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만족시키고, 머리를, 그리고 가슴을 만족시키는 드라마 -
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면, 그림액자같은 아름다운 구도, 역동성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배우들의 외모, 패션까지 더해져 눈이 즐거운 드라마. - 스타일리쉬 드라마.
간간이 찰나처럼 던져지는 힌트들을 조합하면 풀어 갈 수도 있을 듯한 미스테리어스함. 심건욱의 과거, 조금씩 진척되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에 대한 추측들. 상상 가능한 예측과 그것이 들어맞는지 조금씩 조합해가는 즐거움이 머리에 만족을 주는 드라마. - 미스테리 드라마.
상처받은 인간 심건욱의 자그마한 파장에 같이 가슴이 떨리고 그의 매력에 흔들리고 재인과의 사랑이 시작되는 것을 보는 설레임으로 가슴이 만족하는 드라마 - 멜로 드라마.
4화의 흐름 - 중심은 재인과의 시작 / 건욱을 보여주다 -
이번 4화의 메인 테마는 '재인과의 사랑', 그 시작이다. 이로 인해 미스테리했던 심건욱이라는 인물의 덮여지지 않은 부분이 보여진다. 인간 심건욱, 남자 심건욱의 새로운 면모이다.
이에 조금씩 드러난 그의 과거는 그를 이해하게 만드는 장치.
조여드는 수사망, 본격적인 해신그룹 내부로 진입, 홍태성에게 접근 시작은 스토리의 진행이다.
여기에 홍태성과 재인의 첫 만남이 있고 이것은 다시 심건욱,재인,홍태성의 삼자의 구도를 이루어낸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심건욱에 대한 정보들과 이로 인해 보여지는 그의 다면적인 매력들, 치밀하게 진행되는 그의 복수극들이 휘몰아친다. 눈으로, 가슴으로, 머리로 이것들을 분석하고 따라잡고 느끼느라 숨이 막힐 정도이다.
# 심 건욱과 재인, 서로를 알게 되다.
드라마의 초입 부분이 아주 흥미로왔다. 재인과 건욱, 그리고 모네의 3자 대면씬.
이야기가 오가고 조금씩 심건욱이 홍태성이 아니라는 것으로 접근해갈 때, 과연 몇 분 후쯤에 그 사실이 밝혀질까 궁금했다. 설마 이 컷 이후로 넘기는 꼼수는 부리지 않겠지? 누구의 입을 통해 밝혀질까? 모네? 아니면, 심건욱? 이에 대한 재인의 반응은? 재인의 반응에 대한 건욱의 대응은?
이 씬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깊이 진행되었고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오호~! 이건 대단한데?
1년을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보다 이 씬 하나로 재인은 자신에 대해 아주 깊은 곳까지 건욱에게 보여주게 되었고 건욱은 재인이 어떤 여자라는 걸 알아내게 된다. 착한 여자라든가 속물같은 여자라든가 이런 단순한 정의로 규명되는 재인이 아니다. 자신의 가장 깊은 치부를 드러내게 된 재인의 분노와 함께 그녀의 솔직함, 또 그 아래 숨겨진 그녀의 상처까지도 보게 된다. 그리고 재인은 드라마 시작 이후 건욱을 알아 차린 제일 첫번째 사람이다.
건욱은 재인의 빨간 속살을 본 사람이고 또한 자신의 베일 너머 모습을 알게 된 사람 역시 재인이다.
서로를 보여주고 알게 된 씬이다.. 지리함없이 이 단 한 씬으로 재인과 건욱이 가장 깊은 곳 너머의 상대를 알게 된 과정이 처리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집약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사실, 그 깊이와 효율성에 놀랐다.
심건욱이 홍태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의 재인의 반응 -
재인이 만약 이성적이고 영리한 여성이라면 그 자리에서 건욱에게 그토록 날 것 그대로의 격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네가 사랑하게 된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으면서도, 모네를 세상으로 가는 끈으로 잡고 있는 재인이 그 녀 앞에서 건욱에게 ' 뭐 이딴 인간이 다 있어? 야 - 웃어? 나쁜 새끼네 - ' 이런 말로 자신의 감정을 뱉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이성적 판단을 하기에는 그녀 자신의 감정처리로도 벅찬 그녀였기에.
그 순간은 모네가 아닌 심건욱이 재인에게 중심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심건욱의 대응. 그녀가 그에게 주변 인물일 뿐이었다면 그는 모네를 혼자 두고 따라 내려가지 않았을 것이다.
- 네가 심건욱이 아니라서 화나고, 홍태성 잡아 보려고 했던 내 마음 들켜서 쪽팔려서 화나고, 한순간이나마 너같은 놈 좋아할 뻔한 내가 한심해서 화난다.
자신을 보여줌과 동시에 건욱에게 마음이 흔들렸음을 살짝 뽀나스로 얹어주는 센스. 재인이 위와 같이 말하자, 건욱 역시 마음으로 화답한다.
- 말리고 싶었어. 비참해 봐야 다신 안 그럴테니까. 거기서 끝낼테니까.
그녀가 속는 상태를 즐기며 놀려 먹을 때의 건욱의 마음은 그의 마음 속에만 있었다. 하지만, 위의 말을 발화한 순간 그의 충고는 그녀에게 건네진 그의 마음이다. 표현되고 전달되어졌다. 자신의 속내를 누군가 앞에서 처음 표현한 순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 때문에 상처받은 재인을 향한 것. 이것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위로였을 것이다. 인간 심건욱, 남자 심건욱이 보여진 순간이다. 차가운 유리가면 아래 숨겨졌던 또 다른 모습을 보니..멋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둘의 스토리. 노을지는 밤바닷가로의 초대. 먼동이 터 오는 것을 보는 혼자만의 얼굴, 심건욱. 차 안에서 잠들어 있는 그녀를 본다. 뭔가 '그의 여자' 를 보는 삘?? 둘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인지. 멋졌다.
그가 그녀를 위로하는 방식 역시 멋진 남자 심건욱을 느낄 수 있었다.
불친절하게 완력으로 그녀를 태우고 드라이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음악을 틀어주고 그녀 스스로가 마음을 풀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어설픈 위로의 말은 건네지 않았다. 선술집에서도 그저 넋두리하는 그녀의 이야기들을 들어주기만 했을 뿐. 터프함과 함께 불친절한 듯하나 자상함을 깔고 있었던 심건욱. 여태까지의 나남 스토리 중 가장 많이 심건욱의 인간적인 부분과 매력을 많이 보여주었던 회가 아닐까 싶다. 치명적 매력이라는 심건욱이 왜 매력있는지 깊이 납득시켰던 회이다.
나도 - 이런 남자에 의해 드라이빙 당하고, 함께 노을지는 바다를 보고 ,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침의 바다, 차 안에서 잠들고 싶다 - 라는 설레임을 갖게 해 주었으니 - 충분히 설득당한 매력이다.
# 조금씩 풀리는 그의 비밀, 과거들
1) 죽은 선영과는 보육원에서 알던 사이이다. 이로써 건욱을 왜 태성이라고 불렀는지가 설명되었다. 처음 입소했을 때의 이름은 홍태성이었을테니까.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다니 '홍태성' 이 아닌 '태성'이라고 부른 이유도 설명이 된다.
또한 그의 아지트로 보여지는 그의 재력의 비밀, 과거의 비밀도 함께 풀린다. 그는 외국에 입양되어 져서 커 왔던 것. 그의 학력이 밝혀지고 심건욱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꽤 괜찮은 백그라운드를 깔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해신그룹 내부로 들어 갈만한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새로 얻게 되는 미스테리는 - 그런 전문 고학력의 졸업장을 가진 그가 왜 스턴트맨이라는 직업으로 있는 지이다. 설마 드라마 상 역동성있는 때깔나는 화면을 위해 그런 직업을 부여한 건 아닐테고 - 복수를 위해 신체 단련을 위해 습득해 왔던 것을 지속 훈련하기 위해서? 설마... ^ ^ ;;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겠다.
2) 또한 이 회에서는 심건욱이 홍태성이라는 사실이 드라마 내의 세상에 처음 밝혀졌다. 시청자들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수사진들에 의해 그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납골당에서 오토바이타고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 뒷모습이나마 - 반장은 보게 된다. 드라마의 말미에 가서는 모든 사실이 해신그룹 일가에게 모두 밝혀지고 어떤 식으로든 파국을 몰고 오게 될 것이지만, 어쨌든 이것이 가장 최초의 밝혀짐이다. 치밀하면서도 끈기있는 전개가 예상된다.
3) 가짜 마약을 건네 주고 태성이, 경찰에 잡혀 곤욕을 치르게 했던 것은 건욱이가 꾸민 일일 것이다. 왜 이런 장난질을 쳤을까? 물에 뛰어들게 한 뒤 그를 붙잡은 것도 건욱이다. 건욱은 태성이가 물에 뛰어든 사람을 보고 같이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했던 듯하다. 하릴없이 잠수복에 산소기를 끼고 물 속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니까 말이다.
죽일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런 장난질을 치는 걸까? 홍사장이 건욱을 일본의 태성에게로 보낼 때 홍사장의 희망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리라는 것은 짐작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짜고짜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은 채 계속 그를 곤경에 처하게 하다니. 건욱은 대체 어떤 작전을 세우고 진행시켜가고 있는 것일까?
건욱의 이런 극적이고도 담대한 행동들이 영화 속 세계를 자주 접하는 스턴트맨이라는 그의 직업의 특성때문일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 눈을 뗄 수 없어 - Can' take my eyes off you
드라마에 몰입하게 했던 요소들 중의 하나 - 아름답고 효과적인 화면.
실내에서는 실내의 느낌이 확실하게 나는 조도. 이야기에 집중하게 했고 건욱의 내면을 보여줄 때는 다른 화질로 보여주었다.
배우의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화면톤. 야외에서는 야외의 빛을 충분히 활용해서 화사하게 연출되었다. 어두웠던 심건욱의 아지트와는 다른 느낌의 밝고 안온한 분위기.
거리를 걷는 평범한 씬에서조차 아웃포커싱으로 중심인물을 살려주고 카메라 초점은 적정 높이에서 건욱을 돋보이게 부각시켜준다.
처음 예전 아버지인 홍회장을 만나던 장면에서 건욱(김남길)의 내면연기를 돋보여 줄 수 있는 또렷한 색감의 화면. 유난히 콘트라스트가 강조된 색감의 화면이었다. 양자대면에 중점을 두고 표현하려했던 화면 구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아름다운 구도와 색감으로 김남길의 간지를 잘 보여주었던 장면이다. 역광으로 비춰들어오는 빛은 감성적인 느낌을 더해주었다.
생생하게 보여주지 않고 뽀얀 안개같은 빛 너머로 보이던 건욱. 미스테리어스한 건욱의 아지트의 느낌을 보여주기도 했고, 그 순간 죽은 선영을 떠올리던 건욱의 상태가 전화기 너머 재인의 환한 화면과 대비되어졌다.
일본으로 떠나던 장면. 화면은 건욱과 재인, 그리고 비행기를 올려다 보는 모네를 차례로 비춰준다. 세 명 모두 이 일본행으로 기대하는 바가 다른 것을 선명하게 대비.
일본에 도착한 뒤 태성과 건욱, 재인을 계속 분할화면에서 교차 편집해 보여줬던 장면. 그들의 엇갈림, 그리고 종국에 셋이 함께 맞닥뜨리게 되리라는 것을 예상하게 했다.
태성이 달리던 씬 - 별 것 아닐 수 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역동적이어서 아름다웠던 씬이다. 물방울 스카프타이에 수트, 그리고 앞 코 긴 구두를 신고 달려가는 배우의 스타일도 멋졌고 화면에도 아주 멋지게 담겼다. 트레인스포팅의 한 장면이 생각날 정도로 간지났던 장면.
어둠 속 화려하게 빛나는 조명의 대비. 선상 파티의 럭셔리함을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빛, 이어지는 수중씬까지 -
드라마를 자주 안 보는 사람이라도 나남을 보게 된다면 아마도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는 때 연출자의 이름을 한번 정도 찾아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연출, 이형민 - 모든 것에 연출자의 의도가, 또 손길이 닿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하얀 빈 공간에 가구들을 배치하고 그림을 걸 듯이 정성스레 데코레이션했음이 느껴졌다. 게다가 거기 놓인 가구들은 아름다운 데다가 충실히 제 역할을 200% 해 내는 효율성까지 갖고 있다. 거기다가 움직이기까지 한다...;;; 아름답게 - 효율성있게 -
연출자가 부럽다. 그에겐 자신의 의도를 충실히 펼쳐 보일 열정과 능력이 있다. 거기다가 그것을 펼쳐 보일 수 있게 도와 주는 역량있는 스태프들을 그는 가지고 있다. 배우들 포함.
배우들이 또 부럽다. 이런 연출자와 스태프를 만나게 된 그들의 행운이. 배우의 노력으로만 드라마를 채워나가고 빛나게 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드라마가 배우들을 채워주고 돋보이게 해 주는 드라마를 만난 것은 그들의 행운이다.
마지막, 그들의 팬들이 부럽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의 팬, 그리고 이 드라마의 폐인이 될 많은 드라마매냐들. 온전하게 배우와 함께 드라마 자체가 빛날 수 있는 작품을 받아 들게 된 것은 그들에게 있어 축복일 것이다.
빛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화면, 그림액자같은 아름다운 구도, 역동성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배우들의 외모, 패션까지 더해져 눈이 즐거운 드라마. - 스타일리쉬 드라마.
간간이 찰나처럼 던져지는 힌트들을 조합하면 풀어 갈 수도 있을 듯한 미스테리어스함. 심건욱의 과거, 조금씩 진척되는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들에 대한 추측들. 상상 가능한 예측과 그것이 들어맞는지 조금씩 조합해가는 즐거움이 머리에 만족을 주는 드라마. - 미스테리 드라마.
상처받은 인간 심건욱의 자그마한 파장에 같이 가슴이 떨리고 그의 매력에 흔들리고 재인과의 사랑이 시작되는 것을 보는 설레임으로 가슴이 만족하는 드라마 - 멜로 드라마.
4화의 흐름 - 중심은 재인과의 시작 / 건욱을 보여주다 -
이번 4화의 메인 테마는 '재인과의 사랑', 그 시작이다. 이로 인해 미스테리했던 심건욱이라는 인물의 덮여지지 않은 부분이 보여진다. 인간 심건욱, 남자 심건욱의 새로운 면모이다.
이에 조금씩 드러난 그의 과거는 그를 이해하게 만드는 장치.
조여드는 수사망, 본격적인 해신그룹 내부로 진입, 홍태성에게 접근 시작은 스토리의 진행이다.
여기에 홍태성과 재인의 첫 만남이 있고 이것은 다시 심건욱,재인,홍태성의 삼자의 구도를 이루어낸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심건욱에 대한 정보들과 이로 인해 보여지는 그의 다면적인 매력들, 치밀하게 진행되는 그의 복수극들이 휘몰아친다. 눈으로, 가슴으로, 머리로 이것들을 분석하고 따라잡고 느끼느라 숨이 막힐 정도이다.
# 심 건욱과 재인, 서로를 알게 되다.
드라마의 초입 부분이 아주 흥미로왔다. 재인과 건욱, 그리고 모네의 3자 대면씬.
이야기가 오가고 조금씩 심건욱이 홍태성이 아니라는 것으로 접근해갈 때, 과연 몇 분 후쯤에 그 사실이 밝혀질까 궁금했다. 설마 이 컷 이후로 넘기는 꼼수는 부리지 않겠지? 누구의 입을 통해 밝혀질까? 모네? 아니면, 심건욱? 이에 대한 재인의 반응은? 재인의 반응에 대한 건욱의 대응은?
이 씬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깊이 진행되었고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오호~! 이건 대단한데?
1년을 가까운 곳에서 생활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보다 이 씬 하나로 재인은 자신에 대해 아주 깊은 곳까지 건욱에게 보여주게 되었고 건욱은 재인이 어떤 여자라는 걸 알아내게 된다. 착한 여자라든가 속물같은 여자라든가 이런 단순한 정의로 규명되는 재인이 아니다. 자신의 가장 깊은 치부를 드러내게 된 재인의 분노와 함께 그녀의 솔직함, 또 그 아래 숨겨진 그녀의 상처까지도 보게 된다. 그리고 재인은 드라마 시작 이후 건욱을 알아 차린 제일 첫번째 사람이다.
- 너나 나나 똑같은 부류의 인간이잖아. 모네에게 접근한 이유가 나같은 것은 아니기를 바란다. -
건욱은 재인의 빨간 속살을 본 사람이고 또한 자신의 베일 너머 모습을 알게 된 사람 역시 재인이다.
서로를 보여주고 알게 된 씬이다.. 지리함없이 이 단 한 씬으로 재인과 건욱이 가장 깊은 곳 너머의 상대를 알게 된 과정이 처리되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집약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사실, 그 깊이와 효율성에 놀랐다.
심건욱이 홍태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의 재인의 반응 -
재인이 만약 이성적이고 영리한 여성이라면 그 자리에서 건욱에게 그토록 날 것 그대로의 격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네가 사랑하게 된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으면서도, 모네를 세상으로 가는 끈으로 잡고 있는 재인이 그 녀 앞에서 건욱에게 ' 뭐 이딴 인간이 다 있어? 야 - 웃어? 나쁜 새끼네 - ' 이런 말로 자신의 감정을 뱉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이성적 판단을 하기에는 그녀 자신의 감정처리로도 벅찬 그녀였기에.
그 순간은 모네가 아닌 심건욱이 재인에게 중심 인물이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심건욱의 대응. 그녀가 그에게 주변 인물일 뿐이었다면 그는 모네를 혼자 두고 따라 내려가지 않았을 것이다.
- 네가 심건욱이 아니라서 화나고, 홍태성 잡아 보려고 했던 내 마음 들켜서 쪽팔려서 화나고, 한순간이나마 너같은 놈 좋아할 뻔한 내가 한심해서 화난다.
자신을 보여줌과 동시에 건욱에게 마음이 흔들렸음을 살짝 뽀나스로 얹어주는 센스. 재인이 위와 같이 말하자, 건욱 역시 마음으로 화답한다.
- 말리고 싶었어. 비참해 봐야 다신 안 그럴테니까. 거기서 끝낼테니까.
그녀가 속는 상태를 즐기며 놀려 먹을 때의 건욱의 마음은 그의 마음 속에만 있었다. 하지만, 위의 말을 발화한 순간 그의 충고는 그녀에게 건네진 그의 마음이다. 표현되고 전달되어졌다. 자신의 속내를 누군가 앞에서 처음 표현한 순간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 때문에 상처받은 재인을 향한 것. 이것은 그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위로였을 것이다. 인간 심건욱, 남자 심건욱이 보여진 순간이다. 차가운 유리가면 아래 숨겨졌던 또 다른 모습을 보니..멋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둘의 스토리. 노을지는 밤바닷가로의 초대. 먼동이 터 오는 것을 보는 혼자만의 얼굴, 심건욱. 차 안에서 잠들어 있는 그녀를 본다. 뭔가 '그의 여자' 를 보는 삘?? 둘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인지. 멋졌다.
그가 그녀를 위로하는 방식 역시 멋진 남자 심건욱을 느낄 수 있었다.
불친절하게 완력으로 그녀를 태우고 드라이빙을 시작했다. 그리고 음악을 틀어주고 그녀 스스로가 마음을 풀 수 있도록 해 주었다. 어설픈 위로의 말은 건네지 않았다. 선술집에서도 그저 넋두리하는 그녀의 이야기들을 들어주기만 했을 뿐. 터프함과 함께 불친절한 듯하나 자상함을 깔고 있었던 심건욱. 여태까지의 나남 스토리 중 가장 많이 심건욱의 인간적인 부분과 매력을 많이 보여주었던 회가 아닐까 싶다. 치명적 매력이라는 심건욱이 왜 매력있는지 깊이 납득시켰던 회이다.
나도 - 이런 남자에 의해 드라이빙 당하고, 함께 노을지는 바다를 보고 , 그가 지켜보는 가운데 아침의 바다, 차 안에서 잠들고 싶다 - 라는 설레임을 갖게 해 주었으니 - 충분히 설득당한 매력이다.
# 조금씩 풀리는 그의 비밀, 과거들
1) 죽은 선영과는 보육원에서 알던 사이이다. 이로써 건욱을 왜 태성이라고 불렀는지가 설명되었다. 처음 입소했을 때의 이름은 홍태성이었을테니까.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다니 '홍태성' 이 아닌 '태성'이라고 부른 이유도 설명이 된다.
또한 그의 아지트로 보여지는 그의 재력의 비밀, 과거의 비밀도 함께 풀린다. 그는 외국에 입양되어 져서 커 왔던 것. 그의 학력이 밝혀지고 심건욱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꽤 괜찮은 백그라운드를 깔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해신그룹 내부로 들어 갈만한 중요한 키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오히려 새로 얻게 되는 미스테리는 - 그런 전문 고학력의 졸업장을 가진 그가 왜 스턴트맨이라는 직업으로 있는 지이다. 설마 드라마 상 역동성있는 때깔나는 화면을 위해 그런 직업을 부여한 건 아닐테고 - 복수를 위해 신체 단련을 위해 습득해 왔던 것을 지속 훈련하기 위해서? 설마... ^ ^ ;;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겠다.
2) 또한 이 회에서는 심건욱이 홍태성이라는 사실이 드라마 내의 세상에 처음 밝혀졌다. 시청자들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수사진들에 의해 그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납골당에서 오토바이타고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 뒷모습이나마 - 반장은 보게 된다. 드라마의 말미에 가서는 모든 사실이 해신그룹 일가에게 모두 밝혀지고 어떤 식으로든 파국을 몰고 오게 될 것이지만, 어쨌든 이것이 가장 최초의 밝혀짐이다. 치밀하면서도 끈기있는 전개가 예상된다.
3) 가짜 마약을 건네 주고 태성이, 경찰에 잡혀 곤욕을 치르게 했던 것은 건욱이가 꾸민 일일 것이다. 왜 이런 장난질을 쳤을까? 물에 뛰어들게 한 뒤 그를 붙잡은 것도 건욱이다. 건욱은 태성이가 물에 뛰어든 사람을 보고 같이 뛰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했던 듯하다. 하릴없이 잠수복에 산소기를 끼고 물 속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니까 말이다.
죽일 것도 아니면서 왜 그런 장난질을 치는 걸까? 홍사장이 건욱을 일본의 태성에게로 보낼 때 홍사장의 희망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리라는 것은 짐작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접근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짜고짜 자신을 드러내지도 않은 채 계속 그를 곤경에 처하게 하다니. 건욱은 대체 어떤 작전을 세우고 진행시켜가고 있는 것일까?
건욱의 이런 극적이고도 담대한 행동들이 영화 속 세계를 자주 접하는 스턴트맨이라는 그의 직업의 특성때문일까라는 생각도 해 보았다.
# 눈을 뗄 수 없어 - Can' take my eyes off you
드라마에 몰입하게 했던 요소들 중의 하나 - 아름답고 효과적인 화면.
실내에서는 실내의 느낌이 확실하게 나는 조도. 이야기에 집중하게 했고 건욱의 내면을 보여줄 때는 다른 화질로 보여주었다.
배우의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화면톤. 야외에서는 야외의 빛을 충분히 활용해서 화사하게 연출되었다. 어두웠던 심건욱의 아지트와는 다른 느낌의 밝고 안온한 분위기.
거리를 걷는 평범한 씬에서조차 아웃포커싱으로 중심인물을 살려주고 카메라 초점은 적정 높이에서 건욱을 돋보이게 부각시켜준다.
처음 예전 아버지인 홍회장을 만나던 장면에서 건욱(김남길)의 내면연기를 돋보여 줄 수 있는 또렷한 색감의 화면. 유난히 콘트라스트가 강조된 색감의 화면이었다. 양자대면에 중점을 두고 표현하려했던 화면 구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아름다운 구도와 색감으로 김남길의 간지를 잘 보여주었던 장면이다. 역광으로 비춰들어오는 빛은 감성적인 느낌을 더해주었다.
생생하게 보여주지 않고 뽀얀 안개같은 빛 너머로 보이던 건욱. 미스테리어스한 건욱의 아지트의 느낌을 보여주기도 했고, 그 순간 죽은 선영을 떠올리던 건욱의 상태가 전화기 너머 재인의 환한 화면과 대비되어졌다.
일본으로 떠나던 장면. 화면은 건욱과 재인, 그리고 비행기를 올려다 보는 모네를 차례로 비춰준다. 세 명 모두 이 일본행으로 기대하는 바가 다른 것을 선명하게 대비.
일본에 도착한 뒤 태성과 건욱, 재인을 계속 분할화면에서 교차 편집해 보여줬던 장면. 그들의 엇갈림, 그리고 종국에 셋이 함께 맞닥뜨리게 되리라는 것을 예상하게 했다.
태성이 달리던 씬 - 별 것 아닐 수 있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역동적이어서 아름다웠던 씬이다. 물방울 스카프타이에 수트, 그리고 앞 코 긴 구두를 신고 달려가는 배우의 스타일도 멋졌고 화면에도 아주 멋지게 담겼다. 트레인스포팅의 한 장면이 생각날 정도로 간지났던 장면.
어둠 속 화려하게 빛나는 조명의 대비. 선상 파티의 럭셔리함을 느끼게 해주는 따뜻한 빛, 이어지는 수중씬까지 -
드라마를 자주 안 보는 사람이라도 나남을 보게 된다면 아마도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는 때 연출자의 이름을 한번 정도 찾아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연출, 이형민 - 모든 것에 연출자의 의도가, 또 손길이 닿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하얀 빈 공간에 가구들을 배치하고 그림을 걸 듯이 정성스레 데코레이션했음이 느껴졌다. 게다가 거기 놓인 가구들은 아름다운 데다가 충실히 제 역할을 200% 해 내는 효율성까지 갖고 있다. 거기다가 움직이기까지 한다...;;; 아름답게 - 효율성있게 -
연출자가 부럽다. 그에겐 자신의 의도를 충실히 펼쳐 보일 열정과 능력이 있다. 거기다가 그것을 펼쳐 보일 수 있게 도와 주는 역량있는 스태프들을 그는 가지고 있다. 배우들 포함.
배우들이 또 부럽다. 이런 연출자와 스태프를 만나게 된 그들의 행운이. 배우의 노력으로만 드라마를 채워나가고 빛나게 하는 드라마가 아니라, 드라마가 배우들을 채워주고 돋보이게 해 주는 드라마를 만난 것은 그들의 행운이다.
마지막, 그들의 팬들이 부럽다. 이 드라마에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의 팬, 그리고 이 드라마의 폐인이 될 많은 드라마매냐들. 온전하게 배우와 함께 드라마 자체가 빛날 수 있는 작품을 받아 들게 된 것은 그들에게 있어 축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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