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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후기

버리기엔 너무 예뻤지, 고장난 트웸코 시계의 AS


이 시계, 산 지 꽤 된 것이다. 2010년 가을에 샀다. 드라마에 소품으로 등장해서 처음 내 눈에 띄인 제품.

 거실 소파에 앉았을 때 등 뒤쪽 벽에 벽시계가 걸려 있다. TV 쪽 정면으로 고개를 향했을 때 시계가 하나 정도 보였으면 좋겠다 싶어 테이블 위에 두었다.

개인의 취향에 소품으로 등장했던 트웸코



그러다가 올 봄에 고장 -

건전지도 바꾸어 보았지만 돌아가질 않았다. 귀를 대어 보니 모터 돌아가는 소리는 여전히 나고 있었다. 돌아가긴 하는데 숫자 자판 돌아가는 어딘 가가 부서졌거나 해서 고장이 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떨어 뜨린 적도 없고 가만히 그 자리에 내내 몇 년을 있었던 탁상 시계인데 왜 고장이 났을까나?

어디서 산 건지 2010년 카드 내역을 인터넷 사이트로 들어 가서 다 뒤졌다. 당시 가격이 14만원 정도의 꽤 고가였기 때문에 오픈 마켓들을 돌면 금방 알아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틀을 계속 뒤졌지만 실패했다.

하는 수 없이 현재 이 시계 모델을 판매하는 곳을 검색했다. 그 판매처 두 어 곳의 전화번호를 입수했다. 하지만, 전화는 하지 않았다. 거기서 구매한 내역도 없고 증빙할 만한 아무 것도 없기에 AS를 부탁할 처지가 기본적으로 안되었던 것이다. 마지막 보루로 남겨두고 일단 근처의 시계 수리점에서 자력으로 해결해 보기로 했다. 보증 기간도 끝났기에 어차피 수리 비용은 들 것이고 발품팔아 직접 수리를 맡기는 게 더 빠르고 나을 수도 있다는 판단으로.

명품 시계 수리한다는 곳을 몇 군데 찾아 - 그 과정도 지난하다 ㅜㅠ - 갔으나 시계를 보고선 모두 고개를 도리도리. 손목 시계는 고쳐지지만 이런 플립형 시계는 수리가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전화를 걸기 시작했는데.

한 군데는 아무리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망했나...??

티무스에 전화를 했다. 여차 저차 고장이 났는데 분명 모터 부분은 고장이 안 난 듯 하다, 그러니 수리를 좀 부탁한다고 했다. 좀 곤란한 듯한 어투로 저 쪽에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도 여기 울산에서 혼자 고쳐 보려고 노력을 했으나 되질 않았다고 말했다. 택배비, 수리비, 모두 내가 지불하겠으니 실비로 좀 수리를 부탁한다고 했다. 혹 부품이 없어서 수리가 안되면 거기서 버리셔도 상관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저 쪽 담당자는 시원하게 답변을 하지 않고 머뭇거리고 있었다. 내가 한 마디를 덧붙였다.

버릴려고 했는데요, 쓰레기통에 확 버리기에는 너무 예쁘잖아요...


 마침내 전화 너머 담당자가 웃더니 일단 보내보시란다.

보내고 며칠 뒤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는 그 때 부산의 병원 주차장에 차를 대고 있던 중이었는데 미심쩍게 '누구세요?' 묻던 내 목소리가 시계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얘기에 톤이 바뀌었다.

어머나, 티무스예요? 아... 어디 전화인가 했네요. 그래요? 아유, 고쳐진 건가요? 어머나, 좋아라~


담당자가 설명하길 버튼을 돌려 숫자판을 돌려 가며 시계를 맞출 때 너무 확확 세게 돌리면 연결 고리가 부서지는 수도 있단다. 숫자판의 크기가 제법 큰 편인데 그게 걸려 돌아 가는 부분의 돌기는 작단다. 그 작은 부분이 부러졌다고 했다. 강력 접착제로 붙여 놓긴 했는데 너무 세게 돌리지는 말란다.

전해 주시는 담당자의 목소리도 밝았다.

예, 예. 고맙습니다. 조심해서 쓸께요. 이번에도 또 고장나면 정말로 버려야죠, 뭐. 수리비 말해주시고 계좌번호 불러 주시면 제가 넣겠습니다.

필요없으시단다. 부품이 들어 간 게 아니기 때문에 받을 게 없으시다고.
그래도 공임비라는 것도 있으니 수고비조로 조금 드려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괜찮으시단다.

며칠 뒤 시계가 도착을 했는데 택배비도 선불이었다. 고마우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