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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시티헌터, 욕조씬에서 설레지 않고 걱정되던 이유




 이전 화와 마찬가지로 11화와 12화도  강렬한 엔딩으로 마무리를 했다.

김종식 이사장 집에 잡혀 들어 간 나나와 배식중을 구하기 위해 잠입했던 윤성. 이미 자신의 힘으로 탈출하고 있던 그들을 차로 인도한 뒤 윤성은 자신의 남은 작전을 위해 다시 김종식의 밀실로 향하는데. 김종식의 경호원 - 을 가장한 깡패 ; - 들에게 잡혀 창고로 끌려간다. 죽임을 당하려는 순간 나나가 나타나고 나나는 윤성 대신 총을 맞는다. 그간의 자기 마음에 대한 토로를 독백처럼 건네던 나나는 팔을 떨군다. - 이게 11화 엔딩.

12화에선 온전히 나나 혼자서 위험을 맞는 순간이다. 피가 등장하지 않는 대신에 긴박감을 위해 속도(Speed)가 등장했고 11화 이후 가장 큰 악의 축으로 떠오른 진표(김상중)의 직접, 단독 처단이 나왔다.

윤성에게 사사로운 사랑의 감정을 심어준 나나를 없앨 건지 납치할 건지, 어떻게 하려고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한 것이다. 마트에서 같이 장을 보고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왔을 때 귀신같이 구르기 시작한 토마토들, 주으려고 나나가 혼자 주차장으로 나섰다.  순식간에 윤성과 나나 사이의 자동문이 닫혀져 잠겨버리고 멀리서 돌진해오는 오토바이 한 대, 얼굴 클로즈업되니 단호한 표정의 양부, 진표(김상중)이다.  엔딩  -







사실 11화에서 팔을 떨구어도 우린 나나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다만, 윤성이 저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 나가나가 일단의 궁금함이었다. 또한 고백을 징하도록 해 버린 이후 둘 사이는 어떻게 되나가 궁금했다.  후자가 더 중요하고 더 큰 궁금함이겠다. 이후의 스토리와 가장 크게 연결되어 있으니까.

12화에서도 나나가 어찌 되지 않으리라는 건 안다. 나나는 우리의 여주인공이니까.

역시 다만, 어떻게 타개해나갈 것인지가 궁금하고 어디까지 진행되어 갈 것인지가 궁금한 것이다. 진표는 납치하려했던 것인지, 오토바이로 치려고 한 것인지, 이 상황을 윤성 도움없이 나나 혼자 헤쳐나갈 것인지, 또 액션을 쓸 것인지, 토마토 따위등을 던져서 의외성으로 극복을 할 것인지가 일단은 소소하게 궁금한 것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이제 적의(敵意)를 행동으로 보여준 진표와 윤성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갈까이다.  앞으로의 스토리와 크게 연결되어 있다.

일단은 둘 다 성공한 엔딩이었고 두 화 전체를 통틀어 매우 재미있게 시청을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조금 부족하거나 조금 과하거나 한 부분들이 느껴졌다.


# 너무 나간 진도

나나와 윤성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 한 것이 너무 일렀다. 만약에 마음을 확인 했다고 하면 이 둘은 누구의 방해도 없는 이 공간 안에 단 둘이 있어서는 안된다.
위험하게 느껴졌다.

뭐가?

둘이 이제 거치를 것이 없어진 것이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사이다. 게다가 윤성은 젊고 아름답고 섹시하다. 나나, 저렇게 싱그럽고 예쁘다.  나나의 하얀 셔츠가 물에 젖었다. 이전 화에서 비에 젖은 나나의 모습에 당황해 하며 눈길을 돌렸던 윤성이다. 눈 앞에서 젖은 나나가 저렇게 욕조에 드러누워 있는데 웃고 장난치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나나가 어깨를 다쳤다고? 웃는 저 얼굴을 보라. 고통의 그늘 따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문제가 없을 상태로 보여진다.

윤성이 그대로 표정을 굳히고 목젖으로 침을 꿀꺽 삼키는 장면이 이어진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이 커플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작가의 선택일 뿐이다.  시청자들은 가장 중요한 순간, 작가의 처분(!)만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나나가 윤성의 집에 머물면서 있던 시간들이 길었다. 욕조 씬이 가장 절정이었지만 그 이후에도 있었다.

어슴프레한 조명이 깔린 막힌 공간 - 윤성이 일어서자 자그마한 나나의 덩치와 대비되어 남성성과 여성성이 더 부각되었다. 얼른 나가라고 윤성이 나나를 쫓아 내 준 것이 참 고마왔다. 저렇게 나란히 서서 1초만 시선이 멈추었다면 이후 호흡이 거칠어진다고 해도 자연스러웠으리.

어쩌다가  남녀 주인공의 러브씬을 두려워하게 되는 지경이 되었을까?

알고 있는 밑바닥 지식들을 다 꺼내서 액션 첩보물에서 파트너인 남녀주인공의 관계들이 어떠한 지 잠깐 살펴보자.

 브루스 윌리스의 TV 시리즈 물 데뷔작, '블루문 특급' 에서 금발 머리 여주인공과 깐족거리던 브루스 윌리스의 관계가 그러했다.

X-파일의 멀더와 스컬리가 그러했다. 또한 피어스 브로스넌의 레밍턴 스틸에서도 그러했다. 같은 팀인 남녀 주인공은 언제나 이루어질 듯 말 듯 애간장만 태우다가 진도는 나가질 못했다.

드라마 속 남녀 간에만 밀땅(밀고 당기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와 드라마 사이에도 밀땅이란 게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가이드 라인을 정해두지 않을 경우 '부부탐정'이라는 외화처럼 사람들만 없으면 뽀뽀하고 끌어 안을 위험이 생기는 것이다. 난관이 있어서 그걸 헤치고 어렵사리 사랑을 확인해서 이루어지는 장면은 카타르시스가 있다. '설마 또 뽀뽀하는 건 아니겠지?' 라고 애정씬 남발을 걱정한다는 건 뭔가 잘못되도 많이 잘못되었다. 물론 그렇게 묘사되지 않으리라는 건 안다. 이건 대중들이 모두 보는 15세 관람 tv 물이니까. 그 둘의 진도를 제어할 장치가 드라마 구성 안에 없다는 얘기다.

아마도 다음 화에서 진표로부터 나나를 보호하기 위해 윤성은 어떤 조처를 취하게 될 것이다. 나나가 윤성의 집을 나와서 세희네에 머무르든지 해야한다. 어떤 식으로라든 윤성의 집에 같이 머무르는 건 긴장감이 떨어진다. 이전에 나나집에서 동거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른 것이다. 둘이 애정 확인이 끝난 상태이다.

액션 로맨스 물에 다수가 채택하는 룰이 있다는 건 이유가 있다. 어떤 식으로라든 이 긴장감을 포기하게 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어지는 스토리에서 무리수를 쓰게 될 위험이 있다.


# 볼거리에 대한 과도한 욕심

11화 마지막의 나나의 액션은 과도했다. 분명히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스토리의 묘를 더해서 이 상황을 조금 누그러뜨렸어야 한다. 이 액션씬으로 인해 나나의 캐릭터가 손상을 입었다.

이전에 윤성으로 인해 목숨을 구한 적이 있는 나나가 대등한 관계를 위해 대신 총상맞는 씬이 필요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몸을 날린 액션은 오버였다. 여성스런 몸매에 소녀같은 분위기의 박민영이 소화해 내기에는 무리인 액션이었다. 아무리 청와대 경호원이라고 하더라도, 비록 결과가 방어 실패로 끝났다고 하더라도, 나나에게도 어울리지 않았고 박민영에게도 어울리지 않았다. 과도한 액션없이도 충분히 엔딩으로까지 갈 수 있는 묘는 많았다. 볼거리에 대한 욕심이 조금 과도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윤성의 집에 들어 간 이후 나나의 캐릭터가 살짝 궤도를 벗어난 느낌도 이와 마찬가지 이유에서겠다.

사려깊고 강하던 여성 김나나가 조금 이상했다. 어머니를 걱정하는 윤성과의 대화에서 진지함이 보이지 않는다. 심각한 윤성 뒤에서 식중 아저씨에게 엄마와는 어떻게 된거냐고 너무 쉽게 묻는다. 윤성이가 남인가? 그 커다란 문제를 왜 남 얘기 듣듯이 가볍게 제 3자에게 물어보는가? 식중 아저씨의 '직접 물어봐'가 현명했다.

욕조씬에서는 어깨의 고통도 다 없어졌다. 너무 해맑다. 시티헌터로 살아야 하는 윤성의 커다란 비밀과 아픔을 다 들어 놓고도 모두 잊은 사람같다. 나나가 이런 사람이 아니었단 말이다. 장보러 가자는 윤성 앞에서 '치킨'을 위치는 모습은 또 어떠했나? 이렇게 대 놓고 앵겨서 어쩌자는 건지. 둘 사이엔 이제 거칠 것이 정말로 없어졌나?  둘 사이의 이야기는 모두 완료된 상태인가? 

여태 부모도 없이 외롭게 살아 오던 나나가 누군가에게 보호받고 (식중 아저씨가 요리도 해 주고 ) 가정같은 데 폭 쌓인 느낌이 좋았나보다 라고 이해를 해 보려고도 한다. 하지만, 이는 아무리 봐도  '알콩달콩 로맨스 씬' 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부른 결과다.

남 녀 주인공의 매력이 살아야 드라마가 살아난다. 시티헌터 윤성에게는 자신의 본연의 일에  집중하는 씬이 필요하다. 어떤 경우에도 와이셔츠 소매 걷고 열일하는 남자는 멋있다. 시티헌터의 일이 무언가? 작전 계획을 짜거나 직접 작전을 수행중일 때다. 8화, Lonely night 배경음악을 두고 작전을 짜던 윤성의 모습에 시청자들이 환호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11화에서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해내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였고 12화, 바로 같은 그 공간 안에서 나나와 알콩달콩 이나 하고 있었다. 로맨스와 작전이 섞여 들어가면서 부작용이 나고 있다. 일하는 데 조금 더 진지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연애하면서 '처단'같은 살벌한 걸 할 수 있나? 하는 우려.  좀 더 스무드하게 녹아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나나는? 나나에게는 조금 더 쿨한 대사들이 필요하다. 진정한 조력자로서 윤성 옆에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산뜻한 관계정립이 필요하다. 둘이 좋아 못 죽는 분위기는 도움이 안 된다. 윤성은 틱틱거리듯이 놀리면서 간간이 애틋한 눈빛만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싶고 나나 역시 - 윤성에게 조금은 튕기는 듯한 거짓부렁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자신만이 입수한 정보를 제시한다든지, 액션이 아닌 두뇌와 순발력등에 의한 적재적소의 조력이 필요할 것이다.

가끔 위트섞인 농담을 날린다거나 엉뚱한 실수로 코믹함을 주는 것들이  매력을 더 업시킬 수 있겠다.



# 부족했던 진표 캐릭터

진표가 진정한 악의 축이 되어 가고 있다. 비정한 인물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다소 이해하기 힘들만큼 사이코 패스같은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이건 드라마를 구성하는 양 축의 바란스를 맞추기 위해 철저히 악으로만 칠해진 형국이다.
 
이즈음 영화들 속에서  악역은 '무조건' 나쁘다.  이유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사이코들이 '나쁜놈'이다. 진표가 지금 그렇게 가고 있다.

'납득할 수 없고 할 필요도 없는 인물' 이라고 생각하면 될까?  갑작스레 변해버린 진표(김상중)의 모습에 당혹감이 느껴질 정도다.

윤성의 집에 도청장치를 달았을 때부터 뜨아했다. 미리 힌트라도 좀 주던가. 언제든 윤성이마저도 적으로 돌릴 수 있다라는 진표 마음에 대한 낌새 말이다.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무열에게 독백하는 씬 자체도 늦게 나왔고 또 부족했다.



# 적절했던 것은 -

윤성의 내면을 직접적으로 말하며 표현했던 것은 이것이 유일했던 듯.


 


고전영화의 배우와 같은 자태로 계단을 내려올 때부터 숨이 막혔었다. 이 뛰어난 비주얼의 배우는  아마도 신이 내리신  외모와 감수성, 그리고 열정을 갖고 태어난 게 아닐까? 주인공감은 하늘이 점지하시는 것 같다.

핏덩이를 자기 엄마랑 떨어뜨려놓고
그게 복수때문이라구요?
내 인생을 이렇게 망가뜨려놓고그게 복수때문이라구요?

난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구요.
죽어도 절대로 아버지 용서 못합니다.

제 아버지 복수, 저 혼자 하겠습니다.
전쟁이라고 하셨죠?
그 전쟁 피하지 않겠습니다.

아니요.아버진 절대 절 이길 수 없습니다.

식중 아저씨, 엄마, 그리고 나나
나한테 소중한 세사람한테 손가락이라도 대신다면
제 목숨 걸고 가만 두지 않겠습니다.
이건 제가 아버지한테 드리는 제 마지막 경곱니다.


엄마를 그리워하며 주변에 마음 둘만한 변변한 사람없이 자라 온 외로운 윤성. 그의 입에서 '망가뜨려놓은 내 인생',' 난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구요'와 같은 얘기가 터져 나왔다. 어렴풋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저 외침으로 윤성이 또렷해졌다. 자신의 존재 자체에 대한 아픔인 것이다. 그 비극성을 스스로가 선명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감성 최대치를 끌어 올려서 폭발시켜야 했던 저 씬. 마침 밤늦은 시각, 야외의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윤성의 머리카락을 흩날리게 했고 이것은 그대로 윤성의 흔들리는 마음을 나타냈다. 이 장면이 어찌나 마음을 움직였던지 시헌갤에는 " 윤성아, 바람도 너를 위해 운다 " 라는 에세이가 올라 오기도 했다.

매 씬 감탄스러울 정도의 집중도로 원톱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고 있다. 저 젊은 나이에 - 액션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비중이 높은 원톱드라마를 멋지게 해 내는 걸 보니 감사하기까지 하다.  

아역들이 연기를 잘 하는 경우가 많지만 성인이 되면서 이미지의 한계에 갇혀 버린다. 성인 배우가 갈고 닦고 내면의 성숙을 이뤄 큰 배우가 되어 있을 무렵이면 노련하고 노숙한 배우가 되어 있다. 풋풋한 배역은 할 수가 없다.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윤성을 저 나이에 했기 때문에 더 애틋한 것이고 능수능란 시티헌터의 로맨스가 버터느낌이 안 나는 것도 이민호의 나이덕이다.

살짝 어색해졌을 수도 있는 백허그씬, 한 박자 쉬고 대사를 뱉고, 흔들리는 눈빛 연기로 그 장면에 진정성을 불어 넣었다. 어떤 씬이든 자신 안에 한번 넣어 자신의 체액으로 녹인 후 다시 뱉어내는 신기한 재주가 있다.

덕분에 이런 멋진 시티헌터의 현신을 선물받게 되었으니 난 감사할 밖에 -


# 예상치 -


진표와 달리 한 세대를 지나오고 전해 들은 것이기 때문에 복수에 대한 직접적인 분노가 옅을 수 밖에 없었던 윤성이다. 사랑하지 말라던 진표의 당부가 윤성에게는 그다지 마음에 와 닿지 못했을 수도 있다. 나나를 해치려 하는 것은 윤성의 분노 게이지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일까?

진표는 현재 김검사와 김종식의 대립을 흥미롭게 지켜 보고 있다. 재미있는 게임이 되겠는 걸 - 이라며 2천억원을 김검사에게 보내려고 했었다.

지금 이렇게 윤성에게 무자비한 건 무슨 이유일까? 

윤성이 박무열의 아들이 아닌 건 아닐까? 혹 요정에서 일했다던 친모 (김미숙)과 최응찬 대통령 사이에서 태어났다면? 그리고 경호관이었던 박무열(박상민)이 요정출신 친모와 결혼하게 된 계기도 아직은 밝혀지지 않았다.  대통령과 구면 사이라는 것이 2화에서 밝혀졌었다. 대통령 경호관과 엮어진 요정 출신 친모, 그리고 대통령 -   이 셋의 관계가 수상한 것이다. ^ ^;; 최응찬의 처단을 최응찬의 아들인 윤성이가 하도록 만든다 ?!  좀 막장삘이 나긴 하지만 충분히 예상해 볼 수도 있겠다.  유난히 여동생같은 분위기로 이어지던 다혜와 윤성 사이의 느낌도 - 도덕적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라고 보면 윤성이 '다혜어린이'라고 못박아 두는 것도 이해가 되고.

워낙 잘 만들어지고 있는 작품이다 보니 기대치도 높아지는 듯 하다. 그래서 아쉬운 부분도 더 많이 보이고 -
진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데 대해서는 무언가 큰 것을 숨겨 놓은 때문이 아닐까 하기도 한다.

아... 또 수요일까지 며칠이 남았나 헤아리면서 기다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