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 드라마 '나쁜 남자'. 이전 회에서 엘리베이터 안 태라와의 상상 키스씬과 일명 '손가락 키스씬'으로 회자되더니 이번 8화에서는 빗 속에서의 포옹씬을 보였습니다.

 



별다른 신체적 접촉없이도 에로틱한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관능성을 상징하는 물 때문이기도 했겠고 두 배우, 오연수와 김남길이 가진 자체의 매력이 부딪치면서 만들어낸 긴장감이 아닐까 싶습니다. 혹자는 너무 시선끌기용으로 선정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기도 하고 복수극이라기에는 멜로쪽으로 치우쳐지는 게 아닌가 하는 얘기도 있습니다. 

저는 태라와의 씬은 이 드라마 전체에서 나쁜 남자 심건욱의 매력이 가장 진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쁜 남자 심건욱의 치명적 매력의 핵을 보여주며 그가 가진 매력의 파워를 그가 어디까지 자유 자재 요리하며 뻗어 나갈 수 있는 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태라와의 이야기는 절대 소홀히 다뤄질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번 8화에서는 심건욱의 다양한 면모가 보여졌습니다. 상처받은 문재인을 위로하는 모습은 순정적 심건욱을 보여줬습니다.

  

손수건으로 벽에 기댄 그녀의 머리 밑을 괴어주고, 늦지 않게 깨어날 수 있도록 핸드폰 알람을 맞춰 준 뒤 일어서는 모습은 여태 볼 수 없었던 심건욱의 자상함과 따뜻함을 보여주었습니다. 어스름 새벽빛이 올 때까지 멀지 않은 곳에서 그녀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신여사와 차 안에서 나눴던 대화들은 심건욱의 능청맞으면서도 개구장이같은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예의를 갖추는 듯 하면서도 은근 슬쩍 놀려 먹는 듯한 심건욱과 약이 올라 어쩔 줄 모르는 신여사의 대비는 재미난 것을 상상하게 했습니다. 톰과 제리. 제 자신을 먹잇감으로 내어 놓고는 유인하며 약올리는 제리와 제리가 제 손안에 있다고 믿는 톰. 

그리고, 가장 처절하도록 약한 인간적 부분을 보여줬던 산소씬.

 

심건욱의 눈물을 보여준 씬입니다. 가장 약한 부분을 보게 되었고 또한 그의 복수의 당위성을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들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을 수만 있다면 난 기꺼이 악마이기를 선택한다
신이 그들 편이라면 악마는 나의 편이다. 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전 개인적으로 '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에서 살짝 전율을 받았습니다만;; 그 누구도 제동을 걸 수 없는 그의 확고한 의지, 그의 질주를 느꼈습니다. 그의 복수에서는 그것을 성공적으로 진행시켜 나가는 데 필요한 이성과 논리를 제외하고서는 이것이 옳을까 아닐까 망설이는 한 점 의혹도 그에게는 없는 것인가 봅니다. 

그리고, 태라가 해신그룹의 중요한 실세로 떠오르고 있음을 잠깐 보여주고 본격적으로 그녀에게 접근해가는 건욱이 보입니다.

 

각각의 상대역들에 따라 건욱의 다양한 부분들이 보여집니다.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캐릭터는 필수적으로 다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태라와 함께 있을 때의 건욱은 그 많은 다양성들 중의 하나를 이루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 중에서 가장 진한 맛을 품고 있는 부분입니다.

사실 모네는 건욱이 해신그룹에 처음 진입하기 위해 브릿지 역할 정도밖에는 못해주는 인물입니다. 극 안에서 맡고 있는 역할 자체도 그렇지만 이 극이 진행되어 가면서도 그 이상의 힘은 가지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건욱에게도 모네는 너무 손쉬워서 아무런 전략을 필요하게 하지도, 긴장감을 주지도 못합니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인은 건욱이 복수극을 진행해 감에 있어서 도구이자 방해요소입니다. 재인과 애정을 느끼게 된다면  복수 자체를 두고 볼 때 이 감정은 방해가 되겠죠. 타자 입장에서 본다면 재인과의 사랑이 그의 복수를 멈추게 할 유일한 제동 장치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악마와 손잡은 그를 구원해 줄 유일한 천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모네는 너무 손쉽고 재인은 그의 복수 테두리 밖에 있는 사람입니다.  

태라가 현재로서는(!) 그의 복수의 칼날에 포커스가 맞춰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건욱의 감정이 아직까지 대입되어 있지 않은 '대상화 된' 사람입니다. 그리고, 손쉽지 않습니다. 물론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는 있지만 표면적으로 강한 거부를 표현하는 태라 앞에서 건욱은 자신이 가진 모든 악마적 매력과 전략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태라와의 진행은 드라마에서 건욱이 가진 나쁜 남자의 캐릭터를 가장 진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고 또한 보는 이에게 긴장과 몰입을 줄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나쁜 남자가 순정 멜로물이 아니고 가장 중심 주제는 복수극이라는 사실. 그리고 이 극 자체를 끌고 가는 중심의 힘은 심건욱의 개인적 매력, 나쁜 남자의 매력입니다. 이것을 표현하게 하는 가운데에 태라가 있습니다. 오연수가 그 중심 역할을 맡기에 너무나도 적합한 힘과 분위기를 갖추고 있는 것이 다행일 뿐입니다. 배우로서의 연륜이 없다면 이 대담한 캐릭터를 표현하기 힘들 것입니다. 연륜을 갖추고도 아직까지 여전히 여성적 매력을 뿜어내고  있는 사실, 감사할 따름이죠. 

 

요즘 제빵왕 김탁구를 많이 보시죠. 제 주변에서도 그 드라마를 많이 보시고 다들 재미있다고 하시더군요. 저도 한 회를 봤는데 재미있었습니다. 스토리텔링이 유려하고 캐릭터들 각각도 개성이 강하며 각자 나름 행동의 당위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전 한번 보고 마음에 든다 싶으면 다른 쪽으로 잘 채널을 돌리지 않는 편이라 처음 보기 시작한 나쁜 남자를 계속 보고 있습니다. 

나쁜 남자를 보다 보면 제가 좋아하는 어느 작가의 글이 떠오릅니다. 한 패션 잡지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분인데요, 패션 잡지의 에디터답게 글은 매우 스타일리쉬합니다. 단순하게 스토리를 풀어 나갈 수도 있고  주제 부분을 장식없이 정직하게 보여 줄 수도 있으련만 그 에디터의 글은 그렇지가 않죠. 현학적이고 철학적입니다. 먹물냄새가 잔뜩 묻어 있는 그 글은 한번 읽고는 그 느낌이 단번에 와 닿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 스타일의 글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글 쓴이의 개성이 너무나 강해서 그와 비슷하게 동화되려는 의지가 없는 사람은 그 글에 쉽게 다가가지를 못합니다.

전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그런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쉽고 편한 문화 콘텐츠들 사이에서 잠시 시간을 내어 그런 글을 읽다보면 뭔가 제 자신이 지적으로 충족되는 듯한 만족감을 주거든요.;;익숙한 것들을 떠나서 새로운 공기들에 둘러 싸여 제 자신, 리프레쉬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나쁜 남자 ' 드라마도 제게는 이것과 비슷합니다. 어떤 글이든 드라마든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만드는 이는 스스로의 취향과 방향에 맞춰 완벽하게 만들어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완성하는 데까지 시간은 정해져 있고 만드는 이의 당시 시각과 관심두는 대상에 따라 그 방향과 완성도는 달라지게 됩니다.

그 완성도 안에서 - 글(드라마)를 적는 이와 읽는(보는) 나와의 사이에  감성과 사고, 그 공통적인 부분을 찾아 내어 가며 즐기는 거죠. 

시대의 다수가 어떤 것에 열광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좀 알아둬야 되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전 당분간은 '나쁜 남자'를 본방으로 보고 제빵왕은 재방송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어쩔 수 없는 제 취향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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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아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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