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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별에서 온 그대, 너목에 이어 새로운 로맨스 장르를 열어 가나?


별에서 온 그대와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 두 드라마의 공통점은 뭘까



첫째, 남자 주인공이 초능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에서 수하는 다른 이의 마음을 읽는 능력을 갖고 있었다. 별에서 온 그대 의 도민준은 트와일라잇의 뱀파이어에 필적하는 초능력을 갖고 있다. 영원불멸의 젊음에다가 시간을 정지시킴으로써 공간 이동을 순식간에 해낸다. 소머즈같이 엄청난 청력을 갖고 있고 멀리 있는 물건을 움직이거나 폭발시키는 염력도 갖고 있다. 다른 어떤 초능력을 갖고 있는지 아직 확실하게 모두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둘째,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을 지켜 주기 위해 자신의 능력을 아낌없이 쓴다.
수하는 자신의 능력을 변호사이던 장혜성을 위해 법정에서 썼을 뿐 아니라 그를 지켜 주기 위해 여러 위험의 순간 아낌없이 그 능력을 발휘했다. 도민준 역시 몇 번의 윤회를 거쳐 가며 인간의 운명을 나뉘는 일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소신과는 달리 여러 번 그녀의 목숨을 구해 준다. 또한 단 2회만 방송된 분량 안에서도 그의 능력을 조금씩 쓰고 있는 것이 발견된다. 앞으로도 그의 능력이 그녀를 위해 쓰여지게 됨은 너무나도 확실한 사실이다.

셋째, 여주인공의 캐릭터는 일반적 기준에서 볼 때 약간은 이기적이며 엉뚱한 면이 강하다. 자주적이고 남자에게 의지하거나 하지 않는다. 지고지순, 청순가련이라는 기존의 평범한 여성 캐릭터와는 정반대편에 서 있다. 얄미울 정도로 강한 일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여성 주인공은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도 같이 갖고 있다.


이런 공통점들에서 오는 매력은 매우 강렬하다.



초능력을 갖고 있는 남자 주인공은 극에 어떤 힘을 불러 넣게 될까?


일단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판타지라는 속성이 주는 어쩔 수 없는 두근거림이다.

게다가 이 판타지를 화면에 표현하는 순간 비주얼이 화려해진다. 볼거리가 강렬해진다는 얘기이다. 미드 CSI에 나오던 갖가지 화려한 촬영 트릭에 익숙했던 시청자들에게 그를 넘어서는 표현은 기술의 승리이자 예술의 승리이다.

수하가 상대의 마음을 읽는 순간 유치하지 않게 그 능력을 영상화하는 것을 보며 우리나라 드라마 촬영 기술이 이렇게나 발전했구나 실감했다. 일순
간 화면이 정지하며 수하의 눈과 상대의 얼굴을 잡아 주는 것만으로도 화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매트릭스에 나온다는 그 촬영기법이 우리나라 안방극장에서도 펼쳐졌다. 바람의 화원과 뿌리깊은 나무에서 보여주었던 장태유 피디의 화려한 촬영 테크닉들을 기억하나? 화면이 일순간 정지하며 수묵화로 변하던 그 화면. 한글의 자음 모음들이 일순간 화면 위를 날라 가며 등장 인물들의 의식의 흐름을 보여 주던 그 씬들. 이제 초능력이라는 멍석까지 깔아 놓았으니 우리는 어떤 예술의 경지를 여기서 보게 될까?

두번째 초능력을 여자 주인공을 위해 쓰는 남자 주인공이라는 설정.

로맨틱함의 끝이 아닌가? 그걸로 왕창 진액을 우려 먹은 게 바로 트와일라잇이다. 남주의 초능력은 거의 신에 가까운 수준이다. 영원불멸의 젊음에다 인간을 넘어서는 갖가지 능력이라니. 도민준은 지적 수준까지 완벽하다.

게다가 남자 주인공은 진중하다. 까불이가 초능력을 갖고 있는 예를 나는 본 적이 없다. 특이한 히어로물을 빼고 말이다. 로맨스물의 경우에 한정했을 때.

예전 여자 주인공이 갖고 있던 지고지순함을 이 초능력 남주가 갖고 있는 것이다. 강력한 터미네이터가 소년 주인의 말에 꼼짝없이 순종하고 그의 말에만 따르던 희열을 기억하나? 이 반인반신은 오로지 그 대상이 여주인것이다. 그녀의 안전이 위협받는 것은 그의 존재를 흔들리게 한다.

남자 캐릭터의 매력이 극대화됨은 두 말 할 것 없겠다.

세번째 여성 캐릭터의 경우. 기존에 보기 힘든 예측불허의 생동감을 갖는다. 기존에 보기 힘들다는 표현의 다른 것은 '특별한 캐릭터'라는 것이기도 하다.

게다가 두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직업은 어떤 것이었나? 전문적인 직업을 갖고 있었다. 똑 부러지는 검사, 변호사이거나 나름의 외로움과 애환을 가진 심층적인 매력을 갖고 있는 화려한 여배우라는 직업이거나. 짱변의 경우도 단순한 배경은 아니었고 극의 전반적인 갈등 요소가 그 성장과 가족사에 잘 버무려져 있어서 캐릭터에 다층적인 레이어를 갖고 있기도 했다. 당돌하면서 대찬 성격은 두 여주의 공통점이다. 고집이 센 점도 같다. 덜렁대고 푼수같은 점도 비슷하다. 짱변의 지적인 매력에 반해 천송이는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최고의 미모를 가지고 있다. 다른 여성들과 차별되는 그들만의 유일성으로 부여된 장점들이다.




이 드라마들에서 극의 진행에 있어 방해 작용을 하는
장애 요소들은 어떤 게 있을까?



거칠 것없어 보이는 초능력남에게도 한계라는 게 부여되어야 한다. 그래야 극의 갈등 요소가 생기니까.

너목들에서는 남의 마음을 듣는다는 그 자체가 둘 사이의 애정도가 깊어지는 데 방해요소였다. 짱변은 일방적으로 들키는 자신의 마음이 부담스러워 수하와의 관계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 또 두번째 장애는 나이차이.  그리고 중간에 어떤 계기에 의해 잠깐 그 초능력을 잃는 상황도 있었다.

별에서 온 그대들에서 예상되는 장애들은 다음이다. 도민준은 곧 다시 그의 별로 돌아 갈 예정이다. 즉 그들의 만남은 언젠가 그 끝이 확실하다. 마지막을 안고 있는 만남이다. 도민준은 그의 별로 돌아 가야 하고 그에게는 동족과 그의 고향이 필요하다. 절실하게. 지구에서 그는 이방인일 뿐이고 언제나 지구인들의 삶에 있어 주변인이다. 그의 진정한 인생이라는 것이 이곳에서는 없는 것이다.

그의 초능력도 수하처럼 잃게 될 위험을 안고 있다. 지구인의 타액이나 혈액과 섞이면 안된다던 그의 말. 섞이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번쯤은 섞여 본 경험이 있으니 섞이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일시적, 혹은 영원히 그의 능력은 사라지고 지구인과 같아지게 될 수도 있다.

타액이 섞이면 안된다니 로맨스물의 필수 코스인 키스가 불가능해질 것이고 아마도 이것은 극의 말미 부분에 도민준에게 큰 선택의 상황을 강요하게 되는 키가 될 것이다. 사랑이냐 그의 고향이냐의. 사랑을 선택하며 키스하는 순간 그의 능력이 사라지고 평범한 지구인이 될 수도.

짱변이 늘 목숨의 위협을 받고 살았던 것처럼 그래서 수하의 가드가 필요했던 것처럼 천송이의 나락은 돈과 인기이겠다. 악플과 라이벌 배우의 악담, 사람들의 비난은 그녀의 돈과 인기를 위협하는 작은 요소들이겠다. 마침내 다 잃고 떨어지게 되는 미래가 천송이에게 예상되는 가장 나쁜 상황이다.

너목들이 초대박 흥행을 가져 오며 제작진과 배우, 모두에게 영광을 선물했던 것처럼 별에서 온 그대 역시 그런 성공을 가져 올까? 지금으로서는 매우 낙관적이다.

작가, 연출에게 쏟아지는 기대와 환호의 박수만큼이나 김수현과 전지현에 쏟아지는 것도 못지 않다. 김수현과 전지현의 매력이 극대화되어 있고 그들의 연기력은 역시나~! 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이에 이런 앞날을 예상케 한다.

위에 말한 세 가지의 공통점, 이것들을 베이스로 한 새로운 장르의 로맨스물이 앞으로 계속 생겨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화려한 영상과 드라마틱한 전개가 가능한 초능력남주의 판타지물. 자신의 능력을 여자를 위해 쓰며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게 되는 반인반신의 지고지순 남주인공, 매력넘치는 엉뚱녀 여주인공. 이러한 캐릭터를 마다할 배우가 쉽게 있을까? 작가와 연출, 배우와 대중들, 네 켠에서 모두가 바라고 원하는데, 흥행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이런 컨셉이 앞으로도 계속 나오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

어떤 초능력이 또 다시 나올지, 어떤 베이스 스토리가 나올지, 우리의 예상을 뒤엎는 기상천외한 어떤 것들이 나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생각만 해도 흥미진진하지 않나?

일단 우리에게 주어진 건 '별에서 온 그대'라는 멍석 위에 펼쳐진 잔치상을 즐겁게 줏어 먹는 일이 먼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