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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더킹 투하츠, 키스씬 앞에 대사많은 것으로는 역대 최고가 아닐까?



여러 모로 더킹 투하츠가 사람을 놀래킨다.

다름 아닌 냉장고 앞 키스씬 말이다.

여타 드라마에서는 키스씬 방영 이전부터 홍보 자료를 미리 돌리는 것이 보통이다. 로맨스 드라마에서 키스씬은 강력한 한 방이다. 작정하고 찍었으니 그 효과를 시청률로 모두 챙겨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 일각에서는 스포를 피해가고 싶은 마음도 몰라 주고 기사를 통해 미리 알게 되어 속상해 하기도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키스씬 촬영 때 NG가 몇 번이 났다거나 몇 시간동안이나 찍었다거나 촬영 이면의 이야기들까지 미주알 고주알 다 알려줘 왔었다.

그런 면에서 일단 더킹 투하츠의 키스씬은 예기치 못했기에 놀라웠다. 거기까지 진행될 줄은 몰랐다. 더킹 투하츠가 스토리 진행에서도 진부함을 피해 가며 신선한 놀라움을 줘 왔었기 때문에 거기까지 진행될 줄을 원래도 예측 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제대로 놀라움이었다.

정성들여 찍은 티가 키스씬 매 컷트마다 숨길 수가 없는데 이걸 방송 시간까지 꽁꽁 숨기고 감춰 두다니 -
헤헷, 놀랐죠?

등 뒤에 숨겨 두었던 큰 꽃다발을 얼굴 앞까지 다가 와서야 짠 하고 내밀며 웃는 것 같아 장난스런 그 마음에 함박 웃음이 지어진다. 키스씬 너머 내게 윙크하는 누군가들이 보이는 것 같다. '맘에 들어요?'

그럼요 - 최고에요~


# 사실 포옹씬 하나만 해도 설레었는데


피아노씬도 멋졌다. 비록 재하가 항아의 마음을 뺏은 뒤 상처주기 위해 꾸민 거짓 연극이었다 할지라도 키스 직전까지 가는 설레임은 최고였으니까. 그것 하나만으로도 6화의 소임으론 꽤 괜찮은 것이었다. 항아의 마음이 로맨틱하게 콩닥거리기 시작한 파동이 우리에게도 전해져 다음 화까지의 일주일을 견딜 만한 떡밥으로서 나쁘지 않았다.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둘이 같이 멜로디 맞추어 피아노 치는 장면의 의미도 좋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것이 사악한 연극'이었다 할지라도.

태어난 시기와 장소가 달랐던 바하와 구노.
그런데도 둘의 멜로디가 이렇게 서로 어우러질 수 있다는 것, 정말 신기해 -

(나도 신기해... ㅎ)  바보가 아니라도 그 두 음악가의 이야기가 남과 북 두 남녀, 즉 본인들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이라는 걸 눈치챘을 것이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어 - 라는 메세지를 재하가 항아에게 보냈던 것.

이어 항아에게 보내는 올드한 메세지, '이루어질 없는 사랑' 백뮤직에 깔린 항아 사진 모음집을  메모리에 담아 재하는 선물한다. 그것을 보고 마음이 몰캉해진 항아. 하늘도 재하의 작전에 동참한 걸까? 때마침 불어 드는 열린 창문의 찬 바람에 창가까지 나서게 된 항아. 그 앞에 함박눈을 맞으며 걸어가는 가로등 불빛 아래 외로운 왕자님이 눈에 띄인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창 가에 나섰더니 -

왕자님이 떴더라


슬로우 비디오로 뚜두두두~ 달려가는 항아 - 아련한 표정. 이어서 두번째의 빅 장면이 연출된다. 드라마 속에서도 대사로 나왔지만 '영화같은' 서정적 씬이 연출되었다. 정열은 전염성이 강하더니 순수함도 마찬가지인가? 예상치 못했던 항아의 순수한 열정에 재하 표정 역시 녹녹해진다.

더킹 투하츠 포옹씬

내 사랑, 재하 왕자님,기다리시오

더킹 투하츠 포옹씬

내가 달려가오 -

더킹 투하츠 포옹씬

이 표정의 의미는 ?


음악과 촬영과 대사, 연기 - 모든 것이 최대의 힘을 발휘한 장면들이었다. 피아노씬, 포옹씬, 키스씬 모두.

장면들을 머릿 속으로 그저 나열 해 보면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장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적재 적소에 시작되는 몰캉한 음악들, 상상치를 최대한 눈 앞에 현실화해서 보여주는 촬영 기술들, 그리고 녹아 들어가는 하지원의 표정 연기와 당황해하며 같이 흔들리는 이승기의 리액션 연기. 모든 것이 최대의 궁합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 위에 서 있으며 우리를 콩닥거리게 했던 최대 공력자는 바로 '대사' 였다. 그 상황 속의 그 대사들. 키스씬이 나오기까지 둘의 미묘하게 엇갈리던 마음들이 압력치를 받아 갈등들이 최고조가 되었을 바로 그 때 키스씬이 터진 것이다. 피아노씬과 포옹씬은 바로 키스씬을 향해 가던 숨가쁜 달음박질들 중 보폭이 큰 한 방들이었고 그 두근거림이 강했던 만큼 키스씬의 포텐도 크게 터졌다.


# 현실파 재하, 순정파 항아

 
북의 현실이 실제 그러한 지 모르지만 우리의 막연한 상상 속 북한의 이미지는 항아의 것과 비슷한 듯 싶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감성적 이미지도 재하 쪽에 가까운 게 아닌가 싶다.

결코 악한 인물은 아닌 재하. 하지만, 다가올 미래와 자신이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에 먼저 고민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그리고, 마음만 있으면 다 해결할 수 있고 이상을 향해 노력을 해 보겠다는 마음의 항아. 이 둘을 그대로 남과 북의 모습에 끼어 맞추어도 그리 틀린 것 같지는 않다.

불쌍하지 않아? 너무 잔인하지 않아? 걔도 알고 보면 불쌍한 애야 . 남북관계 희생양인데 -
포옹이 있은 뒤 갑자기 항아가 걱정되는 재하
저 따위에게 - 아니, 내가 먼저 살아야지 - 항아에게 흔들리는 자신을 추스리며 독백

우리 마음이 하나로 뭉쳤는데 뭐가 무섭습니까?
뭐든 사람이 하는 일인데 못할 게 없습니다
.  - 약혼 못한다고 발표하자는 재하에게 항아가 설득하는 얘기

사람일이 의지만 갖고 되지 않는 - 그런 항아에게 반박

순진한 것도 정도가 있지 , 누가 속으래?
쉬워 갖곤
- 설득되지 않는 항아에게 그간의 연극을 말하며 마지막 비수를 꽂는 재하의 대사

 남조선 왕제 리재하를 사랑합니다.
약혼, 하갔습니다. 
- 약혼식날 돌발 발표를 해 버린 항아. 약속과는 다른 이야기. 복수일까?

복사꽃, 오얏꽃은 이미 떨어지고
잠깐동안의 봄빛은 차례로 시들었구나
좋구나, 서쪽처마 밤새도록 내린 비에
청정한 파초 한 줄기가 솟았음이라.
   - 항아의 돌발 발언에 놀란 재하가 선문답같이 내놓은 답사

여자를 좋아하기는 해도 아닌 사람은 그냥 딱 신경 안 썼잖아.
게으르거든요. 아무 마음없이 그런 일을 벌일 사람이 아니에요.
자기도 모를 마음이 있었을 거에요. 분명히   -

재하의 여동생 재신 공주가 말하는 재하의 속마음. 재하도 실은 마음이 움직이고 있다는?

걔가, 살벌한 걔가 은시경 앞에서만 서면 하하 호호 하잖아 - 재하는 질투중? 질투의 뿌리는 사랑이니 -

하면 -
어쩔건데
보통 사람도 열렬히 사랑했다 이혼하는 판에
왕족인 내가  북한 여자랑 사랑하나로 다 헤쳐 나가?
세상이 그렇게 만만할 것 같아?
설사 그렇더라도 편한 길이 있는데 내가 왜 그렇게 해야 돼?
네 말대로 쓰레기야. 나만 생각하고 나밖에 안 봐
.
-
현실주의자, 재하가 항아에게 하는 말. 사랑은 현실 앞에 아무것도 아니란다.


팔자 고쳐보려는 마음.
복수심도 조금 있었시요.
제 인생 걸고 복수해봤자 저만 손해지 아니요?
그래서 약혼 물리자는 거요.
제가 쉬운 여자가 되기는 하겠지만
갑자기 물러서는 항아.


그럼 너, 평생 결혼 못해 - 그 와중에 항아 걱정하는 재하
외국 남자랑 하면 되요. 돈 많은 아랍 남자랑 - 그래도 제 살길은 생각하는 항아
WOC는? - 또 그 와중에 WOC도 걱정하는 재하. 걱정이 많다.
이판에 어떻게 나갑니까? 다른 사람 보내야디요. - 포기도 빠르다, 항아.


이 모진 경험 거름삼아 잘 살아 보갔습니다.
남조선 말로 쿨하게 끝입네다. 
  - 남조선 식 쿨한 안녕을 고하며 손을 내미는 항아.

우리나라에는 이런 때 좋은 풍습이 있지. 명칭도 우리말로 있어. 뒷풀이 샷이라고 -




# 유치하지만 떨렸어. '해 줘?' 라고 말할 때부터

냉장고 앞에 나란히 앉아 이미 알코올 기운으로 해롱해롱해진 상태에서 둘은 대사를 주고 받는다. 술김에 확~! 해 버린 표현이었는지 아님 술기운을 빌어 어렵게 한 표현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전부터 펼쳐 져 온 정황들 속에서 저 상황과 대사는 너무나도 리얼리즘이 살아 있다. 아, 물론 나는 저런 실수를 한 적이 없다. ; 하지만, 저런 상황에서 충분히 저럴 수도 있다는 현실감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대사도 비몽사몽 알딸딸함이 전해졌는데 그게 술기운때문이었는지 다가 오는 입술과 떨려 오는 콩닥거림때문이었는지 조차도 모호하다.

재하 -(어깨 탁탁 치며 기대라는 표시)
항아 - 두 번은 안 속아, 야. 또 입술맞춤 하려고 그러디?
재하 - 내가 했냐? 꿈 속에서 네가 했지.
항아 - 그거이 느낌도 없이 혼자 꾸어지니? 난 네 진 속을 읽은 거야.
재하 - 그래서, 뭐?... 해 줘?

장난인 듯 한 말에 둘의 분위기, 묘해진다.

항아 - 난 새 입술이야. 긴데 넌 수백번도 덜었잖네.
재하 - ... 그래서? (이미 딴 마음 먹은 표시가 이승기의 목젖꿀렁 으로 표현된다.)
              아랍. 일부다처제야, 넌 못 견뎌.
항아 - 두고 보라. 내가 다 쫓아 버리갔어.
재하 - 장동건이는 벌써 버렸냐?
항아 - 남의 세대주는 취미 없시야 -
재하 -다 안돼.누가 너랑 결혼을 해
항아 - 너만 아니면 상관없시야.

키스씬 앞에 이렇게 대사가 많은 것은 아마도 처음 본 듯 하다 -

대부분 크게 한 방 터지는 한 두 마디 건넨 뒤에 바로 키스 돌입하는데 이승기와 하지원은 술에 취해 몽롱한 채로 공시랑공시랑 말을 많이도 주고 받는다. 뭐라 하는지 잘 알아 듣기도 힘든 혀 풀린 발음으로 어째 둘이는 잘 알아 듣고 받아 치기까지 한다. 그만큼 입과 귀가 가까워서인가보다.

이럴 경우 긴장감이 느슨해질만도 한데 그렇지가 않았다. 둘의 대사가 몽롱해질수록 내 정신은 더 또렷해졌고 화면 쪽으로 얼굴이 더 가까와졌다. 어머머머~ 어째!!! 소리가 터지기 전까지의 압력치를 높여 주려는 친절함이었다.

너무 유아 수준의 단순 뽀뽀로 내려가지 않은 것도 멋졌고 노골적으로 둘의 부딪치는 입술을 카메라가 잡지 않은 것도 멋졌다. 교묘한 카메라 테잌에 우리의 상상력이 들어 갈 여지를 줬고 아름답게 승화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승기의 목젖꿀렁이 매우 좋았다. 해리슨 포드의 '위트니스'에서의 기억이 떠올랐다. 영화 본 뒤 일주일 동안은 그 목젖 꿀렁이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던 -

사실 사랑, 키스, 설레임, 이 모든 것들이 그것 하나만 딸랑 놓고 본다면 아무런 환상도 생길 수가 없는 것이다. 꽃가루 뿌려 놓고 풍선 달아 놓고 제반 배경을 깔아 놔야 그 주변들 사이로 우리의 상상력이 들어 갈 여지가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이 냉장고 키스씬은 이 씬 자체의 멋도 있었지만,  이 씬 이전의 캐릭터 심리와 상황 전개에 있어서 공을 들여 왔던 것이 이 씬에서 드디어 빛을 발했다고 할 수 있겠다.

옹알거리는 대사의 융단 뒤에 이어지는 이 키스씬은  그 자체의 독특한 설정으로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두 인물이 냉장고 앞까지 오게 되었던 상황 전개와 섬세하게 그려졌던 두 인물의 미묘한 심리이동이 마침내 키스씬으로 한 단락 완결되었다. 

이런 독특함과 완성도로 더킹 투 하츠의 냉장고 키스씬은  길이 회자될 명 키스씬 중의 하나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모든 캡쳐들은 인용을 위해서 사용되었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국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