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면 재미있다 vs 재미있으면 잘 하게 된다

잘하면 재미가 있는 걸까, 재미가 있어서 잘 하게 되는 걸까?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고 하는데 즐기는 자는 왜 즐기게 되었을까?

내 생각: 재미가 있으면 즐기게 되는데,  재미가 있으려면 그것을 좋아해야 한다. 좋아하려면 - 그것을 잘 ~ 해야 한다.

자신이 그것에 재능이 있다고 느껴질 때 혹은 노력한 만큼 결과가 자신에게 보답을 한다고 느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좋아하게 되고 더 잘하려 노력하게 되고 즐기게 된다
- 고 나는 생각한다

뭐든 처음이 중요하고 기초를 닦는 일이 초초초 중요하다는  화두로 건너가게 되는 긴 얘기를 이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이 곳 티스토리, 오래된 코로나로 이삿짐을 풀기 시작한 지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도 글을 둠펑둠펑 올리지 못한 까닭은 실은 딴 데 있다.

물론 사이드 바에 넣을 구독 버튼들에다가 소스 수정 등등 만지작거린다고 바빴던 것도 있긴 하지만 중요한 이유는 다른 거다.
내 머릿 속에 요즘 다른 걸로 꽉 차 있기 때문.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데 콩 이야기라면 몰라도 팥 이야기가 나오기는 힘들지 않을까?

왼쪽 손바닥에는 물집이 잡혔다가 터져서 굳은살이 박히고 있는 중이다. 다리도 왼쪽 다리에만 알이 박히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손가락이 오그라진 채로 가슴 앞에 모여져 있다.  잠깐 오후에 등을 어디에 대기라도 했다하면 스물스물 눈이 감겼다가 깜빡 잠이 든다. 잠결에 만신이 쑤셔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다는 걸 나 자신도 느낀다. 그럼에도 머리는 또 오늘 공부했던 것들에 대해 분석하고 다음 날의 전략을 세우고 있는 참이다. 콤파스의 원리, 반지름이 커질수록 공이 멀리 날아가고, 그런 이유로 어깨가 오른쪽으로 이동, 하지만 중심이 움직이지 않아야 하므로 고개는 고정을 하고 -

자.... 무얼까? 내 마음 속의 콩이 과연 무얼까나?

딩동댕~~ 골프를 배우고 있다. 딱 한 달전 남편과 함께 수강 신청을 끊고서 같이 배우기 시작했다.

마음과 머리 속에 골프가 콩밭이 되어 온다면 그 콩 이야기를 하면 될텐데 왜 입을 닫고 있었냐고 물으신다면 ?
골프가 아직은 대중적인 스포츠는 아니라서가 내 대답이다.

이미 골프를 시작하신 분들께는 이런 얘기가 유난스레 들릴 수도 있다. 요즘 나이들면 웬간하면 치는건데 뭐 대단한 일이라고 - 라고 하실게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인구의 고작 3 %  만이 골프를 치고 있다. 고급 싸이클이나 인라인 스케이트 취미에 비해 그리 큰 돈이 드는 게 아니라느니 실제 처음 시작할 때의 수강료는 그리 비싸지 않다고 설명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 아직은 - ! 그리 쉽게 ' 나 골프 시작했어요 - ' 라고 말하기에는 한 박자 쉬고 들어가게 되는 것 또한  현실이다.











이제 어렵사리 화두는 꺼냈으니 풀어 볼까~나? ( 갑자기 전우치가 생각난다 ;)

같이 시작한 남편과 나는 배우는 스타일이 매우 다르다.

난 강사 선생님이 가르쳐 준 그대로 하나하나 따라 하려는 편이고 남편은 타고난 운동신경을 믿고서 대충대충 하는 스타일이다.

왼쪽 팔꿈치를 쭉 뻗으라면 그대로 하려고 노력을 하고 공없이 스윙만 10분, 20분을 해가면서 그걸 익히려 노력한다.

옆 사람에게 두레박 물을 퍼주듯이 조용조용, 우아하게 채를 들어올리라고 하면 그 동작만 수십번을 반복 연습한다.  

밤마다 남편과 그 날 배운 학습 내용에 대해서 토론을 하는데 남편이 주장하는 말이 있다.

자기 신체 조건따라 적용되는 게 다른 법이야. 팔꿈치가 아무리 해도 안 펴지면 못 펴는 거라고.

그리고 또 하나의 결정타 -

우리가 뭐 프로 선수할 것도 아니고 - 그냥 공만 딱딱 잘 맞으면 되는거지. 자세 예쁜 게 뭔 소용이야?

우리가 프로 선수할 것도 아니고 - 우리가 프로 선수할 것도 아니고 - 

잠깐 귀에서 메아리가 되어 지나간다.

정말 그런 걸까? 

강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잡담 중에 이런 게 있다.

약속이 있다느니 요즘 일이 바빠서라느니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갑자기 골프 연습 나오기를 게을리할 때가 생기는데 사실 그건 그 때가 슬럼프라서 그런거죠. 공이 잘 안 맞고 그러니 재미가 없어서 안 나오고 싶어지는 겁니다.


내가 그 소리에 맞장구를 쳤다.

예, 맞습니다. 뭐든 '잘해야 재미가 있는 거죠 ' -

그 말이 정답이라며 모인 사람들이 모두 크게 웃었다.



취미로 시작한 거지만 취미가 진정으로 오래 가는 취미가 되려면 '잘해야' 즐기게 된다.
대충 하면서 절대 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지금의 이 자세 룰이 자리잡게 된 데는 오랜 세월이 걸렸을 것이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과학적인 분석의 결과로 작은 각도까지도 도출되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내 나름대로의 자세를 개발해서 연습했는데 이후 그것이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다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연습을 해야 한다. 그런 시행착오의 시간을 줄여 주기 위해서 교본에 있는 교습법대로 초보자들은 배우고 있는 게 아닐까?

혹시라도 이대로 연습을 해 나가다가 공이 잘 안 맞는다든지 매번 다른 방향으로 날아간다든지 할 때 해결방법에도 차이가 있게 된다. 즉 슬럼프가 왔을 때 말이다. 기본 정석대로 연습을 했을 경우, 자신의 방법과 교본을 대조해서 분석할 수가 있다. 하지만, 정석대로 연습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자기가 만들어 놓은 그 방법론의 교본과 대조를 해야 한다. 어디가 잘못 된 건지. 하지만, 자기가 만들어 놓은 교본이라는 게 있을 턱이 없다. 이론상 정립되어진 게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받아들인 '감'일 뿐이니까. 

가만 생각해보면 내 아이의 첫 영어 단어시험 때 내가 그토록 용을 쓰며 100점을 맞게 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자신이 그것에 재능있다고 느끼는 것이 흥미를 느끼게 하는 첫 걸음이니까. 잘 해야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대입시험에서 영어 읽기가 시험에 나오는 건 아닌데도 유창하게 영어책을 읽는다는 것은 같은 이유로 중요하다. 그럴 듯하게 자신이 해 내고 있다는 느낌은 '잘하고 있다'는 느낌과 통하니까. 스스로 자신의 재능을 확인하는 과정이니까. 

기초가 되는 블록이 빽빽하게 채워져서 올라가는 사람은 그 위에 덧 올려지는 그 플러스 1 부분만 신경써서 더 올리면 된다. 그러면 그 하나를 더하는 작은 노력만으로도 그는 그의 레벨에서 항상 최고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아래가 엉성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플러스 1 부분을 올리기 위해 다시 아래에서 덜 채워진 부분들을 점검하고 채우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매번 최선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들여야 하는 노력이 커진다. 버겁다. 그러면 힘들어지고 - 또 재미가 없어진다. 이것이 또 첫걸음이 중요하고 기초부터 채워야 하는 이유겠다.

가만 생각해 보면 세상 만사 원칙들이 다 서로 통하고 있다. 

잘 해야 재미가 있고 첫 걸음이 중요하고 기초가 중요한 것들이 또 뭐가 있을까? ^ ^


그리고, 서두에 던진 질문에 대한 정리 - 재미가 있어야 잘하게 되고 잘하게 되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 -
이 두 가지는 서로 물고 물리는 상관관계가 있는 것.
이것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이라는 건 - 처음 시작할 때 최선을 다할 것 - 이라는 아주 작고 당연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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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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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혜진 2011.04.19 17:0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또 1뜽~!!!! ㅎ....^^

    저의 아버지께서 골프를 좋아하세요.^^
    2번 필드에 따라갔는데.. ㅡ.ㅡ;;;;

    전 골프랑은 안맞는듯 해요..
    물속에서 노는건 잘하는데..ㅡ.ㅜ

    말씀처럼 잘 해야 재미있는건데.. 못하니..소 닭보듯..ㅋㅋ
    잘 보고 갑니다.^^

    좋은오후 되세요~^^

    • 아딸라 2011.04.19 17:1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혜진님~ ^ ^ 골프 쪽 운동신경은 보통 운동과는 또 다른 것 같았어요 - ㅎ 젊은 여성들은 좀 젊은 나이에도 많이 시작하더군요. 간간이 하기만 해도 그게 유지가 되는 듯 하니 가끔씩이라도 해 보세요~

  2. 릿찡 2011.04.19 17: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입니다. 일단 잘해야 재미가 있죠. 저같은 경우에는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해서 학창시절에도 잘하는 과목은 흥미가 있었고(공부를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고), 재능이 찾아볼수 없던 과목은 그데로 방치했습니다. 그 결과는 수능 영어성적 8등급이라는 경악할만한 결과로 돌아왔지만

  3. 백전백승 2011.04.19 17: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는 아띨라님과 생각이 비슷해요. 즐기면 재미있고 재미있으면 서서히 잘하게 된다입니다. 잘하면 재미있지만 즐기지는 못할 것 같아요.

  4.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4.19 18:1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대부분의 운동이 폼에서 승패가 갈린다고 하듯이 골프 역시
    정석대로 폼을 익혀 나간 분들이 결국 이기더라구요.
    화이팅 하세요.^^

  5. 파리아줌마 2011.04.19 18: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요즘 골프에 푹~ 빠져 계신게 느끼집니다요,
    전 이제 겨우 땅볼 면했는데요, 어느날 공이 허공으로 튀어오를때
    그 느낌은 정말 좋았답니다.^^

    • 아딸라 2011.04.19 18: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 예에 - 강사선생님이 칭찬도 많이 해 주시고 하니까 더 잘하고 싶어져요. 힘을 안 들였는데도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멀리 날아가면 바로 그 재미에 하는구나 싶어요 ^ ^

  6. 더공 2011.04.19 18:5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럼요~~~
    점점 늘어나는 실력만큼 재미도 늘어나는 것이죠. ^^

  7. 쩡전 2011.04.19 19: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관심과 의지만 있으면야 못 할 게 없다고 봅니다.
    대부분은 의지가 없어서 관심 마저 떨어져 나가는 일이 허다하죵~

  8. 쿤다다다 2011.04.19 20:2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처럼 운동 신경 없는 사람도 할 수 있을까요? 일단 공을 치는 거라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전 공을 받는 |쪽은 못하거든요. 공 날아오면 눈부터 질끈 감아서요. ㅋㅋ

    • 아딸라 2011.04.19 20:3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 보니까 너무 공주과인 분은 시간이 많이 걸리구요, 오히려 테니스나 다른 운동하신 분들은 자세가 잘 안 잡히더군요. 그리고 주고 받는 경기 - 스쿼시 같은- 와 달리 자기혼자서 콘트롤해가면서 할 수 있으니 좋은 것 같았어요. 제 생각엔 유연하고 춤을 잘 추시는 분이 골프를 잘 할 것 같았어요. 뻣뻣하면 그걸 푸는 데 고생하겠더라고요.

  9. 알 수 없는 사용자 2011.04.19 21:43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간만의 포스팅이신데....골프!
    쉽지않지만 그래서 각별한 주제의 글들이 될 것 같은 예감이 스믈스믈...^^

    골프와 관련해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야기는 타이거 우즈 얘기입니다.
    '골프가 운동이냐?'라는 기자의 짖궂은 질문에 타이거 우즈가 이렇게 대답했다죠.
    '골프는 운동이 아니다.
    하지만 골프를 잘하기 위해서는 많은 운동량과 체력이 뒷받침되야한다.
    그래서 필드에 나가있는 시간의 서너배는 핼스장에서 운동을 해야한다.'

    • 아딸라 2011.04.19 22:1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ㅎㅎㅎ 골프 얘기를 계속 할 생각은 없구요~ ㅎ 아는 것도 없고 - 하지만 주신 얘기들은 너무나도 적절한 얘기들이네요 - 운동이 안된다고는 하는데 필드나가서는 걷는 정도가 운동이 되는 것 같고 연습과정에서는 스윙을 몇 백번은 하니까 고거 정도가 살짝 운동이 되는 것 같아요.ㅎ 기초체력이 되어야 된다는 건 맞는 것 같구요 -

  10. 지현 2011.04.20 10:24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골프를 시작하셨군요....멋지다 ^^
    한달 정도면 재미가 막 있어질때 즈음이죠..?? 일상 일 하다가도 스윙폼 한번 잡아 보고,,, 자면서도 계산도 해보고 ㅎㅎ

    전 예전에 수영하고 테니스를 배웠었는데 , 그게 본 건 많고 몸은 따라 주지 않고ㅜ.ㅜ
    강사분이 어디가서 자기한테 강습받는다고 하지 말라고...

    재미있어서 하는 건데 잘하면 더 즐겁고.. 난 그쪽인거 같아요. 그래서 잘 하게 되면 더 재미있어 지겠지만.
    즐기는 거와 그 걸 마스터링 해가는 중간을 잘 건너 뛰면 그림이 딱 완성 될것 같은데 ^^
    아딸라님은 뭐든 열심하시니까 뭐 ㅎㅎㅎ.파이팅 하세요 !!

    ....전 남은 4월 바람쐬러 가요~~~ 그 동안 잘 지내시구요.. 오월에 뵈요

    • 아딸라 2011.04.20 14: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지현님이 누구신지 점점 더 궁금 -
      전 강사 샘이 어디 가서 자기한테 배웠다고 꼭 말해달래요~ㅎㅎ
      바람쐬러 어디 좋은 데 가시는지? 모쪼록 좋은 시간 보내시고 5월에 다시 뵙길 -

  11. Lipp 2011.04.20 20: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흥미가 있는 분야는 관심이 증폭하고 또, 집중하게되고 그러다보니 열정이 생기니 잘할 수 밖에요,, ^^
    골프는 꽤 매력이 있는 스포츠라고하죠. 한번 발을 들여 놓으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데나 ..ㅎㅎ
    많은 친구들이 골프를 치는데 보니 그렇더라구요.
    몇번 동행을 해보았는데 제 에스프리는 그쪽에서 빛나지 못하는게 아마 다른 분야에 관심이 더 있나봐요. :)

    • 아딸라 2011.04.20 21: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아마도 - 제 생각에 - 골프에 중독성이 있다고 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 아주 어렵지는 않고 단순한데 그게 또 아주 쉽지는 않고 - 조금만 어떻게 해보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 딱 당근이 눈 앞에서 달랑달랑 거리고 있는 그 상황때문인 것 같아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