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 영화

나쁜 남자 '건욱'에 숨겨진 세 개의 자아 - 그의 비밀


# 건욱에게 숨겨진 3개의 자아 
최 태성, 홍 태성, 그리고 심 건욱 -




이 드라마를 다층으로 구성하는 요소들은 많습니다. 그 중 하나이면서 가장 핵을 꿰뚫는 것은 바로 주인공 심건욱(김남길)의 다면적 인간성일 것입니다. 여기에서 심건욱의 매력이 생겨나고 그가 던진 갖가지 미끼들이 스토리 내에서 얽혀 들어가며 상대역들과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것들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를 품게 하면서 말이죠.

심건욱이 오토바이를 타고 가며 말합니다.

나는 3 개의 이름이 있다. 최 태성, 홍 태성, 그리고 내가 선택한 이름, 심 건욱. 나도 가끔 내가 누구인지 모른다.



가족에의 따뜻한 추억을 안고 있는 최태성, 그리고 낯선 환경에서 원래의 가족을 그리워하며 불안하고 외롭게 지냈던 짧은 시간의 홍태성, 복수를 꿈꾸며 완전히 새로 태어난 인물, 심건욱.

재인의 벚꽃놀이갔던 가족들과의 추억담을 들으며 잠시 흔들린 표정을 보여준 모습은 숨어있던 최태성을 깨웠던 장면입니다. 복수와 연관되지 않은 재인과의 만남은 숨어있던 최태성과의 만남입니다. 축구놀이하며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일부러 져 주었던 모습 역시 최태성의 것입니다.

아직까지 재인과의 만남은 복수와 연관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계책이 숨어 있지 않은 인간 심건욱이 연애할 때는 어떤 모습으로 하게 될런지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재인 역시 모네쪽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순수한 사랑이 계획된 사랑과 부딪치면서 어떤 모습을 보여 주게 될 지 예측 불가입니다만 말입니다.

홍태성이었던 시간은 외롭고 불안함, 그리고 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들었던 시간의 기억입니다. - 그 시간을 견디게 했던 건 친아버지에게 보청기를 선물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었습니다.- 힘들었고 견디려 했으나 결국은 비극으로 종지부를 찍었던 기억입니다. 지우고 싶은 기억이겠죠.

따뜻했던 어린 날의 기억과 결국 비극으로 끝나버린 홍태성으로서의 삶, 시작과 과정, 결론들이 현재 심건욱의 깊은 트라우마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것이 심건욱을 태어나게 했습니다.

심건욱은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요?

# 아직까지 보여지지 않은 그의 비밀 -

아직까지 심건욱이라는 인물에 대해 밝혀진 것들은 조각들일 뿐입니다.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보여지겠죠. 이것들은 앞으로의 스토리를 펼쳐 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키가 될 뿐 아니라, 시청자들로 하여금 이 드라마를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심건욱이 복수를 해 나감에 있어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해 왔는가는 이전의 회들에서 보여졌습니다. 벽면 가득 채웠던 모네가의 가계도.

이번 화에서는 하나가 더 보여졌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태라의 남편쪽에 관한 정보를 듣는 장면이었습니다. 그가 혼자서 주먹구구식으로 복수를 진행해 온 것이 아니라 전문적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전해주는 이의 말하는 품새나 옷차림을 봐서도 시시한 협잡꾼 같지는 않더군요. ;; -



1-이 공간에 대한 의문 -

이 세련된 공간의 정체는? 아무도 모르는 심건욱의 아지트? 복수를 꿈꾸고 진행시켜 가는 공간인 듯 합니다.배트맨의 비밀 아지트같은 곳이군요.

보여지는 스턴트맨 심건욱의 초라함과는 다른 것을 보여줌과 동시에 그가 진행시켜 온 복수의 깊이와 치밀함도 느껴집니다. 동시에 그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됩니다. 전문정보제공자를 고용하고 이런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필요한 돈은? 그 힘이 어떻게 생겨났는가가 궁금합니다. 이것들을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그가 살아왔던 과거, 드라마 속에서 아직 풀려지지 않은 부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입니다.

보여지는 '초라한 밑바닥 인생을 살아가는 ' 심건욱 뒤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심건욱의 대비, 궁금증.

2-태성의 전 애인과는 어떻게 알게 된 ?

 



홍태성(김재욱)이 말합니다. 선영(죽은 애인)이가 알고 지내던 남자는 자기 뿐이라고. 그러나 목격자의 기억 속에 있는 장면에서 선영과 얘기하던 사람은 분명 건욱입니다. 사랑하면서 태성에게는 한번도 태성이라고 부른 적 없고 태성씨라고만 호칭했다고 합니다. 건욱은 어떻게 선영과 아는 사이일까요? 어떻게 접근하게 되었던 것일까요? 이미 건욱은 모네 家에 접근하기 위해 훨씬 이른 전 시간 - 드라마가 보여지는 시점 그 이전 부터 - 복수를 진행해 왔음을 알게 됩니다.

외롭고 마음의 벽이 있었던 것으로 보여지는 선영, 이미 마음 속에 홍태성이라는 남자만이 가득 차 있던 선영에게 건욱은 어떤 식으로 접근했던 것일까요? 무언가 말리고 제지하는 모습에서 건욱과 선영이 이미 마음을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였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태성"씨"가 아니라 태성이라고 부르는 호칭에서도.
대체 건욱은 언제부터 복수를 진행시켜 왔던 것일까요? 그는 얼마만큼 치밀하고 무서운 사람일까요?
아직 볼 것이 많이 남은 드라마네요.;;

인간 심리를 꿰뚫는 날카로운 심건욱 , 무서운 인물.

건욱의 타겟이 모네만이 아니라 언니인 태라에게까지 향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짧은 순간이지만, 엄마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태라를 관찰해 내며 건욱의 대화의 방향은 태라에게로 향합니다.



태라(오연수)의 대화의 끝은 모네에게로 향해 있었습니다.

- 모네가 어떤 상처를 입더라도 상관없다는 말인가요? -

하지만, 건욱은 태라에게로 향해 말합니다.

- 한번이라도 누구때문에 아파했던 적이 있나요?

제 3자가 보기에 서로 끝이 닿아 있지 않은 이 대화는 일견 생뚱맞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건욱만이 이 대화로서 무엇을 얻으려 했던가 목적이 분명했던 대화였고 상대자인 태라만이 이 대화가 어긋나 있다는 것을 감지하지 못합니다.

이미 태라는 건욱을 만나러 나왔을 때 모네때문이 아니라 자신때문에 나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흔들리기 시작하는 자신의 감정의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하러 나왔을 겁니다.

그것을 꿰뚫은 건욱. 그녀의 빈 곳을 정확하게 포착하는 건욱이 무서웠습니다.

# 캐릭터들 속에 숨겨진 의외성 -

아닌 듯 했는데 대책없이 순진했던 재인. 커피를 쏟을 때부터 그 의도를 간파당했죠. 남자의 집에 찾아가 파출부 역까지 하며 필요이상의 친절을 보이며 자신의 의도를 보여주던 그녀. 나름 70년대식 연애를 보여줌에 풋 했습니다. 잠깐동안의 상상씬이 없었더라면 정말로 대책없어질 뻔 했습니다.

볼일 보러 간다며 그녀를 배웅하던 건욱.

세상 다 산 듯 나이에 비해 어른들의 세계를 다 아는 듯 했던 재인의 동생, 원인(심은경) .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영화를 보며 울음을 쏟던 장면에서는 역시 그 나이답구나를 보여줬습니다. 이에 동화하지 못하고 멀뚱했던 재인은 순진하긴 해도 동생보다는 그래도 좀 나은 중간급.

담배를 사 달라는 그녀를 놀려먹던 건욱.

역시나 이번 회에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순진하면서 뻔한 캐릭을 보여줬던 모네(정소민). 건욱에게는 가장 손쉬운 상대. 이에 간단하게 - 날 숨기고 싶어하는 구나. 난 갖고 놀다가 버려지는 장난감같은 사람은 되기 싫어 - 밀기의 공력을 보여주며 그녀를 당기던 건욱. 정말 쉽게 넘어가는 모네.

실은 장난감같이 다뤄지는 인물은 그 모네, 자신임이 언니 태라의 대사에서 그대로 보여짐이 흥미로왔습니다.

갖가지 여성 유형에 따라 자유자재로 완급을 조절하며 요리하던 건욱의 모습도 건욱 캐릭터의 생생함을 부각하는 데 효과적이었습니다.

스토리의 중심에 있던 건욱과 모든 캐릭터들의 중심에 있던 건욱을 보며 이 드라마의 힘은 역시 김남길이 끌고 나가는 것이구나를 느꼈습니다.

심건욱에 대해 보여줄 것을 보여주고 아직까지 숨겨 둔 것들에 대해 힌트를 주며 완급을 잘 조절했던 3화였습니다.

상상 가능한 뻔한 것들 너머로 의외성, 궁금함도 잘 버무려졌습니다. 이어지는 스토리들에 대한 기대치를 충실히 갖고 갔던 이 드라마의 다음 회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