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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나들이

일본 후쿠오카 - 특이한 정서의 독서실 라멘


걷다가 이렇게 생긴 가게 안을 들어 가면 된다.

가게 왼쪽편에 보면 자판기 같이 생긴 기계가 보인다. 거기 먹고 싶은 음식과 부가적인 것들 - 파나 고기덩이 - 등을 선택하고 돈을 집어 넣으면 아래로 거기에 해당되는 주문서가 나온다.

그걸 들고 들어 가면 된다. 자판기에서 제대로 선택하지 못했어도 상관은 없다. 착석한 뒤에 다시 추가로 주문하면서 수정할 기회는 있으니까.

룸이 몇 개 있는데 입구에 안에 빈자리가 있는지 보여주는 전광판이 있다. 하지만, 슬쩍 고개를 들이 밀어도 빈 자리가 몇 개 인지 정도는 제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이런 라멘이 나온다.
위 사진처럼 걸쭉한 국물에 가느다란 면발이 담겨진 라멘이 나온다.
국물맛은 - 딱 돼지국밥의 국물이다. 돼지뼈를 오래 고아 만든 국물이니 돼지국밥 국물 맞겠다.

일단 기본으로 파도 어느 정도 들어 있고 또 얇게 저민 돼지고기 수육같은 것도 들어 있다. 추가로 주문하고 싶으면 추가 주문 용지에 적어서 앞쪽의 구멍으로 밀어 넣으면 갖다 준다.




내부 구조는 이렇게 되어 있다.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된 칸 안에서 혼자 먹는다. 왼쪽에 있는 게 물이 나오는 꼭지이고 추가 주문 용지가 있고 적을 수 있는 필기구도 있다. 앞에 있는 저 발같은 건 빈 자리일 땐 올려져 있다가 손님에게 음식이 나오면 내려져서 닫힌다. 호출 버튼을 누르면 저 발을 걷어 올리고 주문 종이를 받으러 온다.

그런데 호출 버튼이 있다고 적혀 있는데 암만 해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겨우 찾은 게 아래이다.

 

그릇과 종이로 덮혀 있어서 보질 못했다. 바닥에 있었다. 저기 보이는 붉은 색의 한자, 부를 호. 그 버튼을 누르면 된다.

추가 주문용지는 한국관광객을 위해 한글로 된 것도 비치되어 있다.
입구의 자판기에서 남편은 이미 챠슈 (고기수육)은 추가해 있었고 나는 파를 추가해서 주문서를 넣었다.

이렇게 칸막이 안에서 혼자 식사를 하기 원하는 사람의 정서는 어떤걸까? 이런 걸 원하는 사람이 많으니 생겼겠지.
혼자 식사를 하다 보면 음식맛에 더 집중하게 될까? 즉, 그들은 유별난 미식가들인걸까?
혼자 식사하러 와서 사람들 시선이 쏠리면 부담스러워서 이렇게 먹을까? 즉, 혼자라는 사실이 부끄러운 걸까?
혼자 식사하는 사람이 많나? 여긴 남에게 방해받기 싫어하는 개인주의의 사람들이 많은걸까? 혼자 있는 게 편하나?

여러 생각을 하면서 후루룩~ 라멘을 먹다 -

 

 

 


네모난 도시락같이 생긴 저 사기그릇은 꽤 묵직하고 높이도 높다.
하지만, 저 높이가 모두 그릇인 건 아니다.

옆을 보면 줄이 3 줄 그어져 있는데 실제 그릇이 깊이는 위의 한칸과 반칸을 더한 정도이다. 그 밑은 그냥 두꺼운 그릇 밑단일 뿐이다.

 

 

느끼한 것도 잘 먹는 식성이라 저 느끼한 걸 다 먹었다. 남편이 억지로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는데 난 억지로 먹은 게 아니다. 돼지국밥 국물같아서 정말 맛나게 먹은 거다. 다 먹은 인증샷 겸 그릇 아래가 얼마나 두껍게 올라 와 있는지 보여 줄 겸 해서 빈 그릇을 기울여 찍어 보았다.

뭐라고 적혀 있는데 읽을 수가 없다. 중간에 보이는 '최고'라는 글자만 읽힐 뿐.

일단 뭘 먹어서 배가 부르긴 불렀는데 완전 허무했다. 이렇게 먹어도 한 끼 배가 차는 거고 저렇게 먹어도 차는 거지만, 이렇게 라멘 한 그릇으로 이 귀한 여행길 한 끼를 채워 버리다니. 이럴 수가~!!! 이다. 더 맛있고 귀한 음식을 먹었어야 했는데 - 라고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카톡으로 보내온 동생말로는 꼭 진한 국물의 이 라멘을 먹어 봐야 한단다. 한국에 돌아 가서도 가끔씩 생각이 나더란다. 어디서도 먹어 보지 못한 이 찐~ 한 국물의 라멘맛이. 우리 나라의 라멘집들은 약간씩 우리 입맛에 맞춰 퓨전, 현지화된 라멘맛이다. 그런데 어느 한 집이 일본 본토에서 먹어 본 라멘맛과 그 중 흡사하게 만드는 데가 있어 일부러 거길 찾아 가서 먹기도 한단다. 그렇게 생각하면 '가장 흡사한' 이 아니라 오리지날로 만드는 이 곳 라멘을 한번 먹어 주는 것도 괜찮다 하겠다.

그렇게 잘 먹었다.

그 다음은 환락가라고 하는 나카스 순례가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