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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우리에겐 은시경같은 남자가 필요해 - 포텐터진 더킹 투하츠의 조정석

 

 # 압도 된 건 시경이 아니라 우리였어 
봉봉과 취조실에서 마주 한 은시경의 저 표정을 보라. 은시경도 나같이 그녀에게 압도 당한 줄로만 알았다.


재신을 그렇게 만든 이가 자신이라는 것을 빈정거리듯 말하는 봉봉. 자신을 어쩌지 못하리라는 자신감이 깔려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그녀는 곧 클럽 엠과 동격이다. 평소 무뚝뚝함이 지나쳐 다소  표현력이 부족해 보이기까지 했던 시경. 그의 반응은? 

압박하듯 시경의 손을 감싸 쥐었던 봉봉의 손을 거칠게 뿌리쳐 내더니 단호하게 말하더라.

수갑 채워 -


내 걱정에 대한 약간의 반전이었지만 이건 아직 전초전이었다.


# 은시경이 필요한 ' 우리 ' 란 누구?

일단 드라마 내부에서 보자.

▶ 시경은 재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다. 힘든 왕의 역할, 믿고 맡길 만한 사람이 재하 곁에는 많이 없다. 곁에 있는 비서 실장 할아버지까지도 의심이 가는 상황이다. 바로 그 비서 실장의 아들이라는 점이 아니러니이긴 하다.

시경은 아직 경력도, 권한도 크지 않은 작은 힘이다. 이 작은 힘에 조력을 구하는 재하 왕이 안쓰럽기도 했다. 시경이 강하다는 걸 발견할수록 환호가 터져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시경이 강해질수록 재하가 강해지는 것이고 대한민국이 강해지는 것이다.

시경은 또한
재신 공주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이건 드라마 내부에서 볼 때도 그렇고 밖에서 볼 때도 마찬가지이다. 다리잃고 두려움에 떠는 불쌍한 재신 공주 곁에 아무도 없다면 드라마 구조상 초라해진다. 이런 멋진 남자가 성심을 다해 보필해 줘야 재신도 더 빛난다.

시경은 또 -  아프지만 -  그 아버지인 은규태에게도 필요한 사람이 될 것이다. 시경이라는 아들이 없었다면 규태는 어쩌면 끝까지 자신이 어떻게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 라는 지표점이 흔들리는 규태에게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시경이 필요한 것은 드라마 속 대한민국이다. 물론 드라마 밖 실제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소신껏, 두려움없이 가는 강직한 사람이 필요하다. 이런 사람, 정말로 어디 없나?

시경 대장, 이렇게 강하다니 - 너무 멋져요~!

또 마지막 소소하다 하겠지만  무시할 수 없는 하나. 이런 남자, 여자들에게 필요하다.

이것 역시 드라마 안이나 밖이나 마찬가지이다. 드라마 내부상 캐릭터 발란스라는 측면에서 보자. 재하같이 깐족거리는 이면에 여린 감성과 숨겨진 뚝심이라는 반전을 가진 매력남도 있어야겠지만 정 반대축의 매력남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드라마가 풍성해지려면 스토리만 꽉 차야 장땡이인 것이 아니다. 첩보물이든 멜로물이든 중요한 것은 주인공들의 개인적 매력이다. 실제 배우의 매력이 투영된 것이라도 좋고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도 상관없다. 이 두 개가 섞여 들어 어느 것에 매혹되고 있는지 헷갈리게 되더라도 상관없다. 결과물만 확실하면 된다. 드라마 속 인물에 관람자가 매력을 느껴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그래서 거액을 지불하고라도 인증된 배우를 캐스팅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재하가 매력이 있긴 하지만, 한 개 카드로는 드라마가 꽉 차질 않는다. 사실 매력적인 캐릭터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숫자가 적다면 각각이 더 강력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재하와는 정 반대쪽의 특성을 가진 은시경의 부각은 드라마 팬으로서도, 여성팬들로서도 반가울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여심을 사로잡다' 이런 표현은 오글거려서 좋아하지 않는다 ;; )

지금까지 시경의 캐릭터가 '은근히' 매력있게 그려져 왔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4화에서 강한 한 방이 터졌기에 여태 깔아 왔던 것들이 시너지 효과를 더하며 은시경을 눈부시게 만들었다. 

자신을 호위해 달라던 재신 공주에게 재하 왕의 명령이라며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원리 원칙을 중시하는 군인답다. 하지만, 앰뷸런스 안에서 극심한 공포에 떠는 공주를 보며 시청자인 나까지 그녀가 안쓰러워 견딜 수 없을 때 내 마음인 양 그녀를 포근히 안아 주던 은시경이다. 그리고 무대 뒤에서 떨던 그녀를 '반짝반짝 별똥별' 대사로 감동시켰던 은시경. 그는 무뚝뚝한 외면과는 달리 '감성 지수'도 충만한 완벽남이었던 것이다. 직위 해제시키라는 아버지 앞에서는 또 얼마나 단호했는가 말이다. 

왕실 코드 NTO ZERO - 비밀 감찰권이에요. 전하께서 직접 내리셨어요.
지금 이 조사는 그 권한으로 하는 겁니다. 이건 아버지가 해임 못하세요.


가만 생각하니 평소 표현력이 부족한 듯 해 보였던 것도 은시경의 매력이었던 듯 싶다. 희대의 바람둥이들 중에는 의외로 말주변이 어눌한 남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유창하지 않은 표현으로 전달하려 노력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진심을 느끼나 보다. 

이 남자, 매사 진심이다. 거짓이 없다.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다. 흔들림이 없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남자다. 게다가 강하다.
결론은 - 멋있다 -



# 대쪽같은 이 남자, 은시경
외교 관례상 확실한 정황이 없을 땐 16 시간 이상을 구금하지 못한다. 이를 넘기자 클럽 엠은 항의의 표시로 기자 회견을 한다. 왕실 체면 구기게 된 상황이다. 은규태 비서실장은 시경에게 당장 가서 정식 사과를 하라고 호통을 친다. 필요하다면 발바닥이라도 핥아야 할 거라고 경고한다.

이미 앞선 장면에서 국왕의 권위를 깎아 내리려는 미국 측에 머리를 숙일 뻔한 재하 왕의 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래서 불안했다. 왕도 아닌 시경이 아버지의 저런 경고까지 듣고서 얼마만큼 굴욕을 당하게 될런지.

섹시 포텐 터지신 시경 대장 -

드라마 캐릭터를 떠나서 화면 상으로도 포텐 터지신다. 섹시한 여성과 같이 있거나 악녀와 나란히 투 샷으로 잡힌 남자가 강철같이 단단해 보일 때 남자는 더 멋져 보인다. 이걸 극대화 한 게 실은 007 의 제임스 본드이다. 비키니에 총들고 있는 본드 걸과 나란히 마주한 제임스 본드가 주눅들어 있는 걸 본 적 있나? 노, 노~! 매력남의 기본은 '냉정' 과 '이성' 이다. 가슴은 뜨겁더라도 표현은 차갑게 -

 

공주랑 자 봤어?

뭐 이런 삐리리가??

대쪽같은 매력남의 조건 중 하나는 미세한 표정 변화이다. '공주와 자 봤어? 덮칠 맘도 안 생기대? ' 라고 도발할 때 흘낏 돌아 보는 표정도 흐트러짐이 없다. 눈썹 각도 5도 이상은 안 올라가신다.

 

Death 의 고구마 발음도 정확하신 시경 -

오호라 - 제법~ 발음 좋은데?

본전도 못 찾고 질질 끌려 가는 봉봉 -

미리 몰래 카메라 숨겨 두고는 시경이 흥분해서 주먹이라도 날릴 시 왕실에 창피를 주려고 준비하던 김봉구. 미리 알기라도 한 듯 봉봉은 시경을 도발한다. 공주와 자 봤냐고 묻더니 재신이 피격당할 때 벌벌 떨며 살려 달라고 했었다는 말까지 한다. 숨을 잠깐 고르던 시경, 침착을 되찾고는 말한다.

왕실을 방문하실 땐 좀 더 갖춰진 사람을 데리고 오시는 게 좋겠습니다
조울증에 정신병력에 sas 에서 자기네 부대원 난사까지 한 사람을
뭐하러 데리고 오십니까?


그리고 마지막 일격, 그럼, 그 쪽 엄마 돌아 가신 건요?  봉봉이 자신의 모친까지 죽였다는 사실을 미리 알고 있던 시경이 먹인 한 방. 조울증이 있는 봉봉이 제 성질을 못 이기고 길길이 날 뛰다 질질 끌려 나갔다.


# 그가 두려운 것은 없다. 겁없는 남자, 은시경

이 놈, 제법일세 - 조용한 방에 따로 시경을 데리고 간 봉구가 시경에게 스카웃 제의를 한다.

왕 붙어 다니면서 흘린 과자 부스러기라도 줏어 먹게? 걔, 힘 없잖아. 나한테 와. 나 과자 많아 -

 

나한테 와 - 과자줄께

서서히 고개를 돌리더니 -

뙇~!

어깨까지 감싸 안고는 봉구가 은근스레 말하길래 공포스러웠다. 봉구의 잔인한 캐릭터를 이전 화에서 구축해 놓았던 것이 이 때 이렇게 효용성이 있다니 - 조용히 듣던 시경의 눈길이 천천히 돌려 지길래 가슴이 두근두근 - 그리고는 마침내 터져 나온 오늘의 대사 -

죄송합니다. -
전 썩은 과자는 -
먹습니다 -

말똥말똥 겁없이 봉구와 맞춘 시선에 내가 두려울 정도였다. 봉구와 주고 받는 2초간의 시선 교환, 긴장의 압력이 커진 그 때  천천히 뱉은 죄송합니다. 그리고 한 박자 쉬고 다음 대사, 전 썩은 과자는 , 살짝 쉬더니 더 눌러서 뱉는 대사 ' 안 먹습니다 ' -

미묘한 대사 처리. 눌러 뱉은 안 먹습니다 에 경멸이 담겨져 있다. 호흡 조절이 제대로다.  표정이나 대사 톤이 화려할 수 없는 은시경의 캐릭터 특징상 이 부분의 대사 처리는 가장 적절하면서도 극적인 표현 방법이었다.

은시경을 맡은 배우 조정석의 연기 내공이 이 한 장면에 녹아 있었다. 이전 장면들에서도 물론 이미 '은시경' 화 되어 버려 다른 캐릭터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만들어 버린 조정석을 보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극적인 장면에서 극적으로 감동하게 되어 있는 법. 봉봉을 끌어 낸 뒤 봉구마저 연속으로 이단 어퍼컷 날리는 은시경에게 다들 반해 버렸다.

은시경이라는 캐릭터의 부상과 조정석의 재발견을 기쁘게 환영한다. 드라마의 더 높은 완성도를 위해, 그리고 풍성한 매력 캐릭터를 위해, 그리고 멋진 배우를 알게 되는 기쁨을 위해서 -

조정석의 인터뷰와 노래하는 모습의 영상이 있길래 링크를 해 본다 -  http://youtu.be/TgEhLVRjUro



# 이제 애국가 들으면 눈물을 흘릴 지도 몰라 -

깨알같은 독도와 울릉도 -

우리 나라, 중간에 끼여서 참 눈치 볼 것 많은 나라구나 싶은 생각이 드라마 보면서 새록새록 들었다. 나라의 실익을 위해 머리를 숙이려 결심하는 재하왕이 현실과 다를 게 없다. 리강석에게 사과하라고 소리치는 항아의 심정이 어떨까?

나는 WOC 1차전에서 우리 팀이 이기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은 실제로 대한민국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투영된 것일게다. 외부에서 볼 때 '분열이 취미인 나라'라고 하는 말이 우리를 더 약오르게 했다.

이 드라마가 가진 한 켠의 목적성이 바로 그것인지는 확실치 않으나 만약 그것이라면 확실하게 얻어 냈다. 대한 민국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 애국가 들으면 '우리 나라, 잘 되야 될텐데 -' 라며 눈물이 난다던 어느 연예인의 말처럼 나도 그렇게 될 듯 싶다.

드라마 안의 국민들은 애국심으로 시작되어 항아, 재하를 응원하며 마침내 항아로 대표되는 북한을 받아 들이게 될 것이다. 드라마 밖의 나는 항아, 재하를 응원하며 우리 나라를 응원하고 애국심이 고취될 것이고.  더킹 투하츠가 바랬던 것은 이런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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