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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더킹 투하츠의 항아(하지원), 절묘했던 아홉번의 흔들림


어느 것 하나도 예상대로 진행되는 것이 없었습니다. 다음 장면 인물들의 심리와 대사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말입니다. 심리와 대사를 예측못하니 스토리 진행의 예측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 마디로 말해 뻔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다음 장면에서 뭐가 나올 지 몰라 화면에서 눈길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자기 마음을 자기도 모르는 게 현실 아닙니까? 사랑의 감정에서야 더욱 당연한 얘기입니다. 사랑한다 라고 확신하고 덤비고 그 고백을 받는 입장에서, 아니오로 곧바로 선명하게 대답할 수 있기만 한다면야 세상 어떤 사랑이 어렵겠습니까? 어떤 연애 소설과 멜로 드라마가 갈등 구조를 펼쳐 나갈 수 있겠습니까?


아버지가 전해 준 말로 남측이 거절했음을 알고 상처받은 항아

항아가 결혼상대가 안된다고?미묘한 마음의 파장을 느끼는 재하


하지만, 더킹 투하츠 5화에서는 긴 호흡을 가지는 드라마답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파고 들어 가더군요. 고전이자 신파인 러브스토리처럼 '사랑하지만 한 명이 자신의 사정으로 사랑에 방해가 되고 그걸 타개하려는 다른 한 명과 사랑하기에 헤어지려하는 바로 그 한 명' 등등 기본 구조가 뻔한 것과는 다르더라는 얘기입니다.

인물들의 정확한 심리를 보여 주지 않고 시청자들 앞에서 이리 저리 뒤집어 보여 줘 가며 장난질을 쳤습니다. 흥미로왔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미소가 띄어졌습니다.

약간의 작은 그림 안으로 들어가 봅시다. 항아가 재하를 좋아하고 있기는 한 걸까요? 지금 항아는 재하를 차러 간 것이 맞나요? 아버지께는 분명 남한 왕자를 뻥 차 주러 가겠다고 말하고 왔습니다. 그러고 나서는 흔들렸죠. 그러면 재하는요? 재하는 단지 항아를 차 주기 위해 만나러 간 것일까요?

사실 헷갈릴 건 아무 것도 없는데 헷갈리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헷갈리고 싶어하는 우리들 마음일 수도 있나요? 신선하게 이 스토리를 받아들이는 우리들 마음이,  뻔하지 않다고, 헷갈린다고 자기 암시를 걸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닙니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진부함을 피해 가기 위해 우리의 예측을 피해가는 갖가지 진행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헷갈리고 있는 것은 실제입니다. ㅎ

재미있었던 이야기들을 같이 되짚어 정리를 한번 해 봅시다.


# 재하와 항아, 결합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보여 주다 

그냥 둘이 좋아하면 끝나는 얘기가 아닌거죠. 적국의 왕자와 특수 부대 장교라는 차이, 막연히나마 난관이 있을 거라고 짐작은 했습니다. 그 난관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얼마만큼 큰 장벽인지를 가시화해서 보여주었습니다.

인터뷰하던 한 시민 왈,

(시위때문에) 100m 오는 데 두 시간 걸렸어요

재하왕자가 항아와 결혼하려 한다는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 터집니다. 형인 왕이 조금 고려를 했던 것은 사실인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게 밖으로 새어 나간 겁니다. 적국의 장교, 그것도 암살 전문 장교인 항아와의 혼사 얘기가 언론으로 나가자 마자 국민들은 들끓습니다. 물론 반대 여론인거죠. 왕실의 관례상 왕가에서 언론에 대고 해명을 할 수는 없습니다.

관례를 깨고 왕이 기자회견을 할라는 찰나 축구장에서 개막 연설을 하던 재하 왕자가 돌발 행동을 합니다.

김항아를 사랑한 건 나입니다.
국왕께 결혼시켜 달라고 청했습니다.
국민들의 마음을 모르고 행동했던 것은 제 잘못이고 국왕의 잘못은 없습니다.



짐짓 감동스런 고백인 척 연설하는 재하 왕자.

속아 넘어가는 듯한 표정의 항아.


* (왼쪽사진) 속아 넘어가 주세요 - 하는 것이 이 연기의 포인트. 
* (오른쪽) 설마 진짜 믿는 거야? 라고 믿게 하는 것이 이 연기의 포인트

사랑이 죄인가요?


재하 왕자의 작전은 잘 먹혔습니다. 의외로 순정에 약한 것이 사람들 마음이니까요. 여기서 시청자들은 일단 한번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왕인 형을 구하려던 건 잘 알겠는데 정말 재하 왕자는 항아에게 아무 사심이 없는 것일까 하고 말이죠.

의문을 가진 채로, 어쨌든 - 이런 작전의 결과로 재하와 항아는 상견례를 하게 됩니다. 무려 ~! 3박 4일로 한답니다.

목련꽃같은 조선 처녀입네다, 김항아

꽃분홍색 저고리를 입고 상견례장으로 항아는 향하길래 북한 녀성의 이미지를 확실히 해 두고자 그런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보니 신데렐라 스토리에 자주 나오는 왕자에 의해 드레스업 되는 씬을 위해서 반전의 폭을 크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한 건 아닐까 생각이 되더군요. 프리티 우먼 에서부터 시작되어 별은 내 가슴에, 사랑을 그대 품안에 등등 이루 셀 수 없는 드라마에서 많이 선보였던 그런 씬이죠. 무한 능력의 왕자님이 촌뜨기 아가씨를 화려하게 변신시켜 주는 씬 말입니다. 아참, 여기서 재하는 진짜 왕자죠? ;;

눈을 떼지 못하게 했던 요소들 중 몇 가지를 꼽아본다면 예측 불허한 다음 상황과 주인공들의 행동들(흔들리는 심리에 기저한)이 있겠습니다. 그리고, 깜짝 놀래키던 씬들도 있었죠. 가만히 분석하고 세어 보니 한 화에서 일어났던 상황 반전과 심리 반전이 무려 열 번이 넘었습니다.

먼저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 상황 반전이 뭐가 있었나 볼까요? 


■ 3 번의 반전

1. 재하와 항아의 결혼 발표 -  그 시간 재하는 상해에서 외국 유학중인 북한 여성과 선을 보는 중이었고 항아는 그 여성과의 스캔들 기사를 보던 중이었습니다. 항아와 재하가 놀란 것만큼이나 결혼 발표 기사에 우리도 같이 놀랐습니다.


2.  재하의 축구장 선언-  저런 식의 타개를 할 줄은 몰랐습니다. 무엇보다 드라마 상으로도 어머니(윤여정)이 국왕의 기자 회견 방송을 보기 싫어 다른 채널로 돌렸는데 거기서 재하 왕자가 등장.  반전이었습니다.

재하 왕자의 선언에 놀란 것은 시청자들도 마찬가지 -


3. 혼 신청 자리에 나타난 건? - 이전까지 정말로 마음이 흔들리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던 항아였습니다. 저렇게 드라마틱하게 예상을 엎어 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수많은 축포를 받고 나타난 건 바로 재하의 멱살을 움켜 쥐고 살벌하게 '남조선 썪은 자본주의'를 외치던 리강석이었습니다.

어, 이건 아니잖아, - 재하 왕자

소녀시대가 아닌 건 다 귀찮을 뿐 - 30년간의 자존심, 리강석




항아의 심리, 아홉번의 심리적 뒤집기

1번

2번

3번


비록 빈 통이었지만 그래도 재하가 건네 줬던 마지막 선물, 살결물통을 보면서 설레는 표정을 짓던 항아였습니다.
그러다가 왕가의 거절의 의사를 전해 준 아버지의 말에 '난 무얼 기대했던 거지?' 라며 이유 모를 슬픔에 잠긴 항아.

 그 동무래 '꽝포'입네다. 다시는 속아 넘어 가지 않습네다 - 다부진 말투에 정말로 우리까지 속아 넘어 갈 뻔 했습니다. 그 앞에는 나 이래뵈도 귀여운 남자라고 - 라고 자신있게 말하던 재하 왕자의 씬이 있었습니다. (오른쪽 사진) 분명 매달릴 거라 했는데? 이 부분도 핑퐁식 반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말을 끝낸 후 아버지를 비롯 장내의 사람들이 대화를 이어가자 이내 무언가 다른 생각으로 어두운 그늘이 지는 항아입니다. (아래 자료 사진)
  혼자서 '나는 김항아를 사랑합니다' 동영상을 무한 반복 시청하고 있는 김항아의 모습입니다. 꿈꾸는 듯한 눈빛입니다. 이 때 백뮤직도 꿈꾸고 있었습니다. 김항아는 흔들리고 있는 걸까요? (아래 자료 사진)

이 장면이 더 큰 무게감을 갖게 된 것은 몰래 지켜 본 아버지때문입니다. 재하 왕자가 염동하 장교를 시켜 예전부터 김항아 동무를 사랑해 오고 있었다는 말을 리강석을 통해 두 다리씩이나 건너 항아의 귀에 들어가게 했던 것은 그가 여자의 심리를 잘 알고 있어서입니다. 스탕달의 '연애론'에 의하면 여자는 제 3자가 전해 주는 말에 약하다고 했습니다.

3자의 말에 약한 것은 여자만이 아닙니다. 시청자도 약합니다. 우리가 직접 보는 장면보다 지켜보는 다른 극중 인물의 시선이 말해 주는 것을 더 신뢰하게 됩니다. 물론 이건 극중 항아의 주변 인물인 가족, 즉 아버지를 통해 항아 캐릭터를 구체화해가는 작업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왼쪽부터 4번, 5번, 6번, 7번, 8번

 

재하가 보낸 문자메시지,클릭

 되지도 않는 말을 지껄이는 그 남자를 확 밟아주러 직접 만나 보겠다는 항아. 항아의 진짜 마음이 무언지 예감한 아버지는 딸이 상처입을까 걱정되기만 하고. 우리 시청자들도 그녀의 깊은 마음 한 구석을 알기에 걱정되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북조선에는 없는 '귤'을 보러 온 것 뿐이라며 마음의 문을 닫은 채 대화를 시작했던 항아입니다. 그러나, 카메라는 이내 항아의 얼굴을 점점 줌업해갑니다. 흔들리는 항아의 마음을 잡아 내려 한 것입니다. 항아가 묻죠.

그 때 내게 총을 쏜 것도 날 사랑해서였나요?'

묻는 것은 응어리를 풀고 싶다는 뜻입니다. 못 이긴 채 마음을 열고 싶다는 것의 다른 말입니다.


뻔한 수작에도 흔들리는 항아. 아무래도 재하 말대로 항아는 '연애 백치' 가 맞나 봅니다. 그러고는 혼자서 사진 속 포즈를 다시 취해 보기도 하고 심하게 흔들린 모습을 보입니다. 그러다가 -
  위의 '반전' 파트에서 보인 대로 막판 클라이막스에서 멋지게 한 방을 먹이고 돌아섭니다. 리강석이 읽은 편지 내용에 의하면, 약혼 신청을 거절하고 가는 날까지 그 안에서 마주치지 않기를 바란답니다.


# 연애 백단, 김항아

예고편을 보아 하니 또 몇 차례의 뒤집기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쿨하게 끝내자고 항아가 매듭을 짓는 것 같은데 팔자고쳐보려고 남조선 왕자 잡은 것이라고 재하한테 하는 얘기는 서로 대치되는 것이니까요. 재하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된 이상 차버리는 걸로는 만족할 수 없다고 해 놓고 누이에게는 항아때문에 퓨즈가 끊어졌다고 말하는군요. 두근두근 설레는 포옹씬도 보입니다. 입으로는 둘 다 헤어지자고 말하면서 행동은 다르게 나올 모양입니다.

가만 생각해보면 - 항아는 어쩌면 연애 백치가 아니라 연애 백단 일 지도 모릅니다. 이건 아니다라면서 계속 재하 곁으로 가는 건 무얼까요? 그건 자신의 마음을 더 확실히 하기 위한 시간을 버는 것이기도 하면서 마지막 작은 가능성, 조금 더 부딪치다가 어쩌면 정말로 그의 마음을 얻게 될 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왕실의 막내 공주인 재신 공주. 단아한 모습의 공주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날라리 공주라니. 이것 또한 시청자들에 대한 반전이겠군요.

다음 화도 기대해 보겠습니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어떨까? 상상하며 웬지 가슴 한 켠이 뭉클해지던 씬이었습니다. 세계 미녀 대회에서도 합숙기간이 끝나면 그 말도 안 통하는 다른 나라 친구들과 헤어진다는 게 아쉬워 울기도 하던데 - 아쉬움에 손 놓기 싫은 마음이 생긴다는 것, 있을 수 없는 일만은 아니겠죠?

* 모든 사진 자료들은 인용을 위해 쓰였으며 저작권은 해당 방송국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