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무의 크기가 가늠이 안된다고? 왼쪽의 저 성냥곽만한 데가 바로 사람이 드나드는 문이다 . 저기 사람을 한 명 둔다면 크기가 가늠이 될 듯 -
저 나무가 대체 무슨 나무일까..?? 왜 저렇게 자라고 있나..?? 신기하다... 라는 생각이 들기 이전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풍경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면 - 자, 이제 당신이 보았던 영화들 중에 무언가를 되짚어 떠올려 보면 된다.
영화 툼레이더 (2001)에서 안젤리나 졸리가 바로 많은 씬을 여기 따 프롬(Ta Prohm)에서 촬영을 했다.
*사진과 캡쳐의 출처는 툼레이더 영화정보페이지와 네이버 블로그 어디메쯤;;;(지금 계속 찾는 중인데 어디였는지 알 수가 없다;;)
저 엄청난 나무 덩쿨들은 실제로 현실세계에서 절대 보기 힘들 것같이 기괴한 느낌이긴 하다. 그래서 가상 현실 속, 공간도 시간도 초월한 라라의 영화적 배경으로 적합했는지도 모르겠다. 미래 영화의 초현대적인 건축물들보다 더 압도적인 스케일을 느끼게 하고 차갑고 비인간적인 스틸재료의 배경보다 초자연적이라서 더 기괴하게 느껴지는 판타스틱한 배경이다. 자연물이면서도 만들어진 세트보다 더 영화적이고 가상적인 풍경인 이 곳이 영화 툼레이더의 특이한 향기를 만드는 데 크게 일조를 했음은 분명하다.
툼레이더가 2001년도 발표된 영화이고 캄보디아가 관광지로서 널리 알려진 것이 7~9년밖에 안 되었으니 어쩌면 저 영화가 캄보디아를 널리 알리는 시작이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이 곳을 방문해서 이런 귀한 유적지를 왜 액션영화의 촬영장소로 제공했을까...? 그 정도의 사례비라도 귀하게 받아야 할 만큼 캄보디아가 가난한 나라라서? 라는 서글픈 생각도 들었다. 무거운 크레인과 영화 장비들을 옮기다가 혹 상하고 무너지는 부분이라도 있었던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할리우드 촬영팀의 선진적인 시스템과 경험을 믿을 밖에 - 그리고 어쩌면 내어 준 것으로 많은 것을 얻게 되었으니 캄보디아의 판단이 옳았던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해 본다.
따 프롬을 들어서면 입구에서 반겨주는 정자같은 곳이다. 뭔가... 한국적이지 않은지?? 나만의 착각?
따프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여기에 삼삼오오 바위 위에 걸터 앉은 채 우리는 강의를 들었다. 나무에 캄보디아의 지도를 걸어 놓고서 최부장님은 캄보디아의 근대사에 관해 얘기를 해 주었다. 크메르 루즈와 킬링 필드 - 수많은 학살들, 현재의 정치 동향, 그리고 이 앞에 내가 얘기했었던 툭툭이를 사기 위해 지뢰밭으로 걸어 들어가는 소년들의 이야기등등. 몇몇은 노트를 꺼내 필기를 했고 난 녹음을 했다. 녹음기에 할 일을 맡긴 난 조금 느슨해진 기분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따끈한 햇살, 너무 맑아서 푸르도록 눈이 시린 하늘, 특이한 나무의 향기 - 그러나, 풍경만으로는 여기가 정말 캄보디아인지 몽롱해지는 기분이었다. 자주 마주치는 외국인들의 얼굴이 아니라면 난 여기가 부산의 초읍 어린이 대공원 한 귀퉁이라고 해도 믿었으리... 조금 더 울창한 숲의 느낌만 뺀다면 -
다리를 건너 - 따 프롬 구역 안에 들어섰다. 곳곳에 돌무더기들이다. 무너진 사원들 - 저 거대한 나무가 이렇게 만든 것이라고 한다. 왜? 어떻게??
이 거대한 나무는 스펑 나무(Spon Tree) 라는 종자라고 한다. 뱅갈고무나무의 일종이라고도 하고 무화과 나무의 일종이라고도 한다. 일설에는 우주에서 떨어진 씨앗이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ㅡ.ㅡ;;
이건 사실 봐도 지구의 나무라고 하기엔.... 너무 무서운 나무다.. 그래서 저런 말이 생겨났을 수도 있다.
나무가 요로코롬 - 뿌리를 돌무더기 사이로 뻗어댄다. 그리고는 점점 - 무서운 속도로 - 무서운 크기로 - 마구마구 - 자라나는 거다. 어떻게 될까나....?? 돌무더기들이 점점 벌어진다. 즉 건물들이 허물어지게 된다는 뜻이다. 나무가 자라면서 인간이 만든 사원들을 파괴한다. 암만 공을 들여, 한 돌 한 돌, 장인이 쌓아 올렸건 말건, 자연은 아주 가배얍게 인간의 것을 파괴할 수도 있다.;; - 그럼, 이 나무들을 못 자라게 고엽제같은 걸로 말라 죽여 버리면 될까??
이 거대한 나무를 보라 - 기우뚱해 있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는지? 조금 먼 샷으로 잡고서 찍은 것을 다시 보여드리겠다.
일단 왼쪽편에 긴 쇠막대기로 부축해 놓은 것이 보일 것이다. 이 곳 나무들에는 곳곳에 링겔을 꽂아 놓은 것들이 보인다. 왜?? 나무들이 무너지면 그 뿌리에 걸려 있는 건물들도 같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무가 고사할 경우 그 나무가 지지하고 있던 공간만큼이 비기 때문에 건물들은 또 같이 무너지고 만다. 그래서 - 나무들에 더 이상 성장하지 않도록 성장 저지약품을 링겔로 투여하다가 나무가 시들시들하게 죽으려고 하면 다시 영양제를 투입하고 - 또 말라죽는 약을 투입하다가 다시 영양제를 투입하고 - 죽였다가 - 살렸다가 - 죽였다가 - 살렸다가 를 반복하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 모든 작업들은 유네스코 팀에서 하는 일이다.) 그래서 최부장이 말하기로는 이 나무들은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없는, 남편같은 나무들 이라고 . 혹은 남자들 입장에서 말한다면 마누라같은 나무들이라고 - 그래도 - 내 경우엔 가끔 주파수가 안 맞아 답답할 때가 있긴 해도 대부분은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라 나랑은 해당사항없는 얘기라고 믿고 싶은데 - 내 남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줬으면 하는 바램이 ;; ☞☜
옆의 이 돌무더기들이 바로 무너진 건물들의 잔해이다.
이 스펑 나무는 꼭 이렇게 건물을 끼고 자란다. 신기하다. 텅 빈 공간에 자라는 게 가끔 있긴 한데 이렇게 크게는 안 자란다. 건물을 끼고 자라는 나무만 이렇게 무섭도록 크다.
중앙의 나무뿌리를 보면 돌덩어리를 꽉 움켜 쥐고 있는 듯이 보인다. 억센 손아귀로 돌들을 짜내고 눌러 부셔버릴 듯이 뵌다.
저 외국인은 모르는 사람이다. ;; 멋있어요오~~~ (라고 말하면 초상권관련 화내지 않을까?;;)
징그럽게 멋있다... 라고 한 컷 찍었는데 바로 이 뿌리가 촬영용으로 유명한 뿌리였다. 따프롬 관광엽서에도 이 컷이 있고 관광책자에도 이 컷이 있다. 그리고 수많은 블로그, 아마추어 혹은 프로 포토그래퍼들의 사진첩에도 - 뿌리에도 연예인급이 있었던 것이다. 이 뿌리는 대략 - 빅스타급으로서 위의 다른 사진들 속 뿌리들과는 격이 다른 - 궁시렁 궁시렁~~~;;;
이건 맨 위에 있는 나무 뿌리를 조금 더 근접 촬영한 것이다. 이 나무 뿌리야 말로 스타중의 스타급인 뿌리인데 - 자세히 보면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타라서 다른 게 아니고;;; 달라서 스타다 - 뿌리안에 또 다른 뿌리가 있다. 나무 윗 가지 중앙에 또 다른 나무 씨가 떨어져 거기서 싹이 트고 나무 밖으로 새 나무 뿌리가 감싸 내려온 것이다. 그래서 나무 뿌리가 두 겹. 어디에 떨어져도 뿌리를 박고 꿈지럭꿈지럭 뚫고 나가 살아나고야 만다. 건물의 돌덩어리 위건, 다른 나무들 위건 - 이 나무들은 암만 봐도 괴물이다...ㅡ.ㅡ;;
아까 최부장님에게 강의를 들었던 그 자리에서 본 그 다리이다. 따 프롬을 다 본 뒤 나가면서 찍은 다리의 모습.
따프롬을 본 여러분들의 소감은?
난 잠시 토끼를 따라갔다가 동굴 속으로 빠진 앨리스가 된 기분이었다.. ^ ^
스펑 나무 위에서 거대 고양이의 얼굴이 날 보고 웃었다 해도 난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목을 쳐라~!!" 라고 스페이드의 여왕이 소리를 친다고 해도 난 고개를 끄덕였을 지 모르겠다.
거기서 안젤리나 졸리가 날 낚아채어 구한 뒤 모래구멍 속으로 함께 빠지고, 기어 나와보니 툰레삽 호수가 보였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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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묘미들 중 하나는 사람을 새로 만나는 것이라고 한다. 단체 관광을 갔기 때문에 현지인과 알게 될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난 가끔 캄보디아에서 우리를 가이드 해주었던 최부장이 생각난다. 최부장 덕분에 캄보디아 가정집이 어떤 모양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귀한 기회를 얻었는데 아주 살짝만 여러분들께도 구경시켜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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