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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후기

노트북 자판 청소, 쉬운 게 아니라고 누가 말해주기만 했어도 -



일주일 전이었습니다. 노트북으로 무언가를 검색하고 있었는데 검색창에 적어 넣는 글자가 자꾸 오타가 났습니다. 분명 두드렸는데 타이핑되지 않았고 스페이스 바를 두드렸는데도 한 칸 띄워지질 않았습니다.  고작 서너 자를 적어 넣는데 몇 번을 백스페이스 눌러 가며 수정했는지 모릅니다.

가만 생각하니 이 노트북을 산 지 2년 정도 지났더군요. 아마도 키보드 키판 아래 먼지가 쌓인게야... 청소를 해야 하나?

한번도 노트북 키보드를 청소해 본 적이 없었기에 살짝 두려움이 있었죠. 그래서 키보드 자판 청소, 노트북 키 청소 등등으로 검색을 해 봤습니다. 경험자들의 조언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다들 쉽다더군요. 한 두개정도 실수로 부러지는 경우가 있긴 해도 초강력 접착제로 살짝 붙여 두면 다 해결이 된다고 말해줬습니다. 그리고 그 글을 읽는 당장 키보드 키판 청소를 시작하라~! 고 자신있게 권해줬습니다. 적어도 1년에 한번 정도는 청소를 해야 상쾌한 키감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만약 오래 청소하지 않고 그냥 놔두면 먼지들이 끈적거리며 완전하게 달라붙어 간단한 청소로는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키보드를 완전하게 교체하는 데는 9~10만원 정도 든다고 겁도(!) 줬습니다. 약간만 부지런을 떨면 항상 새 것같은 키감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죠. 뭐니뭐니해도 컴퓨터로 글을 쓸 때 상쾌하게 다다다다~ 치고 들어가는 느낌이 있어야 글 쓸 맛이 난다라는 말도 - 

맞죠. 아무리 데스크 탑에 비해 노트북의 키감이 안 좋기는 해도 그래도 어느 정도는 유지해줘야죠. 이렇게나 타이핑에 에러가 자꾸 생기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게 뜸해질 수 밖에 없다니까요.

(가만 생각하니 역시나 그건 공부 못하는 학생의 핑계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시험 기간만 되면 책상 정리부터 해야 하는 학생 말입니다. 글 올리기 전에 블로그 디자인만 줄창 바꾸는 데 이어 키보드까지 탈탈 털고 닦는 작업을 해야만 직성이 풀렸던 겁니다. 저라는 사람, 못난 사람...)

정리를 해 보죠.

1. 노트북의 상쾌한 타자를 위해 키보드 청소는 정기적으로 해야 한다.
2. 오래 두면 청소로 해결할 수 없게 된다.
3. 교체비용은 무려 9만원 이상은 예상해야 한다. 

이 말이 어디까지 맞는 말인지 알려 드리겠습니다. 




■ 키보드 청소의 멀고 험한 길

먼저 키보드 전체를 폰이나 카메라 등으로 찍어 둬야 한다더군요. 나중에 끼워 맞출 때 늘상 보던 건데도 순서가 헷갈릴 수 있다고요. 물론 시키는 대로 찍어 뒀죠.

하지만,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는 일이었기 때문에 불안해서 맨 아래부터 한 줄씩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한 줄만 떼어 낸 뒤 붓으로 먼지를 털 경우 이미 작업을 한 옆 줄 아래로 먼지가 다시 들어 가는 수가 있긴 하겠지만 - 그래도 난 - 초보니까~!

맨 아랫 줄의 오른쪽 키부터 떼어 냈습니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 화살표 ->스피커 모양 이 찍힌 그 자판입니다. 잘 떼어 냈습니다. 혹시나 해서 다시 붙여 넣어봤습니다. 따가각~! 상쾌한 소리를 내며 원래대로 잘 붙여졌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나씩 조심스레 떼어 냈습니다. 혹시나 해서 또 다시 다 붙여 봤어요. 잘 붙여졌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중앙의 제일 긴 것인 스페이스 바였습니다. 그건 그냥 똑딱이 식으로 붙여져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철사 같은 것이 매달려 있었던 거지요. 들어 내려는데 아래쪽 사정이 뭔가 여의치 않은 것 같아 스탠드 불빛을 비춰 보니 조금 다르게 붙여져 있었어요. 떼어 내긴 냈는데, 아래쪽에 붙어 있어야 할 조그만 것이 위쪽으로 같이 딸려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래도... 핀셋등을 이용하면 어떻게 될 것 같긴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용기를 내어 그 옆으로도 떼어 내길 계속했죠. 떼어 내니 그 아래 소복하게 솜털처럼 먼지들이 쌓여 있었습니다. 솔로 탈탈 털어 내는데 뭔가 카타르시스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후훗~~

즐거웠던 것은 거기까지 -.

Shift Enter 키 같이 조금 큰 키들은 모두 아래에 철사가 붙어 있었는데 떼어 내려다가 아래 쪽의 작은 조각들이 위로 붙어 올라 왔습니다. 뭔가 예감이 이상해서 다시 붙여 봤는데 제대로 끼워 들어가질 않았습니다. 여기서부터 당황. 그 옆의 작은 버튼들도 모두 아래쪽의 작은 조각들이 같이 딸려 올라왔습니다. 일단 딸려 올라온 것들은 다시 끼워 지질 않았습니다.

점점 많이 당황 - ;;

일단 자신있는 작은 키들만 하나씩 떼어 가며 탈탈 솔로 털었습니다. 거기서부터는 겁이 나서 왕창 여러 개를 떼지도 못했습니다. 하나씩 떼어 털고 다시 붙이고를 반복했습니다. 

잘못 떨어진 것들의 수습으로 들어 갔죠. 부품들이 너무 작았기에 스탠드를 켜 놓고, 이쑤시개를 이용해서 원래 자리에 강력 접착제를 붙였습니다. 어찌나 정밀, 섬세한 작업이었던지 마치 제가 시계점 수리하는 사람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붙여서 끼워 봤지만 눌러 보니 ㅡㅜ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절룩 절룩 절름발로 걷는 키판이 되어 버렸습니다. 다시 낑낑거리며 재작업을 하고... 두시간 정도 잡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내 궁시렁거리며 작업을 했죠. 난 이런 데 시간을 쓰기에는 고급 인력이란 말이야...ㅜ 더 가치있는 일을 하고 있어야 된다고.

하지만, 뭐 - 전 항상 그럽니다. 고무 장갑이 구멍나도 팔뚝 위에 있는 고무 장갑의 한 부분을 손톱만큼 가위로 잘라 내서 강력접착제로 구멍 난 안쪽을 막아 쓰죠. 혹은 얼마 전 포스팅했던 것처럼 하수 구멍의 핀이 부러 진 걸 실로 묶거나 (그건 실패했지만;) - 어떨 땐 양말 건조대의 자루가 자꾸 빠질 경우 서류 집는 클립을 펜치로 끼워 넣어 고쳐 쓴다거나 - 그런 식으로 저의 고급 능력을 아낌없이 쓰는 편이죠.


■  청소와 자가 수선 결과 

혹시나 하고 다음 날 아침까지 접착제가 완벽히 굳기를 기다려 눌러 보았지만. 망쳤습니다. 노트북을 뒤집어 흔들면 몇 개 자판이 쏟아지기까지 했죠. 어떤 건 눌렀다가 금방 올라오질 않고 0.1초 정도 눌려져 있다가 스르륵~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그래, 과연 내가 얼마 어치를 아끼려 그 노동을 했던 걸까? 궁금해서 AS 센타로 전화를 했습니다.
 

노트북 키보드 자판을 낱개로 수선할 수는 없죠? 그러면 전체 교체하는 데는 얼마가 드나요?

일단 키보드 부품값만 2만~3만원 사이라고 하더군요. 거기에 공임비가 조금 더 들거라고 했습니다. 제가 사는 이 곳의 AS 센타에 키보드 부품이 있는지 알아 봐 달라고 하니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 센타에 물품 보내주시고 도착했을 때 문자로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사흘 쯤 뒤에 연락이 왔습니다.




■  키보드 교체 비용은?

9만원이 넘는다고 하던데 - 그렇다면 공임이 대체 얼마나 된다는 얘기? 수리 센터 안 쪽에서 다 고쳐졌다는 기사님의 얘기를 듣고 그 쪽으로 따라 들어갔습니다. 기사님이 부러져 달랑 거리던 키 하나를 들어 제 눈 앞에서 흔들더군요.
 

부러졌더군요 -
옙.... 청소하다가....

잘해 보려다가 그런 것이니 제가 잘못한 건 아니겠죠? 청소도 As 센타에서 해 주기도 하냐고 물으니 그렇답니다. 만원 정도 주면 청소 해 준답니다. 혹은 어떤 식으로 청소하면 되는 지 방법도 알려주긴 하는데 전문 기사가 아니면 되도록 손대지 않는 것이 낫다고 하네요.


그렇죠. 만원을 아끼려고 직접 손댔다가 두시간을 낑낑거리기에 저는 고급 인력인 거죠...ㅜ

교체비용은 전체 얼마죠?



예, 3만 3천 오백원 되겠습니다.

음.... 누구얏~! 9만원이라고 한 사람 -

걸거적거리는 걸 싫어해서 키보드 스킨같은 거 덮는 걸 싫어합니다만, 키보드때문에 낑낑거렸던 충격에 의해 하나 샀습니다.
이즈음에는 실리콘 위에 다시 매끄러운 얇은 코팅이 되어 있어서 먼지도 안 붙는다는군요. 물로 씻어도 된다고 하구요. 만 천원인가 주고 샀습니다.


종류가 여러 가지 있던데 그 중 하나예요. 얇기는 아래 사진에 접어 올린 걸 보시면 짐작이 되실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착장 샷 -


얇기는 무척 얇습니다. 키보드 테두리를 가만히 보시면 얇은 키스킨 테두리가 살짝 보이실 겁니다. 느낌은 어떠냐구요? 전혀 없는 듯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딱 떼 놓고 타이핑하고 싶어요.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키보드 청소하는데 만원 정도 든다고 했거든요. 저 키보드 스킨이 배송료 합쳐서 만 삼천원 정도 들어요.

그러면 - 물이나 커피등을 엎지르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 키보드 스킨 사느니 1년 정도 있다가 청소를 한번 맡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혹은 쓸 만큼 쓰다가 그냥 키보드를 새 걸로 교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같구요. 6년 정도 노트북을 쓴다고 할 때 1번정도 바꾸면 되지 않을까요? 여러분 생각엔 키보드 스킨을 덮는 게 나을까요, 그냥 청소를 정기적으로 맡기는 게 나을까요? 그리고 최악의 경우 키보드 교체를 ? 몇 년 뒤에도 키보드 교체 비용이 3만원대일지 그건 알 수 없습니다만,

아... 확실한 것 하나는 있습니다. 수선을 한번 해 본 경험이 있지 않은 보통 사람의 경우엔 절대 직접 키보드 청소를 하지 말라는 것요.

여러분의 시간은 소중하니까요. 머리 쥐어 뜯으며 후회하는 자책감을 느끼기에도 여러분은 매우 귀한, 고급 인력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