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봄은 아파트 마당 앞까지 들어 왔네


봄이 왔네 봄이 와 - 숫처녀의 가슴에도~~~
나물캐러 간다고 아장아장 걸어가네 ~
산들산들 봄바람에 아리랑 타령이 절로 나네 ~



숫처녀가 아니라도 가슴에 봄은 온다
숫처녀는 발이 작지 않을텐데 왜 아장아장 걸어갈까 잠시 의문을 가져도 보지만,
나물은 캐러 가지 않아도 산들산들 봄바람에 가슴이 설레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오전에 운동을 하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 아파트 담벼락 아래로 늘어선 벚나무에 꽃들이 찬란하다.  바람이 불어서 길 한쪽으로 소복히 쌓인 꽃잎들이 보드라운 연분홍 융단이다. 밟으면 꽃길밟고 폭신폭신 봄나라로 날아 갈 것 같다 .

이렇게 소복히 꽃잎이 쌓였다는 것은?
이제 곧 이 꽃들이 질 거라는 얘기.
집이랑 운동 센타만 왔다갔다 하다가 이 찰나의 시간을 잊고 보내 버릴 수도 있다는 말?

아아아아~~~ 카메라, 카메라~!!!

올 봄은 아무래도 여러 가지 개인적인 일들로 꽃놀이를 제대로 갈 수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오가는 집 앞에서 또 벚꽃을 보게 될 줄 누가 알았나?

집에 들어가 카메라를 챙겨 나왔다. 나오다가 생각하니 바깥은 쨍하는 햇살이었다. 다시 들어가 선글라스를 챙겨 나왔다.

길 가 따라 주욱 늘어선 자동차들은 카메라에 안 나왔으면 좋겠는데 - 어떻게 찍으면  봄기운을 제대로 담을 수 있을까?


얇은 꽃잎에 비친 햇살을 담아봐야되겠다...

그래서 찍어 본 게 윗 사진 - 


 


여기가 바로 그 꽃 양탄자이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오소서. - 라고 이 악물고 뱉어 말할 배신남은 내 주변에는 없다 - 랄라~



뒹굴고 싶다..... 만 -

사실 사진이 폭이 넓게 나와서 그렇지 가로 폭이 2 뼘 남짓이다...
포토샵처럼 실제도 영역 복사해서 붙여 넣기 하여 이 도로를 모두 이런 꽃 융단으로 잠깐이라도 만들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




살짝 바래진 꽃잎이 섞인 걸 보니  떨어지기 시작한 지  며칠 되었나보다.



딱 작년 이맘때쯤 밤에 온 가족이 벚꽃놀이 간다고 나섰었다. 새로 산 카메라가 야경에 특히 강하다고 자랑스레 꺼내 밤 벚꽃을 찍었던 기억도 생생하다. 1년이 지나 상황은 많이 바뀌었고 나는 나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아이들은 각자 일로 - 정신없이 돌아 가는 이 와중에도 봄은 와 있었나보다.




별일없이 - 무사히, 성공적으로 잘 지나가기만을 바라던 이 봄에 꽃놀이는 사치일 지도 몰라 - 라고 생각했었다. 애써 외면하고 보내버리려 했지만 집 앞 도로가에 소복히 쌓인 꽃바닥에도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지는 걸 느끼자니 내 자신이 웃긴다. - 봄바람이 비집고 들어 올 구석은 어느 가슴에나 있나 보다.

쪼그리고 앉아 카메라를 바닥 가까이 붙이고는 포커스를 요래 맞추었다 조래 맞추었다 하고 있는데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 언니~! 어디서 익숙한 잠바가 보이더라니 - 쪼그리고 앉아 뭐하는 거에요?

아.. 집에 가는데 꽃길이 너무 좋아서 - ㅎ

그럼,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카메라 들고 나온거에요? 하긴, 이 꽃길이 좋긴 좋더라.

이 봄도 이렇게 속절없이 가려나 싶어서 아쉽기도 하고 - 뒷길이라 누가 보는 사람도 없어서 눈치보지않고 이래저래 맘대로 찍고 있었어 -

자... 이렇게 여기다가 포커스를 맞추고 반셔터를 누른 다음에... 요렇게 ~ 포커스를 뒤로 맞추고 찰칵~! 하면 - 뒤쪽이 흐릿하게 나와서 -....



언니, 사진 찍는 거 좋아하는구나?

뭐... 그런 건 아니고 - 이거 찍어서 나중에 벚나무만 색깔 놔두고 뒤 쪽은 흑백처리하는 장난질을 배워 보려고 -

봄날은 가네...

내일 보자 -

언니도~ 잘 가 - 내일 봐~

지금은 봄의 시작일까, 중간 즈음일까?

내가 바쁘거나 말거나, 잊고 살거나 잡으려고 애쓰거나 간에 봄은 매년 그렇게 왔다가 가기를 태고부터 멈추지 않고 있다.

2011년의 봄에 포스트 잇을 또 한 장 붙여 놓아야 내 평생 꽃기억의 한 장을 더 할 수 있겠지.



   꼬랑지



다들 또 한 번의 봄을 잡으러 나들이를 나가 보세요 - 저처럼 집 앞 풍경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