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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재하야, 용기를 내봐. 피할 순 없어 - 더킹 투하츠

 
# 13화의 플롯 구성
 

13 화의 전체 구성은 연속극이 아닌 한 편으로만 두고 봐도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다. 

13화를 보면서 울다가 웃다가 긴장했다가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시청자라면 내 말에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각 인물들마다 저마다의 스토리가 충실히 펼쳐져 나갔다. 그래서 드라마 안에 '사람들'로 꽉 찬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간단히 이 화에서 플롯을 어떻게 두었는지 살펴 보자.

시작과 끝을 '긴장'으로 두었다. 그리고 중간에 놓아 둔 세 번 감동,  정확히 3분의 2 지점에 두어진 멜로씬 으로 구성되어진다. 드라마 구성에서 모범 답안의 하나로 포켓에 꽂아 두어도 좋을 만한 멋진 예가 될 것이다.

# 재하의 도발
시작을 긴장으로 두어서 초반 몰입도를 높였다. 그리고 마지막 WOC 토너먼트 상대팀을 뽑는 씬에서도 긴장감을 주었다. 이것은 다음 화를 위한 엔딩의 법칙에 의해서. 

봉구의 심리를 정확히 꿰 뚫는 재하의 영상 편지는 우리들마저도 시선을 빼앗았다.

10 초 내에 영상편지를 끄는 게 좋을걸?
이라고 초두에 말하는 재하는 이미 봉구가 화면을 끄지 못하리라는 걸 알고 있다. 죽을 힘을 다해 상자를 열려고 노력하리라는 것 또한 재하는 미리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미 형의 키워드를 알아 내려 미쳐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재하는 봉구가 그것을 열기까지 어떤 집착의 과정을 보내 왔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상자를 열지 못하고는 배기지 못해서 열었고, 끄라고 했는데도 호기심에 계속 플레이시키며 영상 편지를 보았던 봉구는 이미 자신이 주도권을 그 순간만큼은 빼앗겼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렇게 흔들리는 순간에 재하는 봉구의 가장 약한 부분을 그대로 쏘아 버렸던 것이다. 봉구가 타라를 향해 쏘았던 그 총알은 실은 자신의 약점을 향해 쏘았던 총알이나 다름없다. 타라를 향한 총소리가 조용한 그 방의 정적을 깨뜨리면서 봉구 자신도 공고히 쌓아 왔던 자신의 성벽이 크게 흔들리고 있음을 깨달았으리.

믿을 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음은 봉구에게 있어 약점이다. 자신이 킹이라고 자신만만한 봉구의 약점을 정확하게 찔러 주었다. 

초두의 이 씬은 봉구가 영상 안에 빠져 들 듯이 시청자의 시선 또한 고정시켰다. 봉구가 호기심이 커져 갈 때 우리도 화면 속에 빠져 들었고 봉구의 분노가 점점 고조되어 갈 때 우리의 심장도 조금씩 더 크게 요동쳤다. 마침내 총소리가 터졌고 우리는 봉구와 재하의 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았다. 이제 시작이군...


# 타라의 피살씬에 대한 재하의 변 
재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조금 더 대범하고 잔인해 질 수도 있는 사람인가 보다. 드라마 초반 항아가 자기 사람이라고 믿기 전 재하가 항아의 가슴에 생채기 냈던 그 깐족거림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타라를 덫에 걸 때부터 재하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여인이 봉구의 손에 의해 죽을 수도 있음을. 그럼 재하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거야? 라고 놀랄 필요는 없다. 재하가 지금 이 사태의 경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왕으로서의 책무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음을. 그리고 그의 적극성에 대해서도.

선왕이 이미 죽었고 동생 재신은 저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재하는 왕이다. 한 나라를 책임지고 있는. 또한 이것은 '전쟁' 이다. woc 에 직접 참가하는 데 있어 재하는 왕이 전쟁에 참전했던 예들을 말한다. 알렉산더, 징기스칸, 광개토 대왕, 장수왕 등. 이것은 타라 작전에 직접 나섰던 자신을 설명하는 것과 다름없다. 

클럽 엠이 너무 힘이 세다고? 더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는데 이것은 재하의 만용일 뿐이라고? 혼자 몸도 아닌 왕으로서 이건 너무 앞 뒤 생각없는 행동이 아니냐고?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옳을 수도 있다. 그 판단의 성격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왕대비 ( 윤여정 )이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왕대비의 대사들이 재하의 행동에 대해 갸웃하는 우리들에게 반대의 예를 들어 교묘하게 설득하고 있다.


#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비겁해지자 , 재하야, 제발    

재신이 저렇게 만든 놈 그냥 둘거야?

그렇게 쎈 놈이라메?

재하야, 너까지 안돼, 재하야 -

엄마 -

윤여정 - 왕대비 - 의 대사에 같이 울었다. 

상대하지마. 그냥 피해. 피하자, 재하야 -
무서운 게 없는 놈이라며.   그런 놈을 네가 왜. 안돼, 재하야.
재강에 현주에 - 내가 누굴 또 어떻게 보내라고 . 안돼, 상대하지 마. 그런 사람은 그냥 -
재강이 네 형이기 전에 엄마 아들이야.
엄마가 다 용서할께. 엄마가 가슴에 묻을께. 그러니까, 우리 조금만 비겁해지자. 
그냥 눈 한번 감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재하야, 엄마 좀 살려줘. 안돼, 너까지 -  
재하야. 오~ 안돼. 재하야. 엄마, 안된다. 안된다, 재하야. 안돼 -


가족을 지키려는 엄마의 마음. 왕으로서 이 나라의 자존감을 지키려는 재하의 판단 - 어느 것이 더 옳을까? 자주권을 지키려다 세상을 떠난 형의 뜻을 이어 가려는 재하의 결정이 만용일까? 그것은 드라마 캐릭터에 관한 호불호의 판단 대상이 아니라 철학과 정치의 다른 테이블로 옮겨 가서 조금 더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어떤 게 더 현명한 일일까? 사실 나도 왕대비가 눈물로 호소할 때 같이 마음이 흔들렸다. 클럽 엠이 얼마나 힘이 센데 - 우리 편이 질 것 같아. 다 죽으면 어떡해. 그냥 명목상이라도 왕권이 살아 있는 그대로 있어 주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 이건 드라마니까 - 드라마에서라도 우리 나라의 자존심을 살려 줄 수 있는 통쾌함을 볼 순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하게 된다.


# 남북 단일팀 팀장이자 예비 약혼녀 김항아씨입니다   


실은 위의 장면이 감동 1 의 장면이다. 왕대비 씬이 감동 2 이고.

봉구의 타라 피격씬으로 시선을 확 당기더니 저 장면이 나왔다. 항아와 재하가 손을 잡는데 가슴이 뭉클했다. 별 것 아닌 씬인데 눈물도 살짝 나려 했다. 왜 그랬을까? 손 잡기 전에 둘이 약간 '쪼으기 3초'를 넣어 줘서 였을까? 그 간 둘이 거쳐 온 고난의 시간들이 빛의 속도로 그 손 위로 오버랩되어서였을까? 그 상징적 의미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둘은 WOC 대회에서 2차전까지 통과하지 못하면 약혼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다. 선왕 추모 콘서트에서 폭탄 선언을 하는 것이다. 왜 이런 바보같은 선언을 했는지 모르겠다. WOC 대회에 드라마의 긴장을 얹어 주려 그랬는 지도 모르겠다. 즉 드라마적 긴장감을 위해서. 실제로 약혼이라는 것이 그런 대회 결과로 바뀔 수 있는 것인가? 사랑한다며? 음...

이해한다면 - 일부 국민들이 이 약혼에 반감있는 것을 알고 있는 재하의 술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를 응원하게 될 국민들이 WOC 대회에서 남북 단일팀의 선전을 응원하면서 그 결과에 대해서도 무리없이 받아 들이게 될 것이라는 계산 말이다. 혹은 만의 하나, 조기 탈락하게 될 경우 어떻게 될까? 같이 힘껏 응원했던 국민들은 결과때문에 헤어지는 이 커플에 대해 동정의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대회에서의 탈락을 만회하는 의미에서라도 둘의 약혼에 대해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대회는 탈락했지만 남북 단합에는 문제없다라는 걸 확인하고 싶은 마음.

예선전에서 행군하겠다고 나섰을 때의 판단과 비슷한 것?  행군한다라고 나서도 주변에서 결국은 말려 줄 것이다라는 생각. 

 
# 전 그 때 별똥별 안 봤습니다. 
감동 3 의 장면이다.


 

옛날에 저랑 별똥별 봤을 때 기억나세요.

전 그 때 별똥별 안 봤습니다.

공주님이 더 반짝반짝 빛났어요.

그리고 지금도 멋지십니다.

 
재하가 WOC 참석으로 한 달 간의 공백이 생길 때 재신 공주더러 섭정을 해 달라고 부탁했다.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는 공주에 대해 사람들은 온갖 억측을 하고 있단다. 몹쓸 짓을 당한 뒤 미쳐 버렸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왕실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서라도 재신은 용기를 내어 사람들 앞에 나타나야 하는 형편이다. 밤마다 악몽을 꾸고 계단 아래로 굴러 자살해 버릴까 하는 생각까지 시시때때 하는 재신 공주. 안정제 없이는 잠을 못 드는 공주다. 도저히 자신이 없던 공주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시경에게 손을 내밀었다.
내가 이런 말까지 하는 것 자존심상하지만..

너밖에 없어. 기댈 사람이 -

있어줘, 부탁이야 -


그리고, 마침내 사람들 앞에 나서야 하는 그 때 무대 뒤에서 떨고 있던 재신 공주에게 시경이 용기를 북돋워 주는 위의 '반짝반짝' 대사를 하게 되는 것이다. 무릎을 꿇고서 예의 그 무뚝뚝한 멋없는 톤의 대사로 - 전 그 때 별똥별 안 봤습니다. - 참 멋대가리 없지만 진심이 담겨 마음이 움직였다. 재신 공주의 눈에 고이는 눈물에 같이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다시 돌아 올 수 없던 '별똥별보다 반짝거렸던 예전의 모습' 이 떠올라 더 애잔해졌다. 비극이 더 비극스러운 건 다가 올 항전의 결의를 다지기 위한 것일 수 있다.


# 뭐 이리 케미가 좋은 커플이 다 있담?  

너무 좋은 눈빛들이 많아서 -

고르기가 정말 힘들었시요

버린 컷들 보면서

피눈물 흘렸시요

뭐 이리 눈빛이 다들 애틋하고 난리 - ^ ^

어린 시절부터 자신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준 이가 하나도 없었다는 재하의 고백. 슬쩍 내미는 항아의 손. 엄마같은 눈빛.

안정제없이는 잠 못 든다는 재신을 차 안에서 보듬어 줄 때부터 항아는 참 따뜻했다. 재신에게 클럽 엠이 오빠 선왕과 자신을 이렇게 만들었음을 알려 주고 기억을 되살려야만 한다고 말했지만 항아는 목표만을 위해 사람을 채근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 이 때도 재하와 '우리 이기자' 며 잔을 부딪쳤지만 목표만 보고 달리느라 옆을 볼 줄 모르는 여자가 아니다. 

이런 항아를 자기의 여자로 안게 된 재하는 행운의 남자. 그리고 항아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 보고  자신의 마음을 내밀어 누울 줄 아는 재하는 멋진 남자. 진심을 보여 주고 그 진심을 보듬어 안아 주는 두 커플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이 커플, 오가는 눈빛이 제대로다. 이렇게 그림이 잘 나오는 커플을 드라마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의미에서 시청자들도 행운이다.


# 그들의 스토리  

은시경이 맡게 될 부분 - 시경은 공주의 전담 호위를 맡으며 공주와 더 연결이 돈독해진다. 또한 시경은 재하의 부탁으로 내부 첩자에 관한 조사를 하게 된다. 이것은 시경과 재하와 더 밀접해진 끈을 말한다. 또한 아버지인 규태와의 긴장이 시작됨을 예고한다.

재신 공주 - 왕실 가족으로서 역할을 맡게 된다. 복수를 하는 데 있어 중요한 키를 쥔 공주이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 그 자신 내부의 벽을 깨는 것부터가 고난의 시작이 될 것이다. 다음 화 예고에서 보였던 재신의 봉변은 대외적인 역할 이전에 개인적 어려움을 깨는 일부터 힘들다는 걸 알려 주려는 봉구의 계략이 아닐까? 큰 용기를 내어 사람들 앞에 섰던 재신이 측은해서 어떻게 볼꼬?

은규태 -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은규태 ( 이순재 )는 이전과는 다른 역할 변신을 맡고 있나 보다. 딱히 나쁜 사람도 아니지만 착한 사람도 아닌 보통의 사람인가 보다. 계획없이 유혹에 흔들렸다가 뒤에 실수했음을 알고도 그걸 인정하기 싫어하는, 다수의 어르신들 중의 한 명이었다. 아들 앞에서 멋진 아버지로 남고 싶어하는 평범한 소망을 가진 아버지이다. 나빠질려고 나빠진 건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흔들렸던 것. 그 결과가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다. 대의를 생각하면 자책감이 들기도 한다. 자신의 실수가 작은 것이었다고 스스로에게 납득시키고 싶어한다. 그냥 그런 어르신이었나 보다.

봉구의 잔인함은 이미 알고 있고 재하도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보통내기가 아니다. 둘의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눈물을 흘리며 어머니 왕대비를 껴안던 재하를 생각하며 우리도 불끈 주먹 쥐고 응원할 준비를 해 본다.  다들 닥본사 -

* 꼬랑지 - 가만 생각하니 재신 공주의 섭정은 재하가 잘못 될 경우 뒤에 막다른 골목은 아니라는 걸 암시하는 것일 수도 있다. 왕실이 그냥 끝나는 게 아니라는 뜻. 재하의 작전이 반드시 해피 엔딩, 성공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뻔하지 않은 결말로 긴장감을 주려는 건가... 끝까지 보라는 뜻인가보다.


*  여기는 밖에 주륵주륵 비가 내려요~~~ GD 처럼 랩을 해 봅니다. - 다들 즐거운 오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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