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다 보는 하지원(김항아 역)의 눈길이 강렬하네요. 심상치가 않죠? 이승기 (이재하 역) 왕자가 이 다음 장면에서 화장실로 끌려가 흠씬 두들겨 맞게 됩니다. 혹, 북한군 장교복을 입은 진지한 하지원의 눈길때문에 이 드라마가 정극이라고 오해하셔서는 안됩니다.
이 볼록 렌즈로 보는 코믹한 느낌이 이 드라마의 진짜 면목입니다. 진지한 드라마 + 위트있는 블랙 코미디 , 이 조합은 이 드라마가 가진 양면화된 매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앞으로 이 둘 사이를 어떻게 줄타기를 하며 끌고 나가게 될 지 보는 것이 관전의 묘미가 될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겠지요. 또한 하지원과 이승기로 보자면, 배우로서의 힘(정극 배우로서)과 타고난 순발력이 합해지면 얼마만큼 파워를 보이게 될까 증명하게 될 것입니다.
■ 입헌 군주제, 가상 설정
이 이야기는 예전 드라마 '궁'처럼 가상 설정 하에 진행되고 있습니다. 입헌 군주제라는 것이지요.
이재하 (이승기)는 왕의 동생입니다. 드라마는 1989년 그의 어린 시절로부터 시작합니다. 왕위 계승자인 그의 형과 가족들이 신궁에 모여 베를린 장벽이 허물어지는 역사적인 순간을 TV로 보는 데서부터 시작하죠. 이후 바로 재하의 형인 이재강의 학교로 장소는 옮겨 갑니다. 교실에서 린치 당하는 재강형의 모습은 존경받지 못하고 실세없는 허울뿐인 왕가의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고 이것을 보고 어린 나이임에도 한치의 망설임없이 도와 주러 달려드는 재하의 모습은 재하의 당돌함과 패기를 보여주는 것이었겠지요.
시간은 흘러 현재가 됩니다. 재하의 형인 이재강은 3대 왕이 됩니다. 그리고 왕족으로서 처음 현역을 마친 이재하는 장교가 됩니다. 현역을 마친다고 모두 다 장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만, 명예 장교직을 수여해주는 것처럼 재하를 속였습니다. 실은 이는 WOC(세계장교대회)에 동생 재하를 참석시키려 형이 약간의 꼼수를 둔 것이었습니다.
북한 고위 관리의 딸인 김항아 (하지원)은 특수부대의 장교입니다. 나이가 꽉 차 결혼을 해야 하는데 예전 TV에 활약상이 소개된 이후로 남자가 옆에 오질 않는다며 울상인 노처녀이기도 합니다. WOC에서 3위 안에만 입상하면 당에서 '될 때까지' 계속 남자를 소개시켜주고 결혼까지 책임지겠다는 약속을 받아 냅니다. 이 약속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지 알 수가 없는 것이 이 말을 하는 선임 장교 조차도 아주 코믹한 캐릭터라서요. 북한이 배경인데도 칙칙하지 않고 밝은 분위기입니다.
WOC에 남과 북은 단일팀으로 출전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한달 동안 합숙훈련을 마친 뒤 6개월 뒤에 대회가 열립니다. 대회는 한달 동안 열린다고 하네요.
억지로 참석하게 된 재하와 항아는 첫 만남에서부터 충돌이 일어납니다. 깝죽거리는 재하를 화장실로 데리고 가 항아가 흠씬 두들겨주거든요. 둘 사이에 뭔가 로맨스가 일어날 듯 한데 안하무인 재하와 뜨거운 군인 피 가득한 항아가 아무 문제없이 로맨스를 이뤄갈 것 같진 않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각각 적국의 왕자요 장교이지 않습니까? WOC 일정을 보니 한달동안 미운 정, 고운 정이 들었다가 헤어져 있는 5개월 사이에 갈등이 고조될 것 같습니다. 중간에 한 두번 어렵사리 재회도 하겠지요. 그리고 마침내 다시 마주치게 되는 장교대회에서 갈등 고조된 뒤 풀리며 대미를 장식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 이미 내 상상 속에서는 결론을 다 내린 ;;;
■ 하지원만이 가진 영역
예전에도 시크릿 가든 리뷰를 쓰며 하지원에 관해 언급한 적이 있었지요.(해당글 링크) 하지원의 얼굴에는 drama가 있다구요. 여성적인 섬세한 부분이 있으면서 또 이것을 이겨내려는 강인함도 느껴진다구요. 그러나 그 이겨내려는 의지가 애처롭게 전해집니다. 약하나 강해지려하고 강해지려하나 꺾이게 되는, 여러 번의 반복되는 내적인 갈등들이 하지원이라는 배우 안에 있습니다. 그래서 드라마가 있다고 말한 겁니다.
배우 자체가 가진 이미지에 생동감이 없어서 각본과 연출의 힘으로 그걸 살려줘야 되는 때도 있지만 하지원의 경우는 그 반대입니다. 배우의 존재감과 생동감이 역할의 캐릭터에 힘을 더 얹어 주고 있습니다.
아무렇게나 묶어 흩날리는 머리카락과 헐렁한 티셔츠, 땀흘리는 모습이 원래부터 자기의 것인양 이렇게 잘 어울리는 여배우가 어디 그리 흔하겠습니까? 격투씬을 찍는다 해도 걱정할 것 없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여배우를 그리 쉽게 찾아 볼 수는 없을 겁니다.
■ 이렇게 세련된 연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묘를 보이다
일일 드라마의 경우엔 이렇게 세련된 연출을 보이기 쉽지 않죠. 가족 드라마의 경우도 스토리의 힘으로 끌고 나가는 것이 주이기 때문에 연출 쪽은 평이한 경우가 많습니다. 미니시리즈의 경우, 그리고 첫 화에서는 화려한 화면과 BGM등을 보여 주는 게 보통입니다.
화려한 화면이라고 한다면 (광고처럼) 속도감을 주기 위해 짧게 끊어 가는 촬영법이 있구요, 고정된 카메라가 아니라 핸디 카메라로 움직이며 찍는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의 시선을 좀 낯선 각도로 넣어 주며 긴장감을 넣기도 합니다. 바닥 쪽에서 위로 찍거나 위에서 내려다 보는 식으로 말이죠.
이런 촬영법을 너무 자주 사용하면 스토리에 집중을 못하게 하죠. 그리고 3화, 4화, 진행될수록 이런 화려한 테크닉들은 조금씩 줄어 듭니다. 스타일에 치중해서 너무 잦은 사용과 오랜 사용으로 산만하게 된 나쁜 사례들도 많이 있습니다.
말로만 하니까 어떤 건지 잘 모르시겠죠?
이것이 왕실 비서실장인 은규태 (이순재)의 첫 등장씬입니다. 각 장면 0.1초 정도로 짧게 나뉘어져 있습니다. 위에서 찍고 계단 올라오는 장면, 이어 발을 보여주고 위에서 찍은 뒤 주변 인물들 사이로 포커싱 된 이순재가 들어 옵니다.
더킹 투하츠 세련된 촬영 장면들 좌로부터 1,2,3,4,5,6
이런 테크니칼한 촬영들은 자주 사용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거나 다음 씬으로 넘어가는 그 초반 부분에만 집중 사용되었습니다. 대사가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얌전히 욕심을 죽이고 인물에만 집중해서 찍어 주었습니다.
각 장면의 긴장감을 고조시켜 주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이 또 BGM 입니다. 적재 적소에 적절하게 들어가 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들어가 음악이 깔리는 줄도 모르고 몰입해서 봤습니다. 이게 최고인거죠. 음악만 돌출되어 들리지 않고 다 같이 뭉뚱그려 녹아 들어간다는 것.
이 세련된 연출의 주인공이 누군가 봤더니 <베토벤 바이러스>와 <다모> 연출을 맡았던 이재규 가 맡았고 <하얀 거탑>의 조연출을 맡았던 송지원도 한 몫했습니다. 촬영감독 이름을 보니 김태성, 곽상훈입니다. ( 제작진 이름을 보러 홈페이지 들어갔더니 빼곡한 스텝들의 이름... 이렇게 작은 글자로 자기 이름을 걸고서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들, 그 묵묵함과 치열함이 감동입니다 )
알려진 대로 각본은 홍진아 입니다. 동생 홍자람 작가와 함께 공동 집필하며 홍자매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요. 로맨스 물에서 캐릭터의 섬세함을 살리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작가입니다. 큰 사건 위주보다는 핑퐁같은 감정 게임 묘사에 능하다고 ;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브 남주를 잘 살려 주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그것들이 홍자람 작가만의 특징일 수도 있습니다. 단독인 홍진아 작가는 다르게 표현할 건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습니다.
■ 인물 관계도
더킹 투하츠의 인물 관계도
방송국 홈페이지에 소개된 인물 관계도입니다. 김봉구가 아직 등장을 하지 않았는데요, 소개글에 의하면 다국적 군사복합체의 지주회사 클럽 M의 회장이라고 합니다. 군수회사가 아닌가 해요. 남북 화해 모드가 진행되자 이에 분개하여 뭔가 일을 진행시키는 것 같습니다.
궁에서도 공주로 나오더니 이윤지가 또 다시 이재신 공주로 나오네요. 뭔가 강단있어 보이는 이미지가 공주에 잘 맞나 봅니다. 왕실 근위 중대장인 은시경은 비서실장인 이순재의 아들이에요. 이재하와 밀고 당기는 신경전을 벌였죠. 실탄을 안에 둔 채 겨누기까지 했구요. 이재하의 안하무인, 경거망동을 제어해 줄 인물이 아닌가 싶습니다. 항아와의 로맨스에 있어서 걸림돌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1화에서 하나의 의문으로 남겨 둔 것은 그 볼펜을 꽂았던 인물입니다.
모든 것들은 사건 발단과 캐릭터 설명을 위해 펼쳐졌던 데 비해 이 볼펜 린치 부분은 뭔가 아껴두었죠. 그 부분의 긴장도는 정말 최고였어요. 어린 재하가 교실 창문 밖을 내다 보고 누군가 그 밖에서 볼펜인 듯한 걸 흔드는 게 비춰졌습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쓴 글, I'm King -
재하의 얼굴이 유리창으로 점점 다가가는 순간 저는 안절부절을 못하고 - ^ ^;; 밖에서 유리창을 확 깰 거 같았거든요. 재하 얼굴에 유리라도 쏟아지면 어쩌나 하는 쓸데 없는 걱정으로 말입니다. 안면 테러는 정작 옆 방송국의 옥탑방 왕세자에서 했더군요.
저만큼이나 강렬하게 암시를 줬으니 뒤에 이어지는 것이 있겠죠. 아이 엠 킹의 의미도 궁금합니다. 내가 왕이다.... 아무래도 저 인물의 정체가 '김봉구'가 될 가능성이 꽤 있겠습니다. 스토리 구조상 가장 강력한 악의 축이 김봉구거든요. 왕실의 존립 자체를 흔들려고 하는 인물이 바로 저 김봉구니까요.
오늘쯤 등장하려나...?
마치 진수성찬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둔 기분입니다. 배우, 대본, 연출 등 모든 것이 기대를 부풀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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