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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또다시 마약 엔딩, 극적이었던 시티헌터 엔딩들에 숨겨진 이야기














7화에서는 나나에 의해 옥상에서 피격당하던 엔딩이었다. 8화에서는 건물 난간에 매달린 나나를 구하기 위해 상처가 파열되는 고통을 참고 구하던 윤성의 엔딩이 이어졌다. 참으로 드라마틱한 엔딩들이었다. 다음 화를 기다리는 1주일을 힘들게 했던 엔딩들의 전설을 이어 이번 10화에서도 예의 그 마약 엔딩을 보여주고 있는데 -

이 엔딩에 열광하게 되는 이유는 무얼까?

많은 로맨스물에서 사람들을 달뜨게 만들었던 벽치기 키스의 그림자를 보았기 때문에? 혹은 거친 남자 윤성의  매력이 나나라는 '자기 여자' 앞에서 터트려진 데 대한 감탄? 이건 단순히 시티헌터라는 액션물에 로코가 결합되어 가는 순간일까? 그래서 많은 로코매니아들을 설레게 했던 걸까?

물론 비주얼적인 면에서 엔딩은 매우 인상깊었다. 

나나를 벽에 밀치기 위해 180도 돌 때,  촤르륵 펼쳐지는 쟈켓과 등라인의 움직임도 멋졌고, 난 아무것도 몰라요의 표정으로 청순하게 올려다 보는 나나와 거친 시티헌터의 표정이 대비되어 아름다운 컷을 완성했다.

하지만, 포장이 멋진 건 그 안에 싸여진 내용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이다. 분명 이 포장과 리본 장식 이면에는 무언가가 있다. 이 장면에 가슴이 떨렸던 건 무엇때문일까? 무얼 예감했기 때문에?


윤성과 시티헌터가 혼재했던 순간 -
진실의 인정은 그들의 관계 변화를 의미하는 것




위 캡쳐 컷에서 왼쪽 컷과 오른쪽 컷을 비교해 보라.


저 순간은 진정 - 

시티헌터에서 윤성으로 바뀌는 절묘한 순간 -

 

그리고 - 나나와 윤성 .  그들이 알고 있던 , 그러나 말하지 않던 그 진실을 인정해야만 했던 순간이다.

난 아무것도 몰라요 - 가 아니라 '난 다 알고 있어요 '의 눈빛으로 올려다 보는 나나의 눈빛 -
그들이 지금 진실을 둘 앞에 두고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있다.

나나는 윤성이 시티헌터라는 걸 직감했지만 애써 부정하고 있던 참이다. 윤성 역시 나나가 자기의 정체를 알아 차렸음을 느꼈지만 '아닌 걸로 해 두자'며 나나를 밀어내기 하고 있었다. 알고 있는 걸 윤성도 알지만 '표면적으로는 ' 둘 다 모르는 걸로, 공식적으로는 모르는 걸로, 입 밖에 꺼내지 않기를 룰로 만들고 싶었던 듯 하다. 나나는 김종식에 대한 복수의 방법을 넌지시 윤성에게 말하기도 한다. 


'시티헌터라면 죽이지는 않을 거에요. 그쵸?
김검사한테 데려다 주고 나쁜 사람이라는 걸 세상에 알리는 방법을 쓸 거에요. 시티헌터라면 - "


그렇게 공식적으로 서로가 알면서도 덮어 두었던 진실이 바로 저 순간 둘 앞에 드러났을 때, 이제 그들의 관계는 어떻게 전환이 되는 걸까?

이 궁금증의 최대치가 저 씬에서 터트려졌던 것이다.


윤성에게 나나는 무엇일까? 7, 8화 엔딩이 극적이었던 이유와 연결된다



시티헌터가 시작될 무렵, 이 드라마는 원작 이전의 이야기, 즉 시티헌터 비긴즈에 해당된다고 제작자측에서 밝힌 바 있다.
즉, 시티헌터가 되어 가는 윤성의 성장기를 담고 있다고 봐도 될 듯 싶다. 여기에는 물론 작전을 수행하는 능력의 성장도 포함되겠지만 '인간 이윤성'의 성장기도 담고 있다.

이윤성은 '관계'라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었다. 정글 속 트라이앵글에서 길러졌을 때부터 윤성의 주변에는 지속적이고도 친밀함을 주고 받을 수 있는 관계가 없었다. 엄마를 그리워하지만 엄마는 없었고 자신을 버린 엄마에 대해 애증을 갖고 있다. 유모에 집착을 했고 배식중을 가족처럼 여기는 것도 이런 관계 부재 속,  윤성의 공허함을 나타내는 한 부분이다.

미국 유학시절도 아마 깊은 관계는 없었으리라 추측된다. 원 나잇으로 표현되는 시티헌터의 사랑방식도  그런 오랜 관계 부재 속에서 살아왔던 윤성을 나타냄에 다름 아니다.

그런 윤성이 이 사회 안으로 들어 왔다.

경호처 사람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게 된다.

고기준을 무시하는 듯 틱틱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동생 사연에 같이 공분한다. 대통령 딸인 다혜와 있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흡사 여동생과 오빠가 툭탁거리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은 가볍지만 한 줄기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의 '일상적인 관계'들을 투사하고 있다. 우리에겐 일상이지만 윤성에게는 남의 세계였던 곳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상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경호처 과장, 조금 엉뚱한 매력이 있는 신은아 경호원. 설사약을 나나 대신 먹고는 윤성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다.  뭔가 쿨한 느낌을 주며 윤성을 도와 주고 있는 진세희 동물병원 원장까지.

이제 윤성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관계를 형성해 가고 있다.

물론, 진정한 '관계'라는 것은 상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동반해야 이루어진다. 

여자에 대한 감정 역시 일회성이었을 뿐이었던 윤성이 그 많은 관계들 중 한 축인 '사랑'으로서 나나를 안아 가고 있는 중이다. 진정한 관계를 위해 윤성은 여태 나나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아 오고 있던 참이다.


7화와 8화의 엔딩이 극적으로 보였던 이유도 큰 부분 여기에 있다


'자신이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사랑하는 이를 다치게 할 순 없다'는 윤성이 보였던 것이 7화 엔딩이고 , 이것이 더욱 극대화 된 것이 8화 엔딩이었다.

총상맞은 상처가 찢겨져 가는 고통을 참고 나나를 구했다. 그것도 나나가 쏜 총상이었다. 게다가 아래에는 지켜보는 양부, 이진표 (김상중)의 서슬퍼런 눈길이 있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정체를 양부에게 들켜버린다면 그것은 나나에게도 위험한 일이지만 그 자신, 양부가 말했던 것을 지키지 않은 증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은 나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것이다.

나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 이런 단순한 말은 이 극적인 느낌을 설명하지 못한다.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목숨걸고 지켜야만 할 관계가 윤성에게 생겼다는 드라마(DRAMA) 때문이다.

이것은 정확하게 인간의 성장 이론과 합치한다.

이드, 에고, 수퍼에고 가 인간 내면이 성장해가는 단계이다.
  • 이드 - 배고프면 먹고 배설하고 잠오면 자고 - 생존과 관계된 본능 부분이다. 태어날 때부터 다 갖고 있다.
  • 에고 - 이기적인 자기애 이다. 아이들이 장난감을 친구에게 뺏기지 않고 혼자 놀려하는 것이 에고이다. 자기 만족과 행복만을 추구한다.
  • 수퍼에고 - 친구에게 장난감을 빌려주고 함께 놀아야 친구와의 관계가 생기고, 그것이 멀게 볼 때 자신의 행복에 더 유리하다는 걸 알게 된다. 다른 이의 행복이 자신의 행복추구에 중요함을 깨닫는 이타적 자기애 이다. 사회성과 도덕심이 생김을 뜻한다.

 
윤성이 침대에 누워 혼잣말을 한다.

김나나. 나 좋아하지마..... 너 행복해야 돼....



정확히 수퍼에고의 모습이다. 상대의 행복이 곧 자신의 행복임을 알고 행하는 이타적 자기애.

시티헌터는 윤성의 성장기이고 나나와의 사랑은 그가 사람과의 관계라는 걸 알아가는 인간적 성장기의 가장 큰 부분이다.




현재 아버지의 협박으로  나나 떼어 놓기 작전 중인 윤성.
위 캡쳐 속의 윤성을 보라. 누르지만 솟아 오르는 눈물. 맑은 눈물.
싫으면서도 친구를 얻기 위해 억지로 장난감을 포기해야만 하는 어린아이의 수퍼에고와는 비교가 안되는 아픔이다.

그리고, 상처가 찢어지는 소리가 나고 피를 쏟으며 나나를 구했던 그 순간은 이 모든 것들이 가장 드라마틱하게 구현된 부분이었고 -



 

나나와의 관계 전환이 윤성에게 의미하는 것은?




드라마가 흥행을 위해서는 로맨스를 넣어야 하고 또 사람들이 이에 열광하는 것도 당연하다. 또 홍보를 위해서도 그 부분을 부각시킬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드라마 리뷰를 쓰면서 여기에 포커스를 두고 적는다는 것이 꺼림칙했다.  웬지 그건 윤성이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 작가에 대해서도.

직접 만든 케익을 선물받았는데  거기 얹혀진 초코렛 장식만 칭찬하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시티헌터의 사랑 - 단순한 에로스를 넘어선 사랑을 보여주게 되리라 기대한다.

내가 보기에 아직까지 나나에 대해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많은 듯 하다. 윤성이 나나에 대해 알아가려면(깊은 이해) 더 많은 보여줌의 계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인간 병기로 삼기 위해 사랑과 동정심을 없애고  사람들과의 관계 (엄마와의 관계까지)를 끊어 버리려하는 양부 이진표의 거대한 벽을 어떻게 넘을런지 궁금하다.  작전 수행중에 나나와의 관계가 도움도 되고 방해가 될 때도 있을텐데 나나가 그 부분을 어떻게 보여줄 지도 기대된다.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윤성의 변화다.

사람들과의 깊은 관계에 익숙하지 못한 윤성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느끼게 된 나나를 자신의 일에 얼마만큼, 어떻게 받아 들이게 될런지 -
이것은 윤성의 또 한 계단만큼의 성장을 의미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엔딩, 편집신이 내리다



 


사족이지만, 너무 쓰고 싶어서 - ^ ^;;

숨막히는 엔딩이었다. 절묘하게 계단이나 벽등으로 가려진 채 찰나의 시차를 두고 교차해 가는 김검사와 윤성.
들키려는 찰나 낚아채는 누군가의 손.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앞을 지나가는 김검사. 그 옆의 홀 안에서는 급박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적이라고 생각한 윤성, 엄청난 파워와 기세로 상대를 제압하는데 - 상대는 연약한 여자. 맑은 눈의 나나가 올려다 보고 있고, 순식간에 말랑하게 풀려가는 윤성의 눈빛 - 당혹한 윤성의 얼굴이 엔딩샷으로 정지 - 세피아 톤으로 변화 -

한마디로 '캬~~'

무엇보다 인상깊었던 것은 이 부분의 BGM 이었다. 아직 시티헌터 ost로 시중에 풀리지 않은 모양인데 영상의 긴박감과 비장함을 순식간에 끌어 올리는 멋진 곡이었다. 궁금하신 분은 여기에서 보시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