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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나들이

구정 다음 날의 스산한 구룡포


다들 명절은 잘 보내셨습니까?
일상으로 돌아오셨겠지요.

모든 주부들이 구정에 그러하듯이 저도  자신보다는 가족을 먼저 챙기며 부산하게 보냈습니다.

그리고, 매년 연례행사처럼 올해도 구정 다음 날 오후에는 바람을 쐬러 나갔어요.
어르신들처럼 따끈한 온천물에 몸을 담가볼까하고는 온천 여행 정보를 다 훑어 보고 목욕 준비까지 완벽하게 마치고 집을 나섰건만, 운전대를 잡은 남편은 다른 곳으로 발길을 돌렸어요.

우리, 바닷가쪽 따라서  주욱~ 올라가 볼까?



올라가다가 들른 어느 작은 바닷가 마을입니다.
이름이 있을텐데 기억을 못하겠습니다. ;



너무 조용했습니다.
바닷가 따라서 횟집이 주르륵 늘어서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호객하는 분들이 나와서 떠들썩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 날은 손님도 없고 맞는 이도 없었습니다. 조용한 마을이었어요.

배들도 고기잡으러 나가지 않고 다들 정박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십여년 전만 해도 설 다음날 이곳 울산의 시내에도 문을 연 음식점이 많이 없었답니다.
설 연휴 마치고 힘든 저를 생각해서 남편이 한 끼 사 먹자고 나갔었지만 문 연데가 없어서..;;
결국 하나 문 연 데를 힘들게 찾아 들어 갔었는데 그게 닭갈비 집이었습니다.
손님이 많이 없으리라 생각한 건지 종업원들은 다 연휴 휴가를 내 주고  주인 내외만 일을 하고 있었죠. 주문이 밀리고 밀리다가 결국 손님 중의 한 분이 언성을 높였습니다. 그 주인 아저씨,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 해도 설 연휴에는 장사 못하겠다고 혼자 궁시렁 거리는 소리를 들은 게 십여 년 전 이야기입니다.

 


이런 작은 어촌 마을에 사는 분이 설 연휴를 희생하면서까지 몇 있을 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지는 않겠죠.
덕분에 이런 한산한 모습을 보자니 - 겨울이 좀 쓸쓸하구나 - 하는 느낌도 새삼 오고 말이죠...



누구인지는 몰라도 저 배가 재산 1호인 분이 있을 겁니다.

해운대나 광안리만 겨울바다의 쓸쓸함이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작은 마을 또한, 아니 더더욱 - 겨울바다의 진수 -




자... 이렇게 어촌 마을을 지나고 지나서 어디를 갔나 하면요 -

구룡포를 갔습니다.

네, 딩동댕~~!!! 바로 요즘 1박 2일에도 나오는, 은지원이 먹다가 인상이 찌푸려져 가던, 안 비리다고 이수근이 장담을 하던 바로 그 과메기가 나오는 구룡포요.

하지만, 거기도 연휴 끝은 연휴끝 -

사람이 가득 붐벼야 할 시장을 찾아갔습니다만, 도시의 시내와는 달리 구룡포 장터는 을씨년스러웠습니다.




여기가 들어가는 입구인데요, 정육점들이 보이는군요. 그나마 여기는 문을 열어 놓은 데도 많았어요.
오가는 손님들은 우리말곤 눈에 잘 띄지 않았지만요.



우리가 걸어 온 길을 뒤돌아서 본 정경입니다.
더 스산해 보이죠?



어찌나 추운지 머리가 띵~할 정도였습니다. 깃 안으로 들어오는 한 자락 바람도 막아 보려고 머플러를 여미었었죠.
저기 말리려고 널어 놓은 생선들도 마르기보다는 얼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들어 오던 입구는 좀 나은 편이었고 한 골목 더 들어 오니 이렇게 다들 문을 닫았더군요.
뭘 딱히 기대하고 온 건 아니었지만 - 그래도 - 그래도...

새로 오는 한 해를 맞는 설날이라기보다는  가는 한 해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리하고 가야 하는 묵은 해.

저 가게 주인들은 아마 따뜻한 방 안에서 가족들과 함께 편안한 설을 보내고 있겠죠. 



저기 보이는 것이 대게 직판장입니다.
그 안에는 그래도 스무명 남짓 손님들이 있었어요. 구획지어진 대게 수조통을 따라 상인들이 줄 서 있었구요.
그람 당으로 게를 재어 파는 것이 아니라 크기에 따라 나누어 놓았는데요, 작은 건 마리당 8천원짜리도 있고 만 오천원짜리도 있더군요. 저희는 그냥 - 냄새만 맡고 나왔어요. ^ ^;



저 대게 유통센타와 마주한 안 쪽 건물요. 저 베이지색 건물. 거기가 공판장입니다. 잡은 게를 쌓아 두고 저기서 경매가 들어가는 거죠.

저녁에 거기서 과메기를 반찬해서 식사를 하고 올까 했는데 웬지 스산한 분위기에 발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구정을 보내고 새해 기분을 좀 내나 했는데 벌써 달력으로는 1월이 끝나갑니다. 열 두 달 중의 한 달이 끝이 나는 거죠. 시간의 빠름에 황당~! 하기까지 합니다. 추위에 움츠리지 말고 기운내서 한 해를 활기차게 이어가야 할 것 같아요. 

다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