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품은 달, 원작을 읽어 나가다가 이해가 안 되어 앞 뒤를 다시 훑어 가면서 반복해서 읽었던 부분들이 몇 있습니다. 주로 정치적 파워 게임이 어떤 식으로 흘러 간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었던 것인데요, 로맨스 파트나 휘황 찬란한 고어들에 혼이 빠져 흘려 읽었던 게지요.

그 중에서도 이 스토리 전체를 꿰뚫는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즉, 세자빈을 흑주술로 죽이는 데 왜 꼭 민화공주였어야만 했는지 그에 대한 설명을 처음에는 잘 이해를 할 수가 없었죠. 아무리 그 흑주술을 행하는 데 필요한 것이 간절한 소원을 지닌 소녀의 초경이 필요했다고는 하더라도 그게 꼭 민화공주였어야만 하나? 하는 의문이 있었던 겁니다. (초경 이야기는 드라마에서는 안 나왔던 걸로 기억합니다.)

물론 어제 드라마의 스토리로 이것 정도는 짐작할 수가 있습니다. 나중에 사실이 밝혀진다고 해도 훤이 자신의 여동생을 벌하면 줄줄이 엮여 염도 벌하게 될 것을 피하려 결국 덮어 두게 될 것이다 라는 작전요.

그렇다면 훤의 아버지 성조대왕은 이를 알고 아끼는 민화공주를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염과 결혼시키게 된 것일까요? 민화공주의 흑주술 참여가 밝혀진다 해도 염의 보호를 위해 훤이 결국 눈감아 주게 되리라는 계산이었을까요?

만약 그렇다고 한다 할 때 민화공주는 왜 참여하게 된 것일까요? 대왕대비는 뭐라고 하면서 민화공주를 꼬드긴 것일까요? 왕가 안에서 겹사돈이 금지된 것도 아니었는데 연우를 죽이는 것 = 염과 결혼할 수 있는 것 사이에는 어떤 연관이 있었던 것일까요? 




# 연우와 염, 둘 다 몰아내다 


실로 교묘한 책략이었습니다. 서너 가지 이상의 퍼즐들이 각을 맞추어 서로 물고 물리게 되어 있는 작전이었습니다.

대왕대비 (김영애) 로 대표되는 외척 세력들에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었던 겁니다.

외척과는 반대 세력이었던 연우 측 정치 세력의 득세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 최종 목표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세자빈으로 간택된 연우를 몰아 내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목표는 성조대왕이 특별히 아꼈던 연우의 오빠, 염이 정치권에 들어 오지 못하도록 조치해야 했던 것입니다.


당시 중전등의 외척 세력들은 정치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법적으로는 아무 규제가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무기삼아 막강한 권력을 잡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공주의 배필이 될 경우, '의빈'이라는 호칭을 받게 됨과 동시에 정치 활동은 전혀 할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염이 얼마 전 궁에 입궐했을 때도 그런 얘기가 나왔었지요. '의빈의 신분으로 궁에 입궐하는 것에 주변의 눈길들이 걱정되옵니다.' 라는 얘기요.

하다 못해 '상소문'도 올릴 수 없었고 일절 발언권이 없었습니다.

염은 어린 나이에 장원 급제했던 수재였습니다. 훤의 아버지는 그가 크게 될 재목임을 알아 보고 염을 훤의 글선생으로 들이지요. 주로 나이많은 학자들이 그 일을 맡았는데 염이 훤의 스승이 된 데는 성조대왕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높은 학식과 인품을 갖춘 염이 훤에게 좋은 영향을 주리라 믿은 때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차기 왕이 될 훤에 있어 믿을 만한 '
친구', '신하', '스승', 모두를 충족시킬 염이라는 인물을 아들 훤 곁에 두고 싶었던 것입니다.  외척세력들이 궐 안을 휘어 잡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외척파와는 반대파였던 대제학의 자제인 염이 훤의 오른팔이 되어 준다면 외척 세력에게 잠식당한 왕권을 다시 찾는 것이 쉬워 지리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소설 속에서는 '민화공주'가 염과의 혼사를 조르자 부왕이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염은 네 배필이 되어 초야에 묻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재목이다. 장차 이 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해야 될 사람이니라.

연우가 세자빈이 된다면 염은 양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참이었습니다. 중전의 오빠로서, 또 임금의 스승으로서 말이지요. 훤과 친밀한 관계인 염이 득세한다면 그것은 외척파들로서도 엄청난 위협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

연우를 죽이고 염을 정치권에 발 붙이지 못하도록 한다 - 이 두 가지 목표를 한번에 행한 것입니다. 그 고리로써 민화공주가 이용되었던 것이구요.

만약 연우가 죽고 나면 병있는 처녀를 세자빈 간택에 내세운 집안도 죄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염과 대제학을 아끼던 선왕으로서는 그나마 마지막으로 그들을 지킬 수 있는 보루가 공주와의 혼인을 맺는 것이었습니다. 

 


연우가 죽은 뒤에 대왕 대비가 선왕을 회유했을 것입니다. 대제학 집안의 죄를 덮어 주고자 한다면 민화공주를 염과 혼인시키라고요. - 소설 속에서는 성조대왕이  연우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암시됩니다. 유언처럼 훤에게 그들을 용서하라는 말을 남기지요. - 성조대왕은 그들이 흑주술로 세자빈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별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입니다. 민화공주가 그 악행의 중심에 있었으니까요. 그토록 원하던 민화공주의 혼인 청을 들어 주는 것이 민화공주를 위해서도, 그리고 염의 집안을 위해서도 유일한 해결책이었습니다.


민화공주의 혼인은 '염'의 출사를 막는 한 표 였을 뿐만 아니라 추후 훤이 사실을 알고도 덮어 둘 수 밖에 없는 카드였던 것입니다. 대왕대비 측은 훤이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 온 염에게 칼날을 겨누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혈육인 민화공주를 위해서도 사건을 밝히기는 쉽지 않을 거구요.

사랑을 방패삼아 또 다른 사랑을 없애 버리다니 - 정말 잔인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스토리로 보건대 - 참으로 절묘하지 않습니까?

염의 출사를 막으면서 또 이 모든 사건을 덮을 수 있는 보루가 되어 준다. - 일석 이조, 일타 쌍피, 도랑치고 가재잡기....^ ^

다 아셨던 거라구요? 아... 그러면 이 긴 글이 참으로 민망해지는데 ;; 


# 이럴려고 아꼈구나 -

드라마 후반부 휘몰아치는 사건 진행을 보면서 '룰라'의 노래가 떠올랐어요. 코믹한 목소리의 랩 파트 부분요.

'아낄려고, 아낄려고~'

실은 그 반대지만요. 써 먹을려고 아꼈었구나 라는 것.

한 주간의 기다림이 남아 있는 짝수회의 엔딩은 조금 더 거해야 한다고 말씀드렸죠? 이렇게 16화에서 속도 빠른 전개를 보여주려고 그렇게나 15화에서 진을 뺐었구나 하는 것요. 한 송이 국화꽃, 16화를 피우기 위해 15화는 그렇게나 울어댔던 거죠.

고작해야 '적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을 알아 냈던' 15화였잖아요. 그렇게나 동으로 뛰고 서로 뛰고 상궁 하나가 죽었는데도 '무언가 있긴 있구나 ' 정도를 알아 내다니 좀 심하긴 했었죠.


 훤이 모든 사실을 알았으니 앞으로 남은 건 연우 제자리에 돌려 놓기 가 되겠습니다. 

오른쪽의 이 분, - 중전 아빠, 윤대형 - 이 알아 챘더라고요.  ->

물론 훤이 알아 낸 건 거의 '전모' 이고 또 '확실' 하게 알아 낸 것이니 만큼 '방어'에 들어 가겠죠.

방어와 함께 아직은 약한 왕권을 어떻게든 휘둘러 연우를 제자리에 올려 놓기 - 가만 생각하니 다 해결된 게 아니라 앞으로 남은 일도 만만치가 않군요.

한 주 또 기다려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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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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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안다★ 2012.02.24 11: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 처음 우연한 기회에 본방을 봤다지요...
    왜 다들 해품달 해품달 하는 지 알겠더군요~^^
    단 한분의 연기력과 발음을 뺀다면 말이지요~!

  2. White Rain 2012.02.24 11:2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처음엔 공주의 참여가 잘 이해되지 않았답니다.
    미스테리도 했구요. 교묘한..늪과 같은 전략이 숨어 있었군욤.

    • 아딸라 2012.02.24 11: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앗.. 저처럼 이해가 처음에 안 되던 동지, 발견 - ㅎ
      저만 **해서 잘 이해가 안되나 했어요 - ㅎ
      고맙습니다. 화이트 레인님 - ^^

  3. 싸장님 2012.02.24 12:0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직 소설을 읽지 않은 저에게
    이 글을 보니 더 재미있는데요..ㅎ

  4. Shain 2012.02.24 13: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두 사람의 사랑 때문에 이런 비밀이 잘 눈에 안 들어오지요...
    왜 하필 민화공주를 끌어들였는지 되묻는 분도 많더라구요...
    소설 자체는 확실히 짜임새가 좋은 편입니다
    그러고 보니 소설에서도 제일 먼저 정체를 눈치챈게
    윤대형 쪽이었던 거 같군요
    능구렁이 중의 능구렁이
    최종보스 답습니다 ^^

    • 아딸라 2012.02.24 14: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셰인님 -
      앗, 그랬나요?? 소설에서도 윤대형이 눈치를
      먼저 챘었군요. 기억이 안 나는건지 -;
      전 아무래도 띄엄띄엄 읽나봐요..ㅜㅠ ㅎㅎㅎ

  5. 또웃음 2012.02.24 14:2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어제는 좀 흥미진진하게 진행되었나 봐요.
    그나저나 민화공주는 정말 순진하군요. ^^

    • 아딸라 2012.02.24 15:57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냥저냥 그랬어요 -ㅎㅎㅎ
      민화공주가 완벽하게 악역이라기에는 좀 모호하죠..ㅎ 일종의 '이용당한' 사람이라서요.

  6. 릿찡 2012.02.24 16:4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반전이나 종결 같은 것은 한번에 훅 내몰아 치면서 헉! 하는 소름이 들게 해야 명인의 솜씨 이겠지요

    • 아딸라 2012.02.24 16:5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내실이 있으면서도 '재미'를 줄 수 있어야 된다는 것-
      그게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일같아요.
      글을 쓴다는 것도 마찬가지같구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