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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주부 탐정, 핸드폰 밧데리 사건의 전모를 밝히다



◆ 사건 개요


12월 11일, 밤 10시 반에 집에 들어온 중 3 남학생 기윤은 자신의 방 안에서 핸드폰 밧데리가 없어진 것을 알게 된다. 핸드폰 충전기 안에 분명히 끼워 두고 나간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 사이 그 방을 들락거린 것은 학교에서 돌아와 학원을 가기 전 잠시 들렀던 기윤 자신과 엄마이다. 엄마는 오후에 그 방에 청소를 위해 들어갔다. 침대 시트를 새 것으로 교환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던 옷가지들을 스탠드 옷걸이에 걸어 둔 일 밖에 한 일이 없다.

외부 침입이 없던 것은 확실하고 밧데리가 집 밖으로 나간 일은 없다. 마지막으로 본 것도 밧데리 케이스 안이다. 밧데리는 집 안에 있다.
이 밧데리는 과연 어디로 간 것일까?

◆ 현장 상황



초빙된 탐정, 마담 아딸라는 우선 방 안 상황을 살펴 보았다.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 위에는 램프와 CD 카셋트가 올려져 있었다. 그 한 켠에 충전기가 원래는 올려져 있었으나 사건 현장에서는 무슨 일인지 아래에 떨어져 선과의 연결이 끊긴 상태였다. 그리고 안에 들어 있어야 할 밧데리가 비어져 있었던 것.


마담 아딸라 - 범인은 이 안에 - @@ 아, 분실물은 이 안에 있는 것이 확실합니다.
상황이 일어났던 그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지요.
아... 그리고.... 혹시 그 밧데리를 탐낼 만한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니겠지요?



기윤 - 그 밧데리는 얼마전 새로 산 거였어요. 원래 있던 밧데리가 부풀어서 두 개 다 못 쓰게 되 었거든요. AS 센타에서도 구하기 힘들다고 해서 며칠 기다렸다가 겨우 산 거라구요. 제가 그 밧데리를 얼마나 아끼고 있었는지 - 혹시 또 부풀어 터질까봐 초록불 되면 바로바로 꺼내 놓고 그랬다구요. 지금 밧데리가 여벌이 없어서 핸드폰에 선 꽂아 충전시키고 있어요. 빨리 찾아주세요 -


마담 아딸라 - 그럼, 어머니 - 어머니가 범인 - 엇;;; 그게 아니고 어머니가 만진 물건이 뭐 뭐였다고
했나요? 중간에 방에 한번 들어가셨다고 했죠?


엄마 - 예. 실은 아침에 애가 일어 나자마자 밧데리 충전기에 꽂아 둔 밧데리가 없어졌다고 하면서
걱정하며 학교로 갔었어요. 그래서 밧데리가 어디 방 안에 있겠지 하고 찾으러 낮에 들어간 거였죠.
들어가서 침대 매트리스 사이에 끼었나 하고 이리 저리 살피다가 커버가 더럽길래 커버도 바꾸었죠.



마담 아딸라 - 아... 매트리스 커버를 바꾸셨다구요? 혹시 침대 아래에 들어가 있지는 않았나요?
침대 머리맡 뒤 쪽이라든가 -?




침대는 평상형이라 침대 아래에 뭐가 들어갈 수 없는 구조예요. 방을 다시 둘러봐 주세요.




◆ 방의 구조



아... 침대 옆이나 아래엔 없었다구요? 그럼.. 물론 카페트 아래도 잘 보셨겠죠?


 


물론이죠. 카페트는 아이보리색이라 검정 밧데리가 눈에 금방 띌 수 밖에 없어요. 혹 침대 커버에
걸려 있었나 해서 방금 빨래통에 있는 커버를 다시 홀홀 털어 보기까지 했어요.

음... 아주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바닥에 떨어진 옷들이 짙은 색이라면, 그리고 옷들이 뭉쳐진 상태라면,
거기 얹혀져 있다가 어머님이 옷걸이에 거는 순간 포켓이나 뭉쳐진 곳에 들어 앉아서 옷걸이에 가게 된 건 아닐까요
?



아... 어쩌면 -




어머니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옷걸이의 옷들을 다 내려 흔들어 보았다. 바지 포켓마다 손을 넣어 짚어 보았다. 바지들은 허물을 벗어 놓은 듯 바지 가랑이가 동그랗게 또아리 튼 채 있기도 했다. 그 틈에 끼어 있을만도 했으나, 밧데리는 아무 곳에도 보이지 않았다.

밧데리는 하늘로 솟았단 말인가, 땅으로 꺼졌단 말인가?

만 하루하고도 반나절이 지났다. 밧데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 다시 원점으로 - 사고의 전환 -

 

아... 다들 여기 방 중간에 앉아 봅시다. 그 사고 당시를 재현을 해 보는 거죠. 이 밧데리 케이스가 선과 분리되어 있었다는 것은 어떤 충격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이 위 테이블에 놓여 있다가 건드렸다든지 해서 아래로 떨어진 거죠. 떨어지면서 안에 있던 밧데리가 튕겨져 나왔어요. 그리고 이 밧데리는.... 어디로 갈 수 있나요?

전방쪽으로 갔다면 카페트 위일텐데 거긴 이미 없었다고 했구요, 그 위의 옷가지 위에 올라갔을 낮은 확률도 이미 점검을 했죠.

이불 등에 묻어 있다가 침대 옆으로 떨어졌을 확률도 이미 조사를 해 봤습니다. 자... 이제 남은 확률은?

가장 간단하게 생각해 봅시다. 바로 이 옆 부분은 마루예요. 미끄럽습니다. 이 위로 미끄러져 나갔을 확률이 가장 높다는 걸 우린 이틀동안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 쪽 방향은... 바로 이 장농이 있는 쪽이죠.


앗 - 장롱은 아래쪽이 거의 바닥에 찰싹 달라붙어 있어서 밧데리 정도의 두께감을 가진 것이 들어 갈 수가 없는 - ;;;

 



여기 던집니다 - 얍~!!!!



옆에 있던 기윤이 여벌로 갖고 있던 부풀어 오른 밧데리를 장롱 바닥쪽을 향해 슬라이딩시키듯 던져 넣었다.

헉~ @@

 




아니, 이럴 수가 - 정확히~!!! 정확하게 들어가욧~!!!! 긴 자 - 길다란 자 갖고 있으면 이리 줘 봐요 -




여기 말고는 없다 - 라는 생각으로 20센티 자를 바닥쪽에 넣고 헤집었으나 나오는 게 없었다. 어쩌면 건드리면서 더 뒤로 갔을 수도 있는 일 -

장롱을 온 힘을 다해 앞으로 당겨 보았다.



 


아니...ㅜㅠㅠㅠㅠㅠㅠㅠㅠ

분실물은 외부 반출이나 외부인의 출입이 없었던 경우, 최초 있었던 곳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군요 -
축하 드립니다. 제가 다시 방문할 일이 없기를 바라며 - 행복한 12월 되시길
~~





* 실제 일을 각색했어요. ^ ^ 아딸라의 사랑방에서 발행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