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이 이제 마지막 한 화를 남겨 놓고 있다. 대단원의 막을 내리기 위해 달려가는 숨가쁨이 19화에서 그대로 전해졌다.
처단될 사람은 처단되어야 할 명분을 심기 위해 악인으로 명확하게 정의내려졌고 흐릿하게 엮어져 있던 관계들이 각각의 스토리의 챕터를 마무리 짓기 위해 선명하게 완결되어 갔다.
# 우리 편, 나쁜 편, 이마에 스티커 붙이기
양명군과 윤대형은 딜을 한다. 다소간 형평이 맞지 않는 딜이었는데 그래도 협상은 오케이 되었다. 거사를 일으키기로 한다. 그리고 나중에 공신으로 삼겠다며 거사에 가담할 사람들의 자필 서명들을 받아 낸다.
■ 장씨는 연우를 도와 줄 우리 편이야
자신과 주상을 모두 버리기로 한 아버지 윤대형의 음모를 알아 챈 중전은 나름대로 살 길을 도모한다. 흑주술로 연우를 죽이려 한 것. 임시 도무녀였던 권씨에게 부탁을 한다. '순결한 처녀의 간절한 염원'이 있다면 흑주술은 강력해질 것이라 하니 중전은 그 자신이 재물로 나서게 된다. 불쌍한 - 8년이나 기혼 상태였으면서도 순결한 처녀였다니 -
이를 미리 알아 챈 장씨 도무녀. 막아 낼려고 이미 마음먹고 있었다. 때마침 연우가 도무녀를 만나자 한다. 연우는 눈물을 흘리며 그 간의 고마움에 대해 감사를 한다. 안 그래도 흑주술을 막아 내려고 맘먹고 있었는데 연우의 모습에 더욱 더 불끈 결심하는 장씨. 쇤네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드리겠나이다 -
장씨가 나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간 한 일에 대해서 따져 보자면 완전히 착하다고 할 수도 없는 모호함이 있다. 마지막 남은 한 화에서 연우를 위해 싸우는 장씨의 설명을 위해서라도 캐릭터 정립은 필요했을 것이다. 그리고 극 중 연우와 장씨 사이에도 이런 관계 정리가 필요했을 터. 연우가 장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무 설명없이 그냥 지나친다면 이후 스토리 전개가 부자연스러워진다. 하지만, 뭔가 오버스런 느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저렇게 절실하도록 감사했을까? ;; 저렇게 닭똥같은 눈물이 흐를 정도로? 뭔가 작정하고 넣은 씬같아서 부자연스러웠다.
■ 중전도 알고 보면 불쌍하다고? 천만에 -
이어지는 흑주술. 처녀 중전이 재물로 나서고. 막아 내던 장씨의 조금 더 강력했던 마력 아닌 무력(巫力) 덕분에 권씨가 되려 쓰러진다. 그리고는 장씨의 영이 들어 온 건지 권씨의 몸을 빌린 장씨의 준엄한 꾸짖음.
너는 아무 잘못도 없다고 생각하겠지
그저 피해자라고만 생각하겠지.
허나 틀렸다.
알고도 침묵한 죄
죽음을 방조한 죄
자신의 것이 아닌 자리를 탐한 죄.
성상을 속이고 마지막 참회의 순간을 스스로 이렇게 포기한 죄.
그것이 바로 네 죄다.
중전도 생각해 보면 좀 불쌍한 데가 있긴 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중전은 '나쁜 놈'이라고. 아, 조금 더 polite 한 표현을 쓰자면 '악역'이라고. 중전이 악역으로 매김지어져야 연우가 중전의 자리에 들어가는 것이 정당화된다.
저 대사는 마치 시청자들에게 들으라고 한 얘기같았다. 그리고 원작에는 없던 연우에의 흑주술. 그것을 넣은 이유도 저 대사의 마지막 부분, '마지막 참회의 순간을 스스로 이렇게 포기한 죄'를 넣기 위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초반에 어린 연우에게 여러 모로 해꼬지하는 씬이 나왔던 것도 중전이 악역이라는 것을 심어 주기 위함이었는데 가면서 흐릿해져간 것도 사실. 장렬한 악역의 최후를 위해 흑주술이 들어 갔다. 그리고 간만에 나오는 검은 연기 모락모락, 신비스런 마법의 CG도 볼거리를 선물했다.
■ 공주는 이제 벌을 받아야지
아슬아슬 이어져 오던 염과 공주 사이도 한 챕터가 마무리되는 셧터를 내렸다.
공주 - 자백하고 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저는 죄인이나 아기와 서방님은 죄인이 아니옵니다.
염 - 아기는 연우를 죽인 공주의 아기일 뿐이오. 누이를 죽이고 여태 호사를 누려 온 내가 죄인이오.
자상자상 열매먹던 염 서방님, 냉정하게 손 뿌리치고 돌아선다. 아무리 사랑이 죄는 아니라고는 해도 연우를 죽일 마음을 먹었던 공주가 잘 먹고 잘 살아선 안 된다. 그렇게 죽고 못 사는 염이 손을 뿌리치고 돌아 선 것이 공주에게는 큰 벌이었을 터. 일단 관계 하나 마무리되었다.
■ 눈은 불꽃을 안으면 녹아 사라지는 법
염이 자결하지 않을까봐 저어하던 외척파들은 깔끔하신 성격탓으로 직접 처단하러 자객들을 염에게 보낸다. 귀신같이 알고 나타난 설. 원래도 항상 염 주변을 얼쩡거렸으니 알아 낸 것이겠지. 나서서 샤바샤바하다가 마침내 죽음을 장렬히 맞이한다.
죽으면서 했던 말 중에 스토리 전개와 연결된 중요 대사는 '연우 아가씨는 살아 있습니다' 이다. 염도 이제 연우가 살아 있다는 걸 알게 된 거다. 그리고 설 자신의 존재를 정립하는 대사를 뱉어 주고 숨을 거둔다.
도련님 덕분에
사람이 되었고
여인이 되었고
설이 되었습니다.
설의 죽음을 직감한 장씨와 잔실이는 흩날리는 눈발을 보며 눈물짓는다. 이어 운에게 보고받은 훤과 안에서 듣던 연우도 설의 죽음에 슬퍼한다.
설을 죽인 것 외에도 '나쁜 놈'들의 악행은 점점 더 쌓여 가는데 다른 하나가 대왕대비를 독살시킨 것이다. 뭔가 제 역할을 다 해 버린 이 캐릭터를 계속 안고 간다는 것이 어정쩡했던 데다가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이 외척파들의 악행의 절정 직전을 보여 주기 위해 들어 갔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마지막 관계 정리로는 양명군과 운이 있겠다. 날 벗으로 생각하는가? 와 같은 찜찜한 말을 뱉은 양명군. 아마도 마지막 20화에서 둘 사이에 뭔가 슬픈 일이 일어날 것 같다. 저 말을 주고 받은 것을 배신하게 될 만한 무언가가 -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관계의 확실한 대비를 위해 저 씬이 들어간 듯 하다.
■ 대체 어떻게 사냥하는 날에 반역을 하게 됐냐고?
사냥하는 날 사냥터로 군사들이 대거 빠져 나가게 된다. 궐 안에는 소수의 병력만 남아 있다. 그렇더라도 궐 문은 닫혀 있다. 외부에서 공격해 들어 갈 수는 없다. 하지만, 사냥의 무사 개최를 기원할 제례에 참석하기 위해 왕이 궐 밖으로 나서게 된다면? 역모를 꾀하는 윤대형 일파는 바로 그 순간을 포착할 셈인 것이다.
태양이 하늘에 살거늘
하늘이 태양을 버렸으니
천명이 옮겨가 혁명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러 왔다.
들은 대로 옮겨 적었는데 맞는지 모르겠다.;; 멋진 대사를 뱉더니 드디어 클라이막스에 도달했다.
마지막 화에서 저 팽팽한 긴장을 어떤 식으로 고조시켜 나가고 해결해 나갈 지 너무 궁금하다. 저 씬이 풀려 가는 데에서는 작가의 필력을 그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써야 할 것이고 연출 또한 필생의 스킬들을 모두 발휘해야 할 것이다. 맥없이 모든 것이 다 해결되어도 안 될 것이고 누구나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진부하게 풀려 나가서도 안 될 것이다. 짧은 순간 안에 두 번의 반전이 있다면 우수한 것이고 세 번의 반전이 있게 된다면 무릎을 꿇고 경배할 것이다. 원작을 읽은 이가 많은 것을 알텐데 그대로 나가면서 멋진 연출로 커버할 것인지 세밀한 부분에서 디테일을 달리 할 것인지도 궁금하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뻔하고 진부한 결말이라면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 양명군이 그 간 쌓아 왔던 한과 설움의 이야기들을 훤에게 다 풀어 놓으며 정말로 역모를 할 것처럼 하더니 갑자기 뒤돌아 서서 역신들을 역공격하기 시작한다. 당황하는 신하들. 멀리서 사냥터로 나간 줄 알았던 우리 군사들이 와르르 우와아아아~ 쏟아져 들어 온다. 마치 암행어사 출두요~ 호령에 밀려 들어오는 초립동 군사들마냥.
속은 걸 깨달은 윤대형, 분한 마음에 양명군을 공격하기 시작하고 갑작스런 칼을 피하지 못한 양명군, 쓰러진다. 뒤늦게 운이 그 칼을 되받아 치며 윤대형은 최후를 맞이한다, 피흘리며 누워 있는 양명군에게 훤과 운의 애닯은 대사가 이어지며 양명군의 애잔한 맞대사 - 내 너를 동생으로 더 사랑하지 못한 것이 미안할 뿐이다. 연우낭자를 많이 사랑해다오. 아참. 내가 역적들 명부를 받아 놨으니 잘 써 먹거라.
이럴런지 아닐런지 - 오늘 저녁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꼬랑지 -
GOOD : 오늘 정일우의 연기 멋졌다. 원래도 저렇게 대사톤이 좋았었던가? 마지막 뽑아 드는 클라이막스 카드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 주고 있다.
BAD : 정리해야 될 일들이 많아서인가 각 씬마다 교차되어진다든가 하는 멋을 부린 흔적은 없고 너무나도 각각 독립적이다. 챕터 1 - 자치기놀이하며 여유롭게 시작, 챕터 2 - 연우와 장씨 도무녀 정리, 챕터 3 - 중전의 흑주술 - 이런 식으로 챕터마다 하나씩 사건 해결이다. 보는 이가 더 바빠진다.
다음 로그인 중이시라면 지금 구독 + 하시고 새 글이 올라 올 때 편하게 보실 수 있습니다.
'드라마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해를 품은 달, 염이 받은 벌은 벌이 아니었다?! (12) | 2012.03.17 |
---|---|
해를 품은 달, 시청율은 높았으나 채워지지 못한 완성도 (8) | 2012.03.16 |
해를 품은 달, 절묘했던 두 훤의 만남 (12) | 2012.03.02 |
해를 품은 달, 담배가게 아가씨도 모르는 양명군 (2) | 2012.03.02 |
해를 품은 달, 공주는 어떻게 염과 혼인할 수 있게 되었나? (12) | 2012.0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