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과 나들이

일본 후쿠오카- 효탄온천은 예약 안하면 못 간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

일본 후쿠오카 지역의 온천 중에서도 시설이 좋고 괜찮은 온천수가 나오기로 유명한 효탄 온천.

주말에 가면 가족탕은 잘 이용하기도 힘들만큼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란다. 이 곳을 간다고 차를 구비구비 산길을 몇 바퀴 돌아 가며 도착을 했는데 거기 입구의 아저씨가 우리 기사 아저씨에게 예약을 하고 왔냐고 묻는다.

말도 안되게 기사 아저씨는 예약해야 된다는 얘기 없었지 않냐며 되려 화를 내고. 이게 기사 분이 화를 낼 일인가? 우리는 중간에서 이게 뭔가? 아까 지나 왔던 작은 온천 쪽으로 다시 돌아 가야겠단다.

ㅜㅠ

이런 일이 있을 줄 알았다면 이렇게 빙 돌아 다닐 시간에 유후인에서 조금 더 여유롭게 구경하고 먹을 것 먹고 있었다면 좋았지 않았나?

그 멀리까지 가서 버스만 타고 빙 돌다가 시간을 까 먹었다. 이게 뭐냐고?

다시 돌아 가게 된 것은 유후인의 작은 여관 온천이었다. 몇 시간을 걸쳐 왔던 길을 다시 돌아 간 것이다.



이것이 입구에 있던 표지판이다.

내부 구역도이다.



바깥 경관이 잘 꾸며져 있었다.




이 안이 데스크이다.

가족탕을 할 것인지 대중탕을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가족탕은 이미 만석이란다.

대중탕은 그냥 야외 노천탕이다.

시설은 정말 별 것 없었다.
노천탕 옆에 반쯤 가린 칸막이 뒤쪽으로 옷 보관함이 있었고 그 건너편에 바구니들이 담겨져 있는 선반들이 위치해 있었다.

옷을 벗는데 정말 추웠다. 맨발을 올려 놓을 바닥 깔개 하나도 없었고 그냥 시멘트 바닥 위에 맨발을 올려 뒀다.

미리 가기 전에 읽은 후기들을 보니 바구니에 넣어 두었던 물건들이 도난당하는 일도 있다고 되어 있었다. 그래서 중요 물품들은 열쇠가 있는 보관함에 넣었다. 그리고, 동전을 빌려 - 동전이 없어서 ;; - 잠궜는데 나는 그게 나중에 열쇠로 열면 다시 반환되는 동전인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한번 열 때마다 계속 동전을 넣어 줘야 되는 동전 잡아 먹는 하마 열쇠였던 거다. 잠군 후에 가만 생각하니 머리 묶는 고무줄을 안 꺼낸 것이 생각나 다시 문을 열었는데 앞서 넣었던 동전은 그냥 꿀꺽 기계가 먹어 버렸고 다시 잠그려니 또 동전을 넣어야 하는 것이었다. 이게 뭐람? 한번 잠그면 나갈 때까지는 열면 안된다는 말인 것임?

같이 버스탔던 하루치의 동행인들과 같이 목욕하려니 좀 쑥스럽기도 했고 무엇보다 너무 휑한 곳에서, 너무 추운 곳에서 옷을 벗자니 괴로왔다. 제대로 순서를 갖추자면 머리도 감고 탕에 들어 가는 게 올바른 순서겠으나 몸을 씻느라 물을 적시고 나니 너무 추워서 얼른 탕에 들어가고 싶어졌다.

일단 몸을 뎁히고 나니 좀 여유가 생겨 그제서야 나와서 머리를 다시 감고 또 탕에 들어 갔다.

거기까지 갔는데 그래도 10분은 탕에 몸을 담가야 하지 않겠나?

그런데...;;;;

거기 일행 중에 할머니랑 할아버지, 그리고 그 따님되는 세 분의 젊은 여성분이 있었는데 할아버지께서 목욕을 하지 않겠다고 하시고는 그냥 밖에 계셨다. 그러고는 본인은 오래 못 기다린다며 다들 얼른 나오라고 하셨다.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밖에서 오래 기다리다 역정내실 것 같았는지 잠깐 탕에 있더니 그대로 챙겨 나가 버리셨고 따님들도 같이 따라 나갔다.

노천탕 안에는 그 외 나랑 다른 여자분 3 명이 더 있었는데 그 중 내 또래인 듯한 여성이 탕에 오래 있는 게 갑갑해서 못 있겠다며 뒤따라 나섰고 뒤처진 나를 포함, 두 명은 꼴찌로 남게 될까 괜시리 마음만 급해졌다.

갓 스물을 넘긴 듯한 젊은 여성 - 혹은 소녀라고 불릴만한 나이의 - 두 명은 빗으로 대충 빗더니 먼저 나갔다. 결국 꼴찌로 남은 건 나 혼자.

머리 빗고 얼굴에 로션이라도 바를 코너가 하나 없는 그 맨 땅바닥 위에서 대충 챙겨 입고는 밖으로 나가야 했다.

무슨 전쟁 난민도 아니고 ;; 춥기는 오지게 춥고 바닥에 옷이라도 떨어지면 그냥 흙바닥에 뭔가를 묻힐 수도 있는 야외 깡촌이었다. 안락함, 편안함이라고는 찾아 보기 힘든 열악한 환경의 전투적 목욕탕.

그래도 - 그래도 - 물은 좋겠지. 이 지역에 차고 넘치는 게 온천수이니 여기 설마 수돗물 섞은 물은 아닐테고 - 그런 걸로 위안을 삼았다.




혼자서 급하게 뚜벅 뚜벅 걸어 나갔다. 내 앞의 마지막 사람이 나간 지 5분쯤 지나 나선 것이었다. 뒤따라 가는 자의 뒤처진 5분은 굉장히 심적으로 부담을 주는 5분이다.

어느 새 해가 꼴깍 넘어가 어둑해지고 있었다.



나오다가 보니 더 깜깜해졌다.
갑자기 방향 감각이 없어져서 그 입구에 있던 주차장에 버스가 세워져 있는 걸 깜빡 잊어 먹었다.
그래서 큰길까지 나가서 버스를 찾아 잠깐 걸었는데 - 그 길이 아닌 듯 -
허걱~!! 나, 일본와서 길잃고 미아되는 것임?

남편에게 핸드폰을 두드렸지만 전화 연결이 되질 않고.
배는 고프고 - 아... 이게 뭔가?
전쟁 난민이 딱이네. 배도 고프고 길도 잃고.



다시 원래 길로 돌아 오려다 가만 생각하니 입구 주차장에서 표지판봤던 게 기억나고.

무사히 버스 안으로 귀가.
그 사이 남편은 그 근처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두 개 사 두었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도시락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생각해 보니 유후인에서 먹었던 손톱만한 고로케 하나와 오뎅, 그게 우리의 점심이었던 거다. 그리고 나서 이 저녁, 목욕을 마칠 때까지 우린 아무 것도 먹질 못했다. 와... 이럴 수가 - ㅎㅎ

대단한 걸 먹어 보겠다고 버텼는데 결국 김밥 도시락이 우리의 한끼가 되다니.

돌아 오는 길은 참 멀고도 멀었다. 창 밖은 칠흑같은 어둠이라 한 치 앞을 분간할 수 없었다. 구경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래도 나았을텐데.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 지금 이 버스 안에 있는 이 시간은 무어란 말일까?

여행을 왔다고 해도 모든 매 시간을 알차게 쓸 수는 없는 법. 이동하는 시간은 필요한 것이지만 항상 무언가 아쉬움이 든다. 더 좋은 선택은 없었을까 하고.

이제 도착하고 나면 이 밤은 여기 일본에서 우리가 보낼 수 있는 마지막 밤. 새벽부터 움직여 피곤하긴 하지만 마지막이니 그냥 보낼 수는 없지 않나? 뭘 하면 알뜰할까? 일단 호텔에 들어 가서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