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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해를 품은 달, 염이 받은 벌은 벌이 아니었다?!

해품달이 드디어 마지막 화의 문을 닫았습니다.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그래도 워낙에 정을 많이 준 드라마라 그런지 끝나고도 이런 저런 여운이 쉽게 가셔지질 않네요.

정리해야 될 에피소드들이 많아서였는지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은 것들이 생략되어졌습니다. 그래서 원작을 읽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앞 뒤 정황을 상상으로만 맡겨 두는 부분도 생겨 버렸습니다. 그 중 하나가 염에 대한 징벌 부분이었어요.



드라마에서 임금 훤이 빠른 속도로 읊어 댔던 염에 대한 징벌 내용을 옮겨 보겠습니다.


유록대부 양천도위 허염은 대역 죄인 민화공주와 부부의 연을 맺은 죄를 물어 이이를 명한다
이에 의빈 봉작을 파하고 작위에 준하여 내려졌던 모든 재산을 적몰한다.
하여 품계는 공주와 혼인하기 이전의 상태로 강등하고 용관으로 대기토록 하라



여기서 이이(離異)는 국가가 강제적으로 이혼시키는 것을 뜻한다 라고 자막으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용관도 직책없는 벼슬아치라고 되어 있군요.

원작에서는 이런 징벌 - 의 형태만 띤 - 을 내리기 전에 염이 스스로 자탄장(自彈章 :스스로의 죄를 탄핵하는 글)을 올리는 걸로 나와 있습니다. 자신의 죄를 물어 크게 벌해 달라는 글이었습니다. 그러고는 임금 앞에 와서 석고대죄합니다. 그 글이 워낙 정갈한 명문이어서 훤은 더욱 그가 아까와집니다. 그리고 평소 염의 인품과 아름다움을 흠모하던 유생들이 그의 주변을 에워싸며 오히려 염도 피해자라며 옹호하게 됩니다. 

양천도위 염은 누이의 죽음으로 한번 죽었던 목숨이고 누이를 죽인 공주와 부부의 연을 맺었으니 두번 죽은 것이며 이 자탄장이 그에게 있어 세번째의 죽음을 달라고 청하는 것이라고 말이죠.

그리고는 석고대죄하는 염에게 자신들의 옥색 난삼을 하나씩 덮어 주니 그 난삼들이 산처럼 염의 어깨 위에 쌓였다고 되어 있습니다.

실은 염이 자탄장을 올리기 이전에 이미 유생들은 임금에게 시위를 했더랬습니다. 친족인 공주의 처벌을 망설이는 임금에게 준엄한 처단을 빨리 내려달라고 말이죠. 임금 훤에게는 공주를 벌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와 같이 따라 붙게 되는 염의 처벌이 더 문제였습니다. 염은 사실 아무 죄도 없는 데다가 큰 벌을 내려 사장시키기엔 아까운 인재였으니까요. 그 와중에 염이 자탄장을 들고 스스로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그 자탄장은 오히려 염의 깨끗한 인품을 더 돋보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대신들을 스스로 반성하게 했죠.  당시 외척들의 득세에 눈치를 보느라, 연우빈의 죽음이 뭔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눈감고 넘어간 일 말입니다. 그리하여, 대신들은 염을 오히려 달래게 됩니다. 공주와의 이혼으로만 처벌을 만족해 달라는 식으로요. 더 처벌받겠다고 본인은 우기는데 이혼까지만으로 만족하라고 대신들이 달래는 우스운 상황이 된 거죠.

여기까지 들으면 저 벌이라고 내린 벌의 내용이 전혀 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전글, 공주는 어떻게 염과 혼인할 수 있게 되었나? 에도 나와 있듯이 염은 공주와 결혼하기에는 아까운 사람이었습니다. 저 징벌의 내용이라는 것은 공주와의 혼인 이전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을 뜻합니다.

염은 공주와의 결혼으로 많은 것을 잃었었습니다. 관직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잃었고 정치와 거리를 둔 것처럼 보이기 위해 - 양명군이 그리했던 것처럼 - 관직의 주요 위치에 있는 사람들과 친밀한 접촉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양명군 정도와만 왕래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이전 염의 집에는 그를 흠모하는 선비들과 동료들이 복닥거렸지만 공주와 혼인한 이후에는 모두들 발길을 끊고 집은 조용해졌습니다.

임금의 부마(사위)가 되면 많은 이들이 술과 여자에 빠져 방탕한 세월을 보내게 되는 일이 많은 것도 다 이 때문이었습니다. 학문을 닦아 봐야 관직에 나갈 수도 없었고 똑똑한 친구들과는 왕래가 끊기니 세상에서 고립되어 갔던 것입니다.



유록대부 양천도위 허염은 대역 죄인 민화공주와 부부의 연을 맺은 죄를 물어 이이를 명한다 - 일단 이혼시킨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의빈 봉작을 파하고 작위에 준하여 내려졌던 모든 재산을 적몰한다. - 의빈 봉작을 파한다는 것은 의빈(공주의 남편) 지위가 없어진다는 거죠. 작위를 받으며 내려졌던 모든 재산을 적몰한다는 얘기는, 가지고 있던 전 재산을 몰수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결혼하면서 그 결혼으로 인하여 받았던 재산만을 가져간다는 뜻입니다. 당연하죠. 왕족과의 결혼으로 받았던 거니까 이혼하면서 원래대로 다 취소되는 거.


 하여 품계는 공주와 혼인하기 이전의 상태로 강등하고 용관으로 대기토록 하라 - 강등이라는 말이 있어서 뭔가 안 좋은 느낌이 드나 가만히 보면 혼인하기 이전으로 돌아간다는 겁니다. 그리고 벼슬 자체를 빼앗아 양반이 아닌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직책이 없는 상태의 양반이 된다는 거죠. 

하여 이 모든 얘기는 의빈으로서 가지고 있던 모든 굴레들을 벗겨 주겠다는 겁니다. 얏호~! 이제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될 수 있게 해 준다는 겁니다. 원래의 제로 상태로 돌아갔으니 이제부터 다시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자격이 생겼다는 겁니다.


이 명령을 받은 뒤 뚤레뚤레 돌아서서 가는 염의 뒤로 그를 흠모했던 수많은 선비들이 따라 간다라고 원서에 적혀 있습니다. 훤이 그 모습을 보고 중얼거리는 말 중에 다음이 있습니다.


민화공주! 눈이 있으면 보고, 귀가 있으면 듣고, 마음이 있으면 느껴라. 네 편협한 치마폭에 홀로 품으려 했던 사내가 얼마나 큰 인물인지를. 



 

덕분에 이렇게 자유로이 아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와 누이의 얼굴도 보고 그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이라면 공주의 남편이라는 신분에 궁에 들락거리는 것도 눈치를 봐야 했거든요. 

이제 다시 공주와 합쳐진다고 해도 의빈 신분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겁니다. 의빈이 되면서 받았던 모든 권한과 이익들을 다 내려 놓은 상태거든요. 그리고 공주도 공주라는 신분이 박탈된 상태라서요.

우리의 상상 속 해품달 애프터 스토리 속에서 염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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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 이야기 꺼낸 김에 역할을 맡았던 송재희의 기사가 새로 올라온 게 있던데 그것도 같이 봐 볼까요?

염 역할의 배우 송재희


해품달 종방연을 하면서 염 역할을 맡았던 송재희에 관한 기사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만 32세의 데뷔 7년차(2004년 데뷔) 중고 신인이네요. 연기생활을 관두려고 맘먹었다가 마지막으로 오디션을 한번 보자 하고 덤빈 게 해품달이었답니다. 해품달이 시청자들에게도 큰 선물이었지만 그에게도 마찬가지였던 듯 합니다. 트윗에 올린 그의 사연도 화제입니다. 15일 막방이 나올 때 띄운 트윗입니다. 

송재희 @songjaeheehee  아버지....아니...아빠 엄마...너무 오랜 시간동안..저 때문에 힘드셨는데......그래서 너무...너무 죄송했는데.....웃으시는 모습 보니 너무 기뻐요....너무 기뻐서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간의 마음 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행운과 행복은 전염이 된다죠. 트윗의 사연을 읽다보니 저도 뭔가 뿌듯하니 기분이 좋아집니다. 크게 축하해 주고 싶어요. 그리고 일단 행운의 끝을 움켜 잡았으니 그것을 추월해 더 앞으로 달려가냐는 자신의 몫이라는 말을 푸쉬의 메세지로 덧붙이겠습니다.

처음에 어린 염 역할의 임시완과 비교되어 마음의 부담이 컸을 것입니다. 원작 속에 묘사된 '누구나 흠모하는 백설같이 청렴하고 단정한 선비'의 이미지를 어떻게 그려낼까 고민도 많이 되었겠지요. 드라마 회차가 진행될수록 성숙한 남자 특유의 포근한 분위기가 염 그 자체의 성품인 듯 자연스레 잘 어우러져 들어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드러운 남자가 거친 역할을 어떻게 소화할 지 매우 궁금하네요. 도포와 삿갓을 벗으면 첨엔 못 알아 볼 지도 모르겠네요. ^ ^ 다음 작품에서 더 멋진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사진 자료들의 저작권은 해당 방송국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