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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반 사건이 대체 뭐길래?


정봉주 의원이 검찰로 가면서 '설리번 사건'을 언급했다. (기사 : 정봉주 단독 인터뷰 중 )

정 전 의원은 특유의 천진스러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나한테 적용한 법이 미국에서는 1964년에 없어진 법이에요. 설리번 사건이라고 있어요. 대법원이 만장일치로 <뉴욕타임스> 손을 들어주거든. 정봉주법 개정되면 바로 나오는 거지 뭐….”

최고위원회 말미에는 “감옥에 쥐가 아주 많아요. 내가 고양이가 돼서 다 잡을 거야”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이 얘기한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 판결 결정문의 일부 대목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그 어떤 법원도 미합중국의 법체계에서 정부에 대한 비방이 기소 대상이 된다는 판결을 하지 않은 것은 물론 그런 가능성조차 내비친 적이 없다.”  “공적인 이슈에 대한 토론은 방해받지 않아야 하고, 강력해야 하며, 널리 열려 있어야 한다는 원칙, 그러자면 정부를 향해 격렬하고 신랄하고 때론 불쾌할 정도로 날 선 공격이 가능해야 한다는 원칙에 온 나라가 충실해야 한다. …우리 헌법은 절대적 주권이 정부가 아닌 국민에게 있는 정치체제를 창조했으며, 우리의 정부 형태는 권력의 집중 혹은 권력 그 자체에 대한 불신에 기반해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설리번 사건이 무엇인가 궁금해 검색해 보았다.

1964년의 ‘"뉴욕타임스" 대 설리번’ 사건 판결이 그것이다.

이 사건은 마틴 루터 킹 박사의 지지자들이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광고에 대해 앨라배마 주 몽고메리 시의 설리번 경찰서장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사실상 그 광고에는 잘못된 내용이 들어 있었다. 마틴 루터가 7번 체포되었다고 광고에 적혀 있었는데 실제로는 4번 체포되었다. 그 외에도 여러 잘못된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광고 책임자는 마감에 임박해 자세한 것을 확인하지 않고 실었다고 실토했다. 이것에는 흑인 인권 단체와 주도자에 대한 존경심이 깔려 있었다고도 말했다. 당시 흑백차별의 사회적 분위기때문에 이와 비슷한 송사가 몰려 있어서 뉴욕 타임스와 CBS는 줄소송에 직면해 있을 때였다. 이것이 패소할 경우 천문학적 배상으로 뉴욕타임즈는 문을 닫을 위기였다.

당시 기준으로 볼 때, 그 광고는 분명 명예를 훼손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결국 "뉴욕타임스"의 손을 들어주었다. 설령 허위 진술일지라도 그 허위성을 저자나 발행인이 미리 알고 있었다는 점을 공직자들 스스로 입증하지 못한다면 명예훼손 배상금을 받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즉, 발행인이 '알고도 악의적인 의도로 허위 사실을 기제했다는 사실을 고소인이 입증할 수 없다면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 고 판결한 것이다. (이번 일의 경우에 대입해 본다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하더라도 '허위사실임을 알고도 유포했다'는 걸 검찰이 증명하지 못한다면 무죄라는 뜻이다. )

설리번 사건을 대법원에서 맡게 되는 과정 자체도 드라마틱했다.

설리번 사건은 처음에 뉴욕 타임즈가 명예 훼손 유죄로 판결나고 끝나나 했는데 뉴욕타임즈가 대법원 연방에 판결을 요구하게 된다.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 대법원은 예상을 엎고 '무죄'라고 판결한다. 명예훼손 민사사건에 대해 언론이 관련된 경우 보통법이 아니라 연방 헌법적 사안이라고 처음으로 인정했다. 이긴 줄 알았다가 엎어져서 약올랐던 설리번 측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광고는 기사와 달라 대법원 사안이 아니라고. 그러나 대법원의 답변. 상업광고가 아닌 주장광고(Editorial Ad)는 헌법의 근거에 서야 한다고 물리쳤다.

문제는 허위 사실이 포함된 언사였다. 허위 사실도 보호받아야 할까?

대법원은 허위가 포함된 사실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판결문을 대표 집필한 브레난 대법관의 말은 다음과 같다.

자유로운 토론에서 잘못이 들어간 언사는 불가피하다. 표현의 자유가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숨 쉴 공간’을 가지려면 보호받아야 한다”

 


그리고 엄청난 배상액을 인정할 경우 언론은 두려움과 소심으로 굴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미국 내에서 이 판결의 영향

당시 킹 박사가 이끌던 시민권 운동에 즉각 영향을 미쳤을 뿐만 아니라, 미국 언론 전체를 대담하게 만듦으로써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에 관한 날카로운 보도를 이끌어내는 결과를 가져왔다.
 
# 판결의 부작용에 대한 보완

그렇다고 언론에 무제한으로 자유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온 결론이 유명한 ‘공인이론’이다.

공인의 경우에는 언론이 ‘사실상의 악의(Actual Malice)’를 가졌다고 입증된 경우에만 책임을 지도록 인정했다. 실무적으로는 그동안 언론이 명예훼손의 피해가 없다고 입증을 해온 데 반해 이제는 피해를 주장하는 공인이 사실상의 악의를 입증해야 하도록 공수가 바뀌었다.
 
또한, 루이스는 이 판결을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영화배우 같은 유명인들에게까지 적용하는 데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낸다. 설리번 판결이 규정하는 수정헌법 1조의 중심 의미는 어디까지나 정부 공직자들을 비판할 수 있는 권리이기 때문이다.

(대상은 정부 공직자에 한하는 것이 이 힘을 발전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설리번 판결이 연예인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며 괴롭히는 사람까지는 보호해 줄 수 없다는 얘기이다.)
 

# 설리번 사건 이후 전 세계는 

이 판결은 이후 세계적으로 언론과 공적 사안이 얽힌 명예훼손 사건에서 부동의 모범답안이자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우리 법원도 대륙법 체계라는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이 취지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사법적 정의 위에 있는 무언가를 감지하게 했다. 그에게 적용된 법은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관한 것이다. 이는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는 물론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으며 해석 범위와 방법을 놓고 논란이 있어왔다.

기사에 따르면 박영선 의원은 22일 대법원 판결이 확정되었을 때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관한 법 개정안을 정봉주 법 으로 명명하고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래서 '정봉주 법' 개정되면 바로 나오는거지 뭐 - 라는 말이 나올 수 있었던 것.



아딸라의 사랑방에서 발행되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