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며 뒤돌아 본 왕궁의 마지막 모습 -
방콕을 다시 오더라도 왕궁을 또 올 일이 있을까? 어쩌면 마지막 보는 모습일 수도 있다.
왕궁을 빠져 나와서 바로 그 옆 작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주차해 놓은 차들이 많았는데 양켠에 다 세워 놔서 왕복으로 차가 다니기 힘들어 보였다.
차들의 앞 유리창 안에는 대부분 햇볕으로 차가 달궈지지 않도록 은박 돗자리같은 것이 덮여져 있었다.
오른쪽 앞의 저것은 툭툭이 -
기사님, 돈 안 버시고 차는 여기 둔 채 어디 가셨나?
이렇게 가판대가 늘어 선 좁은 보행로를 한참을 걸어 갔다.
바나나 굽고 있는 상인도 있었고 잡다한 물건을 파는 상인들로 가득했다.
부산의 국제 시장 옆길처럼 좁고 북적였다.
이렇게 5분 여를 가다가 왼쪽 옆의 조그만 길로 들어서자 -
아래같은 뚜껑덮힌 상가촌이 새로 시작되었다.
이렇게 뚜껑덮힌 상가는 길게 지속되지는 못했다.
20 미터쯤 더 들어가자 이런 분위기는 사라지고 더 좁은 골목길의 시장통 길이 이어졌는데.
왼쪽 편으로는 개방형 식당들, 오른쪽 편으로는 건물로 사면이 다 막힌 식당들이 이어졌다.
개방형이라고 하면 위 지붕만 간이로 있고 벽면이 다 뚫린 노천 식당같은 분위기를 말한다.
그 뚫린 벽 너머로 짜오프라야 강변이 보인다.
중요한 건 그 때까지 꽤 긴 시간 걸었는데도 먹을 만한 식당을 발견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번 정도는 모험을 하고 싶어 우연성에 우리의 운을 걸고 식당을 찾아 나선 것이었는데 서로가 눈치만 보고 있었다. 계속 이렇게 가도 먹을 만한 데가 없는 것 아냐?
날씨는 후덥지근했고 왕궁에서의 긴 보행으로 지쳐 있던 우리는 얼른 시원한 곳에 들어가 앉아 편안하게 식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식당 앞에 내놓고 후라이팬에 무언가 볶고 있는 것들이 내내 보였지만 저게 입맛에 맞을 것인지 먹을 만한 건지, 먹었다가 후회하지는 않을런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요리한다고 때워 대는 불 옆 의자에 앉아 먹을 엄두도 나지 않았고.
그러다가 마침내 이 식당을 발견했다.
문이 닫혀져 있었다. 꼭꼭~!!!
그 말은 이 안에 에어컨이 켜져 있다는 말씀~!
그리고 그 앞에 이런 메뉴 사진판이 걸려져 있었다.
이 안에 들어가 주문을 시키면 적어도 이 정도 모양의 식사를 먹을 수 있다는 얘기?
사진 상으로 보기에도 모든 요리들이 꽤 먹을 만 해 보였다.
더 걷는다고 더 나은 무언가가 우리 앞에 나타날 리도 없을 것 같고 -
일단 들어갔다.
시원함에 마음이 풀어 졌다. 카메라 내려 놓고 모자도 벗어 놓고 크로스백도 내려 놓고. 이 식당의 모든 것을 받아 들일 준비를 했다.
메뉴판을 가져 왔는데 외국인인 우리가 선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한 듯 미소 띤 얼굴로 편히 고르라고 멀찍이 가서 한참을 다가 오지 않았다.
그렇게 해서 고른 건 아래이다.
일종의 팟타이 ( 태국식 볶음 국수 ) 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이후 태국의 큰 백화점에서도 팟타이를 여러 종류로 먹어 보기도 하고 그랬지만 이 곳만큼의 맛은 나지 않았다.
앞에 보이는 건 땅콩 가루이다. 왼쪽에 보이는 작고 동그란 건 라임 조각. 손으로 눌러 짜서 면 위에 끼얹은 뒤 섞어 먹었다.
여기 볶음 국수는 각종 야채도 다양하게 들었고, 뭐랄까 입에 짝짝 달라 붙는 느낌이랄까?
뭐? 시장해서 그랬을 거라고? 조미료가 잔뜩 들었을 거라고?
아닌 것 같다. 남편이 바로 이걸 선택했고 나는 다른 걸 선택했는데 이게 훨씬 더 맛있었다.
나는 건너편의 이 요리에 눈독들였고 남편은 인심쓰듯 한 두 젓가락을 허락해줬다.
더 우리를 기쁘게 했던 건 이 볶음 요리가 우리 나라 돈으로 단돈 2천 5백원이었다는 거다.
백화점 가격의 반이었다.
맛도 좋은데 가격도 저렴하고 - 시원한 에어콘에 주인도 친절. 무엇보다 여기를 누구의 도움없이 우리 손으로 직접 찾아 들어 왔다는 것이 기쁨을 열 배로 만들어 줬다. ㅎ 이 여행에 지금 행운이 따르고 있어 -
왼쪽은 우유에 얼음과 키위를 섞은 것이고, 오른쪽은 스무디이다.
맛은 스무디가 나았다. 가격도 스무디가 약간 더 비싸고.
내가 이걸로 먹었다.
조금 더 비싼 걸 먹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으라고 - 라고 남편이 말했고,
나보다 조금 더 맛있는 국수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라고 - 내가 말했다. 당신이 그걸 먼저 선택했기 때문에 난 다른 걸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고.
내가 먹은 게 이거다. 해물이 잔뜩 들은 국수다.
쌀국수.
짭짤하고 육수맛이 진하며 약간 달착지근했다.
먹을 만 했다. 해물들은 신선했다.
면발은 이렇게 굵은 면.
해물 대신 돼지고기, 소고기, 닭고기, 어묵 등 여러 가지 다른 국물 베이스를 선택할 수 있었다.
남편이랑 둘이 먹으면서 얼마나 뿌듯해 했었는지 -
와, 우린 운이 너무 좋아 ~~ 잘 풀리려나 봐~
이런 데를 들어 오다니 -
기쁨을 누를 수가 없어 상냥한 주인 아주머니께 사진 한 컷을 부탁드렸다.
가게 이름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무슨 베이커리라고 적혀 있었던 것 같다.
빵집이라기엔 - 가게 안 쪽에 빵도 조금 팔고 있긴 했지만 -;
혹 이 가게를 다시 찾아 갈 때 도움이 될까 하고 특징을 떠올려본다면 -
문짝 부분에 SLIDE 라고 적힌 위에 혀를 날름거리는 저 마크. 저기 적힌 글자가 officially listed on ~~ 이다.
어딘가 태국 관광청이라든가 그런 데 좋은 식당 리스트에 올라 가 있다는 게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리고 오른쪽 편에 중절모같은 걸 쓰고 있는 노란 소녀 로고. 그게 이 가게의 공식 로고인 듯 했다.
그 소녀만 확대해 보면 -
방콕의 시장통에 있던 식당의 로고 그림
작은 행운에 아주 기뻐하던 우리는 든든한 배와 식힌 땀으로 다시 2차 관광을 향해 떠났다.
도로 표지판 좌측이 조금 잘려서 안 보이는데 왼쪽 위에 적힌 건 왓 마하탓이다.
우린 지금 국립 박물관을 향해 걷는 중이다.
이런 길도 지나서 - 약간 대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그 때 보이기 시작한 것이
타마쌋 대학이다.
방콕에서는 쭐라룽껀 대학과 함께 명문 대학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박물관에 들어 왔다.
박물관에 볼 게 뭐가 있을까 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나라를 들렀을 때 박물관은 봐야 그 나라를 이해하는 데 기본은 가져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며 - 들어 갔다.
일단 입구의 화장실부터 들어 가서 땀으로 몰골이 된 얼굴을 조금 정리하고 -
그늘에서 달콤한 낮잠을 자는 중인 수위 아저씨인지 누구신지 - ㅎ
다 보고 나올 때까지 비슷한 자세로 계셨다.
박물관 안은 유물을 잘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온도 조절을 좀 해주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 에어콘도 전혀 안 틀어져 있고 좀 거시기했다. ㅎ
그래도 몇몇 개는 건질 게 있었는데 태국의 온갖 다양한 가마들과 수제 인형들이 그것들 중 하나이다. 다음 포스팅에서 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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