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아늑하고 안락했던 씨엠립 공항
여행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것들-
이 곳은 씨엠립 공항이다. 캄보디아 여행을 끝내고 베트남으로 이동하기 위해 들어왔다.
천정의 붉은 장식이 작은 이 공간을 화사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여행을 다니면서 비교할 만큼 충분히 많은 공항을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이 씨엠립 공항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을 듯 하다.
또 반대의 이유로 여러 모로 기억에 남은 하노이의 노이바이 공항과 함께 말이다.
체크인 하기 전의 공항 로비. 밤 9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리는 7시도 안 된 시각에 짐을 부치러 이미 이 곳에 와 있었다.
가이드 상아씨와 화물로 보낼 짐들을 정리해서 부치고 남는 시간동안 우리는 공항 안을 배회했다.
2.5달러짜리 캔콜라를 하나 사고 2달러짜리 초코바를 하나씩 사서 먹었다. 캄보디아 온 이후 최초로 먹는 공산품 군것질인 듯 싶다.
달콤한 초코바의 맛이 환상이었다.
1달러 구걸하던 소녀들이 또 생각난다. 어쩌면 그 아이들은 이걸 평생 한번도 못 먹어 볼 수도... 그렇지 않기를 -
당분간은 과자 먹을 때마다 그 얼굴들이 떠오를 듯 하다.
씨엠립 공항 내부
씨엠립 공항 내부 - 클릭하면 커짐 - |
컴퓨터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여행객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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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은 메뉴판이다. 클릭하면 커진다.
8시가 다 되어 여권을 체크하고 들어왔다. 아직 비행기가 뜨려면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이 안의 가게들은 면세점이 아니란다. 자세히 보면 간판에 DUTY FREE 가 아니라 DUFRY SHOP 이라고 적혀 있다. 위 사진의 오른쪽을 보면 soma flowers 라는 것이 보일 것이다. 거기가 캄보디아 토속 공예품등의 상품을 파는 코너다. 들어가니 웬 젊은 백인 남자가 서서 여점원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여점원들이 들떠 하는 게 내 눈에도 보였다. 영어를 못하는지 한국말로 그 남자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잘 생겼어요.
그 외국인이 못 알아듣고 내 쪽을 쳐다보았다.
She said, you're handsome guy. ^ ^
말도 안 통하는데 끝없이 대화를 주고 받고 장난치고 웃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 그 남자는 아이폰 충전을 그 가게에 맡겼던 것. 충전하는 시간동안 감사의 의미로 놀아주고 있었던 듯 싶다.
우린 거기서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 악세사리를 1개 샀다. 앙코르 와트 부조가 새겨진 것.
그 맨 왼쪽 끝의 가게가 과자가게였다. 초콜릿 상자를 하나 살까 하다가 관두고. 그 옆 벽 쪽에 ATM 기계가 보여서 약간의 달러를 인출하고. -
여긴 카드결제할 수 있는 곳이 잘 없다. 거의 현금거래만 한다. 들고 온 현금이 바닥이 가까와지는 게 불안했다. - 상아씨는 지금까지 같이 왔던 여행팀원들이 기계에 약한 어르신들이라 항상 돈이 부족하면 자신에게 빌렸었다고 한다. 자기 힘으로 돈을 인출하다니 대단하다고 막 추켜세워준다. ^ ^
중앙에 있는 의자들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저 자리들 말고도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다른 자리들이 있다.
왼쪽 위의 3번 사진을 보시라. 모퉁이에 보이는 큰 점포가 서점이다. 들어가 보니 불어, 영어등의 언어로 적힌 캄보디아 관련 책들이 가득 차 있었다. 그 외에 각 나라 판의 잡지들도 - 간만에 불어 원서들을 보니 반가워서 재미삼아 한 권 사 볼까 생각을 했으나 뒤를 돌아 보니 입구 한 켠에 한글책들이 보였다. 둘째 기윤이가 책 한권을 꺼내들며 사 달란다.
이 책, 괜찮을 것 같은데요? 캄보디아 부동산 투자에 관하여
웃지도 않고 능청스레 얘기하는 남자애들 특유의 농담 - 나 혼자만 손뼉을 치며 웃어대고 -
앙코르 와트에 관한 설명이 되어 있는 책을 하나 집어 들었는데 사진이 크고 설명은 큰 글자로 간략하게 되어 있는, 어린이 그림책같은 책이었다. 그러다가 옆을 보니 아주 상세한 다른 책이 하나 보였다. 앙코르 왓, 신들의 도시 (앙코르출판사. 최장길 저) 냉큼 사서 집어 들었다. 앙코르 와트 부조 하나하나에 대해 상세히 설명이 되어 있었고 캄보디아 여행시 주의할 점들도 적혀 있었다. 내가 보기엔 캄보디아에 관한 완전판이 아닐까 싶었다.
3번 사진에서 남자가 서 있는 그 바로 앞이 까페 레스토랑이다. 거기서 파는 메뉴판이 그 아래 4번 사진이다. 클릭하면 커지니 어떤 메뉴들이 어떤 가격으로 파는지 보시길 - 그래서 다음 번 이 공항에 들를 일이 있으면 고르는 수고로움없이 바로 주문하게 될 수도 있다.
저기 메뉴에는 안 보이는데 난 까페모카를 주문했다. 3.75 달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잔돈을 받기에는 너무 적은 돈이라서 바나나 하나를 덤으로 주었다. 스파게티등은 4.5 달러 수준.
커피머쉰이 눈 앞에 바로 보이고 바리스타의 솜씨도 좋았다. 원두도 신선한 듯 했고 커피 맛은 일품. 그런데 3.75 달러. 우리나라 커피 전문점 가격에 비하면 가격도 괜찮은 편 -
우리 여행팀 사람들이 내 테이블로 와서 뭐 먹어요? 라고 묻는데 '이거 너무 맛있어요. 까페 모카 한번 시켜 먹어 보세요 .' 라고 일일이 권해주었더니 둘째가 핀잔을 준다. 이게 바로 아줌마의 오지랍이라나.
1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심심하지 않게 시간을 보냈다. 사지 않아도 구경할 게 많았고 무엇을 하든 내 맘대로 쓸 수 있는 테이블들도 - 서점에서 사 온 책을 읽거나 노트북을 꺼내 작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달러 인출을 위해 일어섰다가 다시 돌아와도 내 자리 뺏길까 걱정할 필요없이 좌석도 넉넉했다. 커피도 - 너무 싸고 - 너무 맛있고 -
잠시 스쳐가는 여행객들이 정말로 편하게 쉬고 즐겼다가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작아서 더 아늑했다.
이보다 더 불편하고 불친절할 수는 없다
베트남 하노이의 노이바이 국제공항
위 사진은 하노이에 도착했을 때의 사진이다.
노이바이 국제 공항의 외관이다.
베트남 현지 가이드는 나와 있지 않을 거라고 미리 상아씨에게 이야기를 들었다. 연말이라 베트남 경찰들이 한 몫 잡으려 말도 안되는 트집으로 한국인 관광 가이드들에게 돈을 뜯어낸다고 했다. 그래서 공항 밖으로 나와야 현지 가이드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가이드는 공항 안까지 들어와 우리를 마중했다.
나중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 오던 날, 그 날은 공항 안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그리고 여권 검사할 때 경찰이 '팁'이라고 말하더라도 그냥 웃고 넘기면 된다고 우리의 대응 TIP 을 알려주기도 했다.
위 사진은 돌아 오던 날의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 공항 안의 모습이다.
도착하던 날은 그대로 짐만 찾아 나왔기 때문에 이 공항의 많은 것을 보지 못했다.
제대로 공항 시설을 이용했던 것은 돌아 오던 날이다. 이 공항의 불편함과 불친절함을 말하자니 너무 많아서 ㅡ.ㅡ;; 도대체 어느 것부터 늘어놔야 할 지 알 수가 없다. ;;
새벽 1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리는 저녁 9시경에 공항을 들어섰다. 공항 안은 엄청나게 넓었다. 지나 온 씨엠립 공항의 규모와는 비교가 안되었다.
그런데, 그 넓은 공항 안에 앉을 수 있는 좌석이 너무나도 적었다. 각양 각색 인종들의 사람들이 앉을 자리를 못 찾아 다들 서서 서성거린다. 시간은 늦어 가고 사람들의 표정에도 피곤함이 가득. 일부 몰지각한 모 동양인들이 의자 2~3개를 차지하고는 신발벗고 드러누워 있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3층의 비즈니스 플로어로 가니 시각적 시원함을 위해 비워 둔 것인지 의자 하나 없는 허허 벌판 운동장이었다.
귀퉁이 맨바닥에 그냥 털썩 앉으려니 큰 애가 막 화를 낸다.
이건 거지 꼴이잖아요...
그건 좀 그렇네... 일단 쇼핑을 좀 해 보자...
면세점들을 둘러보았다.
화장품 가게 하나를 들어가서 콤팩트를 보여 달라고 하니 이 여점원, 정말 하기 싫은 일 하듯이 느릿느릿 꺼낸다. 조금 더 밝은 색으로 보여 달라고 하니 화내려는 걸 참는 듯한 분위기다. 별로 팔고 싶지가 않은 듯 ;; 대충 하나 골라서 계산하고 나왔다.
4층이던가? 거기 까페와 레스토랑이 있던 듯 해서 그리로 올라갔다. 커피숍이 하나 보였는데 들어가려다가 돌아서서 나왔다. 각 자리들마다 담배피는 사람들로 가득 차서 냄새때문에 호흡이 곤란할 지경이었다.
나오는데 여대생 가족을 만났다. 커피숍 유리문에 적힌 Wi-Fi라는 문구가 마음에 드는 듯 야호~! 하면서 들어갔다.
그 옆은 모두 식사를 파는 곳. 다시 2층으로 내려갔다.
베트남 여행을 기념할 만한 자석판이나 그런 게 없을까 하고 찾아 보았다. 그 넓은 샵들을 2~3바퀴 돌았으나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것 저것 섞어 팔아서 눈에 띄지를 않았다.
잡화상같은 한 가게에 들어가 주인에게 마그네틱이 있냐고 물으니 바구니를 하나 가리키는데 퀄리티가 높지 않은 조악한 것들이 가득. 몇 번을 집었다 놓았다 하다가 마침내 고르기는 골라서 나왔다.
몇 바퀴 돌았더니 도저히 다리가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비행기가 뜨려면 아직 몇 시간 더 있어야 했다. 돈을 내고 푹신한 좌석을 찾아야겠다 싶어 그 옆의 커피숍을 들어섰다. 척 보기에도 앉을 자리가 없어 보였다. 돌아서서 나오려니 안내하는 이가 잠깐 기다리란다. 잠깐 서 있으니 빈 자리가 생겨 그 쪽으로 안내되었다. 난 까페모카를 시켰고 아이들은 레모네이드였던가? 과일쥬스를 시켰던 걸로 기억. 조금 있다가 점원이 오더니 재료가 떨어져서 그게 안된다고 다른 걸로 주문을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컵에 붓기만 하면 되는 콜라와 사이다를 자꾸 강압적으로 -;; 가격도 싸지도 않고 - 압박을 무시하고 먹고 싶은 아이스 초콜렛을 주문했다. 커피가 나왔는데 - 나왔는데 - !!!! 내 태어나 평생 먹은 중 제일 맛없는 커피. 거품은 올리다가 만건지 5초 뒤 다 사라졌고 이런 엉터리 머쉰이 있나 할 정도로 이상한 커피맛... 잔은 또 왜 그리 촌스러운지 -
텍스 빼고 4.5달러이다. 맛도 없으면서 비싸기는 또 무지 비싸다 - 가방 포켓에 꾸깃 넣어 놓은 영수증이 보여서 찍었다. ->
커피를 다 마시고 첫째의 아이스 초콜렛이 나오자 점원 한 명이 내 옆에서 계속 얼쩡거린다. 아직 주문했는데 안 나온 둘째의 음료가 남아 있는 걸 알아서였는지 잠시 비켜가더니 또 옆에 와서 얼쩡거린다. 원샷으로 들이키고 얼른 나가주었으면 싶나보다.
커피숍의 중간 가장 큰 자리에 한 외국인 남자가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는데 노트북을 켜 놓고는 누군가와 영상 통화를 시도하고 있었다. 얼굴을 노트북에 들이밀더니 뭐라고 하고 또 자기가 마시고 있는 음료를 노트북 앞으로 보여주며 또 뭐라 하고 - 점원들이 계속 인상을 찌푸리며 그 앞을 왔다 갔다 했지만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목이 말라서 음료가 필요했던 거라면 더 싼 콜라를 밖에서 사 마셨겠지. 앉을 자리가 필요해서 돈을 더 내고 여기 들어왔던 건데 이건 좀 너무했다. 공항이 뭐 이렇냐고 - 가게를 더 만들던가, 밖의 좌석을 늘이든가 -
결정적으로 20달러를 냈는데 잔돈을 7달러를 줬다. 팁을 빼고 주는건가 했는데 상아씨 말이 그런 거 없단다. 이미 텍스로 다 빠져 있고 그네들이 계산을 잘못 한 거라고 -
가만 생각하니 내 옆자리에서도 거스름돈 때문에 무언가 얘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도 같고 -
들어가면서부터 나오는 순간까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한 개도 없는 가게였다. 공항 안에서 마주치는 얼굴마다 피곤한 표정이었고 감정없이 돈에 눈이 반들거리는 사람들만 만났다.
여러 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다음 날 새벽 마침내 한국의 김해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공항 건물로 실어 나르는 리무진 한 대에 다 타기는 사람이 너무 많아 1차로 한 대가 싣고 떠났다.
갑자기 바뀐 찬 날씨에 옷깃을 여미며 서 있었는데 옆에 서 있던 젊은 남자 안내원이 내게 말을 건넨다.
금방 또 한 대가 올거에요~~
갑자기 들려오는 우리나라 말에 놀라 고개를 들어 그 안내원을 올려다 보았다. 추워서 어깨를 옹크리고는 환하게 웃는 얼굴. 그 미소가 신선해서 따라 웃다보니 내가 웃고 있다는 걸 깨닫고 또 신선해졌다. 하노이 공항에서부터 한번도 웃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친숙한 우리말과 미소에 마음이 편해졌다.
여권을 검사 한 뒤 다시 돌려주는 여자 공관의 웃는 미소를 뒤로 하며 우리나라에 돌아왔구나를 깨달았다. 한글 간판이 반가왔고 우리 말이 반가왔고 무엇보다 우리나라 사람들 참 친절하구나를 느끼며 반가왔다.
집으로 가던 택시 안, 기사와의 에피소드도 재미있는 게 있는데 아마 여행기 마지막 쯤에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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