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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나들이

일본 후쿠오카 - 자와타미 맥주집에선 말이 통하지 않아도 된다

 

"자와타미"


여기는 프리미엄 생맥주로 유명한 곳이다.

오후 5시부터 새벽 3시까지 한단다. 가이드 책에 의하면 안주가 300 엔부터 시작하고 어두운 분위기에 재즈 음악이 흘러 나오는 분위기라고 한다.



저 위의 계단으로 올라가 지하 1층으로 내려 가면 된다.

하카타역의 차쿠시 출입구를 나와 정면에 보이는 미야코 호텔의 지하 1층. 이렇게 간결하게 가이드 책에 써 있었는데 밤눈이 어두운 우리는 제법 그 주변을 몇바퀴 돌며 헤매 다녔다. 저 위의 간판에 보이는 ZA WATAMI 글자를 봤을 때 얼마나 반가웠던지.

입장

들어 가니 입구 쪽에 신발장이 있다. 거기 신발을 넣어 두고 나무 열쇠로 잠근 뒤 자리로 가서 술을 마신다.

신발을 벗고 있으니 일단 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신발을 벗은 건 들어 가자 마자는 아니었다. 자리가 비질 않아서 조금 앉아 있어야만 했다. 입구에 작고 불편한 나무 의자들이 줄 서 있었는데 거기 앉아 있었다.

조금 지나자 안내하는 사람이 신발장에 신발을 넣어 두라고 바디 랭귀지로 안내해 주었다. 대충 눈치로 긁어 먹고는 신발을 넣고 따라 갔다.

구석탱이에 앉아 있었는데 옆 자리와는 발이 드리워져서 칸막이 구실을 했다.

안내하는 이가 메뉴판을 갖다 주었다. 내 메뉴판에는 일본어만 적혀 있었다. 난 난감해서 한참을 들여다 보았는데 남편은 이게 어떨까 저게 어떨까 척척 짚어 가며 말을 했다. 응? 남편 메뉴판을 보니 거기는 일본어 아래에 영어도 적혀 있었다...

가이드 책에 적혀 있는 유명하다는 안주들을 맛보고 싶었다.

거기 적혀 있기로는 난코츠노 카라아게(연골튀김), 토리야키노 모리아와세(모둠 닭꼬치), 마루이카 아부리야키(반건조 오징어구이) 등을 권해 주고 있었다.

점원을 불러서 책에 적혀 있는 한글 발음대로 읽어 주니 아항~ 하면서 메뉴판 사진들을 짚어 가리켜 준다. 안주는 그것들을 참조로 해서 맛있어 보이는 것들로 주문을 했다.

술도 프리미엄 몰츠 비루 - 라고 말을 해서 주문을 넣었다.

처음에 맥주로 보이는 듯한 사진을 짚어 가며 '이즈 디스 비루? 프리미엄 몰츠 비루?' 했는데 - 그건 맥주가 아니란다. 하마터면 다른 술을 시키 뻔 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프리미엄 몰츠 맥주이다.

나중에 편의점 가서 맥주 캔들을 몇 개 샀는데 이 프리미엄 몰츠 맥주는 그 중에서도 제일 비싼 고가 맥주였다. 먹어 보니, 내가 술맛을 잘 몰라서 ㅡ.ㅡ;; 남편 말에 의하면 생맥주란다. 깨끗한 느낌의 -



이게 신발장의 나무 열쇠이다. 뒤쪽편을 보면 길게 홈이 몇 개 파여 있는데 그게 열쇠의 고유성을 갖게 하는 거.



뒷 편이 궁금하실까 하고 찍어 보았다. ^ ^

열쇠마다 뒤쪽의 저 홈 모양이 다르- 겠지 - ??




멸치도 아닌, 작은 생선을 숯불에 직화로 구운 것. 그 옆에 있는 소스는 마요네즈에 고추가루 뿌린 거다.

난 날씨도 춥고 해서 좀 따뜻하게 구운 생선이 먹고 싶어서 이걸 주문했다. 뼈째 씹어 먹으면 고소할 것 같아서 시킨 건데 남편은 영 별로란다. 난 맛나게 잘 먹었다.

그리고, 그 뒷 접시에 담긴 건 모듬 꼬치이다. 소 곱창 같은 것도 끼워져 있고 버섯도, 내장 같은 것들이 다양하게 끼워져 있었다.






이게 뭐냐하면,

만두다.

만두들이 다 다닥다닥 붙은 채로 통째로 튀겨낸건데 내 올 때는 저렇게 붙은 쪽이 위로 가도록 엎어서 나온다. 저게 제법 맛이 좋다. 남편은 안주들 중 저게 제일 마음에 들었나 보더라고.




이건 만두 찍어 먹는 장을 만드는 재료들. 간장, 식초, 고추가루이다.

혹 우리가 모르나 하고는 점원이 친절하게 손으로 가리키며 요거, 요거로 부어서 만들어서 찍어 먹으라는 손 시늉을 해가며 가르쳐 주었다. 오케, 오케~~ 웃으며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화답 -

남편이랑 술을 앞에 두고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한참 얘기를 나누다 보니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잠깐씩 까 먹을 정도 -

우리 위의 조명은 어둑하고 동그랗게 우리 주변만 스포트 라이트를 쏘아 주었고 주변은 어둑하게 느껴져 이 넓은 공간 안에 우리만 있는 듯 느끼게 해 주었다. 그래서 더욱 다른 나라의 어느 지하 술집 안이라는 걸 까 먹게 되었던 듯.

잊을 만하면 문득 문득 옆 테이블과 그 건너 건너 테이블에서 큰 소리로 들려 오는 일본 말들이 새삼 우리를 퍼뜩 놀라게 했다.

그래, 여긴 지금 일본이지. 후쿠오카라고. 이 술자리가 끝나면 우린 썰렁한 호텔방안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야.

이렇게 첫 날 밤은 지나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