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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나쁜 남자에게 주어진 미션 - 진부함을 깨라(5화)

 


<뻔한 상황을 뻔하지 않게 타개하라 - 나쁜 남자에게 주어진 미션>

 

태성이 건욱을 만나 3개의 미션을 줍니다.

 

골탕먹이던 그 놈을 잡아 오라.

요트를 찾아 오라.

재인이 일본에 온 이유를 알아내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뺏어 오도록 하라. 

태성으로서는 그 임무 자체로의 어려움만 가진 것으로 느껴지는 미션을 주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건욱으로서는 그 각각의 미션들은 또 다른 어려움을 갖고 있는 미션들입니다. 이미 해결이 난 일에 대해 자신이 관여된 것을 숨겨야 한다든지(요트 건), 혹은 - 개인적으로 아는 친분임을 숨기고 상대를 보호하면서 태성의 요구대로 해 주어야 한다든지 하는 어려움들입니다. 이 이중 과제들을 건욱은 놀랍도록 잘 해결하면서 상황을 빠져 나갑니다. 자신과 상대를 보호하면서, 그리고 태성이 요구하는 목적도 이루고 - 또 자신이 주 콘트롤하는 자임을 숨기며  행해야 하는 트리플 과제들이었습니다.

 

  

건욱이 수행했던 이 미션들은 이 드라마 자체에 주어진 미션들이기도 합니다. 건욱 스스로는 결론을 다 아는 일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고 겉으로는 해결해 주는 척 하며 숨겨 둔 목적을 이루어 간다는 것. - 나쁜 남자가 드라마를 통해서 이루어야 할 미션들입니다. 또 현재로서는 건욱처럼 드라마,'나쁜 남자'도 교묘하고 효과적으로 충실히 그 과정들을 밟아 가고 있습니다. 

- 삼각 관계 - 그러나 진부하지 않다 

겉으로 보기에 이 삼각 관계는 뻔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돈을 쫓는 여자와 돈 많은 남자, 그 남자와 라이벌 구도의 또 다른 한 남자. 또 다른 한 남자인 '나쁜 남자'는 돈만 없지 다른 건 매력 만땅입니다. 그리고 이 여자와 깊은 감정적 교류도 있습니다. 실제로도 라이벌 관계인 이 두 남자가 연적의 관계도 된다는 건 사실 삼각 관계에서 아주 식상한 패턴입니다.

 

 

그런데 이 두 남자가 여자를 보는 관점이 현재로선 묘합니다. 그 여자 자체가 아닌 또 다른 여자의 미러로써 바라 본다는 것이죠. 이 드라마의 주요 코드 중의 하나가 '복수'라는 것이 얽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상기해야 합니다. 

태성이 재인에게 했던 키스의 의미 -

 태성이 물에서 구조된 뒤 깨어나는 순간 재인의 모습은 죽은 선영과 오버랩됩니다. 그리고, 배에서 재인과 나누었던 대화들을 잠깐 상기해 봅시다.  

태성은 가족에 편입되지 못한 외로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것을 채워 주던 것은 선영이었나 봅니다. ' 어디가 아픈데? 많이 아파? 라고 말해 줄 사람이 지금은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말하는 걸 보면. 그리고 자신을 걱정 해 주는 재인에게서 태성은 가족->선영->재인으로 이어지는 탈출구를 찾고 있었던 듯 합니다. 가족의 부재를 채워주던 선영, 선영의 부재를 채워줄 대체 대상으로서의 재인. 

태성에게 재인은 '가족'의 또다른 이름이 될 것입니다.

 

- 건욱에게 맡겨진 미션 -

 

수사관들은 드라마 내에서 건욱을 조여 오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만, 사실 건욱의 과거를 시청자들에게 설명해 주고 또 그의 심리를 이해 시키는 드라마적 도구들의 하나입니다. 이 드라마의 파국이 수사진에 의해 결정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모든 열쇠는 건욱과 주변 인물들이 쥐고 있습니다.  수사망이 좁혀 지면서 건욱을 압박하는 형태로 보여지는 건 드라마가 자신의 의도와 결론을 숨기고 겉으로는 그것이 중요한 것인 척 트릭을 부리며 자신의 스토리를 충실히 수행해가는 목적을 이루려는 '미션 수행' 일 뿐입니다. 

젊은 형사가 말합니다.  

- 내가 만약 그 파양된 홍태성이라면 해신그룹 홍태성을 죽여버리고 싶을 것 같은데요? 그 놈 때문에 파양되고 자기가 좋아하는 누나도 죽게 만들었으니 .

선명하게 건욱의 심리를 설명해 주는 말입니다.  

실제로 기차 안에서 태성과 재인이 머리를 맞대고 졸고 있는 장면을 보며 건욱이 회상하는 것은 선영이입니다. 재인을 보며 선영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영도 어쩌면 자신의 인생을 구원 해 줄 동아줄처럼 태성을 잡았었던 여자일 수도 있습니다. 따뜻한 심성을 가졌던 선영이 태성의 마음 한 구석 빈 곳을 어루만져 주었을 테지만 결국 버림받고 상처받아 추락하고 맙니다. 재인의 미래가 될 수도 있겠죠. 움직이지 않는 가짜 날개를 달고 날아 오르려다 고꾸라져 처박힌 종이학처럼.  

복수를 위해 태성을 압박해가던 건욱, 재인이는 그 거침없음에 제동을 걸게 될 단 하나의 장애물입니다.  

사랑이냐, 복수냐 - 이건 또 좀 뻔해질라구 하는데요. 일본의 대학 내에서 재인의 뒷 모습을 보던 건욱의 흔들리는  눈빛이 무얼 담고 있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하지만, 나남이라면 이 뻔한 구도를 뻔하지 않게 만들 미션을 수행할 겁니다.  건욱이라면 재인을 약간 '이용'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게 끝입니까? 그 여자분께 관심있으시면 제가 -"  

기차역에서 태성과 통화하던 때의 건욱이의 대사입니다. 또 기차 안에서 재인이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도 말하죠.

 " 제가 (재인이를 ) 소개라도 시켜 드릴까요? 

자신의 의도를 숨기고 얘기하는군요. 재인을 특별한 감정으로 여기고 선영의 미러로 생각한다면 재인을 보호해야 할 건욱이입니다. 하지만, 재인이를 들고 미끼처럼 태성의 눈 앞에서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으며 태성을 상처주게 될 카드로 재인을 써 먹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본 내 자신의 끄나풀이던 그 똘마니를 보호하며 자신의 목적도 이루고 태성도 요리했던 첫번째 미션처럼 재인도 결국엔 보호하겠죠. 제 2의 선영이처럼 만들지 않을 것이 확실합니다. 다만 그 똘마니에 비해서는 큰 것을 건 빅딜입니다. 또 재인과 자신 모두 그 대상에 깊이 관여되어 있습니다. 무언가 무릎을 탁 치며 탄성을 지르게 할 미션 수행으로 우리를 놀래켜 주겠죠.

 

-건욱과 태성, 그들의 관계 -

 

이번 5화는 태성과 건욱의 만남, 그들의 관계입니다. 

그들 간의 권력관계는 보여지는 것과는 다릅니다. 건욱을 마음대로 부리고 명령을 내리고 따르게 하고, 자신이 완벽히 콘트롤하고 있다고 믿는 태성.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굴욕적인 주종관계와는 달리, 선상파티로의 초대, 요트 탈취등 실상 태성을 완벽하게 콘트롤 하고 있는 것은 건욱입니다.  

일견  이 복수의 대상과 과정들은 완벽해 보이나 모순과 불안함을 갖고 있습니다. 

이전 화에서 건욱은 정보 제공하던 이와 전화 통화에서 이런 얘기를 합니다. 

" 아무것도 모른 채 버려지고, 가장 소중한 걸 잃어 버린 사람의 아픔과 분노가 어떤건지 알려주겠다'고. 숭고한 클래식 배경음악을 깔고 비장하게 말했었죠.

사람마다 소중한 건 다 다르다고 재인이 얘기하기도 했었지만, 건욱이 원하는 복수의 대상이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가장 소중한 걸 잃어 버린 자는 건욱 자신을 얘기하고 아마도 그것을 빼앗겠다는 걸로 보이는데 태성이 에게는 이미 그 소중한 것이 부재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가족말입니다. 자신의 자리를 대신 꿰어 차고 있는 태성이 가족의 일원으로 편입되지 못한 채 행복하지 않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건욱이 파괴해야 할 의미가 없이 태성은 이미 파괴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러면 새로이 소중히 여겨야 될 대상, 재인을 만들어 준 뒤 다시 파괴한다? 가 예상가능한데요 . 나쁜 남자가 어디까지 우리의 허를 찌르게 될 지 궁금하네요. 

- 재인의 선택

 

재인 역시 둘 사이에 끼여서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 나가야지 싶습니다. 순수하다라든가 속물이다 라든가 단순 정의가 힘든 그녀입니다. 태성이 방탕하고 제 멋대로이긴 하지만 외로움과 상처가 있는 인물이니 마음 약한 그녀가 그런 점에 흔들릴 것도 분명합니다. 태성은 마냥 미워할 수만은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욱은 매력있는 남자이고 끌리는 건 분명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훌륭한 마차' 를 가지지 못한 남자입니다. 그녀의 흔들림과 선택이 진부하지 않게 풀려 나가게 될 것도 기대합니다.

 

  

4화는 재인과의 관계가 설명되었고 5화는 태성과의 관계입니다. 예고편을 보니 6화에서는 태라(오연수)가 표면 위로 떠오를 듯 합니다. 그것이  자매간의 트러블을 야기시킬 듯 하네요. 

 오연수가 등장하면 화면상 느껴지는 감정의 농도가 진해지더군요. 멜로의 농도라고 해야 할지. 이것이 오연수 자체의 매력 발산이 되기도 하겠지만, 같이 연기할 건욱(김남길)의 진한 매력도 돋보여 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태라의 부상으로 조금 더 관계도가 복잡해지고 그 안에서 건욱의 운신의 폭도 더욱 정교해지리라 봅니다. 

모든 미션을 제대로 수행하는지, 어떻게 허를 찌르며 다가올지 - 계속 지켜봐야 될 나쁜 남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