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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더킹 투하츠의 이승기, 이러려고 미리 깐족댔었구나

클럽 M의 계략으로 선왕의 죽음에 북한이 배후라고 밝혀진다. 후에 북한의 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힐 수 없었던 정치권은 희생양으로  항아(하지원)를 내세우게 된다. 심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았던 항아는 재하(이승기)에게 서러움을 토로하지만 그 자신도 이미 예민해있던 재하는 이를 보담아 주지 못하고 다투게 된다. 다툼 끝에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말해 버리는 재하. 어머니와 재신공주는 이런 재하를 탓하고 재하 자신도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함과 후회가 밀려 온다.


한편, 형(선왕)의 일성록 키워드를 찾아 낸 재하는 배후에 클럽 M의 존재가 있음을 알게 된다. 수장인 김봉구(윤제문)와 대면한 자리에서 재하는 그가 직접 자신의 입으로 선왕을 죽였음을 말하는 걸 듣는다. 분노하지만 비서실장 은규태(이순재)는 클럽 M의 파워는 왕실이 건드릴 수 없을 만큼 크니 이를 처단할 수는 없다고 재하를 설득한다.

재하와의 독대에서 약이 올랐던 봉구는 재신공주의 곁으로 마수의 손길을 뻗기 시작한다. 북의 항아는 재하와의 하룻밤으로 가졌던 아기가 유산되고 재하와 왕실은 세계 언론과 북한으로부터 비난받게 된다.

여기까지가 9화와 10화의 큰 개요들이다. 물론 디테일한 부분들에서 감동을 주는 부분들도 있었고 각각의 캐릭터를 자세하게 설명해 주는 부분도 만났다. 그리고, 저 행동의 기저가 되는 심리는 무얼까 생각하게 한 장면도 있었다. 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김봉구(윤제문)과 재하(이승기)의 독대씬이다.


■ 역시 재하다워

말빨 좋은 사람이 맞상대가 되면 두렵고 밉지만 그 사람이 자기 편되면 그만큼 든든할 수 없다고 했던가? - 문득 인터넷 논객, 그 분이 생각난다 -
 
지난 화들에서 그만큼이나 항아와 - 시청자들까지 - 약을 올렸던 깐족대기가 시원하게 발휘된 순간이었다. 점잖기만 했던 선왕과는 달리 재하의 깐족거림은 신선했다. 이전에 봐왔던 재하의 성격 그대로였다. 비꼬고 약올려서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어 내는 방법은 우리가 봐 왔던 재하라면 충분히 해 낼 수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갔다.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재하에 약올랐던 봉구는 자신이 선왕을 죽였음을 말하며 재하가 충격받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자존심강한 재하가 자신의 충격을 드러 낼 리 없다. 잠깐동안의 자기 수습의 시간이 지난 뒤 재하는 원래의 페이스대로 돌아 온다. 기싸움에서 절대 지지 않는다. 결국 울끈불끈 화가 날대로 난 봉구는 돌아 간 뒤 자신의 힘을 다른 방법으로 재하에게 과시하려 한다. 그것이 재신 공주에게 마수의 손길을 뻗는 한 원인이 된다.

재하와 봉구와의 독대씬은 보이지 않게 흐르는 서로간의 기선 제압이 느껴져 긴장도가 아주 높았던 씬이다. 비록 봉구의 약을 올려서 결과적으로 보면 재하는 또 다른 위험과 맞닥뜨리게 되지만 재하 자신이 새로 맞은 왕의 역할이 녹록치 않음을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힘을 길러야 함을 뼈저리게 자각하게 된 것이다. 드라마 밖에서 본다면 시청자들로선 새로이 왕으로서 변신해가는 재하의 모습을 보게 되는 강한 전환점이 될 것이고.


봉구와 재하의 차이점.


봉구는 단순하다. 그래서 요리하기 쉬울 것 같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위험성도 가지고 있다.

재하는 단순하지 않으나 단순한 척 한다. 제멋대로인 것 같이 보이지만 상대가 만약 그 약한 내면을 들여다 볼 줄 아는 깊은 눈을 가졌다면 그도 진실된 모습을 보여 줄 것이다.

둘의 대결씬에서는 진짜 또라이 와 또라인 척 하는 거짓 또라이 의 불꽃튀는 파워 게임을 보는 듯 해서 아주 흥미로왔다.


■ 이순재 비서실장 할아버지, 정말 이러시깁니까?
이런 악역이 또 은근히 무섭다. 진짜 나빠서 나쁜 건지 어떤 이유가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가 없다. 가만 보니 본인도 자신의 나아갈 길을 갈팡질팡하고 있다. 선왕의 죽음에 자신의 실수가 한 원인이 되었음을 진술하는 자술서 - 선왕전하 서거에 관한 증언서 - 를 쓰면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니 자신도 고민이 되나 보다. 그렇다 치더라도 -

거기 별 것 없어요, 할아버지

왼쪽의 캡쳐는 재하가 클럽 M 의 수장인 김봉구를 만나러 간다며 집무실을 나간 직후의 것이다. 여태 무슨 서류들을 보고 있었나 책상 위를 빼꼼하게 고개 내밀어 보는 규태 할아버지의 모습. 그간 해 온 항아 재하 방해작전들을 떠 올려 보면 이 장면에서 쌓였던 울화가 확 치밀어 오름을 느끼게 된다. 대단히 얄미우시다... ㅡ.ㅡ;;

은규태의 생각은 대체 무엇일까?

대략 드러나는 정황만을 가지고 추측해 보자. 그는 작게 보면 김항아(북측)과 재하(남한)의 결합을 원치 않는다. 남북 화합 모드를 원치 않는 것이다. 멀리 보면 왕실의 해체를 바라는 듯도 하다. 왜 그럴까?

클럽 M의 편을 들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남북 화합이 깨지고 왕실이 해체되는 것이 그의 실수와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이 모든 것들이 그의 실수를 덮어 주게 되는 걸까?

북한 짓 아니에요. 말할 생각에 싱글벙글 은시경

아버지,왜 말 안하시는 거죠? 급정색 은시경

시꺼 - 현실을 보랬지 진실을 보랬냐?

크게 틀어지면 작은 실수가 덮인다 라는 생각을 가진 게 아닐까 싶다. 불장난한 흔적을 지우기 위해 집 전체를 태울 생각을 가진 게 아닐까? 

자신이 실수하지 않았어도 남과 북은 어차피 적국 관계일 수 밖에 없고 클럽 M의 힘은 왕실을 압도했을 것이다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왕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정해진 역사의 거대한 흐름일 뿐, 자신의 작은 티끌은 그것에 아무 힘도 보탤 만한 것이 못 되었다를 확인받으며 안심하고 싶어하는 심리로 보인다. 

캐릭터는 이렇게 이해한다 손 치더라도 은규태 할아버지는 악역 역할을 제대로 해 주고 계시다. 보는 내내 화면 안으로 뛰어 들어가 이순재의 두 손을 부여 잡고 말하고 싶어졌다. 이순재님, 이러시면 안되잖아요 -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그리고, 눈치빠른 재하, 비서실장이 자기 편이 아니라는 것 너머의 무언가를 좀 알아차려 주면 안될까?


믿어 주는 사람이 있으면 더 자란다


청문회에 나가기 전 떨고 있는 항아에게 비서실장이 묻는다. 이 모든 것을 헤쳐 갈 자신이 있냐고. 만약 자신이 있다면 자신도 조력하겠다고 한다. 정치적 야심이 있어 궁에 온 항아가 아닌데 마치 준비되었던 듯 자신있을 리가 만무하다. 은규태의 다그침은 사람을 더 소심하게 만든다. 주눅들게 만드는 최고의 방법이다.

재하에게도 비슷한 식으로 말했다.

결혼을 깬 것도 전하이시고 모든 것을 망친 것은 전하때문입니다. 누구를 탓하시는 겁니까?

결혼 깨게 밑밥작업 열심히 하신 거, 실장님이시잖아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규태 할아버지는 브라운관 안에 계실 뿐. 이렇게 있는 능력도 팍팍 죽이는 아버지에 비해 아들인 은시경은 스승으로 친다면 아주 모범 답안의 스승이다.

남들 말에 휘둘릴 필요 없습니다.


스스로를 믿으세요.
전하는 이미 강하십니다.
제가 본 전하는 많이 예민하십니다.
또 진지한 것도 싫어하시구요.
하지만, 현실을 너무 잘 아는 데다  상처도 많아
확 나가질 못하십니다.
그래서 지레 허허 실실 가면을 쓰고 계세요.
이제는 그걸 벗어 달라는 겁니다.
컴플렉스도 많고 얕보는 사람도 많지만,
전하는 이미 저에겐 세상에서 가장 힘센 왕이십니다.
부디 더 당당해 주세요, 전하.

 

재하의 약했던 부분들을 정리해주고 앞으로 나아갈 긍정적인 방향을 보여준다. 아니, 그것을 시경 자신이 굳게 믿고 있다. 크게 될 거라고 믿는 사람 앞에서 사람은 그대로 커 가게 되어 있다. 재하는 정말로 그렇게 힘센 왕이 되어 갈 것이다. 더킹 투하츠의 남은 스토리에서 세상에서 가장 힘센 왕이 되어 가는 재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혹은, 적어도 그렇게 되려 노력하는 재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


■ 저의 아이덴티티요?

항아(하지원)은 가련했고 보기가 안타까울 정도로 측은했다. 꿈 속에서 재하의 손을 잡고 따라 나갔다가 총을 맞게 되는 장면에서는 보던 나도 놀랐다. 항아의 불안감이 저 정도로구나. '남조선 사람들, 다 저를 미워하고 있지요. 전 두렵습네다 '라고 말했던 항아. 단 한 명 믿고 있는 남자 재하도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못 된다. 이미 한번 자신에게 총을 쏘았던 사람이 아닌가?

믿고 자신을 다 보여줬는데 배신을 당하는 일. 있을 수 없는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불안했던 항아 심리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했던 장면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항아의 재하에 대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선명하게 보여준 장면으로서 청문회에서 답한 씬이 있다. 드라마 내내 우리는 항아의 마음을 짐작만 했었다. 이 장면에서 우리는, 정리된 항아의 마음을 서술받게 되는데 극 중, 재하에게 고백한다는 또 하나의 효용성을 가지고 있다.

내래 더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서 분하기도 한데 -
기카면 뭘 어떻습니까?
그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저 많이 행복합니다.


감동적인 대사였다. 마지막 세째줄의 대사는 조금 상투적인 마무리이긴 하지만 그래도 첫째줄과 둘째줄에서 이미 마음이 울렁거렸으므로 세째줄 따위는 패스다. 요약하자면, 조금 더 많이 사랑해도 행복하다 라는 단순 어구이다. 하지만, '분하기도 하다' 에서 무조건적인 성자의 사랑이 아닌 일반인스런 감정을 보여줌으로써 뒷말들이 더 근접성을 갖고 힘을 얻게 되었다.

아이덴티티요?
저의 정체성을 물어 보셨디요.
전 그냥 한 사내를 마음 속 깊이에 둔 한 여성일 뿐입니다.


청문회에서 항아의 정치적 아이덴티티를 물어 보는 말에 대한 동문서답식 현답이었다. 아 - 어쩌면 이렇게 항아의 현 입장 -혹은 캐릭터를 - 단순 정확하게 표현한 말이 또 있을까?


■ 시청률? 지금으로선 의미가 없다
수목 드라마의 시청률 경쟁이 뜨겁다. 10화의 시청률은 10.2%를 기록했다. 옥탑방 세자왕의 경우 연속방송된 9화는 12 %, 10화는 10.4 %를 기록했다. 적도의 남자는 13 % 였다.

혹자는 더킹 투하츠의 심리 묘사가 진부하다느니 러브스토리 진도가 늦다느니 연출의 문제다, 혹은 대본의 문제다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그야말로 침소봉대일 뿐이다. 캐릭터의 설명과 심화 확장에 있어 조금 더 속도 조절을 리드미컬하게 했다면 더 극적인 결과가 나타났을 수도 있지만 20화 전체 극 전개상 지금의 것도 납득이 가는 것이다. 1시간여 방송 시간동안 감동하며, 눈 동그랗게 뜨고 몰입해서 잘 시청하고 있다. 그렇게 보는 사람이 나를 포함, 소수는 아니라는 것이 비슷비슷한 시청률로 증명되고 있다.

싸움판이 커져야 구경꾼들은 더 신이 나고 그것을 부추기면서 얻는 것이 많은 것은 미디어들이다. 그리고 배우의 팬과 드라마의 매니아들은 자신이 선택한 드라마에 1등 시청률이라는 타이틀을 선물해 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작은 오점을 크게 말하고 작은 장점을 소리높여 말하는 게 아닌가 싶다.

세 드라마 모두 수작이다. 피로도에 따라 채널을 바꾸기도 하고 새로운 긴장을 찾아 그러기도 한다. 이제 절반을 지났으니 어느 정도는 시청층이 고정화되어 갈 것이 대강의 예상이다. 다른 드라마는 더 낫나 궁금해서 채널을 돌렸던 2 ~3% 의 유동층이 스토리 후반부를 완결짓기 위해 채널을 고정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다른 가능성으로 본다면 이미 앞 부분의 더킹 투하츠를 보았던 시청자라면 완전히 스토리를 놓치지는 않았을 터, 충분히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겠다.

세 드라마 모두 치열한 경쟁작들을 피해 시간 배정되었더라면 초 히트작이 될만한 저력을 갖고 있는데 안타깝다. 확실한 것은 해품달 때처럼 한 드라마만 단독, 절대 선두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부족함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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