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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 연예

해를 품은 달, 적절했던 한 주간의 스페셜 방송

시청률 40% 고지를 넘어서서 국민 드라마의 반열에 오르고 있던 해를 품은 달이 이번 주 2번의 결방으로 스페셜 편집 방송을 내보내게 되었다.

MBC 노조 파업으로 많은 프로그램이 결방하고 있는 가운데 해품달의 김도훈 PD도 파업에 동참하기로 선언했다가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는 등 많은 일들이 있었다. 만 하루를 넘기면서 번복되어진 결정, 그리고 스페셜 방송의 내용들에 대해 이견들이 오고 가고 있다. 우선 사건 정황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본다.

 

■ MBC 김재철 사장의 '해품달' 관련 발언

김재철 사장은 파업이 시작되고 난 1월 30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해품달이 전 방송사를 통틀어 최고의 시청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라고 했다. 이후 확대간부회의에서도 드라마의 높은 시청율에 대해 언급하며 해품달을 예로 들었다. 이어 2월 16일 13개 일간지 1면에 실린 광고를 통해 시청률 40% 넘긴 해품달을 내세우며 MBC가 국민들이 선택한 1등 방송사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리고 이것을 깨뜨리려 한 노조들에 대해 비판을 했다.

드라마들만은 자신들의 편이라 믿은 것이었을까? 하지만, 그의 방패막이 되어 주었던 높은 시청률의 드라마들도 연이어 파업동참을 선언했다. 시청률 1위의 '해품달', 야심작 '무신', 일일 드라마 '오늘만같아라', 주말 드라마 '신들의 만찬' 까지 가세했다. 믿고 있던 방패막에 강한 어퍼컷을 맞은 꼴이 되었다.  

 

■ 드라마국은 이번 일과 전혀 관련이 없어서 여태 파업을 방관해 왔던 것일까

이번 파업은 보도국만 관련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파업의 대의는 다음과 같다. 공정한 비판이 거세되어진 현 방송상황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되어지지 못한 사장단으로부터 시작된 것이고 방송인으로서 최소한의 자긍심마저 버리게 했으므로 정당한 권리와 제대로 된 미디어의 역할을 찾기 위해 파업을 한다고 했다. 물론 이것은 대의적인 이야기이고 그 아래 들어가 보면 조금 더 세세하게 그들의 손발을 묶고 있는 상황을 알 수 있다.

 

■ 드라마에 대한 그들의 인식도 별반 다를 게 없고 -

다음은 노조특보에 지난 24일 익명으로 기고한 한 PD의 이이기이다. 김재철 사장은 취임 이후 드라마국을 1,2부로 나누어 분열시켰다. 게다가 수목 미니시리즈는 '편성국'쪽에 맡기기도 했는데 그 드라마 (넌 내게 반했어)가 처참한 시청률로 완패하고 말았다. 이후 다시 수목드라마가 드라마국으로 넘어오게 되고 그 첫 작품이 '해를 품은 달' 이었다. 보란 듯이 이 드라마가 성공했다.

분리시켰다가 편성국쪽에 드라마를 맡기기도 했던 것은 드라마에 대한 (김재철 사장으로 대표되는) 사측의 인식이 어떠한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드라마국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어제 날짜 기사를 보자. 김재철 사장은 7일날 있었던 임원회의에서 기자직 뿐 아니라 드라마와 예능 피디들도 계약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해당기사 링크) 드라마와 예능 프로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고 좋은 콘텐츠를 생산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입에 맞는 대로 채택해서 쓰고 노조 활동등으로 사측을 압박해 오는 경우가 생기면 계약을 파기하겠다는 것이다. 애정이 있어야 충성을 하는데 자신들을 '도구'로만 보는 사측에 드라마 제작팀들은 어떤 마음이 들게 될까?

 

■ 해품달의 김도훈 PD의 결정은 그 정도로도 적절했다

노조 쪽에 찬성을 보내던 사람들로서는 해품달 피디의 파업동참 선언에 쾌재를 불렀다. 해품달을 필두로 시청율이 높은 몇 개 프로들을 팔아 가며 자신의 치적을 포장하기 바빴던 사장단에 명확하게 자신들의 의사도 파업 노조측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밝혔으므로.

그러다가 다시 만 하루만에 김도훈 PD는 제작 현장으로 돌아 간다고 발표하고 다시 제작에 돌입했다. 여기에 대해 실망했다고 말하는 네티즌들도 있으나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들이 있음을 피디는 밝혔다. 이 이유는 여태 드라마국들이 파업에 동참하고 싶어도 동참할 수 없었던 여러 이유들과 관련있기도 하다.

 

■ 드라마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고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져 돌아가는 것이다

드라마는 팀 작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배우들의 스케쥴은 이미 앞으로 몇 개월 이후의 것까지 꽉 짜여져 있는 상태이다. 계약들은 배우들 혼자서 한 것이 아니라 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그 쪽의 이익들과도 연관되어져 있고 손해가 가게 될 경우 그것은 배우들이 모두 다 책임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그리고, 드라마는 대개 2달 정도를 기준으로 해서 하나가 완성이 된다.  드라마 하나가 차질이 생겨 미뤄지거나 결방이 생기면 그 다음 드라마에도 영향이 미친다.

해품달 제작발표회 & 차기작 더킹투허츠 제작발표회

해품달 제작발표회 & 차기작 더킹투허츠 제작발표회

드라마들은 방영 기간 중에 시청율에 영향을 줄 만한 큰 국가적 행사 - 월드컵이라든가 올림픽 등등 - 와 겹쳐지지 않고 경쟁 드라마도 고려해서, 원래의 기대했던 큰 성과가 생기도록  전체 분량과 방영 시간등이 미세하게 조절되어 진다. 기간이 안 맞을 경우 2회 분량의 단막극을 급히 제작해서 넣기도 한다. 1년치, 2년치 들이 그렇게 미리 계획되어져 있고 중간에 새로 끼워 들어가기도 하고 빠져 나가기도 한다. 한 드라마가 차질이 생길 경우 이런 것들이 모두 다 재조정되어야만 한다. 드라마 pd 한 명이 다 책임질 수는 없는 일들이다. 그래서 드라마는 여태 파업에 동참하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이토록 어려운 정황 속에서 용단내려진 일들이었다는 것을 이해하면  이번 드라마국의 파업 참여는 더더욱  큰 무게를 지닌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같은 이유로 그들이 다시 제작 현장으로 돌아 간 데 대해 이해하고 응원해 줄 수 밖에 없다.

 

■ 한 주간의 결방은 그들로서는 최선이었다 그리고 시청자들로서도 -

드라마의 파업이 길게 이어질 수 없는 이유는 그들 드라마국 안에서의 사정만으로 한정되어지지는 않는다. 시청자들로서도 마찬가지다.

작품은 길이 남는다. 피디들의 필모에만이 아니라 배우들로서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시청자들에게도.

'개인의 취향' 드라마를 아꼈던 사람들이라면 당시에도 방송사의 어지러운 상황이 제작 현장에까지 이어졌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주요 스텝들이 파업으로 빠져 나간 상황이었다. 이전이라면 능숙하게 손발이 잘 맞는 스텝들과 순식간에 끝났을 장면 촬영들이 몇 시간씩 이어졌었다고 들었다. 촬영은 길어지고 배우들과 스텝들은 모두 지쳐가고 결국 최선이 아닌 결과에 만족하며 편집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드라마 매니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영 뒤 DVD 출시를 원했고 손에 받아 들 수 있었다. 가끔씩 돌려 볼 때마다 날림 편집들의 흔적을 다시 발견한다. 그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영상 속에서 안타깝게 빛나고 있다.

'다모'를 아꼈던 시청자들이라면 각 명장면들이 명장면으로서 우리들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게 되었음을 감사해야 할 것이다. 작품은 제작되어 방송을 타면 그것으로 완성이 끝난 것이 된다. 그들의 역량 부족이 아니라 '외부 사정'에 의해 원래의 완성도가 훼손되어지는 것을 드라마를 사랑하는 시청자들이라면 원하지 않을 것이다.

'시청자들에게 불이익이 되고 공공성을 해친다'고 하며 방송 파업을 비판하는 데 대해 나는 조금 더 멀리 본 뒤 다시 생각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파업이 잦은 프랑스의 경우만 해도 파업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은 없다고 한다. 지하철 파업으로 운행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대로 발길을 돌려 다른 교통수단을 찾아간다고 한다. 파업하는 노조, 그들 자신의 생업과 관련된 절실한 목적이 사용자의 불편보다 위에 있다고 믿는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방송에서야 두말할 것이 없다. 드라마가 우리의 문화 생활, 여가 생활을 풍성하게 해 주기는 하지만 당장 우리 삶에 큰 불편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가 보는 모든 방송 컨텐츠의 질적 향상이 확신되는 데서야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우리는 제대로 된 보도를 보고 싶다. 그리고 제작팀들이 자신의 것이라고 애정을 쏟아 책임감있게 만든 그런 드라마를 보고 싶은 것이다. 창의성있게 만든 드라마는 퀄리티가 높을 가능성이 많고 그런 드라마는 어떠한 목적성을 가진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뒤 착수해서는 생겨 날 수 없다.

 

■ 내용도 시간도 적절, 한 주간의 기간이 더 잘 마무리할 수 있는 휴지기로 -

생방으로 이어진 드라마 후반 촬영에서 하루 동안의 파업으로 19회 촬영분을 확보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스페셜 방송이 이어졌다고.

한 주간의 결방으로도 파업 지지의 의지를 보여준 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고 보여진다. 그들이 결코 파업 자체에 동의하지 않아서 여태 드라마를 방송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만방에 알렸다. 스페셜 방송의 내용이 지나간 회차분의 짜깁기 편집이었을 뿐이었다고 불만을 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거기서 만약 새로운 콘텐츠로서 NG라든가 현장 스케치 영상등을 보냈다면? 

배우 중 주연급의 누군가에게 일신상의 문제가 생겨 부득이하게 스페셜방송을 하게 되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들 탓으로 방송을 못하니 또다른 형태의 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파업지지로 정상적 방송을 못하게 된 상황에서 예능 프로에서 나올만한 재미진 새 방송을 한다는 것은 그리 썩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그리고 아직 2회분의 드라마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규 방송 시간에 극내 몰입을 방해할 만한 촬영장 스케치 영상을 보낸다는 것도 좋지 않다. 그런 것들은 모두 방송이 끝나고 조금씩 극 속 캐릭터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필요할 때 그것을 도와 주는 의미로 방송되어도 좋을 것이다. 애절한 운명의 로맨스극을 보다가 현장에서 웃으며 장난치고 누나, 동생이라고 하는 것을 보는 것은 시청자들의 극 몰입에 도움이 안 된다.

나는 오히려 그들의 편집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가 보고는 놀랐다. 드라마 전반 부분을 매 회 보지 않고 띄엄띄엄 보았던 나로서도 드라마 스토리가 완벽하게 이해될만큼  짧은 편집분 내에서도 놀라운 진행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드라마가 그토록 사람들을 매혹시켰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생방촬영때문인지 디테일한 묘사에서 조금은 뒤떨어졌던 후반부에 비해 초반부는 어찌나 깨알같이 섬세하던지. 정성어린 작은 소품에서부터  엑스트라들의 물량 동원, 많은 볼거리들, 그리고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치밀하게 계산되어진 카메라의 동선들까지.

세자빈 간택이 되는 순간, 결정적인 그 때, 활을 쏘는 훤을 보여주며 긴장감을 높이고 다시 관객들이 궁금해하는 순간 간택되어진 연우의 모습을 천천히 확인하게 하는 스킬. 그리고 어떻게 간택이 되어진거지? 라고 궁금해할려는 찰나 매끄럽게 연결되는 연우의 한 냥 대사.

게다가 주연들의 아역 시절에 집중해서 보여 주었던 것은 마지막 2화를 위해 조금은 계산해서 그렇게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다. 초반부 아역들의 부분이 애절하고 아름다웠기 때문에 그 힘으로 다소간 늘어졌던 후반부의 시청율을 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시 초반부의 추억을 되짚어 주며 남은 2화에  힘을 보태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초반의 높은 영상의 완성도가 다소간 여유로왔던 시간적 여유때문이었다면? 한 주 간의 시간을  번 덕분에 마지막 2화를 더 멋지게 마무리해 준다면 이 한 주간의 결방이 아쉽지 않을 것이다.

파업에 동참했던 김도훈 PD를 응원한다. 그리고 하루의 파업지지 발언 이후 다시 현장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그의 결정도 이해한다. 스페셜 방송으로 지나간 편집분을 다시 방송해야 했던 것도 적절했다고 생각하고 그 방송 내용에 대해서도 납득한다. 남은 촬영, 잘 마무리해서 멋지게 남는 드라마가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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