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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시작하는 여성들의 연령별 차이점


지금 배우고 있는 골프 연습장에서 같은 시간에 배우는 여성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어린 분들이다.

한 살 어린 분이 한 분, 그리고 두 살 어린 분, 그리고 네 살 어린 분, 7살 어린 분이 나보다 어린 분들 명단의 전부.

그리고 나이가 많은 분들 중 1년동안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50대 중반의 언니가 한 분 있다. 얼마 전 아드님을 통해 손주를 보셨다고 고백을 한 뒤 할머니라고 불리고 있다. 또 바로 어제부터 새로 시작한 분이 계신데 대략 '할머니 언니'(!)와 비슷한 연배가 아닐까 짐작된다. - 요즘은 할머니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에너제틱하신 분들이 많다. -

위에 열거한 분들은 모두 여성들의 경우이다.

잠깐 골프를 시작하는 여성들의 연령대를 정리해 보면

 ■기준- 30대 후반~50대 이전 : 남편이 시작한 뒤 곧 이어 

 ■그 이전 : 남편과는 무관하게. 오히려 먼저 시작하는 경우도 가끔 있음.

 ■50대 중반 이후 : 남편이 시작한 뒤 제법 세월이 많이 흐른 후. 가끔 예외있음.



그들이 골프를 시작한 동기는?



나보다 어린 분들이 골프를 시작한 동기를 살펴보면 100% 남편의 권유이다.

 

대부분 남편들이 시작 한 지 2~3년 정도 되어서 골프에 중독 증세가 슬슬 시작될 무렵 부인에게도 배울 것을 권하게 된다.

주말마다 부인과 아이들을 놔 두고 혼자만 친구들과 필드나 스크린골프장으로 나가는 것이 반년이 되고 1년이 지날 무렵 드는 생각.

미안함일 수도 있다. 혹은 잔소리를 이겨낼 방법으로 아예 같이 데리고 나가버리는 방법을 모색하게 되는 것이다.


자... 해 보면 그 맛을 알거다. 왜 내가 주말마다 홀린 사람마냥 밖으로  나가는지. 골프 배우고 나서 솔솔찮게 나가는 돈이 어떤 욕심으로 , 왜 나가게 되는지 직접 경험을 한번 해 보라고.


대충 이런 생각인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내 입장이 되어서 나를 이해해 보시오 '에 해당되는 것이겠다.

또 다른 경우로는  평생 본인이랑 항상 놀아 줄 친구는 아내밖에 없다는 걸 깨달아서이다. 그걸 깨닫는 계기는 여러 루트이다.

늘상 같이 골프치러 가는 동료 녀석이 갑자기 실력이 더 는 것을 깨닫고 비법을 알아봤더니 글쎄, 어젯밤에도 잘려던 아내를 깨워가지고는 동네 골프연습장가서 두시간이나 치고 왔다는 거다. 그게 한 두번이 아니었던 거다. 서로의 약속시간을 맞추어야만 겨우 필드 나갈 수 있었던 우리 팀의 사정과는 달리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아내는 언제든 스케쥴을 조정해 연습장에도 같이 나갈 수 있는 거다. 그래 - 녀석의 비밀은 그거였어.

하핫~ 이건 조금 과장된 얘기겠고, 밤 늦은 시각에 갑자기 골프가 치고 싶어졌는데 깨워서 같이 데리고 나갈 친구가 같은 집에 살고 있는 아내라는 건 참 매력적인 얘기다.

이 매력적인 짓을 앞으로 늙어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것이다. 친구와 사이가 틀어질 확률보다 아내랑 사이가 틀어질 확률이 훨씬 낮지 않은가? 아내는 식구거든. 골프라는 스포츠가 나이들어서 기력이 쇠할 때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여자도 남자랑 같이 즐길 수 있다는 사실도 감사하겠다.

두 가지 이유 모두 약간은 이기적인 데서 출발한 것이긴 하나 아내가 끝까지 남는 옆지기라는 인정한 데서 나온 것이므로 다 아름답다 하겠다.

그러면 나이많은 여성들은 어떤 경로로 시작하게 되었을까?


50대 중반 이후의 여성의 경우는 또 다르다?

50대 중반 이상이  넘어간 여성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남편들이 골프를 시작한 지 10년도 먼저일 때가 대부분이다.

예전엔 지금보다 더더욱 골프연습장이 우리 주변에 보기 힘들었을 때고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을 때이다. 실제로 돈이 많이 들기도 했다.

나이가 있으신 남자분들은 그 세대답게 조금은 더 가부장적 권위의식이 높았을 때이므로 그 비싼 걸 어디 여자가~!!! 라는 생각이 강했던 듯 싶다.

어디 여자가 골프를 - 소는 누가 키우고?

그리고, 혹 비슷한 시기에 시작을 했는데 아내가 자신보다 골프에 자질이 있어서 더 잘 친다면? 음... 아마 그런 의심조차 못해 봤을 수도 있지만 ; 왜냐면 대부분의 어르신들의 생각이란 게 "걸레질하고 설겆이하는 여자가 운동신경이 자기보다 더 나을 수 있다는 상황' 자체에 대해 상상조차 못했을 가능성이 높을 듯 싶다.

다음의 이야기는 연세많으신 골프 연습장의 사장님이 해 주신 이야기이다... 라는 말로 살짝 책임을 미루면서 이야기를 계속해보겠다. ;;

예전 어르신들은 남자로서의 권위의식이 강해서 아내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준다'는 행위 자체에서 남자로서의 자부심같은 것을 느꼈다고 한다.

자.. 허리를 이렇게 돌리고 - 엇, 엇, 엇~!!! 낚아 채듯이 휘둘러야지 - 그렇게 패대기를 치니 공이 날라가나?


이러면서 가장으로서 또 남편으로서 위신이 선다고 생각했단다. ^ ^ 직접 잔소리를 들을 입장이 아니고 보니 웬지 조금 귀엽게도 느껴지는데 - ㅎ

나이가 조금 젊거나 지긋하거나 여성들이 골프를 배우러 올 때의 공통점은 대부분 남편 손에 이끌려 온다는 것이다. 남편이 사회적 대리인역할을 하는 셈이겠다.

연습장 사장님이 하시는 말이 우리 부부처럼 부부가 같이 강습을 시작하는 것이 그리 흔한 일은 아니라 했다. 그리고는 날더러 참 복이 많은 사람이란다.

동의한다. 난 남편복이 참 많은 사람이다...;; ㅎ 게다가 우리 남편님은 - ㅡ.ㅡ;; 요즘 완전히 볼 컨트롤을 잃어 버려서 진도가 나가질 못하고 있다. 늘 칭찬만 듣고 승승장구인 나에게  '남자인데도' 자세를 봐 달라고 코치를 부탁한다.

모르지... 어쩌면 지금쯤 1년정도 먼저 시작하지 않고 같이 시작한 것을 후회하고 있을 지도 -
어쨌거나 행복은 볼 줄 아는 사람의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참 보기 드물게 민주적이고 열린 마음의 사람과 같이 살고 있다는 점에 감사를 해야겠다.


<이 글을 아침에 예약송고를 걸어놨었는데 발행은 되었으나 뷰로 송고가 안되었어요. 여러번 갱신을 했지만 되지가 않아서 결국 새로 글을 하나 적고 이전 것을 지우고 하니 되네요. 이전 것에 믹시 추천 해주신 분들 죄송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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