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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날으는 원더 항아에 환호했던 이유 - 더킹 투하츠


예상했던 스토리임에도 가슴이 뛰었다. 항아가 회전 목마 건너 편 위에서 돋움질을 해 밤하늘을 날을 때 나도 모르게 환호성을 지르고 말았다. 박지성이 골을 넣었을 때 마냥.

히어로물의 공식

항아가 재하를 구하는 씬에서만큼은 정확히 히어로물이었다. 
 

떴다 항아 -

우리의 와이어 여신 하지원


그 순간만큼은 고층 끝에 매달린 여주인공을 구하러 달려 온 스파이더맨이요, 달려 오는 기차 앞에서 망연자실한 그녀를 낚아 채 날아 오르는 수퍼맨이었다. 항아가 나쁜 놈들을 완벽하게 제압할 때 TV를 보던 나는 어린 아이처럼 신이 났다. 육백만불의 사나이와 소머즈를 보며 TV앞에서 똑같이 팔 다리를 휘두르던 내 여섯살 때로 돌아가는 듯 했다. 신나서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았던 그 때로 -

일견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히어로물의 이런 극적인 장면들에는 사람을 흥분시키는 장치가 숨어 있다. tv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TV 안의 상황에 대해 끊임없이 각성시켜 주는 것이 그것이다.

무한대의 능력을 발휘해야만 타개해 나갈 수 있는 난관들. 시청자들은 수시로 극 속의 상황에 대해 무감각해진다. 그들은 원래 뛰어나니까, 초능력자들이니까, 이건 드라마니까 - 이러게 된다. 그것을 깨 주는 것은 자신과 똑같이 그 상황을 보는 제 3자의 시선이다.

모든 영웅담에는 그것을 보고 반응하는 일반인이 끼어 들어 간다. 육백만불의 사나이가 '기기깅~' 굉음을 내며 괴력을 발휘하는 건 매회마다 나오는 씬이다. 매번 보는 씬임에도 신이 나게 하는 건 '지나가는 행인 1' 의 반응 때문이다.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떨어 뜨리고 그 안의 오렌지들이 땅바닥을 구를 때, 전혀 배우같지 않게 생긴 엑스트라의 입이 떡 벌어지고 놀라 도망갈 때에야 우리는 비로소 주인공의 힘이 진짜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제 3자의 시선을 통해 그들의 능력이 TV 안의 허구 세상이 아닌 실제의 곁에 두어졌을 때 어떤 크기인지 짐작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들을 영웅이라고 ,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바로 - 그걸 객관화된 눈으로 평가하는 우리의 시선을 대변해주는 캐릭터이다. 시청자들은 바라 보는 제 3자의 시선과 동일화 과정을 거치며 극 속에 몰입하게 된다.

미세하게 입이 벌어지는 시경

아니, 이런 원더 항아 -

우리 새 아기가 -


쟤가 김항아야?

저 멋진 항아가 내 여자야 -

텔레비 너머 수백만이 본다는 사실이 키포인트


이런 사소한 장치 하나로 훨씬 재미있어 질 수 있는데도 지나쳐 버리는 많은 드라마들이 있었다. 더킹은 가려운 등을 긁어 주는 효자손같이 내가 원했던 바로 그런 씬을 연출해 주고 있다.

보너스로 하나 더 얹는다면 그와 대비되는 주인공 영웅의 일상적인 반응이다. 늘상 있는 일인양 관람자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가던 길 주욱 간다. 그래야 가오가 사는 것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강조해야 할 건 영웅의 '일상성'이니까. 드라마 속에 있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지금 이 시간 저 쪽 옆 어느 동네에서 저런 일이 벌어 지고 있다는 일상성. 


개성과 친근함으로 존재감이 커진 그들이 
                           
화면을 채우다


중국의 영웅 설화 중에는 단체 영웅들이 자주 등장한다. 발힘이 센 장사, 숨을 크게 내쉬면 나무가 뽑히는 기인, 고함을 내지르면 상대의 힘을 못 쓰게 만드는 기인등등. 각각 고유의 특성이 주어지고 개성이 부여된다. 때로는 간단한 가족사가 덧붙여 지기도 한다. '퍼스낼리티' 가 확립되는 것이다. 각각의 존재감이 커져야 그들이 하는 활약도 무게감이 실린다. 영웅담 전체의 스케일이 업그레이드 되어 가는 것이기도 하다.

보이밴드가 개별 활동 내지 유닛 활동을 통해 각각의 존재감을 키웠을 때의 효과를 생각해보라. 개별 활동이 끝난 후 어느 날 모두 모여 한 무대 위에 섰을 때 그 무대가 얼마나 꽉 차 보이는지를.

못 본 사이에 잘 생겨지신 리강석 동지

모자 바꿔 쓰자던 수줍던 권영배

멀리서 박격포같은 무언가를 짊어 진 사람의 뒷모습이 먼저 등장했다. 누굴까? 얼굴을 줌업하는데 이게 누구신가? '30년간의 자존심' 리강석 동지(배우 정만식)이 아니신가? 못 본 사이 더 멋있어지셨다. 간만에 등장해서 반가운 데다가 이렇게 멋진 씬으로 나오다니. 박력있게 벽을 부수고 나오더니 헤라클레스같이 무거워뵈는(!) 박격포를 거침없이 휘두르신다. 다른 사람 아닌 소녀시대 리강석이라서 더 신이 났다. 내가 잘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리강석이라서 그의 활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놀이공원 조종실을 장악했던 적들을 제압한 뒤 다시 전기시설들을 가동시킨다.

백발백중 명사수의 솜씨를 자랑하는 저 청년은 바로 WOC 훈련 마지막 날 모자를 바꿔 쓰자며 수줍게 웃던 권영배(배우 최권)이다. 시골 총각같이 보이더니 날카로운 눈매에 섹시함이 묻어 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섹시하신(!) 권영배동지시다.

멀리서 재하에게 총을 겨누던 놈의 팔을 명중시키고 주변의 적들을 하나씩 정확하게 쏘아 넘어 뜨린다. 이어 리강석이 회전 목마 틀 위로 연막탄을 던진다. 마지막 마무리는 우리의 히어로 항아다. 재하 주변의 적들을 격투로 제압한다. 아래에 있던 은시경을 비롯한 우리 경호팀들도 같이 합세한다. 항아는 부상당한 팔을 움켜쥐고 마지막 저항을 하던 적을 처리한 뒤 돌아 선다.

이럴 때 써 먹으려고 미리 캐릭터를 살려 놓았던 건 아니겠지만 더킹이 갖고 있는 패를 잘 쓴다는 건 사실이다. 주변 인물들을 적재 적소에 잘 배치해 갈등을 더 대비시키고 두 스토리를 연결시키고 설득력을 높여 간다.


원더 항아 씬에서 아쉬웠던 점


부연한다면, 회전 목마들 사이의 공간이 협소해서인지 액션의 동선이 시원스레 빠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시각적인 부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화면각이 시원하지 못했다.

그리고, 리강석과 권영배가 앞을 깔아 주고 뒤에 주인공인 항아가 등장하며 무게감을 얹어 준 배치는 좋았다. 항아의 첫 등장에서 임팩트를 넣기 위해 공중을 날라 가는 화려한 컷으로 넣어 준것도 좋았다. 하지만, 원거리 샷이 한번 들어갔으면 그 다음엔 줌을 넣는 게 더 멋지다. 목마 지붕 위에 앉아 있던 항아의 각잡힌 표정을 조금만 더 클로즈업해서 표정을 살려 줬더라면 더 좋았을 듯 싶다. 하지원이 또 이런 때 확실하게 화면을 살려주는 표정연기를 잘 하지 않는가 말이다. 촬영 멋지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더킹 팀이 몰라서 그랬을 리는 없다. 아마도 - 어두운 데다가 촬영씬 스케일이 크다 보니 급박하고 정신없이 돌아 갔을 것 같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돌리면서 줌 해 놓은 씬들 중에 건질만한 것이 없었지 않나 싶다. 아쉽다.


극적인 대비 - 원더 항아 vs 멜로 항아

 

공들인 티가 나는 씬. 재하의 내려다 보는 시선이 설렌다

- 복수를 해 주겠어. 매일 아침 너에게 뽀뽀를 해 주겠어. 복수로 - 나 지금 너에게 정식으로 청혼하고 있는 거라구, 임마 
- 남조선 날라리래 맨날 말만 뻔지르 -

시크에서 말랑으로 넘어 가는 그 중간의 표정 연기가 절묘했다. 역시 하지원.

YO!! 앗흥~ 깜찍 항아 -

내가 잘할께 - 깨갱 재하

-그 봉구라는 놈, 그 놈 못 밟으면 넌 사내도 아니라 -
- 내가 잘할께. 밟아 놓을께.

연달아 항아는 북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한다.

리재하 동지가 지금 떨고 있잖습니까?
핵폭탄이 떨어져도 쿨쿨 잘 배짱이었는데 -
누가 감히 -
내 사내 저렇게 만든 놈 가만 두지 않갔습니다.

일단 그 놈 사는 곳부터 정확히 알아 주시라요 -
리재하 동지가 꾸미는 작전에 필요합니다.


항아와 재하가 이제 힘을 합친다. '콤비'로 들어 설 모양이다. 이간질을 시켜야 이득을 얻는 적 앞에서 손을 맞잡은 것 자체가 이미 반격의 시작이다.


반격 시작

재하가 뭔가 작전을 짜고 있다. 은규태 비서실장에게 얘기한다.

해결할 자신 생기면 찾아 오라고 하셨잖아요. 지금이 그 때예요.
할거예요. 항아랑 같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밖엔 없어요.


그러고는 봉구의 애첩인 타라를 만나 뭔가 수작 비슷한 걸 거는 듯도 하고 -;;

재하가 유혹하는 법? 1) 쳐다본다.2) 0.2도로 웃어준다

반했나? 타라 ?


봉구에게는 키워드로 락이 걸린 상자 하나를 배달했다. 재하에겐 있는데 봉구에겐 없는 것 이 키워드의 힌트였다. 힘들여 찾아 낸 키워드는 '사람'. 그렇다면 봉구에게 없는 것은 사람? 진심으로 마음을 주는 대상이 없으니 봉구 주변의 사람들은 사람이 아니라 '도구'일 뿐이라는 뜻일까?

재하와 항아는 선왕 추모 콘서트에 합동 참석하고 그 시각 봉구는 상자 안의 것을 보고 표정이 변하고 있다. 이 궁금증이 다음 화를 위한 준비물.


다음 화의 예상 키워드

일단은 재하와 항아가 연합을 했다. 그리고 일부 반감이 남아 있긴 하지만 항아의 재하 구출작전을 실시간 방송으로 보았던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항아 편이 되어 주기로 한 모양이다. 전체적으로 남과 북의 화해 무드가 무르익어 가고 있다. 클럽 엠에 대한 반격의 초석은 깔리고 있는 셈이다.

아직 12화밖에 안 지났으니 항아와 재하가 완전히 결합된 거라고 믿는 건 속단이다. 엔딩 직전의 마지막 갈등이 있어야 할텐데 그걸 재하와 항아의 오해와 갈등으로 할건지 남과 북 대립의 최고조로 할 지 그건 미지수지만, 한 두번 정도 두 연인의 오해가 있으리라는 건 거의 확실하다.

다음 화에서 보여 줄 우리 측의 한 방이 큰 한 방이 되지는 못할 거라는 것도 거의 확실하게 보인다. 당연하다. 아직 여러 화가 남아 있으니까. 악의 축이 벌써 힘을 잃으면 안된다. 대신 문제의 해결을 위해 그것을 풀 열쇠를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이 보여 질 것도 확실하다.

엔딩에서 30초 가량 다음 화의 핵심 키워드를 들려 줬는데 그것으로 예측해 보자.

 

항아 - 봉구란 놈은 거길 어케 알았답니까? / 펜션 위치가 누설된 데 대한 얘기인 듯
재하 - 힘이 센 놈이야. 권력이 무시무시해. / 도모했던 일이 실패한 것 같다. 눈물 맺힌 재하의 모습이 그의 절망을 말해준다
봉구 - 더 이상 베일에 쌓인 클럽 엠은 없습니다./ 약간의 타격은 있었던 듯. 클럽 엠의 노선 변화가 있게 될 것 같다.
            피스 코리아 / 그 반대의 의미가 깔려 섬뜩한 평화이다

항아 - 그 때 공주의 기억이 우리의 유일한 무깁니다.
노력하려 시경에게 손을 내미는 재신공주. /
항아의 설득에 기억을 되살리려 노력하는 공주.

항아 - 그 비서실장님은 믿을만 한거지요?
의뭉스럽게 변해가는 재하의 표정. /
은규태 비서실장 쪽으로 촉이 가고 있다.

재하 - 형 펜션 알고 있었던 사람이 있나 ? / 이 말을 다른 사람 아닌 비서실장 아들인 은시경에게 한다.
은시경 - 첩자가 있다는 얘기입니까?

재하 - 진짜 복수는 너 따위가 아냐. / 누구에게 하는 말일까...재하의 깊은 생각은 어디를 향하는 걸까?

 


10화까지는 재하와 항아의 연합 과정까지를 그린 초반 작업이었다. 10화에 가서 내부 모반자인 은규태의 존재가 강화되었고 이와 동반해 악의 축인 봉구측이 힘을 쓰기 시작했다. 11화와 12화에서는 클럽 엠의 정체와 그 힘을 인지하기 시작한 재하 쪽 이야기가 나왔다. 그것을 그리기 위해 재하의 위기가 나왔던 것이다. 물론 항아와의 결합을 위한 중요 계기이기도 하고. 그렇다면 본격적인 충돌이 시작되는 13화부터는 2부가 시작된 것이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점점 더 치열해지는 더킹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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