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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더킹 투하츠, 이승기의 로맨스 드라마? 그리고 성장 드라마


더킹 투하츠, 4화를 마쳤습니다. 전 솔직히 4화를 보면서 조금은 놀랐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다채로왔고 디테일이 살아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풀어나가기 전에 제가 질문 하나를 내어 봐도 될런지요?


# 더킹 투하츠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들

여러분들은 더킹 투하츠라는 드라마의 시놉시스를 보면서, 혹은 첫 화를 본 후, 또는 이후 드라마가 조금씩 진행되어 나가는 걸 보면서 무엇을 기대하셨습니까? 이 드라마에서 무엇을 보고 얻을 거라고 예상하셨나요?

일단은 로맨스 물이니까 두 남녀가 티격태격하다가 마침내 사랑을 이뤄 나갈 것입니다. 거기에 남자 주인공 (이승기, 이재하)의 성격이 괴팍한 것은 흔한 로맨스 물의 캐릭터 설정입니다. 이것은 두 남녀의 갈등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일 거라는 걸 예상할 수 있겠죠. 이 남자가 여자를 만나 조금씩 개과천선하고 이 여자에게만은 착한 남자가 되어 가는 쾌감도 선물할 것입니다.

게다가 이 두 남녀(이승기, 하지원)의 사랑의 완성은 민족의 화합도 의미할 것입니다.  가상 현실이나마 우리는 다같은 한민족 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는 감동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대치되는 적국의 관계이고 이승기(이재하 역)가 이 나라의 대표성을 띤 캐릭터이니만큼 두 남녀의 대립과 갈등은 국가의 대립이기도 하며 이념의 대립이기도 할 것입니다. 이것은 갈등 요소의 극대화를 의미하는 것이겠죠. 그냥 일반 개인 두 남녀의 갈등과 사랑보다는 아주 드라마틱할 것입니다.

마지막 아름다운 대미를 향하여 가는 도중에 몇 번의 대립이 있을 거고 한 때는 잘 되어 나갈 것 같은 핑크빛 대목도 있겠죠. 대립이 있을 때는 보통의 로맨스물보다 엄청나게 살벌할 것이며 잘 되어 나갈 때는 이승기(이재하)의 캐릭 설정상 매우 흥미로울 것입니다.

대비가 아주 확실하겠네요. 그만큼 더 재미있을 것입니다. 예, 제가 예상했던 것은 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4화를 보면서 살짝 동공이 커진 대목이 있었는데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 사람한테는 다 저마다의 가치가 있어
북한의 리강성이 생일을 맞자 평소 그가 소녀시대의 팬이었음을 알게 된 이재하(이승기)는 그에게 소녀시대의 영상이 담긴 노트북을 선물로 줍니다.  예의 그 깐족거리는 어투로 리강성을 놀리는 말을 영상 자막으로 덧붙였습니다. 게다가 더 나빴던 것은 자신의 선물임을 숨기고 은시경의 선물인 듯 보낸 것입니다. 둘을 싸움붙이려 하는 걸로 봐도 무방한 것입니다. 비겁한 짓이지요.


그러나 범인이 이재하임을 알아 챈 눈치 빠른 리강성이 이재하의 멱살을 잡고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니는 다 우습지?
사람한테는 다 저마다의 가치가 있어.
그건 남이 함부로 판단할 수 없는 거야.

남조선 썪은 자본주의에 자존심 하나로 마주 서 온 내 30년동안의 각오를 네가 아냐고 -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는 재하의 각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재하는 그다운 쿨한 방식으로 멋지게 사과를 합니다.

서로의 차이를 무시했던 거, 미안하다.
내 생각이 짧았어 -

예, 더킹 투하츠는 여타 보통의 로맨스물에서 보이는  남주의 변화, 그것를 넘어서서 '성장'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될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앞 화에서 항아가 재하에게 하는 말에서도 예감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전혀 재하의 내면에 대해서는 설명되어 진 바가 없습니다. (자꾸 없습네다 - 라고 하고 싶어집네다 ;;;) 항아가 재하에게 역습을 시도하며 쏘아 붙인 말은 재하의 내면 깊숙이 그 자신도 숨기고 싶어했던 약점들이었습니다. 원래 숨기고 싶어했을 수록 그걸 찔리면 더 아픈 법입니다.

너도 걱정되지?
날 진짜 사랑해주는 여자를 못 만나면 어카나 -
내가 진짜 오소리 잡놈이면 어카나? 그래 걱정되지?

재하의 단점은 철저히 자기 중심으로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남의 기분과 입장은 전혀 배려하지 않는 데에서 많은 문제들이 생겨 나고 있습니다. 1화에서 재하가 차에서 내리던 씬, 그 때부터 예감되어졌던 것입니다. 재하도 바보가 아닌 이상 '결국 사랑받지 못할 수 있다'는 데 대해 두려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어서 내뱉는 항아의 말은 어찌나 숨겨진 꺼풀을 뒤집어 아픈 데를 살살 찔러대는 말이었던지 순간적으로 인터넷 악플들의 심리학적 날카로움이 떠오를 정도였습니다. 상대방이 애써 숨기고 싶어하는 그 한 끝을 귀신같이 잘 잡아 찔러대는 악플러말입니다.

넌 근성도 없고 오기도 없고 자존심도 없어, 야 -
종자 자체가 그런데 별 수 있간?

저 대사를 듣는 순간, 알아 챘습니다. 이 드라마는 저것을 설명해 주고 싶어하는 구나. 재하의 약점들. 그리고 저것이 이제부터 해결해 나가야 할 부분들이구나 하는 것을요.


# 아무리 날라리라도 내가 왕자인데 어떻게 그래?
거짓 명령으로 남북한 장교들의 협동심 - 정확히 말하자면 서로간의 적개심이 단일팀의 작전을 수행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되지 않나 알아보려 한 - 테스트에서 재하는 항아의 가슴에 총을 쏘게 됩니다. 물론 가짜 총알이었습니다.

 


믿지 못했고 살의를 품고 총을 쏘았다는 사실 자체가 항아의 가슴에는 또 다른 의미의 총알이었습니다. 상처를 입었죠. 로맨스로 볼 때 이것은 항아와 재하의 갈등 최고조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재하의 성장기라고 볼 때 이것은 재하 내면 안의 갈등의 최고조 이기도 합니다.

재하는 자신이 볼모로 되어 대한민국의 이익을 내어 주는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왕족으로서의 책임감을 느끼고 나름대로 자존심을 지키려 행동한 것입니다. 물론 이것의 이면에는 이전에 항아가 뱉었던 말이 동기가 된 것이겠지요. 넌 근성도 없고 오기도 없고 자존심도 없어, 야 -

잘해 보려 했던 것이었는데 형의 기대 방향과는 조금 달랐던 것 같습니다. 재하는 자신때문에 틀어져 버린 장교대회 참가 취소를 철회시키기 위해 고난의 행군을 자청하게 됩니다.

한 명의 사람으로서, 왕족으로서 책임지려는 자세 를 보이는 것입니다.  ---


# 재하 왕자의 성장 드라마
이재하는 여러 번의 실수를 하고 또 이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을 배워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판단하는 방법과 자신의 결정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도 배워 가고 있습니다.  왕립학교에서 배워야 했던 왕족으로서의 교육을 이제서야 배워 가고 있는 것입니다. 안하 무인, 기고 만장, 깝족 왕자인 재하를 길들일 수 있는 건 가만 생각해 보면 총을 든 적국의 사람들이 유일할 지도 모릅니다. 적국의 군사들이자 동료라는 이 희안한 이율배반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 말입니다.

같이 고난을 헤쳐 가며 친밀감이 생겨 나는 로맨스 물의 일반적인 규칙도 물론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폭탄이 설치된 런닝 머신 위에서 수시간을 같이 달릴 때 김항아가 건네는 말은 둘 사이를 특별함으로 연결시켰습니다.

둘만 뛴다 생각하고 마음을 가다듬으십쇼
몸에 힘도 좍 빼시라요.
무릎을 모으고 발을 스치듯, 팔도 작게 -박자를 타는 겁네다 -
그래요, 좋아요. 그렇게 계속 -

이 나레이션은 따로 녹음되어졌습니다. 마치 마음의 목소리로 속삭이는 듯한 느낌을 줬죠.

행군을 하며 다리에 침을 놓아 주고 긴장한 재하를 위해 같이 누워 하늘을 보던 씬도 마찬가지입니다. 고난을 같이 헤치며 둘은 서로에게 조금씩 특별하게 다가서고 있는 겁니다. 거기다가 플러스 - 항아에게 자신의 약한 부분을 살짝, 아주 살짝~ 보여주기까지 했죠. 

 

원해서 왕족으로 태어난 것도 아닌데 왜 나한테만 -

또 보여준 게 있습니다. 책임을 지려 하는 태도요.

평가시간은 지났고 평가는 이미 끝났다고 하는 항아에게 재하가 대답하죠. 그래도 왕족이잖아 - 라고. 결과와는 상관없이 자신이 할 일은 다 해 내고야 말겠다는 자세입니다. 대의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아무리 깐족대더라도 밉지는 않은 인물입니다.

거기다가 또 플러스 -
런닝 머쉰을 달릴 때 주변에 둘러 서 있던 남북한 동료들은 이 드라마가 개인적 로맨스의 완성만이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짚어 줬습니다. 마지막 도착지에 들어설 때 박수를 치던 남북 장교들과 병사들의 모습도 마찬가지였구요.

함께 고난을 헤치고 오기도 하고 갈등이 극단에 달해 총을 쏘기도 하고 - 겨눈 정도가 아니라  쏘아 버리고 끝장을 봐 버린 - ; - 건방지던 재하가 자신의 고충을 비추기도 하고 위로도 해 주고 마침내 재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과하고 어루만져 주기까지 했습니다.

아까 많이 놀랐지? 총 말이야. 나도 뻥하더라. 가슴이 -


착한 항아는 그 말에 그냥 녹아 버리더군요.


이 엔딩컷은 많은 것을 의미합니다. 인간이자 왕족으로서의 이재하가 변화해가는 과정, 그 첫 장이 한 단락 마무리 된 것입니다. 그리고, 항아와 재아, 몇 바퀴 꼬였었던 그들의 갈등이 마무리되어졌습니다. 서로를 많이 알고 친밀해진 시간들이었습니다. 또 하나, 대립과 긴장의 평행선이었던 남북한,  크게 터져 버린 갈등 뒤에 오히려 더 친밀해지는 화합의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극 전체에서 이뤄 가야 할 것들을 빠짐없이 다 다뤘네요. 물론 각 부분마다 새로운 갈등 요소들이 다가오고 해결되어지는 것을 반복할 것입니다. 위의 컷은 전체 드라마 중에서 이제 1막이 마무리지어졌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이미 예상하셨던 틀 안에서 이루어졌나요? 제 경우에는 -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깊숙하고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로맨스의 곁가지로서 재하의 성장이 다뤄진 것이든 성장이 로맨스의 완성을 위한 도구로 쓰여지는 것이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캐릭터가 생생해지고 깊이가 생긴다는 것이 로맨스물의 결과냐 목표냐를 묻는 것과 마찬가지일테니까요.


* 재하 왕자의 성장기이자 배우 이승기의 성장 드라마도 될 것입니다. 연기력이나 스타성에서나 이전보다 더 나아진 평가를 받게 될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 BGM , 정말 멋집네다.
* 하지원이 정색할 때 순간적으로 뿜는 포스에  갑자기 화면의 색깔이 달라지는 듯한 착각이 -


역시 하지원! + 기대이상 이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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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자료들은 인용을 위해 사용되었으며 해당 방송국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