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과 달리 훤과 양명군의 대립 구도로 설정해 두었던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그 대립 구도의 카드를 멋지게 써 먹었다. 13화의 엔딩에서 말이다.
판타지 로맨스라면 으레 등장하는 것이 사랑의 라이벌들(연적)이다. 해품달에서는 그것이 형제라는 점에서 조금 더 극적이라 하겠다. 형제가 연적이 될 경우 라이벌이긴 하나 끝까지 미워할 수는 없는 것이 숙명이다. 그리고, 어느 한 명이라도 완벽한 악인으로 마무리되어서는 안 된다.
원작에서는 오로지 훤과 연우의 사랑만이 큰 줄기이다. 운의 짝사랑, 양명군의 짝사랑은 주변 사건일 뿐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대결 구도를 가
져와 긴장감을 높이려 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 한 가지가 있다. 소설에서는 양명군이 결국은 훤의 마지막 조력자로 마무리되는 바, 이것은 드라마에서도 마찬가지의 방향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양명군은 꽤 '비중있는' 역할이니 말이다. 연애만 하다가 퇴장할 배역은 아니다. 마지막 위기의 클라이막스를 해결사로서 양명군이 활약하게 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
13화의 엔딩 부분, 둘의 대립씬에서 절묘하다고 느낀 점이 바로 이것이다. 은근히 대립되어 오던 둘의 라이벌 관계가 시각적으로 팡 터트려 주었던 것이 이 씬이다. 임팩트를 위해서라도 둘은 '주먹다툼'만 안할 뿐이지 소리를 지른다든지 하며 격한 갈등의 양상을 보여야만 한다. 그러나, 이것이 완전한 반목으로 귀결되어서는 안된다. 둘은 형제이고 양명군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극 밖에서 볼 때 양명군은 종내에는 임금을 돕는 한 편으로 마무리되어야만 하는 사람이다.
어떻게 처리를 했나 그 절묘한 장면 속으로 같이 가 보자.
캡쳐 속에서는 양명군의 눈이 꽤나 매섭다. 뭔가를 주장하고 있고 훤은 애잔한 눈으로 마주 보고 있다.
전하께는 천한, 그 하나를 청하러 왔습니다.
여기서 버럭~!!! 훤이 등장한다. 양명군을 반격할 꺼리가 무언가 보자. '내가 월을 연모하고 있으니 형은 꺼지시오 - 였을까?' 훤은 그렇게 수가 낮은 사람이 아니다. 종친의 명예가 왕실의 명예과 직결되어 있으니 불가하다라고 답한다. 이에 자신이 허울만 종친이지 언제든 훌훌 떠날 수 있다고 양명군이 답하자 드디어 버럭~!
불가~! 불가하다 하지 않습니까~!!!!!
여기서 최고의 임팩~! 고조의 백뮤직 깔리며 여기가 오늘의 엔딩 임팩이 맞소라고 증명을 한다. 저렇게 버럭 소리지르고는 둘은 적이 되는건가? 뒷 수습이 궁금해지려는 찰나 임금 훤은 후첨 양념을 하나 더 얹는다.
곁에 두고서 어찌 그 아이가 무사하기를 바라십니까?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
어찌하는 것이 그 아이를 지키는 것인지를 -
왕실의 명예를 먼저 첫 수로 두었으나 여의치 않자 월을 다음 수로 둔다. 버럭 소리를 지르고 둘 사이는 여자 하나로 첨예 대립되는가 하는데 시청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게 아니고 말이죠, 둘 마음은 그게 아니란 거죠 -
자기 입으로 뱉기는 민망한 대사니 운이 옆에서 거드는 형식이다. 훤이 '내가 형님에게 잔인했다 생각하는 것이냐?' 하니
정작 상처받은 분은 전하가 아니옵니까?
여기까지 상황 정리. 훤의 생각. 형님이 불쌍하다. 운의 첨언. 전하도 불쌍하다. 여기다가 훤은 하나를 더 얹는다.
형님도 이젠 안전하지 않게 되었다. 영상의 표적이 될테니.
서글프지 않으냐?
결국 그 틈바구니에서 가장 상처받을 것은 월이. 그 아이가 될테니 말이다.
결론은 셋 다 불쌍. 하지만 마지막에 둔 월이가 훤에게는 가장 무게가 있는 듯 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건 그저 둘의 대립씬에 없었던 월의 존재를 일깨워주며 엔딩씬으로의 연결을 위해서였다고도 볼 수 있다.
# 오글거리나? 어떡하나, 그게 판타지 로맨스인걸 -
남성적 성향의 드라마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런 판타지 로맨스가 살짝 오글거릴 수도 있겠다.
기실 이 해품달은 가장 극적인 형태로 셋팅해 놓은 판타지 로맨스이다. 무녀인 월은 가난하나 꿈을 잃지 않고 사는 현대판 캔디의 분신이고, 전지전능 훤은 백마 탄 왕자 역할의 현신이다. 게다가 살을 날리다니. 살을 날려서 진짜로 임금이 쓰러지다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인지. 무녀로 험한 삶을 살아 왔던 여인이 이전에 세자빈이었다는 것이 증명이 된다고 하더라도 다시 제자리로 돌아 간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할까? 모든 것이 실제와는 별 상관없는 판타지일 뿐이다.
아무리 잘 포장을 해도 태생적으로 판타지 로맨스에 질겁하는 유전자들은 그 아래에 있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챈다.'가을의 전설'이 아무리 스케일이 크고 거대한 운명의 비극성을 보여준 영화라 해도 말타고 나오는 브래드 피트의 씬마다 괴성을 지르는 여성 관객을 이해 못하는 관객도 있었으니. (그러고 보니 가을의 전설도 형제간에 한 여자를 두고 -) '꽃보다 남자'에 열광하는 사람들을 이해못했던 사람이라면 분명 비슷한 반응을 이 해품달에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아마 위의 엔딩씬에서 손 오그라듬의 격한 반응을 경험했을 수도 있겠다. 위 대립씬은 판타지 로맨스의 정점을 찍은 장면이다. 한 여자를 두고 두 형제가 버럭질을 하다니 - 그것도 임금과 그 형이 - 여자는 옥에 갇혀 있다. 싸운 그 마지막 순간에도 남자는 여자를 생각한다. 이럴 수가... OMG
유치하지만 재미있다. 대중들이 환호하는 설레는 씬에는 뭔가 비밀이 숨어 있다. 다수의 심리를 꿰뚫는 그 감성 코드를 알아 챌 수 있다면 좋으련만.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 하나를 손에 쥐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일테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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