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시간 전 이런 기사 제목이 떴다.
이 기사 제목은 무얼 원했던 걸까?
일단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의도는 명문대 교수를 파렴치한으로 보이고자 한다는 것이다. "감히" 라는 단어 자체부터 무척 오만한 느낌이 들어 있다. 교수도 그냥 교수도 아니고 '명문대 교수'이다. 고매한 명문대 교수가 '감히'라는 말로 오만을 떨며 힘없는 초등생에게 손찌검도 아니고 '발길질'을 했으니 이 정도면 아주 나쁜 거지요? 라는 뉘앙스가 전해진다.
기사 내용을 살펴 본다.
자신의 초등학생 4학년 딸이 있는 학교로 찾아간 이 명문대 교수는 담임께 부탁해서 한 남자 어린이를 복도로 불러 낸다. 그리고 배를 발로 차고 머리를 잡고 복도로 끌고 내와 무릎을 꿇리게 했다. 이유는?
전날 이 남학생이 자신의 딸에게 욕설 문자를 반복해서 보냈다고 한다.
'X년아 문자 X냐', '내일 아침에 죽여버린다'
가위표 되어 있어도 대충 저기 대치되는 단어가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이씨라고 지칭되는 이 교수 아빠는 진술하기를 "한달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어 담임께 지도해 달라고 부탁했으나 별 조치가 없어서 그랬다."고 했다한다.그리고 이씨는 연이어 수원교육지원청 인터넷 게시판에 ""폭행은 책임지겠지만 학교 교장과 교감, 담당 교사의 징계를 요구한다." 라고 글을 남겼다고 한다.
지금 며칠을 연이어 자살한 중 2 남학생에 대한 기사가 올라 오고 있다. 오늘도 '엄마 언제 와 라는 문자가 맞고 있어요 라는 의미였다 ' 라는 기사가 떴었다. 제어되지 않는 학생들의 폭행에 대해 주목하는 상황이다. 제대로 이런 것들이 관리되어 지지 않는 교육 현장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폭행을 의미하는 문자가 왔었고 이에 대한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혹은 결과로 나타날만한 '제대로 된' 시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상대는 난폭한 남학생이고 이 쪽은 여학생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국민 정서가 어떤지 알고 있으면서 폭력 학생 쪽으로 치우쳐진 듯한 이런 기사 제목을 낸 의도가 무엇일까, 일단은 그게 흥미롭다.
이미 여론의 방향이 어떻게 날 지 알면서 공정을 가장하여 반대쪽으로 미끼를 제시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예상대로 반응은 다음과 같다.
폭력은 잘못 되었지만 그대로 놔 두었다가는 브레이크없이 달려갈 그 남자 아이의 폭력성향을 고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다. 혹은 행동하는 지식인, 멋지다는 반응도.
요즘 아이들, 학교에서 하지 말란다고 안 하느냐, 체벌이 금지된 학교에서 학생 교화의 방법은 없어졌다라는 댓글도 보았다.
지도를 부탁했으나 별 조처가 없었다는 대목은 어떻게 봐야 할까?
조처가 있게 되면 여자 아이는 집에 가서 말을 했을 것이다. 선생님이 그 애를 교무실로 오라고 했었어 - 라든가 이후 선생님이 그 애랑 나랑 같이 교사 휴게실로 불러서 나한테 사과하라고 했어, 라든가.
조처가 없었다는 것은 말 그대로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고 밖에는 생각이 되지 않는다.
여기서 나는 전치 2 주라는 대목에 주목을 한다.
전치 2주는 병원에서 내 주는 진단서의 최소 단위라고 나는 알고 있다. 뺨만 맞아도 진단서 끊어 달라고 하면 2주로 끊어준다. 저 전치 2주라는 판정은 어떻게 난 것인가?
남자 아이의 부모가 병원에 가서 끊어 준 것임에 분명하다고 생각된다.
이후 사건 정황을 알려주는 내용이 속속 추가되고 있다.
교육청에 올려진 각각 부모들의 글들이 더보기 안에 있다.
진단서를 끊은 것부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된다.
성인 남자가 온 힘을 다해 발길질을 했다면 어린아이는 크게 다쳤을 것이다. 전치 2주라면 거의 다치지 않았다고 봐도 무관하다. 이성을 잃고 온 힘을 다해 때린 것이 아니라 그 와중에도 힘 조절을 했다고 생각된다. ㅡ.ㅡ;;
남자 아이의 부모는 진단서를 떼러 다닐 것이 아니라 여자 아이의 부모인 이씨의 집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빌어야 한다.
진심을 다해 사죄를 해야 한다.
아이를 잘못 가르쳐 이런 일이 생기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얼마나 걱정이 되셨습니까? 같이 자식을 키우는 입장으로서 어린 딸아이에게 온 그런 문자를 보고 얼마나 놀라고 걱정이 되셨을 지 - 생각하면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런 일까지 저지르는 지 부모로써 잘 몰랐던 것은 제 잘못입니다. 제대로 못 가르쳐서 그렇습니다. 애가 더 커서 더 나쁜 일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이렇게 미리 알아 가르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제대로 아이에게 신경쓸 수 있도록 해 줘서 고맙습니다. 이번 한번만 봐 주십시오. 차후에 다시는 우리 애가 그런 짓을 하지 않도록 잘 가르치겠습니다.
문자로 협박을 한 아이나 그에 대해 직접 응징하러 간 아빠의 사연이나 모든 것이 안타까운 일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모가 직접 알아서 손을 쓰지 않으면 사지로 보내거나 혹은, 지도를 부탁했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질 않아 결국 그 무대에 부모가 직접 나타나게까지 만든 교육 현장의 무능력함이 더 답답할 뿐이다.
믿고 맡길 수가 없게 된 학교,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을까?
* 사진 자료는 '언어 폭력' 에 관한 것으로서 본 포스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추가내용 - 댓글에 달아 놓은 내용을 본문에 추가합니다.
양측 부모가 먼저 만나거나 전화통화를 했다면 - 그게 최선이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여러 경우에 대부분, 선생님이 상대 부모의 전화번호를 이 쪽에 가르쳐 주더라고요. 그리고 선생님이 대략의 사건 개요를 말하면서 어떤 방향으로 해결하라고 가이드라인을 말해주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물론 가해쪽 부모가 피해 부모에게 전화를 해야겠지요. 피해자가 사과를 받아내려 전화한다면 따지는 것이 될테고 가해쪽이 전화를 먼저 한다면 자연스럽게 사과의 의미를 담고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니까 매끄러울 겁니다.
이번 경우의 예를 들어 가상시나리오를 짜 본다면 - 남자애 부모쪽에 교사가 전화합니다. 그리고, 여자애쪽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면서 일이 있었던 데 대해 사과하고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시키겠다는 요지로 얘기를 하라고 하죠. 그리고 롤케잌이나 과일등 선물을 남자애를 통해서 여자애한테 부모님과 같이 드시라고 보내게 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 쪽 부모의 사과의 뜻을 아이에게 전달하는 거죠. 애도 부모가 자신에게 사과를 하게 한다는 걸 알게 되구요.
이번 일에 교사가 어떤 중재 노력을 했는지 알 수 없군요. 투서내용에 의하면 교사와 남자애쪽 부모만 서로 상담했던 걸로 되어 있습니다. 피해당사자인 여자애쪽은 배제가 되어 있군요. 왜 그랬을까요? 교사가 남자애 부모에게 먼저 전화해 보시라고 얘기를 안했을까요? 안했다면 그게 일차 잘못입니다. 얘기를 안했더라도 그런 상황을 남자애 부모가 알게 되었는데 왜 남자애부모는 여자애 부모에게 전화를 안 했을까요? 먼저 전화해야 하는 건 남자애 부모쪽입니다. 전화오기 기다리고 있었다면 그게 두번째 잘못이 될 겁니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교사가 전화해서 먼저 사과하고 차후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얘기했는데도 그걸 이행안한 경우입니다. 혹이라도 여자애 부모가 나중에 교사와 남자애 엄마가 그 일로 계속 상담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보통의 경우 무척 화가 날 것입니다. 정작 당사자인 본인을 빼 두고 둘이서 계속 뭘 쑥덕거렸단 말인가?
여자애 부모의 폭력은 잘못 된 게 맞습니다. 적절한 방법이 아닙니다.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가고 어쩌면 나라도 그랬을 수 - 라고 할 수 있지만 잘못 된 건 잘못 된 거겠지요. 발길질 당한 남자애의 엄마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애도 놀라고 무서웠을 겁니다.
하지만, 진단서를 끊은 건 잘못되었습니다. 남자애의 앞으로의 교육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하면 안되는 것입니다. 자신 엄마가 고소를 했다는 건 교수부모의 폭력에 대한 고소이지만 남자애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자기가 잘못해도 엄마가 다 커버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학교가면 의기양양해할겁니다. 잘못한 부분은 딱 잘라서 던져 버리고 피해입은 부분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애한테 전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먼저 사과를 하고 폭력에 대한 사과를 받는 건 그 이후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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