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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해를 품은 달, 베스트 씬 3개 -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칙칙한 씬들만 계속되어 지쳤을 지도 모르는 시청자들에 대한 선물의 의미였을까?
간만에 화사한 씬이 하나 선보였다. 


# 첫번째 베스트 씬 -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



역시 - 한가인이 예쁘게 단장하고 나오니 내 눈과 마음이 즐겁고나 - 핑크색 한복 저고리도 예쁘지만 동그랗고 반듯한 이마, 오똑한 콧날, 탐스러운 턱라인까지 - 드라마에서 '달'이라고 하지 않아도 정말로 달덩이같은 모습이다.  

문득 예전 흘러간 노래 가사 하나가 떠올랐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리

너를 생각하면 문득 떠오르는 꽃한송이
나는 꽃잎에 숨어서 기다리리 -


대중 가요의 가사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은 1969년 시인 '김광섭'이 쓴 詩 , '저녁에'이다.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둘의 살뜰했던 시간들과 오버랩되었다. 저렇게 애틋한 눈으로 사랑하며 지내고 있었어야 할 두 사람이 어쩌다가 - 안타까움이 배가되었다.


# 두번째 베스트 씬 - 오오, 양미경 님이시여 -


삐걱거리는 신인 연기자들 사이에서 눈이 부시도록 빛을 발하던 양미경이었다. 양미경이 누구던가? '대장금'에서 그녀가 어땠던가? 자애로움과 엄격함을 겸비하며 진정한 지도자로서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 보여줬던 배우가 아닌가? 양미경이 연기하면서 '사극'으로서의 격조가 제대로 살아났다.

 "염아~" 하고 한숨쉬듯 부르는 목소리는 다정하면서도 양반가의 여자로서 품위를 갖추고 있었다. 그 다음 대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눈 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격해지는 감정의 시작점으로 풀썩 주저앉으며 동적인 액션을 한번 취해주었다. 그리고, 고조되어 올라가나 했던 대사는 한번을 쉬고 난 뒤에는 다시 슬픔을 억제하듯이 낮추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파도를 타고 최고점으로  -

어찌나 호흡의 조절이 리듬을 잘 타며 완급이 능숙하던지 나도 모르게 그녀의 감정 속으로 같이 몰입되어 감을 느꼈다. 그래, 그렇지. 내가 저 입장이라면 저렇게 슬플 거야... 화면을 보는 내 표정도 그녀와 비슷해져 갔다.


# 세번째 베스트 씬 - 그래, 역시 한가인은 쿨한 게 어울리는 여자였어 -


월의 캐릭터에 색깔이 덧입혀지기 시작한 화였다. 은월각에서 발견된 아침에 저렇게 야무지게 말하는 월의 모습을 보라. 그리고, 이전의 '아무것도 몰라요'가 아니라 뭘 알고는 꺼이꺼이 울기 시작하고 앞으로의 결심을 말하며 다부진 모습도 보인다. 장난끼 도는 웃음도 -

캐릭터에 생동감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캡쳐한 것들을 주욱 살펴봐도 이 '해품달'에서 이만큼이나 표정이 다양했던 적이 있었나 싶다. 동작도 커졌다. 자그마치 '자치기'까지 하며 수그렸다가 일어난다. (드라마에서 '자전거를 탄다' 든지 '숨이 턱에 차기까지 달린다' 든지 이런 스피드와 큰 동작들은 캐릭터 자체와 화면에 생동감을 얹기 위해 자주 쓰는 장치이다.)



왼쪽 위의 캡쳐를 한번 보라. 양명군이 장난을 걸어 오는 데도 뚱한 표정으로 아는 체도 하지 않고 돌아서는 월.
그런데 우습게도 난 저것이 배우 '한가인'에게 잘 어울리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 절대 사근사근하거나 착착 감겨 오지 않는 쉬크한 여성의 이미지.

저번 화에서 바뀌어질 '월'의 모습이 예고되면서 기대를 품었었다. 그리고 그 기대대로 야무지고 생동감있는, 살아 있는 캐릭터가 느껴지긴 하는데, 여기에 또 아이러니가 있다.


양명군에게 약이 오른 월이 마치 막대기로 때리려는 듯한 모션을 취하다가 마침내 둘이서 빼앗기 장난을 치기 시작하는데 -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고서는 옛날 여자가 남자를 때릴려는 듯한 '모션' 조차도 취할 수 있었을까? 둘이 그만큼 친해지고 있다는 걸 표현한 것일텐데 얼핏 느껴지는 어색함을 딛고 나서 문득 느껴지는 것은 배우 '한가인'으로 대입하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것.



# 그럼에도 불구하고 -

양미경의 호연에 감동하면서  다른 배역들의 부족한 연기에 대한 아쉬움이 교차되었다.

아름다운 '해와 달'의 모습, 그 찰나의 장면이 아름답게 느껴지면서 반대급부로 진척이 더딘 전개에 갑갑증이 모락모락 생겼다.

'월'의 캐릭터가 살아 난 것에 - 살려야만 했던 개연성에 끄덕이면서도 그것에 치중해 잠깐 내려두어야 했던 다른 부분의 이야기들이 아쉬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 정승이 임금 '훤' 앞에서 깐족대며 얄밉게 구는 것도 몇 번째 계속 보는 것 같은데 우리 '훤'님은 한번 쯤은 어퍼컷을 날려 줄 수도 있지 않느냐 말이다. 우리 '훤'님, 너무 힘이 없다. '나쁜 놈'들은 이리 저리 잘도 활개치며 우리 맥을 끊어 놓는데 한번 헛발길질이라도 해서 깜짝 놀래켜 줄 수도 있지 않나.

'월'이 드디어 자신의 과거에 대해 확실하게 인지하기 시작했고 어머니와 직접 대면은 아닐지라도 아버지 산소를 사이에 두고 정확하게 확인까지 마쳤다. 그러나, 자신이 과거를 알아 차렸다는 것은 비밀로 해 두어야 한다고 한다. 확실하게 뒤에 '멕이기' 위해 -

나가는 가 했더니 작전상 한 발짝만 후퇴인 상태이다. 그 외에 진척된 것은 하나도 없다. 양명군이 뭔가 낌새를 차리기 시작했다고?

 

시청자들이야 전반부 다 봤으니 월이 연우인 건 다 알았고 극적으로 월 자신도 스스로의 정체를 다 알아 버린 이 상황에, 살짝 낌새를 채다니 - 살짝 김빠진 뒷북이 되고 있다.

언제 알건고?

하나 남은 건 - 훤보다 그가 먼저 알게 되나 마나이다. 그리고 먼저 알 경우 '연우'를 차지하기 위해 '훤'에게는 이를 비밀로 할지, 결국 형제간의 우의로서 말해 주게 될 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


이와 비슷한 씬을 여타 멜로물에서 어디선가 몇 번 본 듯도 하다. 그러나 그와 반대인 것은 원래 짝인 남주와 여주의 포옹(혹은 키스를) '빼앗기는 남자'역할이 아픈 마음으로 지켜 본다는 것.

양명군을 더 아프게 그려줘야 캐릭터를 살릴 수 있는데 이건 그 반대가 되지 않았나 싶다.
전투욕에 불타 오르는 양명군만 보일 뿐이다.


# 그러나 엔딩만은


원래 홀수 회의 엔딩이 짝수 회의 엔딩에 비해 조금 약한 것이 숙명이다. 하루 동안의 유효기간만 가져도 되는 것과 다음 주까지 한주간의 유효기간을 가져야 되는 엔딩은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궁금증이라고 한다면, 현재의 파워로는 쨉도 안되는 '월'이 뭘 믿고 저렇게 당당하게 중전 앞에 앉아 있냐는 것이다. 예전에 세자빈이었다고는 하나, 그리고 상대가 그 사실을 알고 있을 수도 있으나, 오히려 그 사실이 확인되고 나면 자신의 안전이  심히 위협받는 상황. 나는 중전이 부른다고 할 때 '장무녀'가 두려워했던 것처럼 '월'도 그 자리를 모면할 만한 어떤 기지를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엔딩씬에서 당당히 중전을 꼬나 보고 있는 것이다. 두려움에 일그러지는 중전과는 달리 막강 포쓰를 뽐내고 있다.

자, 어떻게 되겠는가 - 이 궁금증이 오늘 화의 엔딩 포인트가 되겠다.

여러분은 재미있게 보셨는지?

해품달, 뭔가 강하게 한 방 먹여주지 않는다면 실망하고 말테닷 ~!!





* 모든 사진들은 인용의 의미로만 쓰였으며  저작권은 MBC에 귀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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