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티헌터가 1회를 열었다.
모든 드라마의 1회가 가져야 하는 임무는 무엇일까?
채널을 고정시킬만한 강한 흡입력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스토리의 도입부를 설명해 줘야 하고 풍성하게 변주를 하려면 강렬하면서도 확고한 캐릭터라는 카드를 확실하게 꽂아 줘야 한다.
기실 이 모든 것을 다 만족시키는 퍼펙트한 1화는 매우 힘들다. 볼거리가 풍성해지다 보면 스토리가 약해지거나 스토리의 개연성을 설득하기 위해 '설명'하다보면 지루해진다. 캐릭터가 한 방향으로 선명해지다보면 강렬하기는 하지만 이후 펼쳐 나갈 스토리 얼개에 잔 묘미가 없어지게 될 위험도 있다.
시티헌터 1화는 어느 하나도 빠지지 않는, 보기 드물게 잘 빠진 1화라고 보여진다.
물론 돋보기를 들고 본다면야 어느 한 군데 부족한 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라는 장르는 1화에서 마지막 화로 가면서 성장, 변화해가는 생물체이다. 하나로 완성이 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앞으로 전개될 다음 화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불러 준다면, 또 전개될 스토리의 대략적인 윤곽을 시청자의 머릿속에 그려지게 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 낸다면, 1화의 역할은 다 채워졌다 하겠다. 시티헌터 1화는 1시간여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고 이것은 아주 성공적인 것이다.
독특한 취향, 보기 드문 스케일, 남성적 느낌, 스토리의 속도감, 화면의 속도감, 달콤한 로맨스의 예감까지 -
대략의 정리를 해 보자.
시간은 1983년 10월 9일, 버마 아웅산 테러 사건이 일어나던 그 순간이다. 시티헌터의 주인공인 윤성(이민호)가 태어나던 그 순간, 아웅산 테러가 발생한다. 현장엔 대통령 경호원이었던 윤성의 아버지인 박무열(박상민 扮)이 있었다. 박무열의 동료이자 친한 친구였던 이진표(김상중 扮)는 이후 박무열과 함께 출산을 마친 윤성 어머니(김미숙扮)에게 돌아와 윤성의 탄생을 축하한다.
극적인 도입, 폭파신의 스펙타클함과 스케일로 볼거리,
다소간 잔혹한 리얼리티,속도감.
윤성 부모와 양부간의 관계 설명, 시티헌터의 탄생 배경
- 보여주고 설명하고 - 2가지를 다 충족시켰다 .
테러에 대한 응징으로서 각료 5인은 비밀리에 우리의 요원 21명을 북파시킨다. 그러나 뒤늦게 이 일을 묻어 버리자는 윗 선의 지시를 받고 임무를 마친 요원들을 사살한다. 이미 임무 중 총을 맞았던 박무열(박상민)은 귀환하려했던 잠수함 위에서 사격이 시작되자 김상중을 막아 구한 뒤 장렬히 전사한다. 이진표(김상중)은 - 아마도 - 남은 생을 복수로 채우리라 맹세한다.
다시 국내로 돌아온 이진표(김상중)은 5적 중 한 명인 최응찬(천호진 扮) 앞에 나타나 복수를 선포한다. 그리고, 윤성母인 김미숙에게 아이를 데려가겠다는 쪽지를 남기고 갓난 아기인 윤성을 데리고 동남아로 가서 윤성을 기른다. 김미숙이 새 인생을 시작하는 데 윤성이 짐이 되리라 생각한 듯.
마약등을 한국을 제외한 나라들에 팔며 그 자신이 족장인 무법의 부락을 꾸려 나간다. 또한, 윤성에게 혹독한 훈련을 시키는데 -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며 이유도 모른 채 무술과 사격등을 훈련하며 커 왔던 윤성이 자라 어느 새 18세의 청년이 되었다.
우연히 장터에서 현지 폭력배들에게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던 한국인 배식중(김상호 扮 )을 구하고 집으로 데려 온다. 외항선 선원이었던 배식중은 불법 도박을 하다가 상대편에게 걸린 것이었다. 외부인은 받아 들이지 않고 모두 사살한다는 김상중의 호된 꾸지람에 같은 한국인이라는 정에 호소하며 받아달라고 하는 윤성. 요리솜씨 덕분에 배식중은 기지에서 윤성들과 함께 살아 가게 된다.
윤성에게 배식중을 빼앗기고 호된 창피를 당했던 갱들이 기지를 급습한다. 그 와중에 유모가 죽게 되고 윤성은 심적으로 충격을 받아 복수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적들을 쫓아 간다. 이성을 잃은 상태에서 늘상 조심해왔던 집 앞의 지뢰를 밟아 위기에 처한 순간 김상중이 이를 구하고 다리 하나를 잃는다.
인정과 감성에 흔들려 여러 실수를 거듭하고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고 다치게 만든 자책감에 울며 괴로워하는 윤성. 김상중은 오래된 비밀을 윤성에게 털어 놓는다. 친모와 친부에 관한 이야기를. 십수년을 그리워해 왔던 어머니가 살아 있다는 얘기도 전해 듣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다치게 만든 경험을 한 윤성은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복수라는 목표에 쉽게 이입이 된다. 그리고, 감성적인 자신이 주변을 얼마나 위험하게 만들었는지도 -
이제 나 변할거야. 그게 내 운명이야 -
10년 뒤, 미국에서 공부를 한 28살의 윤성은 한국으로 돌아온다. 정체를 숨기며 살아 가야 할 자신의 운명을 되새기는 윤성과 배식중이 들고 있던 사진 속의 김나나 (박민영 扮 )이 앞으로의 운명을 예고하듯 사람들 사이에서 교차되어진다.
빠른 전개, 속도감, 액션, 화면 때깔 -
특수 필름을 썼다고 하던데 그래서인지 화면의 색감이 남달랐다. 폭발씬에서부터 북한의 바닷가 잠입장면과 북한군의 목을 따는(!) 장면들은 스펙타클했다. 나로서는 조금 잔인하다 싶은 장면이 있기도 했지만 남성 시청자들로서는 리얼함에 흡족했겠다 싶다.
윤성의 시장에서의 추격씬, 나무 위에서의 액션, 기지로 들어온 갱들과의 총격씬등은 리드미컬하게 고조되며 눈을 뗄 수 없었다. 준비와 연습을 꽤나 했겠다 싶기도 했고, 적절한 카메라 앵글과 촬영술로 허술해 보이지 않게 잘 찍기도 했다.
무언가를 응징하는 시티헌터의 역할을 해 내려면 악의 축이 확실해야 한다. 5인의 각료들이 그 축의 역할을 확실히 해 줄 듯 싶다. 천호진이 분한 최응찬은 이 단순 명료한 악의 캐릭터 중에서 복합적인 색깔을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딸인 구하라의 아버지 역할이면서 앞으로 대통령이 될 캐릭터다. 그러다 보니 악하기만 한 단순 캐릭터는 힘들겠다 싶다. 아웅산 테러 사건 때 의견을 리더해가며 가장 정의로운 분노를 뿜어냈던 최응찬이 또한 힘없이 반대 세력들에 무릎을 꿇으며 괴로워하는 대비가 아주 강렬했다.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를 깔고 있는 캐릭터라 이 역을 연기하는 천호진의 열연이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18세 윤성, 밀림에서 사람들과 격리 된 채 야생의 삶을 살아가던 천진난만한 윤성의 역할을 해 내던 이민호의 호연도 좋았다. 7년 뒤 한국에 돌아 온 25살의 윤성은 그 사이에 얼마만큼, 어떻게 달라졌을까? 이 또한 아주 입체적이고 강렬한 캐릭터가 탄생될 만한 스토리 얼개인데 아직까지는 샛별 축에 속하는 이민호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 지도 무척 기대가 된다.
1화를 보고 난 소감은 - 역시 드라마라는 것은 감독과 작가의 주도대로 큰 그림을 엮어가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배우와 스텝들은 그것을 채워가는 재료들이다. 이미 '찬란한 유산' 과 '검사 프린세스' 등을 연출하여 존재감을 확실하게 인지시킨 진혁감독. '뉴하트','대물'등을 집필하여 역량을 인정받은 황은경 작가. 그 명성이 허명은 아니었다.
애니메이션이 원작이긴 하나 동기부여에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려면 완전히 허구에만 베이스를 둘 수는 없는 터. 그래서 아웅산 사건을 모티브로 제시했다. 주인공이 울분을 토하는 대상이 우리의 공통적인 울분의 대상이기도 해야 이입이 될 테니까. 그리고 다소나마 허황될 수도 있는 뻥튀기 상황들은 - 대통령과 대통령 딸, 자신의 정체를 숨기고 활동한다든지 하는 ; - 애니에서 드라마 타이즈로, 그 가장 큰 미덕인 판타지라는 장점을 선물했다.
나쁜 놈들을 화끈하게 싹쓸이하면서 우리에게 통쾌함을 선물할 수 있을까?
이민호는 여성팬층을 넘어서 이 시티헌터로 남성팬을 득할 수 있을까?
대통령이면서 악의 축이기도 한 이 복잡 미묘한 캐릭터는 천호진은 어떻게 그려낼까? 또 작가와 연출은 어떻게 이 상황을?
내 예상으로는 자유 영혼 시티헌터 윤성 (이민호)는 사랑의 결실을 맺기는 힘들 것 같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슬프다.
박민영과의 사랑이 또 얼마나 시청자들을 애닯게 만들건지도 기대된다.
구하라가 양해를 부탁한 발연기가 정말 발로까지 가게 될런지 그것도 약간 궁금;;
어제 1화의 시청률은 TNS 수도권 기준 11.8 % 를 기록했다. 시청률 1위인 '최고의 사랑'이 17.9 % 이다. 20프로를 넘지 않는다는 걸 보면 수목드라마의 파이 자체가 무척 작아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사를 넘어 설 수 있을 지, 넘어서 20 % 대까지도 돌파할 수 있을지, 혹은 이대로 주저앉을지는 4회 정도 지나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리라 본다.
이 정도 퀄리티라면 - 로코물인 최고의 사랑과 구분되어지는 장르로서 충분히 무언가를 기대해 볼 만한 승산이 있다고 본다.
여러분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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