 줄 몰랐다. 만화적인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액션이다.
2. 숟가락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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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2초 동안에 8번의 급소 가격이 있었다. 너무 빨라서 캡쳐가 어려울 정도 - 좁은 공간에서 날렵하게 상대의 급소를 가격하는 이 동작은 파워풀하기보다는 날렵한 데서 액션의 묘미를 보여주는 이민호에게 어울리는 것이었다. 이 무술은 필리핀 실전 무술인 '칼리 아르니스'와 동남아 무술등이 혼합된 것이다. 원빈의 '아저씨'에도 쓰였고 근래 할리우드 액션물에서 자주 보이고 있다 한다. TV물이라서인지 포크보다는 조금 온건(!)한 숟가락을 쓴 것에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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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의 필수 요소, 간지 - 어떤 경우에도 각을 잃는 법이 없다. 가방을 낚아 챌 때도 마치 잠시 맡겨 뒀던 내 가방 다시 찾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건네(!) 받는 가오. 목숨걸고 매달리는 절박함은 없다. 이 정도에서 땀을 뺀다면 시대의 영웅이 될 수 없다. 오른쪽 캡쳐는 180도 수평으로 몸 날려 가격하기. 저 화면 오른쪽 아래에 경고문구가 깜빡여야 할 듯 싶다.
"주의, 어린이는 따라하지 마시오 "가 아니라, " 주의, 남자 70킬로 이상은 따라하지 마시오, 여자일 경우 45킬로"
날렵한 몸동작에 캬아~ 감탄이 절로 난다.
3. 와이어 액션
드디어 야외로 진출한 시원한 액션. 눈이 확 트일만큼 시원한 요트장을 배경으로 와이어를 타고 내려가는 이윤성. 대롱대롱 매달린 바디가 짤막했더라면 시원함이 감소되지 않았을까 한다. 기럭지가 감사하다. 강동원도 그렇고 이민호도 그렇고 길고 슬림한 바디가 액션을 할 때는 특유의 시원함과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듯 하다.
강렬하게 대비되는 태양과 그늘
# 1
드라마 전체를 봐도 그렇다. 1편에서 이 모든 복수의 시초를 보여주는 어두움-양부의 세계 -을 보여 주었다면 2편은 모성의 상징물이기도 한 나나의 밝은 세계였다.
누구도 사랑하지 말라던 양부와 혼수상태에서 몇 년간 깨어나지 못하는 아버지를 놓지 못하는 나나는 정확히 반대편에 속한 인물들이다. 친부모가 아니라고 선언한 양부와의 관계는 넓은 식탁 앞 울리는 소리가 공허하다고 느끼는 윤성으로 표현되고 집 안 곳곳 아버지와의 추억이 남아 있는 나나 집의 풍경은 강렬하게 대비된다.
(나나의 아버지 역할로 나오는 배우는 삼순이에서 아버지로 나오던 분. 추억 속의 아빠 전문 배우?^ ^)
그렇다면 윤성은? 이제부터 변할 거야 를 1화에서 말한 이후 두 가지가 섞여진 인물이 되었다.
그리고 시시껄렁 한량이자 복수를 집행해가는 냉철한 파이터로서도 밝음과 어두움이 혼재하는 인물이다.
# 2
캐릭터들마다 약점, 딜레마, 어두움을 갖고 있다.
@ 김영주 (이준혁) 검사 - 뜨겁고 정의로운 피의 멋진 검사 김영주는 이윤성와 같은 길을 가나 싶지만 그 아버지가 이윤성의 처단 대상이기도 하다. 결국은 이윤성과 반대편에서 싸울 수 밖에 없음이 예견된다.
@ 양부 (김상중) - 그 자신 복수로서 정의에 가까와지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그는 마약 딜러이다. 또한 냉혈한이다.
@ 최응찬 (천호진) 대통령 - 바른 소리도 하고 의협심도 있고 무엇보다 이 나라의 대통령이다. 하지만, 그 역시 5적 중의 한 명.
@ 친모 (김미숙) - 끝없는 모성의 상징처럼 보였던 엄마. 피해자이면서 가련하여 순결해 보였던 그녀가 어제 화에서 밝혀진 '요정 출신'이라는 것의 충격. 숨겨진 그녀의 이야기가 펼쳐질 터.
모든 인물들은 다 연결되어 있다. 김영주와 전 애인이자 현 친구인 진세희 (황선희)는 각각 다른 연결고리로 나나와 이어져 있다. 김영주 검사의 부하직원인 사투리 쓰던 여검사가 나나의 고모. 연결고리 확실하니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게 되리라 본다.
# 3
쓸데없는 감정소모없이 생각하고 바로 결단하는 시원함이 통쾌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어제 첫 처단의 대상으로 출연했던 이경완의원(이효정) 의 호연이었다.
저 입꼬리가 확 처지는 표정 연기를 보라 - 이것은 연기의 힘이겠고 내놓는 말마다 어떻게 그렇게 우리가 상상하는 '나쁜놈'의 정형대로 속을 뒤집어 놓으시는지 - 이건 작가의 힘이겠다. 이경완이 내 뱉는 대사를 듣다 보면 '여자가 말이야 - 소는 누가 키우고~!!' 하는 그 개그맨이 생각난다. 자신의 생각 안에 고립되어 본인만 옳다고 믿는 전형적인 꼰대의 모습이다. 이효정이 연기를 잘해 줄수록 시티헌터의 복수라는 감정에 시청자가 이입이 되고 그 모든 처단이 정당화되어 진다. 그런 의미에서 아주 호연이었다. 특히,
" 군번? 내가 어떻게 아나? 군대도 안 가봤는데..." (말해 놓고 나서는 흘낏 주변 기자들을 둘러보는 )
여기가 마지막 힛트였다.
국회에서 연설을 할 때의 장황함, 그리고 마지막 승리의 환호로 의기양양해있는 이경완의 모습을 큰 공간감을 두고 내려다 찍은 카메라가 현장감을 살렸고, 연이어 잡히는 이윤성과 이영주 검사, 양부의 얼굴 클로즈업 샷 - 아래에서 위로 , 혹은 옆에서, 측면 조명을 넣는다든지 다양한 샷으로 순차적으로 보여지는 장면들. 수없이 칭찬하고 싶은 많은 촬영팀의 선전들 중 하나이다.
라이벌도 아니면서 그렇다고 조력자도 아니면서 어쨌든 시티헌터의 다른 쪽 편에 있는 김영주 검사 (이준혁)
주인공 이민호와 구분되는 특유의 매력을 지닌 배우라고 보여진다. 여주인공도 살짝 고민할 만큼 매력으로는 주인공과 비등해야 드라마의 긴장감이 살아나는데 이준혁이 바로 이 역할을 아주 잘 해 주고 있다.
정의로우면서도 약간 헐랭한 매력도 있다. 추측되기로는 이전에 사랑 고백을 했다가 차여본 경험도 있는 것 같다. 연애 따위 모르고 일만 하는 막대기는 아닌 듯 하다. 심장이 말랑한 남자니 앞으로 연애로도 엮일 가능성이 있겠다.
그리고 - 황은경 작가 - 대물의 앞부분과 뉴하트를 맡았던 작가이다. 군더더기 없이 큰 스케치로 밀어 붙이는 솜씨가 대단하다. 솔직히 시티헌터 3화를 보면서 황작가는 천재가 아닐까 라는 생각도 잠깐 했다 ;;; 자신의 밑그림이 명확하고 캐릭터간 유기적 연결들이 거미줄처럼 짜여져 있어서 신뢰감이 간다. 무슨 말이냐 하면, 시청자들 반응을 봐가며 어울리지 않는 로맨스를 필요 이상으로 억지로 구겨 넣는다든가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것이다. 어제도 어느 한 쪽 치우침없이 꽉 짜여진 채로 다 몰고 나가는 것이 너무 멋졌다. 처음 뜻했던 그대로 펼쳐 나가주길 바란다.
인간적으로.... 어제 3화 너무 재미있지 않았나?
얍 ! 퍽~! 딱~! 윽~~
시티헌터가 슈퍼맨같이 어두운 이 시대의 구원수가 되어 준다면? 뉴스 시간에 답답한 것을 볼 때마다 '짱가'를 부르듯이 시티헌터를 마음 속으로 부르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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