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래가 처음 나왔을 때도 듣고는 감탄했다. 무심코 라디오에서 나오는 이 노래를 듣고 감동받았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특히 가사 - 그리고 그 가사가 정말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인 듯 착각하게 만드는 가수의 목소리에도 -
단편적인 단어들 몇 가지를 짜 맞추어도 그대로 머릿 속에서 스토리가 그림이 되었다. 만나고 사랑하고 갈등이 생기고 헤어지고 그 뒤의 아픔까지 - 영화 한 편이 그 안에 들어 있었다. 가만 생각하니 그건 거칠고 야성적인 목소리의 남자 가수가 불러서 그랬던 듯 하다. 주인공의 이미지가 바로 임재범 그 자신과 흡사했기 때문에.
다소나마 허술한 언어의 퍼즐 위에 이 모든 것을 확실하게 하는 결정적 축으로서 임재범이라는 가수의 목소리와 그의 이미지가 얹혀진 것이다.
▲ 사진 출처 : MBC
언어라는 건 친절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詩의 경우는 더하다.
발화자가 자신의 미묘한 심정등을 청자에게 전달하고 싶을 때 그가 자신이 느끼는 딱 100%를 그대로 전달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나 개념의 덩어리 그 주변을 띄엄띄엄 잇는 A라는 단어, B,C 등을 주욱 나열한다. 그 포인트들을 이어서 만들어지는 공간 안 어디메쯤에 발화자가 의도하는 것이 들어 있다.
조금 더 잘게 쪼개어 단어의 근본으로 들어가 본다. 사실, A 라는 단어도 사람마다 정확한 대응개념은 조금씩 다르다. '외롭다'라는 느낌도 사람마다 조금은 색깔을 다르게 받아들이므로 '어미에게 버려진 강아지'처럼 외롭다 거나 '비오는 창 밖의 노을을 볼 때같은 외로움'이라는 둥 부연 설명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너를 위해"를 듣고 나면 머릿 속에 남는 단어들 중 유난히 또렷하게 남는 개별 단어는 다음이다.
거친 생각
불안한 눈빛
전쟁같은 사랑
난 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떠나줄거야 -
띄엄띄엄 단어 몇 개만 골라 읽어도 예술이다.
거친 생각, 불안한 눈빛 - 이 두 구절에서 우리는 바로 어떠한 남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친사회적이지 못한 어떤 성향의 남자, 대충 집어 말한다면 '아웃사이더'의 이미지를 가진 남자이다.
생각이 거칠다니 - 거친 생각 이라는 건 사실 단어로만 볼 때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그 자체가 매우 '거친 언어'이다. 생각이 거칠다는 게 대체 어떤건데? 하지만, - '임재범'의 목소리로 읊조릴 땐 바로 이해가 되는 구절이다. 불안한 눈빛 도 이 가사 전체 안에서 자리잡았을 때에야 비로소 모호하지만 정확하기도 한 이율배반적인 접근이 가능하게 된다.
노래를 다 들은 뒤에 사람들은 그 노래를 어떤 식으로 기억하나?
그 노래의 악보나 가사를 입수한 뒤 익히는 과정 이전에 그저 듣기로만 즐길 경우, 그 노래는 단지 하나의 '이미지'로 남는다.
노래 가사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저 '난 위험하니까' 가 순서대로 이어지는 스토리 속에 있지는 않다.
주인공 남자의 캐릭터를 구성하는 단어들과 나란히 놓여진다. 즉, '거친 생각, 불안한 눈빛을 가진 위험한 남자 "
'나쁜 남자'의 이미지이다.
반사회적이고 일탈을 일삼는 남자,- 반항기있는 제임스 딘의 이미지를 '멋진 남자', '청춘의 표상'쯤으로 생각하는 남성들에게는 흠모하고 싶은 남자의 모습이다. 물론 실생활말고 - ;;
남자들에겐 그런 게 있다. 복학한 뒤 허름한 야상점퍼를 입고 강의실 뒷 편에 혼자 앉아 수업만 듣고는 슥 나가버리는 그런 아웃 사이더의 이미지에 대한 동경 이 있다. 실상은 별 것 없다는 걸 그들도 알고 있지만 - 헬멧없이 폭주하는 할리 데이비슨에 대한 열망같은 게 있단 말이다.
이게 자칫 허세와 겉멋등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이 얼마나 깔끔한 표현인가? '거친 생각', '불안한 눈빛' 딸랑 이 두 구절로 다 설명이 된다.
'난 위험하니까' 도 실은 느끼한 거부감을 줄 수 있는 말이다.
난 위험한 남자이다 - 수위상 위험한 말이다. 느끼와 자뻑으로 넘어 갈 수도 있는 위험 수위이다. 그런데 바로 이어지는 부분이 이 노래의 가장 하이라이트, 지르는 부분인데 '사랑하니까' 가 바로 이어지면서 위험하니까가 느끼한가? 하고 머뭇거릴 사이, 확 덮어버린다. 사랑하니까 의 감동으로 -
사랑한대...ㅜㅠ 그래서 떠난다잖아....ㅜㅜㅜㅜㅜㅜ 폭풍눈물...ㅜ
사진출처 : MBC
밀고 당기고 설득하고 반항하고 다시 돌아오고 밤새워 눈물로 고민하고 반성하고 환희로 받아들였다가 또 배신하고 -
이 모든 지난한 과정들이 한 구절로 설명이 된다.
전쟁같은 사랑 -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사랑이 될거라고 이미 지난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떠났다가 돌아와 본 전력이 있는 남주인공은 예견하고 있다.
여태 너에게 많은 빚을 진 내가 해 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가 너를 위해 떠나준다는 것 - 정말 뽀대난다.
내가 사람같이 살려면 널 붙잡아야 되는 것도 알지만 내가 너무 부족하니까 너를 위해 떠나준다는 것 - 정말 그 앞에서 엎드려 절대복종, 절대찬양하고 싶을만큼 최절정 간지남이다.
그런데 이 노래를 임재범이 불렀다는 말이다.
그 목소리 자체에서 거친 시베리아산 호랑이의 포쓰가 느껴지는 임재범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단 두 단어를 그 입에서 내 뱉기만 해도 그게 어떤건지 바로 실감나게 하는 그 목소리, 임재범이 불렀다.
게다가 임재범의 뒤에는 실화가 깔려 있다. 돈과 명예도 마다하고 하늘같은 방송 약속을 펑크내고 잠적했던 '자유 영혼, 영원한 아웃사이더'의 실화가 - 그 임재범이 부른 '너를 위해'에는 마치 '실화를 베이스로 한 영화입니다' 자막이 깔리는 것과 비슷한, 아니, 실화의 주인공이 직접 출연한 것과 같은 달콤 살벌한 감동이 있는 것이다.
'고해'와 더불어 '너를 위해'를 노래방에서 즐겨 부르는 남자들의 마음을 나는 십분 이해한다. 노래 가사와 함께 이 노래를 부르는 임재범의 모습과 목소리는 모든 것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완전체'인 것이다.
이 스토리의 현재형은 - 그 자유 영혼 야생마, 임재범이 '가족'을 위해 자기 등에 안장을 얹은 채 우리 앞에 나타나 노래한다는 것이다. 감동의 끝을 보여주고 있다.
훌륭한 가수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훌륭한 곡을 받는다는 것은 그 가수로서도 행운이고, 임자를 잘 만난 그 곡으로서도 행운이고, 그 둘의 조합을 선물받은 대중으로서도 행운이다.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국화같은 임재범을 TV에서 본다는 것 역시 너무나도 행운이다. 다음 무대를 두 손 모으고 기다리고 있다.
이 노래 가사를 적은 이는 '채정은'이다. '고해'와 '비상'도 그녀의 작품이다. 임재범을 위해 많은 곡을 작사했다. '너를 위해' 이 노래로 2000 년에 "가요대상 최고 작사가상'을 받기도 했다.
너를 위해 - 임재범
어쩜 우린 복잡한 인연에 서로 엉켜있는 사람인가봐
나는 매일네게 갚지도 못할만큼 많은 빚을지고있어
연인처럼 때론 남남처럼 계속 살아가도 괜찮은걸까
그렇게도 많은 잘못과 잦은 이별에도 항상 거기있는 너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해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걸 알아
나 후회없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테지만
내 거친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사랑
난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꺼야
날 세상에서 제대로 살게해줄 유일한 사람이 너란걸 알아
나 후회없이 살아가기 위해 너를 붙잡아야 할테지만
내 거친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같은 사랑
난위험하니까 사랑하니까 너에게서 떠나줄꺼야
널위해~~~ 떠날꺼야
가사 출처 : Daum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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