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하카타 역 주변을 싸 돌아 다녔다.
꼬치 굽는 집인지 어디선가 숯불향이 흘러 나왔고 꽤 쌀쌀한 밤거리에 사람들은 바삐 걷고 있었다.
그리고는 하카타 역 안의 쇼핑 센타 안으로 들어갔는데 - 아... 사진은 없다. 그 안의 내부 정경은 참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의 백화점들과 비교했을 때 분명 천정도 조금은 낮은 것 같고 크게 돈을 들여 삐까번떡하게 디스플레이를 해 놓지는 않았으나 매우 쾌적한 느낌이 놀라웠다.
배치라든가 무엇보다도 조명의 색깔과 적당한 조도, 그 조명의 디자인등이 그런 쾌적하고도 세련된 느낌을 만들어 내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아닐까 싶다.
백화점의 지하 층에 해당하는 곳에 가니 갖가지 먹을 것들을 파는 곳이 보였다. 명란젓도 팔고 있었지만 웬지 사고 싶진 않았다. 일본 명란젓은 매우 유명하다고 들었다. 방금도 말했다시피 우리나라 백화점의 식당가는 아주 화려하고 큰 규모의 느낌인데 거기는 그렇지가 않았다. 하지만, 편안하게 둘러 볼 수 있는 느낌. 우리나라 상가 디스플레이 연구팀들은 이미 그런 데를 한번씩 참고했겠지?
비상 계단으로 내려가는 부분도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구석진 곳이라 조금은 어두운 조명으로 '버려진' 느낌이 드는데 여긴 한 귀퉁이도 버리는 데 없이 모두 따뜻하면서도 밝은 조명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청결한 느낌도 주고 있었다.
그러다가 - 식당가 쪽으로 접어 들었는데 - 허걱~! 놀랐다.
거기 선술집 코너들이 생전 처음 보는 구조.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 있어 큰 데세랄 카메라를 꺼내 차마 들이 밀지를 못하고 나오는 길에 뒤로 돌아서서 얼른 줌을 당겨 한 컷 찍긴 했는데 제대로 나오진 않았다. 아쉬운 대로 위의 사진을 보시라.
각 술집들은 아주 협소한 공간이었다. 손바닥만한 폭의 테이블이 주방 쪽을 향해 있었고 사람들은 복닥복닥 붙어 앉아 술과 우동, 안주등을 먹고 마시고 있었다.
특이한 건 가게들의 가장자리를 둘러 가며 있는 스탠딩 테이블 들이었다. 그 테이블들은 아주 작은 크기였는데 거기 서너명이 둘러 서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보니 모르는 사람들끼리 같이 서서 마시는 것도 같았다. 옆 테이블에 흥미있는 얘기가 나오면 그 옆에 서 있던 사람이 그 대화에 끼어 같이 얘기를 하기도 했다.
아주 좁은 공간, 그리고 그 안에 꽉 차 있는 일본인들. 이렇게 밀도가 높게 외국인들이 모여 있는 건 여러 번의 해외 여행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뭐랄까... 아주 엄청난 에너지가 밀집되어 쏟아져 나오는 걸 지켜보는 굉장한 느낌이랄까.
왁자지껄, 웃음소리, 대화소리, 술이 오가고, 발 하나 디딜틈없는 그 곳에 일본인들이 가득했다. 나는 마치 연극 '크리스마스 캐럴' 속의 스크루지가 된 기분이었다. 사람들의 대화를 멀찌감치서 지켜 보고 있는 유령? 철저하게 관람자의 입장이 되었다.
특이한 경험이었다.
1층으로 돌아 들어가서 다니다 보니 이런 여행객을 위한 인포메이션 코너가 보였다.
한글로 된 관광 안내 책자들이 있었는데 먹거리 안내 책자 하나와 후쿠오카 관광 가이드 북이라고 적힌 책 한 권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그 옆에 있던 드럭스토어에 들어가 몇 가지 물품을 샀다. 그 전에 대형 드럭스토어에 있던 것보다 조금씩 더 비쌌는데 돌아 와서 검색을 해 보니 바로 그 지하에 있는 다른 스토어는 저렴하다고 한다.
키스미 마스카라와 입욕제 두 통, 눈 발열 마스크를 샀다. 이건 앞의 포스팅에서 사진으로 보여 드렸고.
역시 대형 쇼핑몰 안이라 사람들이 많았는데 팔짱을 끼고 걷는 우리 부부를 옆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가끔씩 있었다. 팔짱때문인지 꽃무늬 캐드 키드슨 가방 - 누가 봐도 여자 가방임이 분명한 가방 - 을 나 대신 들고 있는 남편때문인지 그건 알 수 없었다.
나왔다.
그리고, 다시 조금 걸었다.
꽤 쌀쌀했고 나는 아주 얇은 거위털 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걸 입고 오길 참 잘했다고 내심 생각했다. 야외를 이렇게 오랜 시간 걸어 다니는 여행객이 춥게 입고 있다면 안될 말이지...
길엔 휴지 하나 보이지 않았고 깨끗했다.
동남아 쪽을 다니던 때에 비하면 여성들의 옷차림은 매우 세련되었고 그 직물들의 느낌도 고급스러웠다. 그리고 화장도 약간 진한 편.
아이라인이 강했고 뺨을 붉게 물들인 블러셔도 우리나라 여성들에 비해 조금 더 진했다. 갸루 메이크업이 아닌데도 일상적으로 조금은 진하게 하고 다녔다. 내추럴 메이크업을 우리나라에 전파했던 일본도 그건 아주 예전의 일인 듯 했다. 80년대 정도나 그랬을까?
참하게 생긴 아가씨들도 꽤나 강렬한 메이크업들을 다들 하고 있었다.
여기가 요다바시 카메라 이다.
카메라와 전자 제품등을 저렴하게 팔고 있다. 여기서 사면 어떻게 되는 걸까? 카메라 등의 안내 글자등이 다 일본어로 셋팅되어져 나오나? 사도 문제가 없는 건가?
안을 들어가 봤다.
1층과 2층의 샵들을 지나 한 층 더 올라 가니 오락실 코너들이 참 많았는데 -
이런 것도 있고 음악 틀어 두고 두어 명이 서서 바닥 굴러 가며 댄싱하는 그거, 뭐라고 하더라? 그것도 하고 있고 -
그리고 천엔 코너, 다이소같은 그런 샵도 보였다. 역시나 둘러 보니 메이드 인 차이나도 꽤나 눈에 띄고 -
기념삼아 살 만한 것들을 열심히 골라 봤지만 딱히 당기는 게 없었다. 굳이 여기까지 와서 살 만한 물건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경을 다 했으니 이제 술을 한잔 -
가이드 책에서 추천해 준 자와타미 라는 곳을 향해 -
바로 왼쪽 저 계단을 올라가서 입구를 들어 선 뒤 바로 지하로 내려 가면 된다.
1층에도 비슷한 술집이 있는데 그곳과 지하의 자와타미는 다른 곳이므로 헷갈리면 안된다고 가이드 책에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다.
저 곳은 세계적인 권위의 식품 품평회인 몽트 셀렉션에서 최우수 금상을 수상한 프리미엄 몰츠 생맥주를 파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들어 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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