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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 영화

개인의 취향에 나인하프위크가 나온 이유


12화 - 아슬아슬 선을 넘을 듯 넘지 않는 그 장면에 나인하프위크가 화면으로 잠시 나왔습니다.


바로 이 장면이죠 - 아시는 분들은 아셨겠지만 이것은 나인하프위크(Nine 1/2 weeks)의 한 장면입니다. 1986년 미키루크와 킴 베이싱어의 리즈 시절 애드리안 라인이 감독하고 잘만 킹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던 작품입니다. 고품격 에로영화라고 불리고 있죠.

하고 많은 에로 영화들 중 나인하프위크가 왜 개인의 취향에 자료 화면(!) 으로 나왔었을까요??

윗 장면은 제가 이 영화의 중간 부분, 극장 안 실내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나왔던 바로 그 장면입니다. 아직 에로영화라는 것을 보지 못했던 당시의 저는 순간 당혹감에 다시 나왔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극장 안 휴게소 안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진정을 한 뒤에 다시 들어가야만 했던 추억이 떠오르는군요.

바로 개인의 취향 속, 전진호의 저 표정이 되어서 말입니다.

지금 다시 봐도 저 장면에선 노골적인 노출이나 애무는 없습니다. 단지 물이 주는 관능미와 서로의 입술을 탐하는 격정에서 에로틱한 느낌을 줄 뿐이죠. 하지만, 당시 순진했던 저로서는 그 충격이 대단했었고 드라마 속 전진호나 박개인의 충격이 어떠한 것인지는 당시의 제 느낌을 떠올려 보며 공감이 팍팍 되었기도 했습니다. 둘이 순진하지는 않다고 하더라도 저 둘의 현재 관계 진행상, 또 갑작스럽게 맞닥뜨리는 저 장면의 파장을 이해한다면 말입니다.

드라마의 영상 표현 수위상 - 노출과 노골적 애무가 없다는 점에서 일단 저 장면이 선택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겠군요. 그럼에도 에로틱한 느낌을 주기도 하니 원하던 목적은 제대로 얻어 내는 겁니다.



다음의 점까지 노려서 이 영화를 선택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상상의 나래를 조금 더 펼쳐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군요.

나인 하프 위크는 성의 쾌락이 주는 허망함을 깨닫는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유희로서의 성, 그 마약같은 중독에 빠져 있다가 마침내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님을 알고는 킴 베이싱어는 남자를 떠나게 됩니다. 20년도 넘은 시절에 딱 한번 봤던 영화임에도 장면 장면이 어제 본 듯 선명하게 몇 컷트씩 머리 속을 지나가고 있습니다. '내게 다시 돌아올 거야. 50을 다 세기 전에....' 라고 중얼거리며 하나, 둘, 셋 ( 물론 영어로 ~ ^ ^) 미키 루크는 숫자를 세고 있고 킴 베이싱어는 울며 인파들 속을 헤치고 나가며 떠납니다. 돌아 가지 않을 거라며... 둘의 장면들이 교차편집되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단순히 육체적 성의 쾌락이 주는 위험과 허망함을 말하는 이 영화가 자료 화면으로 나왔던 이유를 여기에서 조금 짐작하면 오버인가요?? ㅎ 그러함으로 해서 결국 호박커플이 합방을 하지 못했던 이유가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

또 하나 - 쏟아지는 낙숫물 아래서의 쾌락을 보여줬던 저 장면 바로 앞은 다음의 장면입니다.



미키 루크의 제안으로 킴 베이싱어는 남장을 하고 레스토랑에 가게 됩니다. 성의 역할이 바뀐 모습을 보고 싶다는 미키 루크의 게임 제안에 응하게 되는 거죠. 남장을 함으로써 더욱 부각되는 여성미를 보고 싶었던 걸까요?

남장을 하니 더 섹시해, 네 엉덩이는 하트 모양이고 어쩌고 저쩌고 - 하트 모양 엉덩이라는 말이 충격적이었는지 아직까지 저 대사를 기억하고 있습니다.ㅎㅎㅎ 저렇게 귓속말로 속삭여대더니 마침내 이 둘은 위의 저 낙숫물 쏟아지는 골목길로 달려나가고 격정의 애무씬이 이어지게 됩니다.

저 씬 앞의 장면이 남장 미인 씬이었다는 걸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마는, 기억하는 저로서는 자연스레 이 남장씬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이전에 개인의 남장씬 장면을 볼 때도 실은 이 나인하프위크의 킴 베이싱어가 떠올랐어요.



물론 느낌은 아주 달랐지만, 개인이 남장을 하니 더 애처로울 정도로 여성성을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두 개의 성을 왔다 갔다하며 보여주고 다시 원래의 성을 강조하여 느끼게 해 주는 것 . 관람자 입장에서도 그랬겠고 등장 인물들로서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나인하프 위크 - 당시 우리나라의 에로 영화 정서상으로는 아주 파격적이어서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고 하죠. 에로 영화에서 예술성이나 영상미등을 찾아 내는 데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연인들이 같이 감상할 때의 느낌은 - 특히나 호박커플처럼 아직 육체적으로 트지(!) 않은 사이일 경우 - 입 안 가득 과즙을 베어물고도 삼키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심영섭의 힐링시네마 영화평중)

개인의 취향에서 나인 하프 위크가 나온 이유를 생각해 보며 간만에 제 젊은 날의 사랑과 성에 대한 호기심과 충격을 떠올렸던 미소로운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