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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굿바이 도민준과 천송이, 용감했던 별 그대를 잊지 못할 거에요.




아이쿠 - 드라마가 끝이 났네요. 재미있었죠?

재미로만 끝나나 했는데 뒷 부분 오면서 뭔가 메세지도 있었구요. 짧은 이 한 세상 살아 가면서 우리가 이 생에 가질 수 있는 의미랄까 그런 것도 생각해 보고, 또 매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도 해 보고요.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도 잠깐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보면서 가장 퍼뜩 먼저 들었던 생각은요, 작가가 참 용감하다, 거침없이 쓰는구나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쓸 수 있는 게 이 작가의 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들을 다 영상으로 실현시켜 줄 수 있는 피디의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영상화 해 줄 수 있으니 믿고 적을 수도 있는 거죠.

용감하게 적는다는 의미는 , 이렇게 촉박한 시간에도 대규모 엑스트라를 동원하고 드라마의 한계를 넘는 CG 효과를 빠방하게 쓰는 장면들이 연이어 나오는 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론 그것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용감하게 적는다는 것의 의미는요 - 이 작가분은 사람들의 판타지의 핵심을 아주 콕 찍어서 확 휘갈겨 써 준다는 얘깁니다.

이런 히어로 판타지물에는 사실 좀 유치하지만 그래도 그 유치한 부분을 콕 집어줘야 간질간질 재밌어 미칠 것 같은 그런 핵심이 있거든요.

다른 작가들은 그걸 못 집어 줘요. 왜냐면, 그게 유치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거든요.

자기 작품에 작가주의 정신을 넣은 것처럼 보이려면 그런 것 못 적습니다. 애들 장난같이 보여질까봐 못 적습니다. - 한편으론 피디의 능력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유치하게 연출할까봐서요. -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얘기를 해 볼께요.

히어로물들에서 말이죠, - 예전 육백만불의 사나이라든가 원더우먼같은 초능력 히어로물들 많지 않았습니까? 어린이들도 참 좋아했고 어른들도 신기해하면서 재미있게 봤었죠.

거기서 사람들이 신나하는 부분은요, 초능력을 쓰는 장면이 물론 핵심입니다. 기기기깅~~ 효과음과 함께 높은 데서 방방 뛰어 내리고 뛰어 올라가기도 하죠. 그런데 그냥 그 초능력을 쓰기만 하면 그게 정말 거짓말같이 보인단 말입니다. 에~~ 드라마네. 가짜네. 저런 게 어디 있누. 현실감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주인공이 위험에 처해져도 긴장감이 안 들게 됩니다. 뭐, 어차피 지어 낸 얘긴데 주인공이 정말로 위험해질 일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이걸 진짜같이, 리얼 속의 허구같이 보이게 하는 장치가 바로, 주변에 놀라는 삼자들이 함께 있을 때입니다.

즉, 잠깐이지만 초밍 아웃할 때인거죠. 초능력 쓰는 데 옆에 지나가는 할아버지가 놀래서 입이 딱 벌어진다든지, 장 본 봉지를 안고 가던 아줌마가 그걸  떨어뜨려서 안에 들은 오렌지들이 땅바닥에 자르르르 구른다든지 하는 장면요. 그 순간은 그렇게 놀라는 사람들에 제 마음을 대입시켜가며 봤었습니다.  신나 죽죠. 아, 전 그랬다구요.

그리고 초능력자의 주변 인물들이 그의 초능력 비밀을 알랑 말랑 접근해 가는 그런 순간들이 재미있어요.

사람들은 그걸 보면서 두 마음을 함께 가집니다. 그 주변 인물이 몰랐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결국 알아서 그의 모든 걸 받아 들이고 또 놀라고 경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두 마음이요. 봐봐, 저 사람은 네가 알고 있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고. 초능력자라고. 알고 나면 깜짝 놀랄걸? 그 놀란 얼굴이 보고 싶다고.

보통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확확 안 보여줍니다. 그런데 별그대에서는 그걸 다 보여줬잖아요.

천송이의 자동차가 낭떠러지로 떨어질 때 도민준이 와서 엄청난 CG 와 함께 그녀를 구했죠. - 그 장면은 쇼킹했어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드라마의 장면을 넘어섰거든요. - 그 다음서부터는 얼른 천송이가 저걸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랬죠. 도민준이 저렇게 대단한 남자인데 저렇게 대단한 남자가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구해주고 그랬는데 천송이가 이걸 알게 되면 어떻게 마음이 변할까? 내가 놀랐던 것처럼 천송이도 놀라겠지? 그런데 그렇게 쉽게 도민준의 정체가 이 드라마 안에서 쉽게 밝혀질까? 그거 밝혀지고 나면 전개 될 수 있는 스토리가 한정적이 될 수도 있는데? 숨기고 숨기다가 막바지에 알게 만드는 것 아냐?

그런데, 아주 쉽게 천송이는 도민준의 정체를 알게 됩니다. 도민준은 그 초능력을 통해서 그녀를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이벤트를 쉴 새 없이 벌입니다. 그녀의 목소리를 옆 집에서 들어 주기도 하고 금방 옆에 나타나기도 하고 또 그녀가 눈을 감은 채로 세면대 앞으로 옮겨달라는 요구도 들어주려 하죠.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요. 초능력이 일상으로 나타나는 그런 장면들이 이어졌습니다.

나는 설마 천송이 동생 앞에서 공간 이동해서 외계인이라는 걸 알리게 되는 일이 생길 줄은 몰랐습니다. 그리고, 검사와 경찰한테 스스로 밝히게 될 줄도 몰랐죠. 결국 그 검사와 경찰은 후에 도민준이 위기에 빠졌을 때 그의 비밀을 감춰 주고 또 그의 편에 서서 도와주죠.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민준은 텔레비 카메라 앞에서 전 국민이 다 보는 앞에서 외계인 아웃을 감행하게 됩니다. 아주 극적인 방법으로 - 바로 사라지는 거죠.

그리고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진부한 상황들, 택시 기사가 천송이임을 알아 채고 흥미로워한다든지 기자들에게 둘러 싸인 외계인의 인터뷰라든지 이런 상황들이 펼쳐져요.

유치하죠... ㅎㅎ 사실 외계인이 드라마에 등장한다고 할 때부터 이런 유치한 상황들은 상상이 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작가들은 이런 식으로 쓰지 않아요. 그렇게 적기에는 자존심을 부리고 싶거든요. 좀 진지하고 심각하게, 자기 식으로 이 유치한 상황을 의미있는 척 풀어 나가보고 싶거든요. 현실이 얼마나 무겁고 벅찬데요, 그걸 다 모른 척하고 초능력으로 다 해결해 버리는 그런 걸 적기에는 자신이 너무 가볍게 보일 것도 같단 말입니다. 그런 어린애 장난같은 스토리 적고서 작가 칭호 듣기는 좀 머쓱하다고.

그런데, 이런 진부한 상황들이 별그대의 재미의 핵심이라니까요. 그럼에도 많은 작가들이 이게 재미라는 걸 알면서도 이걸 피해 가고 싶어하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맞게 됩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다 화면으로 영상화시켜 주신 감독님도 참 대단하시구요. 그 생방같은 일정에 영화제 씬을 위해 동원된 그 많은 엑스트라들, 놀라왔습니다.

사실 아주 많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을 배치를 잘 했더군요. 중간에 비우고 여러 줄로 세우고, 또 그 뒤에는 차들을 가득 세워 놓았어요.


이 마지막 키스씬만 해도 그래요. 정지된 상황 속에서, 그 둘만 서로를 마주하고 있다는 상황은 아주 로맨틱하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증명한다는 상황도 아주 로맨틱합니다.

이런 상반되면서도 가장 로맨틱한 상황이 한 씬 안에 다 들어 가기가 쉬운가요? 절대 쉽지가 않습니다.

사람들이 없는 단 둘만의 장소와 모든 사람들이 지켜본다는 상황이 함께 하기는 불가능해요.

그런데 저기 있는 거죠.

둘 다 최고로 멋지게 차려 입은, 드레스와 수트차림으로 - 가장 화려한 카메라 후레쉬를 배경으로.

계단 위에서 - 아주 화려한 레드 카펫을 배경으로 - 가장 화려하고 극적인 장소와 상황 속에서 가장 극적으로 재회하고 또 드라마틱하게 키스합니다.

최고예요 - ㅎ 결론도 마음에 드네요. 어차피 도민준이 초능력을 잃는다는 것도 비극이고, 우리의 수퍼맨 도민준의 매력 중의 하나가 초능력이었는데 인간화된다는 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잠깐 사라진다는 게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점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잖아요. 그리고 잠깐씩 멀어지는 때문에 그들이 매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며 더 깊이 사랑할 수 있다니 그것도 아름답군요.

하나 궁금한 게 그 웜홀이라는 거요. 현재 검색어 1위가 웜홀이랍니다. 그 웜홀은 도민준의 원래 별도 아니고 그 중간계정도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면 그 이상한 웜홀 안에서 도민준은 있을 때가 있다는 겁니까? 자기 별로 가지는 못하고? 도민준이 잠깐이나마 막막한 우주 속 어딘가에 홀로 있다는 사실은 좀 걱정스럽긴 합니다만, 어디라도 잘 살고 있으리라 믿고 싶네요.

우리의 수퍼맨, 초 울트라 파워 키스킹 도민준, 영원히 행복하길 - 내가 죽고 난 뒤 백년 뒤, 이백년 뒤에도 도민준은 그 동안 (童顔) 그대로 살아서 행복하길.

나보다 아주 어리지만, 나도 다시 태어나면 열여섯살 시절을 다시 맞을 수도 있으니 - 혹 그 때 만나면 날 귀엽다고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 수 있지 않겠나?

굿바이 - 그 동안 재밌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